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주식계좌 지독한 연애 16화 - 방 정리 대신 증권 계좌 정리

"이제 계좌 드디어 풀리겠네."

 

대망의 2022년 1월 20일이 되었어요. 2022년 1월 20일은 제 신한증권 계좌에 매우 중요한 의의가 있는 날이었어요. 해외주식용 계좌가 단기간 다수 계좌 개설 제한에서 풀려서 해외주식용 계좌에 있는 돈을 이체할 수 있게 되는 날이었어요. 신한금융투자에 증권계좌 2개 개설했는데 대체 왜 단기간 다수 계좌 개설에 걸렸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어쨌든 이 제한이 풀리는 날이었어요.

 

"너 나한테 준 선물 빼앗아서 누구한테 주려는 거야?"

"응? 무슨 말이야?"

"너 지금 다른 년한테 주려고 돈 빼는 거 아냐?"

"아니야. 방 좀 정리하자!"

"아니, 나는 너 못 믿어."

 

신한증권 계좌 중 해외주식용 계좌에 있는 돈을 다른 증권사 계좌나 다른 은행 계좌로 이체하겠다는 것이 아니었어요. 신한증권 계좌 중 해외주식용 계좌에 있는 돈을 국내채권용 계좌로 옮기겠다는 것이었어요. 같은 신한증권 계좌간 이동이었어요. 신한금융투자에 집어넣은 돈을 다른 증권사나 은행으로 이체할 계획은 전혀 없어요. 50만원 과금한 캐릭터로 계속 키울 거에요. 환불해달라고 할 생각 없어요. 50만원 과금한 것과 공돈 모으는 걸로 계속 키워나갈 거에요.

 

"돈 옮겨야지."

 

해외주식용 계좌에 돈을 넣어놓을 이유가 없었어요. 해외주식을 더 투자할 생각이 없었어요. 해외주식 중 미국 지수 ETF 매수할 돈이 안 되었어요. 나중에 돈이 모이면 그때 해외주식을 더 매수할 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니었어요. 돈을 RP나 굴리면서 놀릴 거라면 한국채권용 계좌로 옮겨서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좋았어요. 50만원 과금 캐릭터라고 해서 50만원을 한 번에 다 쓸 필요는 없어요. 천천히 아이템 구매해가도 되요. 캐쉬 충전만 해놓고 쓰는 거야 쓰고 싶을 때 쓰면 되요.

 

"안 돼! 옮기지 마! 빼앗아가지 마!"

 

신한증권 계좌가 두 팔을 벌리고 제 앞을 가로막았어요.

 

"너 돈 빼가는 거 아니라구!"

 

 

신한금융투자 해외주식용 계좌에 있던 원화 RP를 매도했어요. 계좌로 56014원이 입금되었어요.

 

"이거 이제 이체해야겠다."

 

신한금융투자 해외주식용 계좌에서 한국채권용 계좌로 56014원 이체를 시도했어요. '내 계좌'를 선택하고 넘어가려고 할 때 단기간 다수 계좌 문구가 나오지 않았어요.

 

"이제 순순히 이체되나보네."

 

"아니, 나는 절대 못 놔줘. 너를 보낼 수 없어. 우리 사랑 영원하기로 약속했잖아!"

"야, 이 미친...이 방에서 저 방으로 옮기는 게 무슨 사랑이 변하는 거야!"

"안 돼! 너는 여기 있어야 해!"

 

신한증권 계좌가 자리에 주저앉아서 엉엉 울었어요.

 

고객님은 모바일 OTP가 없어서 이체 불가능하십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다른 계좌로 보내는 것도 아니고 제 신한증권 계좌간 이체인데 이번에는 모바일 OTP가 없다고 이체할 수 없다는 메세지가 나왔어요. 단기간 다수 계좌 문제가 해결되자 이번에는 모바일 OTP 문제가 걸렸어요.

 

"신한 대체 왜 이래!"

 

그렇지 않아도 새벽에 은행과 증권사에 주소지 수정할 때 신한은행만 개인정보 수정 메뉴를 이상한 곳에 숨겨놔서 찾는 데에 한참 걸렸어요. 신한금융지주는 어떻게 하면 사람 열받게 할까 엄청나게 연구하는 모양이에요. 저는 신한금융지주에 그 어떤 악감정도 없어요. 오히려 신한금융지주를 좋아해요. 그러니까 처음 이 현실 금융 메타버스 게임을 시작할 때 신한금융투자 계좌는 50만원 과금 캐릭터로 설정했죠. 만약 신한금융지주에 악감정이 있었다면 신한금융투자 계좌를 공돈만 받아먹고 텅 빈 깡통계좌로 만들어버렸을 거에요. 그런데 신한금융지주는 혜택도 잘 주지만 그것의 몇 배로 사람 열받게 하는 게 있었어요. 평소에는 '우리 사랑 영원히, 예쁜 사랑 해요' 이러다가 개인정보 변경 같은 정말 사소한 거 하나 하려고 하면 그때 갑자기 칼 들고 앞을 가로막으며 미저리 모드로 변신했어요.

 

"모바일 OTP 발급받아야겠네."

 

모바일 OTP를 발급받아야 했어요. 아주 사람 귀찮게 하는 데에 뭔가 있었어요. 한투 계좌, 키움 계좌를 사용할 때는 이런 일이 없었어요. KB 계좌도 마찬가지였어요.

 

모바일 OTP 발급은 간단했어요. 신분증 촬영이 최대 난관이었어요. 신분증 촬영은 한 번에 잘 되는 일이 없어요. 이것은 신한금융투자 뿐만 아니라 다른 곳들도 마찬가지에요. 비대면 계좌 개설할 때 신분증 촬영이 제일 어려워요. 한 번에 잘 통과하는 일이 없어요. 다른 과정은 다 쉬운데 신분증 촬영만큼은 사람을 종종 애먹여요. 다행히 신분증 촬영 단계도 수월하게 넘어갔어요.

 

모바일 OTP를 발급받았어요. 이제 해외주식용 계좌에 있던 돈을 국내주식용 계좌로 돈을 이체했어요.

 

 

"드디어 되었네!"

 

해외주식용 계좌에 있던 56014원이 한국채권용 계좌로 이체되었어요.

 

 

'잠깐만, 모바일 OTP 발급받았으면 해외주식용 계좌에 있는 채권도 한국채권용 계좌로 옮길 수 있지 않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모바일 OTP가 있으면 해외주식용 계좌에 있는 채권을 한국채권용 계좌로 옮길 수 있었어요. 해외주식용 계좌에 있는 한국 채권은 항상 영 못 마땅했어요. 만기가 6월말까지라서 올해 6월까지 기다리면 알아서 해결될 문제라 가만히 방치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볼 때마다 계좌 특성에 맞지 않는 것이 들어가 있어서 개밥의 도토리 같은 존재였어요. 채권이 들어 있어서 해외주식용 계좌 수익률은 항상 왜곡되어서 나오고 있었어요.

 

"야, 너 또 뭐 빼앗아가려고!"

"방 정리 좀 하는 거 뿐이야!"

"너 이렇게 다 빼앗아갈 거지? KB 계좌한테 다 줄 거잖아. 왜 나 버리려고 하는데!"

 

신한 계좌가 바짓가랑이를 잡고 엉엉 울었어요.

 

"내가 앞으로 더 잘 할께. 응? 그러니까 나 버리지 마. 내가 모두 다 잘못했어."

"아, 그런 거 아니라니까! 야, 집 좀 정리하자!"

 

신한증권 계좌 중 해외주식용 계좌에 있는 한국 회사채를 한국채권 투자용 계좌로 옮겼어요. 당연히 잘 되었어요. 수수료도 없었어요. 저의 신한증권 계좌끼리의 이동이었기 때문에 수수료가 나올 리 없었어요.

 

 

해외주식용 계좌에 있던 채권을 한국채권용 계좌로 출고하자 해외주식용 계좌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어요.

 

 

이 처참하고 참담한 상황을 보라.

 

해외주식용 계좌 수익률은 -5.27%였어요. 참담했어요. 제 돈이 미국과 일본에서 삭제되고 있었어요. 한국 회사채 평가차익은 328원. 회사채 투자로 막을 수준이 아니었어요. 해외주식 투자 손실은 벌써 17688원이었어요.

 

'아직은 공돈에서만 까이고 있으니까...'

 

신한금융투자에 집어넣은 돈은 50만원. 나머지는 전부 공돈이에요. 아직은 공돈만 까여나가고 있었어요. 신한금융투자 계좌에는 매일 돈을 입금하고 있어요. 신한플러스 및 신한플레이 앱테크로 번 돈을 계속 집어넣고 있어요. 비록 하루에 몇십원 수준이기는 하지만 계속 돈을 넣고 돈을 모아가고 있어요. 그런데 계좌 잔고는 갈 수록 뒤로 가고 있었어요.

 

"제 까짓 게 떨어져봤자지."

 

그러기를 바랬어요.

 

 

한국채권용 계좌로 이체한 돈은 RP에 투자했어요. 당장 회사채를 매수할 틈이 없었어요. 장내 채권시장을 대충 훑어봤어요. 괜찮은 채권이 안 보였어요. 이러면 RP 투자였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이었어요.

 

신한금융투자 수시 RP에 투자하면 연리 1.10% 이자를 받아요. 투자 기간에 따라 바로 이자가 지급되요. 주식 계좌에 들어 있는 돈 중 당장 어디 투자할 생각이 없다면 RP에 투자하는 것이 좋아요. 증권 계좌에 돈을 가만히 놔두면 시중 제1금융권 일반 수시입출금 통장과 마찬가지로 3개월에 한 번씩 연리 0.1% 수준으로 예탁금 이용료가 나와요. 그럴 바에는 차라리 RP 매수해서 RP 이자를 받아먹는 것이 훨씬 이득이에요. 1.10% 대 0.1%면 11배 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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