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만나서 서울을 돌아다니는 중이었어요. 서울 강남역 근처에서 만나서 같이 식사를 한 후 강남역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홍대입구역으로 넘어갔어요. 홍대입구역에서 연남동 쪽으로 가서 돌아다니다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시간을 보내다 저녁 먹고 조금 더 돌아다니면서 놀다가 헤어지기로 했어요. 홍대입구역에 도착하자 연남동 방향으로 갔어요.
"사람 엄청 많네?"
홍대입구역에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친구와 들어갈 만한 카페를 찾아서 들어가기로 했어요. 괜찮은 카페가 있는지 찾아봤어요. 당장 급히 카페에 갈 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연남동을 구경하면서 적당히 카페 괜찮은 곳 있으면 찾아서 들어갈 계획이었기 때문에 아주 느긋한 마음으로 구경하면서 돌아다녔어요. 연남동에는 카페가 많이 있기 때문에 설마 카페에 못 들어가는 일이 발생할 거라는 생각은 전혀 안 들었어요.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습니다.
정말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어요. 연남동에는 놀러온 사람들이 매우 많았어요. 카페마다 사람들이 꽉 차 있었어요. 연남동 경의선 철길공원을 따라서 쭉 걸으며 카페가 있으면 카페 내부를 들여다봤어요. 유명한 카페고 안 유명한 카페고 사람들이 다 가득 차 있었어요. 야외석만 조금 남아 있고 실내 좌석은 전부 사람이 들어차 있었어요. 자리가 남아 있는 카페가 없었어요.
"다 놀러나왔어?"
깜짝 놀랐어요. 홍대입구에는 카페가 매우 많아요. 홍대입구에서 카페 좌석 없어서 돌아다니며 실내 좌석 남아 있는 카페 찾아 계속 돌아다녀야 할 거라고 상상한 적은 없었어요. 예전에 관광객까지 미어넘칠 때조차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어요. 관광객이 넘쳐날 때도 홍대 카페 전체가 자리가 없었던 적은 없었어요. 그때도 유명한 카페는 좌석이 없었지만 안 유명한 카페는 자리가 있었어요. 대학교 시험철도 아닌데 이렇게 카페에 좌석이 하나도 없는 것은 처음 봤어요.
"어떻게 홍대에 카페 좌석이 하나도 없지?"
놀라서 두 눈이 휘둥그레해졌어요. 한편으로는 더욱 신났어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홍대는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망한 분위기 진하게 돌던 홍대에서 활기 넘치는 홍대로 바뀌어 있었어요. 이게 얼마만의 일인지 모르겠어요. 수도권은 거의 1년간 완전히 죽은 사람의 도시였어요. 지방 내려가보면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고 활기가 도는데 수도권만 오면 활기는 어디 가고 죽음의 냄새만 가득했어요. 여기저기 진동하는 망조의 냄새가 걷히고 사람들 돌아다니는 활기의 냄새가 거리를 뒤덮어가고 있었어요.
"거리 구경 재미있는데?"
평소라면 카페 가고 싶은데 카페에 좌석이 하나도 없으면 짜증났어요. 그렇지만 이날은 달랐어요. 정말 오랜만에 보는 활기 넘치는 모습이라 카페에 자리가 없어서 카페 찾아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어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고, 카페에 사람들이 꽉 차 있는 모습 보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거리를 계속 돌아다니며 카페에 좌석이 있는지 확인해봤어요. 연남동 철길 공원 쪽에는 아예 없었어요.
"홍대입구역으로 가자."
연남동은 유명한 관광지이자 데이트 코스라서 좌석이 없었어요. 길 건너 맞은편은 주로 술집, 클럽이 있는 곳이라 조금은 더 한산할 거였어요. 연남동은 낮에 사람들이 많은 곳이고, 맞은편은 밤에 사람들이 많은 곳이에요. 아직 저녁 먹을 시간까지도 한참 남았기 때문에 맞은편으로 넘어가면 사람들이 연남동보다는 적고 좌석이 남아 있는 카페들도 몇 곳 있을 거였어요.
큰 길이 아니라 골목길을 따라서 걸어갔어요. 이 순간 자체가 재미있었어요. 카페마다 사람들이 가득 차서 자리 남아 있는 카페를 찾는 것 자체가 신났어요. 이렇게 활력 넘치는 서울이 얼마만인지 몰랐어요.
"여기도 카페 아냐?"
조그만 입구가 있었어요. 모르고 지나치기 딱 좋은 입구였어요.
카페 이름은 재인다방이었어요.
"여기 한 번 들어가볼까?"
좌석이 있는 카페를 찾는 것이 우선이었어요. 유명한 카페를 찾는 게 아니라 좌석이 있는 카페를 찾아야 했어요. 유명한 카페라 해도 좌석이 없으면 소용없었어요. 카페 내부만 둘러보고 나올 것이 아니라 카페에 가서 앉아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목적이었어요.
재인다방 안으로 들어갔어요.
"여기는 자리 많네?"
밖에는 자리가 남아 있는 카페를 찾아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렇지만 재인다방 안에는 좌석이 아주 많이 남아 있었어요.
"여기는 왜 사람들이 별로 없지?"
분위기도 괜찮았어요. 그런데 사람이 없었어요.
"입구가 잘 안 보여서 사람들이 지나쳤나?"
제일 그럴 듯한 가설이었어요. 입구가 그냥 지나치기 좋았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별로 없는 모양이었어요.
"뭐 주문하지?"
메뉴를 봤어요.
"밀크티 빙수 있네?"
재인다방에서는 얼그레이 빙수를 판매하고 있었어요. 얼그레이빙수는 13,000원이었어요. 재인다방에서는 얼그레이 빙수에 대해 '진한 얼그레이 빙수 위에 버터쿠키 크럼블, 얼그레이 젤라또, 부어드실 수 있는 수제 밀크티 시럽까지!'라고 소개하고 있었어요.
"얼그레이 빙수 주문해야겠다."
얼그레이 빙수를 주문하고 여기에 아메리카노도 한 잔 주문했어요.
재인다방 얼그레이 빙수는 이렇게 생겼어요.
"여기는 왜 밀크티는 안 팔지?"
신기한 점은 재인다방 메뉴에 밀크티는 없다는 점이었어요. 밀크티는 없는데 밀크티 빙수는 있었어요.
"여기 인테리어, 인스타그램 사진용으로 배치했나?"
램프를 소품 삼아서 밀크티 빙수와 아메리카노 사진을 찍어봤어요. 딱 인스타그램 감성이었어요.
얼그레이 밀크티 빙수를 먹어보기 시작했어요.
"여기 왜 밀크티는 안 팔지?"
얼그레이 빙수를 먹자 더욱 궁금해졌어요. 재인다방에서 왜 밀크티를 안 팔고 있는지 희안했어요.
재인다방 얼그레이 빙수는 아주 진한 얼그레이 밀크티 맛이었어요. 기본적인 맛은 달콤했어요. 여기에 들꽃 냄새 비슷한 얼그레이 홍차 향이 매우 진하게 느껴졌어요. 아주 가볍게 느껴지는 쓴맛도 있었어요. 아주 진하게 잘 만든 얼그레이 밀크티 맛이었어요. 빙수를 녹여서 액체로 만들어서 마시면 그게 얼그레이 밀크티였어요. 이름답게 얼그레이 빙수였어요.
얼음꽃이 입 안에서 피어난다.
얼그레이 빙수를 녹여서 마시면 그게 얼그레이 밀크티니까 밀크티를 판매해도 될 거였어요. 과장이 아니라 진짜 녹은 액체를 맛보면 웬만한 밀크티 맛집이라는 곳의 밀크티보다 훨씬 더 맛있었어요. 얼그레이 빙수 가격은 13000원. 그러니까 이것으로 밀크티 2잔 만들어서 밀크티 한 잔에 6500원 가격으로 판매하면 가격이 크게 비싸지도 않아요. 빙수 양을 봤을 때 다 녹이면 밀크티 두 잔은 나올 거였어요.
얼그레이 빙수를 매우 맛있게 먹었어요. 매우 훌륭한 진한 얼그레이 밀크티 맛이라 너무 만족스러웠어요. 13000원이라는 가격이 하나도 안 아까웠어요. 제대로 잘 만든 밀크티 2잔 가격이라고 생각하면 매우 합리적인 가격이었어요.
서울 동교동 홍대입구역 카페 재인다방은 얼그레이 빙수가 정말 맛있는 카페였어요. 이날 여기만 사람들이 별로 없었던 것이 신기했어요. 아마 입구가 그냥 지나치기에 좋아서 그랬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