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가본 막국수 맛집은 강원도 춘천시 남춘천역 춘천경찰서 근처에 있는 별당막국수에요.
"가볍게 다른 지역 다녀올 만한 곳 없나?"
봄이 찾아오자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싶었어요. 서울 안을 돌아다니는 것도 재미있지만 가벼운 여행 기분을 내기 위해 서울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졌어요. 서울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가니까요. '서울'이라는 곳으로 한정하면 제가 사는 곳에서 걸어서 갈 수도 있어요. 도봉산역은 서울이에요. 도봉산역까지는 운동 삼아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요. 물론 보통 제가 서울 간다고 하면 도봉산을 가는 게 아니라 최소한 대학로, 동대문, 종로를 의미하지만요.
서울 말고 다른 지역을 당일치기 여행으로 갔다오기로 했어요.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했어요. 지하철로 갈 수 있는 곳은 서쪽으로는 인천, 남쪽으로는 천안, 동쪽으로는 춘천까지 가능했어요. 인천은 전에 친구 올라왔을 때 한 번 다녀왔어요. 인천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 가고 싶지 않았어요. 그러면 남쪽 천안, 동쪽 춘천 중 한 곳을 골라야 했어요.
"오랜만에 춘천 한 번 놀러갈까?"
의정부에서 천안은 지하철로 가려면 진짜 오래 걸려요. 의정부에서 지하철을 타고 청량리로 가서 청량리에서 전철을 환승해서 한참 남쪽으로 내려가야 해요. 천안까지는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천안에 도착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천안 가서 돌아다니려면 천안역에서 내린 후 또 한참 이동해야 했어요. 게다가 천안은 이것저것 막 먹으러 가는 건데 저 혼자 가면 기껏해야 순대국밥에 호도과자가 끝이었어요. 누군가와 같이 간다면 긴 이동시간 동안 떠들며 가니까 지루하지 않고 먹는 것도 호도과자 같은 것은 하나 사서 나눠먹으면 되니까 괜찮아요. 그러나 혼자 가면 힘들어요.
그에 비해 춘천은 천안만큼 오래 걸리지는 않았어요. 적당히 춘천역과 남춘천역 사이에서 놀다 오면 춘천 내에서 이동 시간도 얼마 안 걸려요. 먹을 것도 여러 가지 있구요.
집에서 나와서 지하철을 타고 청량리역으로 갔어요. 청량리역에서 경춘선 전철을 탔어요.
"춘천은 막국수지."
강원도 춘천시 대표 음식은 닭갈비와 막국수에요. 이 중 서울에서 먹는 맛과 엄청나게 달라서 반드시 춘천에서 먹어야 하는 음식은 막국수에요. 막국수는 서울 막국수 맛과 춘천 막국수 맛이 크게 달라요. 그래서 춘천 가면 반드시 막국수를 먹고 와야 해요. 서울에서도 막국수를 파는 식당들이 있지만, 서울 막국수와 춘천 막국수는 완전히 다른 음식이라 해도 될 정도로 맛 차이가 상당히 크거든요.
"춘천 사는 지인한테 물어봐야겠다."
춘천에서 막국수를 먹으려면 막국수 전문점을 가야 해요. 막국수와 닭갈비를 같이 먹는 것은 매우 추천하지 않아요. 개인적으로 서울 막국수와 춘천 막국수 맛이 아주 크게 달라진 결정적 이유가 서울에서는 닭갈비와 막국수를 같이 먹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거라 추측하고 있어요. 닭갈비 맛이 강하니까 막국수도 그에 맞춰서 맛을 자극적으로 만들어야 하거든요.
춘천 사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막국수 맛집을 물어봤어요.
"춘천 어느 쪽 가세요?"
"적당히 춘천역이랑 남춘천역 사이에서 놀려구요."
"그러면 춘천경찰서 쪽 별당막국수가 유명해요."
춘천 사는 지인은 남춘천역 근처에서는 별당막국수가 유명하다고 했어요. 그래서 별당막국수로 가기로 했어요.
"가면 총떡도 먹어야지."
춘천에 있는 막국수 전문점 가면 총떡, 메밀전 같은 것도 같이 팔아요. 막국수 한 그릇만 먹으면 아쉬우니까 총떡도 같이 먹기로 했어요. 총떡은 강원도 전통 음식이에요. 춘천 가면 점심에는 막국수 전문점 가서 막국수에 메밀 음식 먹고 저녁에는 닭갈비 구워먹는 게 아주 교과서적인 방법이에요. 물론 저는 닭갈비는 구워먹지 않고 돌아올 예정이었지만요.
남춘천역에 도착했어요. 춘천경찰서 쪽으로 갔어요. 춘천경찰서를 지나서 별당막국수로 갔어요.
예전에 춘천 와서 막국수를 먹었을 때는 전철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인 부안막국수를 갔어요. 별당막국수는 남춘천역에서 멀지 않고 남춘천역에서 춘천 번화가인 명동, 육림고개, 춘천낭만시장 가는 길에 있어요.
별당 막국수 안으로 들어갔어요.
메뉴를 봤어요.
야채비빔막국수와 메밀전병(촌떡)을 주문하려고 했어요.
"촌떡은 준비해놓은 거 다 떨어졌어요."
"예?"
점심 시간 조금 지나서 갔는데 촌떡은 이미 다 떨어져버렸다고 했어요.
"그러면 촌떡이랑 비슷한 거 뭐 있어요?"
"메밀전 드세요. 메밀전도 맛있어요."
"그러면 메밀전 주세요."
야채비빔막국수와 메밀전을 주문했어요. 메밀전도 강원도 전통 음식이니 괜찮았어요.
춘천 막국수 전문점은 면수가 나와요. 면수는 구수했어요. 속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맛이었어요.
"설탕 조금 넣어서 먹을까?"
춘천 사람들은 면수에 간장을 조금 넣어서 간을 맞춰서 마셔요. 저도 전에 춘천 와서 막국수 먹을 때 면수에 간장을 넣어서 마셨어요. 이번에는 설탕을 넣어서 마셔보기로 했어요.
"와, 맛있어!"
면수에 설탕을 넣어서 마시자 너무 좋았어요. 따스한 식혜맛이 났어요. 아주 쭉쭉 잘 넘어갔어요. 이거만 1.5리터 패트병으로 사가고 싶었어요.
면수를 계속 홀짝홀짝 마셨어요. 너무 좋았어요.
메밀전이 나왔어요.
"이건 간장도 부담스러운 맛인데?"
메밀전은 신김치와 파를 넣고 만들었어요. 배추가 그냥 배추가 아니라 신김치였어요. 그래서 이미 간이 어느 정도 다 맞춰져 있었어요. 그냥 먹자 부드러우면서 수줍음 많은 신맛과 짠맛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숨기를 반복했어요. 귀여운 맛이었어요. 전체적으로 은은한 맛이었고, 고소했어요.
메밀전 맛은 섬세하고 아주 귀여운 맛이었어요. 그런데 여기에 간장을 찍어 먹으면 간장을 아주 살짝 찍어도 간장맛이 엄청나게 튀었어요. 부드러운 조화가 간장맛 때문에 다 깨져버렸어요. 간장 한 번 찍고 먹었다가 맛 균형이 무너지는 걸 느끼고 그 이후부터는 계속 그냥 먹었어요. 간장 안 찍어도 신김치에 간이 되어 있고 신김치는 조각마다 다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싱겁지 않았어요.
"이거 간식으로 먹어도 맛있겠다."
한 장 둘둘 말아서 간식으로 먹어도 맛있을 맛이었어요.
이제 야채비빔막국수가 나왔어요.
별당막국수에서 야채비빔막국수와 일반 막국수의 차이는 먹는 방법의 차이에요. 춘천에서 물막국수와 비빔막국수의 경계는 딱히 안 정해져 있어요. 처음에는 비벼먹다가 면수 붓고 물막국수로 만들어서 먹기도 하고, 처음부터 면수 부어서 물막국수로 먹기도 하고, 면수 적당히 부어서 비빔막국수와 물막국수 중 애매한 위치에 있는 막국수로 만들어먹기도 해요. 이건 취향대로 하면 되요. 그러나 야채비빔막국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빔막국수로 먹게 되어 있는 음식이었어요.
"역시 춘천은 막국수야!"
야채비빔막국수는 자극적이지 않았어요. 슴슴하지만 맛이 다채롭지 않은 건 아니었어요. 야채비빔막국수도 부드럽고 섬세한 맛이었어요. 부안막국수에 비해 맛이 약한 편이었어요. 아주 술술 잘 넘어갔어요. 화려하게 봄꽃이 만발한 봄철의 색 같은 맛이었어요. 맛이 다채롭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맛이 강하지 않고 부드럽고 섬세하고 슴슴하기 때문에 자극적인 것을 먹으며 먹기에는 안 맞았고 혀가 아직 다른 맛으로 자극당하지 않은 상태에서 막국수만 먹어야 맛있는 맛이었어요.
메밀전과 야채비빔막국수는 매우 잘 어울렸어요. 둘 다 맛이 강하지 않아서 둘을 같이 먹는 것은 매우 좋았어요.
"여기 또 와야지."
별당막국수는 남춘천역에서 춘천역 가는 길에 있기 때문에 춘천 와서 놀다 갈 때 춘천 도착해서 첫 끼로 먹기 좋았어요. 춘천 당일치기 여행 갈 때 춘천 외곽으로 나가지 않고 춘천 시내에서 놀 거라면 남춘천역에서 시작해서 춘천역으로 끝내는 게 좋아요. 남춘천역에서 내려서 별당막국수에서 막국수에 메밀전이나 촌떡 시켜서 점심 먹고 슬슬 걸으며 놀며 명동, 춘천낭만시장, 육림고개 가서 거기에서 놀고 그쪽에서 닭갈비나 다른 것으로 저녁 먹고 춘천역까지 슬슬 걸어가서 춘천역에서 전철이나 기차 타고 돌아오면 딱이에요.
역시 춘천 가면 닭갈비는 포기하더라도 막국수 만큼은 반드시 먹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