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반려 증권계좌 지독한 연애

반려 증권계좌 지독한 연애 7화 - 몽유병 속성 추가 캐릭터였냐

좀좀이 2022. 1. 12.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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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렇게 모으면 부자되는 거야?"

"뭐...한 10년 하면?"

 

KB증권계좌가 해맑은 표정으로 저를 보며 물어봤어요.

 

"우리 언제 아파트 살 수 있어?"

"뭐? 아파트으?"

"응!"

 

이건 진지하게 물어보니 뭐라고 하지를 못 하겠다.

 

경험치를 10원 20원 먹으면서 꿈에 부풀어 있는 KB증권 계좌. 아파트라...이건 게임이니까 이걸로 진짜 아파트를 사는 것은 불가능해요. 오케이캐쉬백 오!또 1등 당첨 포인트가 천만 포인트에요. 서울 아파트가 10억이니까 오!또 1등 당첨 100번만 되면 되요. 이론상으로요. 당연히 저거 한 방에 현금화도 못 해요. 금액상으로 그렇다는 소리에요. 너무 진지하게 들으면 곤란해요.

 

아파트라...이 게임상에서 아파트라면 IVV, VOO, SPY 같은 거 아닐까?

 

게임이니 게임에 맞게 치환해야죠. 미국 S&P500 지수 추종 ETF 중 제일 유명한 3대장은 IVV, VOO, SPY 에요. 이 중 VOO는 저렴한 편이에요. SPY가 50만원이 넘어요. 대충 50만원이라고 하면 매일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제 계좌에 100원씩 경험치를 먹이면 5000일 정도 걸려서 SPY를 1주 매수할 수 있어요. 이러면 이 현실 금융 메타버스 게임에서 드디어 아파트 매입했다고 좋아할 수 있을 거에요. 5000일이면 약 13년. 부동산 폭등 이전에 현실에서 아파트 한 채 사기 위해 걸리는 시간과 비슷해요.

 

증권 계좌에 SPY 딱 박혀 있으면 나름 미국과 운명을 함께 하는 증권계좌에요. 어디 가서 자랑할 정도는 아니지만 현명한 투자자, 모범적인 배팅이에요. 저기까지 가려면 아주 까마득히 멀었어요. 갈 수 있을지나 모르겠어요. 5000일 동안 이렇게 매일 깔짝깔짝 공돈을 꾸준히 벌 수 있을지 전혀 모르겠어요. 5000일 이후에도 여러 앱테크로 공돈을 벌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그리고 그동안 SPY 주가는 가만히 있겠어요.

 

그렇다. SPY는 강남 아파트라고 하자.

 

5000일. 상상만 해도 숨이 막혀요. 5000일은 너무했어요. 5000일은 고사하고 어쩌면 365일도 채 못 가서 나가떨어질 수도 있어요. 하다가 짜증나서 채권 만기될 때까지 방치하고 만기상환 받는 족족 돈을 빼버릴 수도 있고, 또는 너무 답답해서 과감히 현질 질러버릴 수도 있어요. 5000일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하면 이건 맨정신으로 못 버텨요. 5000일 동안 오직 SPY 1주 바라보고 달린다고 할 바에야 그냥 바로 제 계좌에서 KB증권계좌로 돈 이체해서 시원하게 질러버리고 말죠.

 

단계를 조금 더 세분화하자.

 

SPY는 강남 아파트라고 하자구요. 그 아래에 많은 집들이 있어요. 서울 전역이 다 강남은 아니잖아요. 강북도 있고, 강남 3구라고 해도 거기가 전부 고급 아파트만 있는 동네는 아니에요. 집값은 비싸지만 빌라도 있고 원룸도 있고 고시원도 있어요. 서울 외에 서울 근교 위성도시도 있고, 아주 오지 깡촌 같은 곳에도 아파트는 있어요. 자가 거주도 있지만 전세, 월세도 있어요. 그러니까 단계 세분화를 더 해도 되요. 그래야 게임 같죠.

 

포트폴리오에 박아놓을 아파트 같은 존재는 당연히 미국 종합주가지수 추종 ETF에요. 대한민국 전국민이 다 아는 부동산계의 비트코인 강남 대치 은마아파트는 SPY, IVV, VOO 같은 거라고 하죠. 미국 종합주가지수 추종 ETF는 종류가 꽤 다양해요.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다양해요. 순정 미국제 ETF도 있고, 변종 한국제 ETF도 있어요. 순정 미국제 S&P500 ETF도 종류가 다양한 만큼 가격이 다양해요. SPY, IVV, VOO가 아니더라도 S&P500 ETF를 매수할 수 있어요.

 

세부 레벨과 각종 캐쉬템은 해가면서 차차 만들어가면 되요. 그깟 거 뭐가 어렵겠어요. KB증권계좌는 SPY를 매수하는 그날을 간절히 기대하고 있었지만 그런 날이 올 거라는 믿음은 전혀 안 생겼어요. KB증권계좌 육성과 연애는 정말 순수하게 100% 공돈만으로 키워갈 거니까요. 안 그러면 원래 쓰던 계좌 계속 굴리지 않고 새로 게임 삼아서 계좌 키우는 재미가 없잖아요.

 

2021년 1월 10일 아침이 되었어요.

 

"포인트 다 KB계좌에 입금해야겠다."

 

주말에 모은 포인트를 모두 현금화해서 KB증권계좌로 입금했어요. KB증권계좌 잔고는 29,992원이 되었어요. 3만원이 코앞이었어요.

 

 

3만원 돌파 확정!

 

3만원까지 8원이 부족했어요. 29992원. 8원만 구해오며 되었어요.

 

나 아직 리브메이트 오늘의 퀴즈 안 했다.

 

8원 부족한 것은 리브메이트 오늘의 퀴즈 맞추고 그 포인트를 바로 전송하면 다 채울 거였어요. 오늘은 리브메이트 퀴즈를 스스로 막 풀지 않고 아는 문제라도 돌다리도 한 번 더 두드려보는 자세로 세심하게 인터넷 검색해서 정답을 정확히 찍기로 했어요.

 

 

리브메이트 오늘의 퀴즈는 매우 쉬웠어요.

 

내가 한때 학원 사회강사였는데!

 

이걸 인터넷 검색해서 맞추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어요. 한때 학원 사회 강사였는데 이걸 못 맞추겠어요. 문제 보자마자 바로 맞췄어요. 상금으로 10p를 받았어요. 10p를 받자마자 바로 KB증권계좌로 송금했어요.

 

 

"3만 돌파다!"

 

드디어 KB증권 계좌 자산 평가 금액이 3만원이 넘었어요. 감개무량했어요. 순수하게 공돈만으로 3만원 돌파했어요.

 

혹자는 전에 받은 5천원을 집어넣었으니 25000원이라 봐야 한다고 트집잡고 우길 수 있어요. 그런데 내가 이걸 2021년 12월에 시작했으면 국내주식 투자지원금만 5천원이 아니라 1만원 받았어요. 스마트폰이 갤럭시노트5라 소수점 투자 쿠폰 못 받고 날렸는데, 만약 그거까지 받았다면 오히려 15,000원으로 1만원 더 많아서 지금 4만원 돌파했을 거에요. 원래 4만원, 못 해도 35000원 돌파해야 정상인데 참 기구한 계좌라서 이제야 3만원 돌파했어요.

 

"3만원이면 캐쉬템 괜찮은 것들 선택 가능하잖아!"

 

3만원이면 좋은 캐쉬템 구입이 가능해요. 한국은 코스피 종합주가지수를 추종하는 ETF인 KODEX 코스피 ETF를 매수할 수 있어요. 일본은 닛케이 ETF를 매수할 수 있어요. 미국도 S&P500 ETF 중 가장 저렴한 SFY를 매수할 수 있어요. 셋 다 매수하지는 못 하고 하나만 매수할 수 있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에요.

 

당장은 매수할 수 없었어요. 3만원을 현금으로 그대로 다 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부 채권에 들어가 있었어요. 채권은 매수할 때도 자유가 아니지만 매도하기는 더 어려워요. 주식은 매수호가라도 있지, 채권은 매수호가가 아예 없는 것들도 허다해요. 아예 매수호가, 매도호가 둘 다 주문이 없는 것이 대부분이구요. 그래도 마음만 먹는다면 7월쯤에는 매수할 수 있을 거에요. 채권 갖고 있는 것들 대부분 7월 이전에 만기상환이었고, 그 사이에 또 얼마 모을 거니까요.

 

"우리 한국 집도 살 수 있고 일본 집도 살 수 있어!"

"와, 정말?"

"응! 막 좋지는 않아도 우리 마음만 먹으면 바로 입주 가능이야!"

"한국? 일본? 어디가 좋지? 막 쓰러져가는 오두막 아니지?"

"아니야, 어디 가서 집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야!"

"우리 빨리 더 모으자!"

 

7월에 채권을 싹 다 정리하고 ETF를 1주 매수할지 모르겠어요. 그건 그때 가봐야 알아요. 6월쯤 되면 미국 금리 인상 이슈 같은 커다란 악재들의 방향이 나올 거에요. 한국의 미친 초거대 IPO 연쇄도 그때쯤 가면 어떻게 정리가 되지 않을까 싶구요.

 

그래도 살 수 있다는 게 어디에요. KB증권계좌와 두 손을 꼭 잡고 활짝 웃었어요. 3만원을 이렇게 빨리 돌파하다니 신기했어요.

 

"KODEX200도 보인다!"

 

한국 종합주가지수 ETF의 대표 KODEX200. KODEX200 ETF를 매수할 수 있는 레벨까지 올라가면 이 게임 속에서 한국 집 마련 능력 달성. 아파트도 브랜드가 있는 것처럼 한국 종합주가지수 ETF도 여러 브랜드가 있어요. 가격은 대동소이해요. 한국 종합주가지수 ETF를 브랜드별로 모아가는 루트로 가는 방법도 있어요. 그러나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 당연히 미국제가 최고니까요.

 

"KB증권 이벤트 하네?"

 

 

KB able 발행어음 이벤트가 있었어요.

 

"KB증권계좌를 게임 캐릭터로 키우는 용도가 아니었으면 이거 하는 건데..."

 

KB증권이 KB able 발행어음을 6개월물이 연 2.8%, 12개월물이 연 3.2%에 판매하는 이벤트였어요. 최저 매수금액도 높지 않았어요. 100만원부터였어요.

 

당장 2월부터 제1금융권 정기예금 금리가 2.8% 줄 리 없잖아.

그 이전에 6개월짜리 정기예금은 존재 자체도 별로 없고 이율이 형편없어.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아무리 1월에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고 해봤자 한 번에 1% 올리지는 못해요. 2022년 1월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1%에요. 그러니까 아무리 올려봤자 -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아주 다 죽어보라고 확 올려봤자 0.5%일 건데 이렇게 올리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요. 장사도 못 하게 하고 금리까지 한 방에 폭등시키면 자영업자들 다 지금 당장 목 매달고 죽으라는 소리인데요. 그러니 6개월물 연 2.8%는 상당히 매력적인 조건이었어요.

 

"와, 저거 조금만 일찍 나왔으면 신한계좌랑 이 계좌의 운명이 바뀌었겠다."

 

만약 제가 이 리얼 금융 메타버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또는 딱 그때 맞춰서 KB증권이 KB able 발행어음 이벤트를 시작했다면 저는 무조건 KB able 발행어음을 질렀을 거에요. KB able 발행어음을 질러버렸다면 당연히 KB증권 계좌를 과금 캐릭터로 키우고 신한금융투자 계좌를 무과금 순정 캐릭터로 강하게 키웠을 거에요. 신한금융투자가 이벤트로 공돈을 몇 만원 쥐어줬고, KB증권 해외주식 소수점 매매 지원금 이벤트는 제 스마트폰은 안드로이드 버전이 낮다고 참여하지 못해서 지금 이렇게 신한금투 계좌는 과금 캐릭터, KB증권 계좌는 무과금 순정 캐릭터로 설정되었어요.

 

 

조건을 쭉 봤어요. '휴면성 고객'이라는 것이 있었어요.

 

휴면성 고객이란?

매수일 전월 말 기준 1년간 총 자산 평잔 100만원 미만 개인고객

 

1년간 총 자산 평잔 100만원 미만 고객?

 

내 KB증권 계좌는 이거 100% 걸리지 않아?

내년에도 걸리는 거 확정 아냐?

 

KB증권 계좌를 100만원까지 키워야 휴면성 고객 탈피.

 

이 느낌이 어떻냐면요, 달동네와 쪽방촌, 고시원의 차이처럼 느껴졌어요. 달동네는 사람 사는 동네에요. 사람들이 '집'에서 살아요. 그렇지만 쪽방촌, 고시원은 정말 비바람 피해서 몸만 누이는 곳이에요. 이게 와닿지 않는 사람들도 꽤 있을 거에요. 그런데 둘을 직접 보면 둘 사이에 존재하는 어마어마한 차이를 목격해요. 계좌 잔고 100만원은 마치 최소한의 인간적인 계좌라 부르는 마지노선 같은 거였어요.

 

저게 KB증권에서 독자적으로 막 만든 기준은 아닐 거에요. 예전에 은행, 증권사들이 휴면 계좌 문제로 골머리를 썩히고 있다는 기사를 몇 번 본 적 있어요.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휴면계좌가 많으면 뭔가에서 매우 안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들었어요. 은행과 증권사 이벤트를 보면 신규 가입 이벤트에 휴면성 고객도 대상이라고 집어넣은 것들도 있고, 휴면 계좌를 없애기 위한 이벤트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앞에서 대놓고 휴면 계좌를 없애기 위한 이벤트라고 하지는 못 하지만 목적이 휴면 계좌 없애는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는 이벤트들도 있어요. 일정 금액 이상의 잔고 또는 거래내역이 있으면 휴면 계좌가 아니거든요.

 

이 게임에서 50만원도 강남 아파트라고 까마득해보였는데 100만원이라니...

 

이건 인간이 집을 사는 수준이 아니라 곰이 웅녀 되는 수준의 난이도.

 

그래요. 제 KB증권 계좌는 몽유병 속성이 추가되었어요. 올해 절대 무리해서 투자하지 않으려고 시작한 게임인데 제 돈 더 막 집어넣지 않을 거에요. 이건 정말로 순수하게 공돈으로만 키울 거에요. 몽유병 속성 추가 그냥 받을 거에요. 휴면성 계좌라는 불명예 딱지 하나 붙었을 뿐인데요. 혹시 아나요. 나중에 장기 휴면성 고객이라고 좋은 추가 이벤트 하나 더 받을지요.

 

분류 종목명 수량 만기일
미국주식 DHY 1주  
한국채권 AJ네트웍스37-1 1주 2022.01.21
한국채권 키움캐피탈64-2 7주 2022.02.23
한국채권 한국캐피탈430-2 4주 2022.02.25
한국채권 엠캐피탈237 1주 2022.03.22
한국채권 한국캐피탈411 1주 2022.03.28
한국채권 한화건설101-2 5주 2022.05.30
한국채권 한국자산신탁6-2 1주 2022.06.28
한국채권 하이트진로홀딩스170 2주 2022.07.24
한국채권 케이비캐피탈432-3 1주 2022.08.02
한국채권 한국토지신탁39 3주 2023.02.14
한국채권 엠캐피탈275-1 2주 2023.03.02

 

KB증권 계좌 거래내역 보면 거래내역은 입금 내역이 많이 찍혀 있어요. 매일 여기저기에서 포인트 모은 것들을 입금해주고 있거든요. 거래내역을 보면 참 부지런한 계좌인데 티도 안 나는 미물들의 움직임이라 어쩔 수 없이 휴면성 계좌에요. 공식적으로는 잠들었는데 실제로는 열심히 움직이니까 공식적으로는 몽유병 계좌에요.

 

예전에 고시원에서 살았을 때였어요. 두 팔을 쫙 펴면 양쪽 벽에 손이 닿을락 말락 했어요. 방 넓이는 아주 작은 1인용 침대 2개 정도였어요. 딱 그만한 방에서 KB증권 계좌와 아파트이 꿈을 꾸고 있어요. 하루에 1mm라도 더 넓혀갈 거에요. 몽유병 속성 불명예 딱지 붙어 있지만 언젠가는 이 딱지를 뜯어낼 거에요. 누가 뭐라고 하든 무슨 상관이에요. 제가 좋으면 그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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