남도 여행 4일차였어요. 전날 경상남도 사천시 삼천포신항 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제주항으로 입항해서 해가 질 때까지 돌아다니며 놀았어요. 제주시 동문시장 주변을 대충 둘러본 후, 버스를 타고 서귀포로 넘어가서 서귀포시 중앙동 쪽에서 돌아다니며 놀았어요.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및 중앙동 일대를 돌아다니며 놀다가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로 넘어가서 모슬포를 돌아다니며 구경했고, 마지막으로 제주시 한림읍 금능리로 가서 금능리를 돌아다니다 금능리에서 일몰을 보고 제주시 도두동에 있는 24시간 찜질방인 도두해수파크로 가서 잤어요.
"오늘은 급한 거 하나도 없으니까 느긋하게 돌아다녀야지."
정확히는 급한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매우 널널하게 보내야만 했어요.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어요. 첫 번째 이유는 여행 4일차가 되자 매우 피곤했어요. 하루의 대부분을 걸어서 돌아다니다 보니 3일 내내 매일 꽤 많이 걸었어요. 특히 전날은 마지막까지 많이 걸었어요. 도두해수파크는 시설은 좋지만, 대중교통 접근성이 매우 안 좋은 곳에 있어요. 도두해수파크를 가기 위해서는 제주시 동지역에서 유독 대중교통이 불편한 도두동에서도 다시 또 도두봉을 넘어서 가야 있어요. 버스가 농어촌버스 수준으로 매우 적은 동네이기 때문에 도두동까지 버스를 타고 가지 않고 이호까지 버스를 타고 간 후 이호에서 걸어갔어요. 마지막에 이호에서 도두해수파크까지 걸어간 건 무리였어요. 이미 많아 걸은 상태에서 마지막에 쉬어야 할 때 또 많이 걸었기 때문이었어요. 이호에서 도두해수파크까지 걸어간 것 때문에 다리가 매우 피로해졌어요. 찜질방에서 사우나를 실컷 즐기며 푹 쉬었지만 다리가 매우 무거웠어요.
두 번째는 이날 밤에 제주도 친구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기로 했어요. 사우나를 실컷 즐기며 목욕재계 수준으로 몸을 박박 씻었고, 코인 세탁방 가서 빨래도 돌리며 옷을 싹 다 빨고 깔끔한 옷으로 갈아 입었어요. 그래도 날이 더웠기 때문에 너무 많이 돌아다니면 온몸이 땀범벅이 될 거고, 옷도 더러워질 거였어요. 친구 집으로 가는데 매우 더러운 꼴로 가는 건 조금 그랬어요.
친구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질 예정이었기 때문에 전날 일부러 무리한 것도 있었어요. 만약 이날 친구 집에서 신세질 것이 아니었다면 모슬포나 금능 중 한 곳은 아마 안 갔을 거에요. 어쩌면 둘 다 안 가고 서귀포에서 바로 이호로 넘어간 후 이호에서 돌아다니며 구경하며 도두 방향으로 걸어가서 일정을 끝냈을 거에요. 넷째 날은 일정 완전히 널널하게 다니고 저녁에 친구 집 가는 것으로 일정을 세웠고, 그 대신 바로 전날인 셋째 날에 상당히 많이 걸으며 돌아다니기로 했어요.
"김녕 갔다가 친구 만나러 가야겠다."
친구와 저녁에 제주시청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제주도 서쪽은 전날 돌아다녔어요. 이날은 제주도 동쪽을 돌아다닐 차례였어요. 저녁에 친구와 제주시청에서 만나기로 했고, 친구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질 거였기 때문에 동쪽으로 너무 멀리 갈 수는 없었어요. 게다가 피곤해서 찜질방에서 푹 쉬고 사우나도 실컷 즐기고 나왔더니 시간 자체가 늦어졌어요. 여기에 빨래방 가서 빨래도 해야 했구요.
제주도 동쪽에서 제주시청에서 그렇게까지 안 먼 곳으로는 함덕, 김녕, 월정리, 세화 정도가 있었어요. 이 정도는 빨래방에서 빨래를 한 후 다녀올 수 있는 곳이었어요. 이 중에서 세화와 함덕은 지난해 11월에 제주도 갔을 때 갔던 곳이었어요. 김녕과 월정리 중 한 곳을 가야 했어요. 이 중 더 가보고 싶은 곳은 김녕이었어요.
코인 세탁방에서 빨래를 마친 후 버스를 타러 갔어요.
"버스 못 타겠다."
버스 시간이 너무 안 맞았어요. 한 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어요. 한 시간 넘게 느긋하게 기다릴 여유가 없었어요. 도두동에서 타고 가는 버스는 김녕까지 가는 버스가 아니었어요. 제주시 버스터미널에서 환승해야 했어요. 그러니 한 시간 넘게 버스를 기다리면 김녕 가서 돌아다닐 시간이 촉박할 거였어요.
"걸어서 올라가야겠네."
도두동에서 걸어서 나가기로 했어요. 도두동에서 걸어서 나간 후 버스 정류장으로 갔어요. 매우 맑고 더운 날이었어요. 최대한 몸에 땀이 나지 않도록 천천히 걸어갔어요.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자 버스가 오기를 기다렸어요. 조금 기다리자 버스가 왔어요. 버스를 타고 제주시 버스 터미널로 갔어요. 터미널에서 다시 김녕 가는 버스를 탔어요.
오후 1시 30분이 넘어서 김녕에 도착했어요.
"간단히 점심 먹고 돌아다닐까?"
저녁에 친구와 같이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기 때문에 너무 많이 먹는 것은 자제하기로 했어요. 가볍게 한 끼 때울 만한 것을 먹기로 했어요.
"분식집 있다!"
버스 정류장 근처에 김녕분식이 있었어요.
김녕분식은 일요일은 휴무라고 나와 있었어요. 영업 개시 시간은 오전 11시부터였어요. 제가 간 날은 일요일이 아니었고, 오전 11시보다 한참 지난 후였어요.
김녕분식 안으로 들어갔어요.
'분식집이니까 떡볶이에 튀김 주문해야지.'
분식집에 왔으니 오랜만에 떡볶이와 튀김을 먹기로 했어요. 떡볶이와 튀김을 주문한 후 자리에 앉았어요.
가게 내부는 넓지 않았어요. 가게 내부는 옛날 구멍가게 느낌으로 꾸며져 있었어요.
"와, 시원하다."
김녕분식은 정문이 열려 있었고, 실내 맞은편 문도 열려 있었어요. 맞바람이 불어서 매우 시원했어요. 자연풍인데도 맞바람이 불어서 시원하다 못해 춥다고 느껴질 정도였어요.
제가 주문한 떡볶이와 튀김이 나왔어요.
먼저 떡볶이부터 먹었어요. 떡볶이는 무난했어요. 제주도식 떡볶이라고 보기에는 국물이 적었어요. 국물의 양 뿐만 아니라 맛도 본토식 떡볶이에 가까운 맛이었어요. 평범하게 맛있는 떡볶이였어요.
"튀김 정말 잘 튀겼다."
튀김은 튀김옷이 매우 바삭했어요. 한 입 베어물 때마다 광고에서 나오는 와삭 소리가 났어요. 바삭한 식감이 치아로 생생하게 전달되었고, 청각으로도 느껴졌어요. 한 입 베어무는 순간부터 식감과 소리로 즐거워지는 맛이었어요.
김녕분식의 튀김은 너무 기름지지 않았고, 속까지 잘 익었어요. 튀김 특유의 고소한 맛이 잘 느껴졌어요. 튀김만 먹어도 맛있었어요. 떡볶이 국물에 찍어서 먹어도 맛있었구요.
"역시 튀김 잘 하는 집은 야채 튀김이 제일 맛있어."
바삭한 식감과 바삭거리는 소리, 그리고 고소한 맛과 야채 맛의 조화. 평소에는 오징어 튀김이나 고추 튀김을 주로 먹지만, 정말 튀김 잘 하는 집 가면 야채 튀김이 제일 맛있어요. 튀김을 잘 하는 집인 줄 알고 가면 야채 튀김을 선호하지만, 모르는 집은 일단 골고루 시키고 봐요. 김녕분식은 튀김을 잘 하는 분식집이었어요. 만약 이 사실을 알고 갔다면 야채 튀김만 주문할 수 있는지 물어봤을 거에요. 이때는 이것을 물어보는 것을 까먹고 못 물어봤어요.
"여기 튀김 맛집이구나."
김녕분식은 튀김이 맛있는 곳이었어요. 제주도 제주시 김녕으로 놀러갈 때 김녕분식에서 튀김 사서 바닷가로 가는 것도 좋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