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강릉시 주문진 여행을 마친 후 기차를 타고 동해시 묵호로 넘어갔어요. 다음날 일정은 묵호 지역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것이었어요. 기차가 묵호에 도착했을 때는 늦은 시각이었어요. 그래서 저녁을 먹을 것이 별로 없었어요. 혼자 여행 온 데다 묵호 지역은 식당들이 문을 일찍 닫는 편이에요. 그래도 굶지는 않고 저녁을 먹고 찜질방으로 가서 잤어요.
다음날이었어요. 아침에 찜질방에서 나와서 동해시 묵호 지역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어요.
"여기는 뭐 이렇게 아침부터 더워?"
전날은 강릉이 폭염이었어요.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을 돌아다닌 후 동해시 묵호로 넘어왔는데 묵호도 만만치 않게 더웠어요. 전날보다 동해시 기온이 더 올라서 전날 강릉 같은 더위였어요. 동해시 묵호 지역을 돌아다니는데 매우 더웠어요. 게다가 묵호는 주문진에 비해 경사진 곳이 꽤 있고, 경사도 주문진에 비해 급경사에요. 기온 자체는 주문진 보다 무의미하지만 그래도 살짝 낮았지만, 대신에 묵호는 지형이 뙤약볕 아래에서 걸어다니기에는 상당히 힘든 지형이었어요.
너무 더워서 조그마한 가게에 들어가서 콜라 500mL를 사서 마셨어요. 가게 사장님께서 동해시는 기후가 살기 매우 좋은 곳이라고 하셨어요. 강릉에 비해 여름에 덜 덥고, 겨울에 눈도 적게 내린다고 하셨어요. 그렇지만 제가 간 날은 동해시가 강릉시에 비해 미세하게 덜 덥기는 했는데 사이좋게 매우 뜨거운 날씨라서 걸으며 돌아다니면 내가 오징어 숙회 되는 데에 10초 더 걸릴 수준의 차이였어요. 그냥 다 더웠어요.
"와, 어지럽게 덥네."
강원도 동해시는 여러 번 간 도시에요. 그 중에서도 묵호는 동해시 갈 때마다 가는 곳이에요. 묵호 자체를 매우 좋아하기도 하고, 묵호에서 관광객들이 가는 곳과 묵호역이 가까워서 동해시 마지막 일정으로 묵호 갔다가 묵호역에서 기차 타고 돌아가면 일정이 깔끔해요. 여름에도 동해시를 간 적이 있었지만, 이날은 정말로 많이 더웠어요.
'묵호등대까지 기어올라가려면 빈 속으로는 절대 안 되겠다.'
동해시 부곡동에 있는 24시간 찜질방에서 나와서 묵호역 방향으로 걸어가며 걸어가는데 더워서 땀이 엄청나게 많이 났고 힘이 쭉 빠졌어요.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했는데 이랬어요. 부곡동에서 묵호항까지는 길이 경사져 있기는 하지만 무난한 수준의 길이에요. 진짜는 바로 묵호항에서 묵호등대로 올라가는 길이에요. 게다가 저는 골목길을 구경하고 나서 묵꼬양 카페를 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오르막길을 못 해도 두 번 올라가야 했어요. 황태 덕장이 있는 곳도 갈 거였구요. 이건 무조건 점심 먹고 다녀야 했어요.
'너무 더운데 그냥 적당히 여기에서 쉬다가 갈까?'
동해시 묵호는 한두 번 와봤던 것이 아니었어요. 그리고 아마 또 갈 거였어요. 묵호가 서울 동북부에서는 놀러가기 가장 만만한 곳이거든요. 청량리역에서 KTX 타고 가면 되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청량리역에서 KTX 타고 가면 되는 강릉과 더불어 서울 동북부에서 가장 가기 편하고 만만한 동해안이에요. 또한 강원도 남부 여행을 할 때도 묶어서 다녀오기 좋구요. 그러니 굳이 욕심 안 내도 되었어요.
'밥 부터 먹고 생각하자.'
너무 덥고 땀을 이미 상당히 많이 흘렸기 때문에 여행 의지가 없었어요. 그렇지만 밥 먹으며 쉰 후 그때 결정하기로 했어요. 밥 먹고 쉰 후에도 너무 지치면 적당히 바다나 구경하고 카페 가서 놀다가 돌아오고, 그렇지 않으면 원래 계획대로 언덕길 오르락 내리락 하며 동네를 구경하기로 했어요.
어떻게 할 지 고민하면서 걸었어요. 부흥횟집이 나왔어요. 정오에 들어간 사람들이 나올 시간인데 사람들이 몇 명 줄 서 있었어요.
"여기 가야겠다."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 근처에 있는 부흥횟집은 매우 유명한 식당이에요. 부흥횟집은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에 나왔던 식당이에요.
줄 서 있는 사람들 뒤에 줄을 섰어요.
내가 이걸 왜 기다리고 있을까?
혼자 속으로 피식 웃었어요. 맛집에서 줄 서서 대기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아요. 맛집에서 줄 서서 대기하는 것을 딱히 이상하게 여기지도 않구요. 부흥횟집은 원래 사람들이 줄 서서 먹는 곳이에요.
여기 줄 안 서고 먹을 기회 매우 많았음
그때는 안 먹고 이제 와서야 줄 서서 먹으려고 대기중
저는 동해시 묵호를 여러 차례 왔어요. 묵호를 돌아다니면서 부흥식당 앞을 여러 번 지나갔어요. 부흥식당이 영업중인데 줄 서 있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을 때가 여러 번 있었어요. 심지어 저녁을 안 먹었던 적도 있었구요. 동해시 묵호는 북평장날인 3,8일에는 매우 한산해요. 북평장이 열리면 사람들이 다 북평장으로 놀러가요. 관광객들도 북평장날에는 북평장이 있는 동해시 남부로 몰리고 묵호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제가 동해시 묵호에 간 날 중에는 북평장이 열리는 날이 여러 번 있었고, 그때마다 부흥식당은 한가했어요. 줄 안 서고 먹을 기회는 꽤 있었어요. 그런데 그때는 안 먹고 이제서야 줄 서서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앞 사람이 들어가고 의자에 앉았어요. 사람들이 또 하나 둘 제 뒤로 줄을 서기 시작했어요. 나중에 식사 다 하고 나서야 이날은 바로 근처에 있는 다른 물회 맛집인 동복횟집이 문을 닫아서 동복횟집 가려는 사람까지 전부 부흥식당으로 몰려온 날이었어요.
제 순서가 되었어요. 직원분 안내로 자리에 앉았어요. 바로 물회를 주문했어요.
부흥횟집 안에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가게 내부는 사진을 찍지 못했어요.
조금 기다리자 제가 주문한 물회가 나왔어요.
부흥횟집이 유명한 이유는 두 가지에요. 첫 번째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식객 허영만의 백반 기행에 나온 식당이기 때문이에요. 두 번째는 부흥횟집은 매일 생선을 당일 판매할 양만 구입해서 요리하고 준비한 재료가 소진되면 문을 닫아요. 그래서 싱싱한 생선으로 만든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유명해요.
밑반찬부터 하나씩 먹어봤어요. 밑반찬이 깔끔하고 맛있었어요.
"역시 나는 강원도 김치가 맛있어."
반찬 중 김치는 깔끔한 강원도 김치였어요. 저는 젓갈 냄새가 느껴지는 김치를 안 좋아하고 깔끔한 맛의 김치를 좋아해요. 그래서 강원도에서 먹는 깔끔한 김치를 매우 선호해요.
"여기 회 양 많다."
물회에는 오징어가 들어 있었어요.
"여기에서 오징어 먹네."
이번에 주문진과 묵호 여행에서 가장 먹고 싶었던 것은 오징어였어요. 원래는 주문진에서 오징어 물회를 먹고 오려고 했지만 못 먹었어요. 부흥횟집 물회에는 오징어가 들어 있었어요. 드디어 원래 이번 여행 음식 목표였던 오징어 물회를 먹게 되었어요.
제가 갔던 6월 중순에 부흥횟집 물회는 오징어회가 많이 들어 있었어요. 그런데 물회 속에 들어가는 생선은 시기에 따라 달라질 거에요. 횟집들이 물회에 들어가는 회는 시기에 따라 바꾸는 경우가 많거든요.
물회에는 오징어 외에 생선회도 들어 있었어요.
육수를 물회에 부었어요. 육수 물회는 주황색 살얼음 죽 같은 슬러시 육수였어요.
부흥횟집 안에는 물회에 밥을 말아 먹는 사람들이 꽤 있었어요. 물회에 밥을 말아먹는 사람들은 동해시 주민분들 같았어요. 물회에 밥 말아먹는 방식은 바닷가에서 어부들이 배 위에서 식사할 때 먹는 방법으로 알고 있어요. 물회에 밥 말아먹는 방식은 어촌에서 먹는 방식이고, 어촌 지역을 벗어나면 물회에 밥 말아먹는 모습을 보기 매우 어려워요. 물회 주문할 때 밥이 나오기는 하지만, 보통은 밥과 물회를 따로 먹죠.
저도 물회에 밥을 말아서 먹기로 했어요. 공기밥은 뜨거웠기 때문에 회에 바로 공기밥이 닿으면 회 맛이 별로일 거였어요. 그래서 먼저 매우 차가운 주황색 살얼음 슬러시 육수를 두껍게 부은 후, 육수 위에 공기밥을 비웠어요. 이러면 공기밥의 열기로 육수가 녹고, 공기밥도 식어요. 공기밥의 열기가 회에 영향을 안 끼쳐요. 맨 처음에는 공기밥과 육수를 비빈 후, 그 다음에 전체를 비볐어요.
열심히 먹었어요.
부흥횟집은 회 양이 매우 많았어요. 회는 매우 싱싱했어요. 오징어회가 들어가는 철에 갔기 때문에 오징어회가 많이 들어 있었어요. 오징어회의 탱탱하고 쫄깃한 식감이 매우 즐거웠어요. 씹는 맛이 매우 좋았어요. 물회 속에 들어간 생선회도 맛있었지만, 오징어회가 매우 맛있고 식감이 좋아서 오징어회가 매우 기억에 남았어요.
부흥횟집 물회의 육수 맛은 부드러웠어요. 약간 매콤하기는 했지만 별로 안 매웠어요. 매운 맛 자체가 강한 편이 아니었는데 슬러시 육수여서 매운맛이 더욱 덜 느껴졌어요. 매운맛이 없지는 않고 매운맛을 정말 못 먹는 사람이라면 맵다고 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너무 심심하지 말라고 아주 가볍게 매운맛이 있다고 느낄 정도였어요.
부흥횟집 물회의 육수는 조금 새콤했고, 단맛도 살짝 있었어요. 맛이 매우 자극적이지는 않았지만, 아주 밍숭밍숭한 건 아니었어요. 밥을 말아먹어도 충분히 맛있게 먹을 정도의 맛이었어요. 맛이 너무 자극적이지도 않았고 밍밍하지도 않은 딱 좋은 맛이었어요.
매우 맛있게 잘 먹고 밖으로 나왔어요.
"다음에 묵호 왔을 때 부흥횟집 물회 또 먹어야지."
부흥횟집의 물회는 매우 만족스러웠어요. 맛있었어요. 양도 좋았어요. 줄 서서 먹어도 좋은 식당이었어요. 제일 좋은 점은 물회는 혼밥이 가능하고, 동해시에서 유명한 식당이고 항상 사람 많은 식당이라 혼자 묵호 갔을 때 뭐 먹을지 모르겠다면 가기 매우 좋은 식당이었어요. 사람이 많아서 기다려야 하기는 하겠지만요. 그래도 믿고 가는 맛집이니까 특히 혼자 여행 갔다면 식사로 부흥횟집 가서 물회 먹는 것도 좋은 선택이에요.
만약 3,8일이라면 이때는 북평장이 열려서 묵호에 사람이 매우 적고 한산하기 때문에 부흥횟집 가기 좋은 날이에요. 대신에 부흥횟집은 매일 당일 판매할 분량의 재료만 준비하기 때문에 재료 소진되면 영업을 종료하고, 북평장날은 묵호 시장이 일찍 파장하고 식당들도 일찍 문을 닫는 편이니 3,8일에 간다면 너무 늦지 않게 가는 것이 좋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