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패스트푸드

버거킹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

좀좀이 2022. 4. 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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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마셔본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음료는 버거킹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에요.

 

봄이 왔다.

봄바람이 분다.

 

봄이 왔어요. 이제 여기저기 벚꽃이 피기 시작했어요. 서울도 벚꽃이 활짝 피었어요. 아직 밤에는 쌀쌀하지만 목련도 피고 벚꽃도 피고 봄꽃이 여기저기에서 활짝 피기 시작했어요. 길고 길었던 추위가 끝나고 따스한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있어요. 아무리 밤에 조금 쌀쌀하다고 해도 지금은 누가 뭐래도 봄이에요. 겨울이 완전히 끝났어요. 세상이 다시 새롭게 시작하고 있어요.

 

봄바람이 불어서 그런가.

 

요 며칠 사이에 도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저도 전송지를 잘못 가고 손님도 주소를 잘못 입력해서 제가 엉뚱한 곳으로 배달가는 일이 여러 차례 벌어졌어요. 아무래도 봄바람이 불어서 그런가봐요.

 

"오늘도 도보배달하러 나가야겠다."

 

전날 새벽 5시 넘어서 잠들었어요. 완전히 푹 골아떨어졌어요. 눈 떠보니 오후 4시가 넘어 있었어요. 아침 10시쯤 일어난 줄 알았는데 몇 시인지 확인해보고 깜짝 놀랐어요. 정신 못 차리고 잤어요.

 

전날 새벽에 도보 배달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후, 신발 깔창과 양말을 손빨래해서 널어놨어요. 이후 글을 쓰려고 했지만 집중이 하도 안 되어서 글 조금 쓰다 엉뚱한 짓 하다 반복하다 새벽 5시 넘어서야 잠자리로 들어갔어요. 며칠간 이렇게 새벽 5시에 자도 10시면 일어났으니 당연히 10시에 일어날 거라 생각하며 눈을 감았는데 스마트폰 알람 소리도 하나도 못 듣고 계속 자버렸어요.

 

"아, 망했네."

 

블로그에 올릴 글도 안 써놓은 상태. 이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러나 집중이 안 되었어요. 계속 딴짓하며 시간만 허비하다 글 다 쓰니 저녁 피크타임은 다 끝나고 콜이 없는 시각이 되어버렸어요.

 

"저녁이나 먹고 시작해야겠다."

 

저녁은 간단히 햄버거를 먹었어요. 한밤중이 되어서야 도보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첫 번째 배달은 별 무리 없이 잘 했어요. 두 번째 배달때였어요. 지도 보고 잘 찾아갔는데 건물 엘리베이터에 타서 습관적으로 번지수를 확인하는데 번지수가 달랐어요. 건물명을 봤어요. 건물이 제가 배달 때문에 가야 할 건물이 아니었어요. 엘리베이터는 이미 고층으로 올라가버린 상황. 다행히 더 윗층에서 엘리베이터 버튼을 안 눌렀어요. 다시 1층으로 내려와 건물에서 빠져나온 후 원래 배달가야 하는 건물인 맞은편 건물로 가서 배달을 무사히 마쳤어요.

 

"아우, 정신차려야겠다."

 

이후 긴장하며 도보 배달을 했어요. 다행히 별 일 없었어요. 그렇게 계속 도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이었어요. 이번에는 이 시각에 전혀 배달 주문이 안 올 곳으로 가는 배달이었어요. 음식을 들고 배달 장소로 갔어요. 당연히 불이 꺼져 있고 문도 잠겨 있었어요. 고객에게 전화를 해봤어요. 고객이 완전히 엉뚱한 주소로 음식 주문을 했어요. 어지간하면 조금 더 가서 갖다주는데 이건 제가 도저히 갈 거리가 아니었어요. 정확한 위치는 몰랐지만 큰 지역 들은 것으로 미루어 볼 때 20분 잡고 가야 하는 곳이었어요. 고객 말을 들어보니 회사에서 음식 배달시킬 때 주문한 주소를 집에 와서 그대로 입력한 모양이었어요. 관제센터에 어떻게 해야하냐고 물어보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은 후 어플에서 관제센터 전화번호를 찾아봤어요. 어플에 관제센터 번호가 없었어요. 그래서 어플을 뒤져보고 있는데 고객에게 다시 전화가 왔어요. 그냥 거기 두고 가라고 했어요. 그래서 어디에 놨는지 사진을 찍어서 문자를 전송했어요.

 

또 배달을 몇 건 하는 중이었어요. 이번에는 일반 다세대 주택 배달이었어요. 목적지 다세대 주택 건물까지는 쉽게 찾았어요. 그런데 계단을 올라가다가 한 층 더 올라가버렸어요. 문 앞에 놓고 문자 달라고 해서 사진 찍어서 문자로 전송한 후였어요. 뭔가 느낌이 이상했어요. 그래서 일부러 문을 두드리고 배달 왔다고 말했어요. 그러자 문이 열리며 사람이 나와서 자기는 배달시킨 적 없다고 했어요. 그래서 여기가 이 주소 맞지 않냐고 물어봤어요. 그러자 그건 한 층 아래라고 알려주셨어요. 바로 한 층 내려가서 제대로 전달했어요. 천만다행이었어요. 하마터면 오배송할 뻔 했어요. 순간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배달왔다고 큰 소리로 말하기를 정말 잘 했어요.

 

이후 콜 들어오는 것이 없어서 집으로 돌아왔어요. 자정 즈음이었어요.

 

"왜 여기가 배달 많다고 나오지?"

 

집에서 조금 먼 거리에 배달이 많다고 뜨고 있었어요. 전날도 이쪽은 심야시간까지 배달이 많다고 뜨고 있었어요. 정말 배달이 많은지 궁금했어요. 심야시간에 배달 많이 할 수 있다면 거기로 가야죠. 심야시간은 배달 자체가 별로 없는데 배달 많은 지역이라고 뜨니 한 번 가보기로 했어요.

 

배달 아르바이트 어플을 모두 켰어요. 배민커넥트에서 콜이 들어왔어요.

 

"웬일이야?"

 

요즘 배민커넥트는 콜이 매우 없어요. 그런데 그렇지 않아도 콜이 없는 심야시간에 콜이 들어왔어요.

 

"뭐지? 오늘 쿠폰이라도 뿌렸나?"

 

한 건이라도 하면 잘 했다고 할 시각인데 콜이 끊기지 않고 들어왔어요. 상당히 기이한 일이었어요. 콜이 넘쳐날 때도 심야시간에 이렇게 콜을 잘 준 적은 없었어요. 더욱이 주말도 아니고 수요일인데 AI배차가 계속 배차를 이어서 줬어요.

 

"이 요망한 것이 요 며칠 다른 거 해서 나 잡으려고 그러나?"

 

3월부터 배민커넥트 AI배차 콜이 엄청나게 줄어들었어요. 한 시간 동안 콜이 없는 건 예삿일이고 심할 때는 몇 시간 동안 콜이 단 하나도 없었어요. 배달 주문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요. 그런데 피크 시간에도 콜을 잘 안 주던 AI배차가 원래부터 콜이 매우 없는 심야시간에 콜을 몰아서 계속 줬어요. 진짜 3월부터 콜이 없어서 다른 도보 배달 아르바이트도 여러 개 하며 배민커넥트 켜놓는 시간이 급감하자 이 요망한 AI배차가 나를 잡으려고 일부러 이러나 싶었어요. 배민커넥트는 단건배달이라서 다른 도보 배달 아르바이트 할 때는 무조건 꺼놔야 하거든요.

 

그렇게 배민커넥트로부터 콜을 받으며 배달하던 중이었어요. 이번에는 번지수와 호수만 적혀 있는 배달이었어요. 번지수대로 갔어요. 배달가야 하는 곳은 고층인데 정작 번지수에 있는 건물은 저층이었어요. 배달 음식 전달해주러 가야 할 층이 없는 건물이었어요.

 

"뭐야?"

 

전화를 걸었어요. 이번에는 고객이 번지를 잘못 적었어요. 이건 다행히 바로 근처에 있는 곳이었어요. 그래서 고객이 알려준 주소로 찾아가서 음식을 전달해줬어요.

 

봄바람 때문인가 보다.

 

배민커넥트로 도보 배달 아르바이트하는데 제가 잘못 간 게 2번, 고객이 주소 잘못 기입해서 제가 엉뚱한 곳으로 간 게 2번이었어요. 요 근래에 주소 잘못 기입한 분들이 엄청 늘어났어요. 봄바람 불어서 그런 거일 거에요.

 

배달 주소 찍을 때 신중하게 찍으세요!

배달 주소 입력할 때 건물명 쓸 수 있으면 꼭 쓰세요!

 

번지수 잘못 기입된 일은 상당히 많아요. 이건 고객 실수일 때도 있지만, 번지수 자체가 이상하게 되어 있는 경우도 있어요. 한 건물인데 번지수가 2개인 경우도 있고, 번지수와 건물 모두 구분이 되어 있기는 하나 실제 거주자들이 같은 번지수 쓰고 A동 B동으로 분류하는 경우도 있어요. 만약 고객이 주소 잘못 기입해서 배달원이 주소대로 배달하고 가서 음식 못 받으면 고객 귀책사유에요. 가까운 거리라면 통화 후 가져다줄 수 있지만 먼 거리라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요. 번지수가 틀려도 건물명이 있으면 건물명 보고 가지만, 번지수만 덜렁 썼는데 번지수가 틀려버리면 배달하는 사람이 맞게 찾아갈 방법이 아예 없어요. 이날 마지막 경우도 건물 보자마자 주소 보고 찾아간 건물에 제가 배달 때문에 올라가야 할 층이 없었기에 고객이 주소 잘못 적은 걸 알 수 있는 거라 문제가 없었지, 만약 고객이 기입한 주소의 건물도 제가 올라가야 할 층이 있었다면 100% 고객 귀책사유로 음식이 엉뚱한 곳으로 갔을 거에요. 그러니 배달 주소 입력할 때 신중하게 입력하고, 건물명 쓸 수 있으면 꼭 쓰세요.

 

"심야시간 배달 배지 다 채웠다."

 

'야행성 라이더' 배지를 하나 더 모았어요. 수요일 배달 10건 채우면 받는 '수요일에 만나요' 배지는 1개만 더 배달하면 되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배달 한 건 더 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시각이었어요. 배민커넥트는 도보 배달 아르바이트는 새벽 2시면 끝나요. 현재 시스템상 새벽 2시 이후로는 배차가 아예 안 되요. 그런데 2시까지 멀지 않았어요. 이때가 되면 도보 배달에게 배차가 들어올 확률이 0%라고 보면 되요. 정말 아주 가끔 받아봤지만 보통 새벽 1시 넘어가면 배차 안 들어와요.

 

"딱 한 건만 더 하면 되는데..."

 

평상시라면 당연히 집에 들어갔을 시각이었지만 1건만 더 하면 '수요일에 만나요' 배지 하나 더 받을 수 있었어요.

 

'가끔 이 시각에 콜 들어오는 가게 근처로 가볼까?'

 

아주 야심한 시각에 아주 가끔 도보 콜 들어오는 가게가 몇 곳 있었어요. 그 가게들 직선거리에서 중간 즈음에서 기다려보기로 했어요. 운이 좋으면 한 건 더 받아서 해서 배지 하나 더 받을 거고, 그저 보통 정도의 운이어도 시간만 날릴 거였어요.

 

그나마 콜을 받을 확률이 조금 높은 곳으로 갔어요. 순간 배민커넥트 화면 상단에 주황색 긴 직사각형 막대기가 뜨며 진동이 울렸어요. 콜이 들어왔어요. 이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잡았어요. 웬만하면 주류 배달은 안 하는데 주류 배달이라도 받아야할 시각이었어요. 그런데 주류 배달이 아니었어요. 배달도 쉬운 것이었어요.

 

그렇게 수요일에 10콜을 채웠어요. 배민커넥트 수요일에 만나요 배지를 1개 획득했어요.

 

"뭐라도 사서 마실까?"

 

기분좋게 집으로 돌아가면 되었어요. 그러나 뭐라도 아무 거나 사서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정말 오랜만에 도보 배달을 밤에 시작해서 10건 했어요. 별 거 아니지만 배민커넥트 배지도 2개 획득했어요. 딱히 기념할 만한 거리라고 할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횡재한 날이니 기념하고 싶었어요. 소소하게 커피 한 잔 사서 마시며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버거킹 가야겠다."

 

24시간 영업하는 버거킹으로 갔어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를 한 잔 주문했어요.

 

버거킹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는 이렇게 생겼어요.

 

 

이날 배민커넥트 인증샷도 찍었어요.

 

 

이날 총 10건 배달했어요. 운행거리는 3.2km였어요. 실제 걸어다닌 거리는 이것보다 훨씬 더 많았어요.

 

 

"커피 한 잔 정도는 괜찮잖아?"

 

열심히 도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사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이었어요.

 

버거킹 홈페이지에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대해 '자연을 담은 버거킹 RA인증커피'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버거킹 매장에서 나와서 밖에서 버거킹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를 홀짝이기 시작했어요.

 

"이건 산미가 있기는 한데 없는 거 같기도 하네."

 

버거킹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는 산미가 있었어요. 신맛이 혀를 자극했어요. 그런데 산미가 꾸준히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산미는 처음에만 자극적으로 느껴지고 금방 사라져버렸어요. 산미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커피가 입 안으로 들어온 순간에만 강렬하고 그 다음부터 빠르게 산미가 안 느껴져갔어요. 산미가 첫맛에 느껴지니까 산미가 있기는 한데 그 처음만 지나가면 산미가 급격히 약해졌기 때문에 산미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었어요. 처음 느끼는 산미는 쓴맛이 자극하는 거라고 착각할 수도 있는 맛이었어요.

 

버거킹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는 구수하고 고소했어요. 쓴맛도 조금 강한 편이었어요. 쓴맛이 아주 강하지는 않았고, 안 쓰다고 하기에는 쓴맛이 날카로웠어요. 구수하고 고소한 향과 쓴맛의 조화는 곡물을 까맣게 태운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커피의 쓴맛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잘 느껴졌어요. 구수하고 고소한 향도 마찬가지였어요. 마시는 내내 이 느낌은 계속 이어졌어요.

 

버거킹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의 구수하고 고소한 향은 곡물의 향이었어요. 그리고 다 마시고 나면 묘하게 곡물의 달콤한 향이 조금 느껴졌어요.

 

"여기에 조청이나 식혜 섞으면 어떨 건가?"

 

버거킹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는 설탕, 시럽이 어울릴 맛은 아니었어요. 설탕, 시럽보다는 곡물 특유의 포근한 단맛이 있는 식혜, 조청과 통하는 무언가가 있었어요. 왠지 조청, 식혜 같은 것을 섞으면 커피의 구수한 향과 고소한 향과 조화를 이루면서 맛을 증폭시켜줄 것 같았어요. 직접 해보지는 않았지만 왠지 이러면 상당히 맛있는 무언가가 탄생할 것 같았어요.

 

"잘 마셨다."

 

버거킹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를 깔끔하게 잘 마셨어요. 밤에 벚꽃 보며 가벼운 마음으로 한 잔 사서 마시기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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