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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5호선 출구 쪽은 중앙아시아, 몽골인, 고려인들이 모이는 곳이에요. '중앙아시아 거리'라고 이름붙은 곳이에요. 서울에서 중앙아시아인, 몽골인 관련된 것을 찾고 싶으면 중앙아시아 거리로 가면 되요. 다양한 외국인이 모인다는 이태원에 유독 중앙아시아, 몽골인 관련된 것은 거의 없는 이유도 서울에서 중앙아시아, 몽골인이 모이는 중심지역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근처 중앙아시아거리이기 때문이에요. 자기들의 중심지가 규모가 되고 확실하기 때문에 굳이 이태원으로 모여야할 이유가 없어요.

 

유튜브로 우즈베키스탄 방송 올라온 것을 보던 중이었어요. 음식 관련 방송을 틀어놓고 드문드문 보면서 할 것 하는 중이었어요. 이태원에 있는 우즈베키스탄 식당인 라자트 Lazzat 사장님이 나와서 인터뷰하고 요리하는 모습이 나왔어요.

 

'오랜만에 중앙아시아 음식 먹으러 갈까?'

 

방송을 보자 오랜만에 중앙아시아 음식을 먹고 싶어졌어요. 중앙아시아 음식을 안 먹은 지 꽤 오래되었어요. 한국에서 중앙아시아 음식이라고 하면 거의 대부분 우즈베키스탄 음식이에요. 우즈베크인 음식이 대부분이고 여기에 식당에 따라 키르기즈인 음식, 카자흐인 음식, 러시아인 음식이 몇 개 있기도 해요. 예를 들어서 베쉬바르막은 카자흐인 음식이고, 블린, 보르쉬는 러시아 음식이에요. 한국에서 중앙아시아 요리는 우즈베키스탄의 우즈베크인 요리가 중심이에요. 러시아 요리는 러시아 요리로 따로 있구요. 여기에 요즘은 고려인 음식도 간간이 보여요.

 

중앙아시아 요리를 안 먹어본 지 꽤 되었기 때문에 모처럼 한 번 먹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아주 오랜만에 중앙아시아 음식을 먹으러 동대문으로 갔어요. 동대문 중앙아시아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어느 식당을 갈지 고민했어요. 혹시 키르기스스탄이나 카자흐스탄 식당이 있는지 돌아다니며 찾아봤어요. 키르기스스탄 식당이 하나 있기는 했는데 하필 이날은 택배 포장이 많아서 오후 늦어서야 식당 영업을 할 거라고 했고, 다음날부터는 문을 닫을 거라고 했어요. 러시아어만 아는 고려인이라서 구글 번역기로 대화해서 저도 이게 한동안 문을 닫는다는 말인지 폐업한다는 소리인지 잘 모르겠어요. 어쨌든 키르기스스탄 식당은 허탕쳤어요. 남는 것은 추억의 우즈베키스탄 음식들이었어요.

 

"우즈베키스탄 식당 어디 가지?"

 

동대문 중앙아시아 거리에는 우즈베키스탄 식당이 여러 곳 있어요. 여기에서 원조는 스타사마르칸트에요. 원래는 사마르칸트가 원조였어요. 그런데 사마르칸트 사장님이 스타사마르칸트로 자리를 옮겼고, 과거 사마르칸트 식당은 현재 사장님의 친척들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장소로 원조를 찾는다면 사마르칸트 식당을 가면 되고, 사장님 기준으로 원조를 찾으면 스타사마르칸트를 가면 되요.

 

스타사마르칸트는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우즈베키스탄 식당이에요. 무난하게 스타사마르칸트 가서 우즈베크인 음식을 먹기로 했어요. 식당 안으로 들어갔어요. 자리를 잡고 앉아서 메뉴판을 봤어요.

 

"타슈켄트 차?"

 

음료 중에 타슈켄트 차가 있었어요. 그냥 차도 있고 타슈켄트 차가 따로 있었어요.

 

"이거 뭐지?"

 

타슈켄트 차는 처음 봤어요. 2012년에 우즈베키스탄에 1년간 있었을 때 차는 엄청 많이 마셨어요. 식당 가서 밥 먹을 때 음료로 반드시 차를 주문했어요. 우즈베크인 요리에는 홍차가 정말 잘 어울려요. 기름진 느낌도 잘 없애주고 입 안 음식 냄새를 환기시켜주는 역할도 해요. 그런데 차는 항상 그냥 차였어요. 비싼 식당에서 먹든 시장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든 차는 차였어요. 기본적으로 그냥 홍차였고, 그 중에서도 립톤 홍차가 대부분이었어요.

 

"타슈켄트 차는 본 적이 없는데?"

 

직원에게 타슈켄트 차가 무엇인지 물어봤어요. 타슈켄트 차는 홍차, 녹차, 레몬을 섞은 차라고 했어요. 그래서 타슈켄트 차를 주문했어요.

 

'타슈켄트 차 대체 뭐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1년 지내는 동안 홍차, 녹차, 레몬을 섞은 '타슈켄트 차'라는 것은 단 한 번도 못 봤어요. 제가 못 본 정도가 아니라 아예 들어보지 못 했어요. 메뉴판에는 러시아어로 Ташкентский чай라고 적혀 있었고 한국어로 '타슈켄트 차'라고 적혀 있었어요.

 

'이런 건 아예 못 봤는데?'

 

만약 타슈켄트에서는 홍차, 녹차, 레몬을 섞어서 마시는 문화가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접했을 거에요. 식당에서 판매하는 것을 봤거나 사람들에게 들었을 거에요. 아니면 TV에서 봤든가 음식책에서 봤을 거에요. 제가 타슈켄트에서 1년 있었을 때는 홍차, 녹차, 레몬을 섞어마시기는 고사하고 식당 같은 곳에서 녹차 파는 것도 별로 못 봤어요. 차라고 하면 무조건 홍차 - 그것도 립톤 티백 우린 차가 대부분이었어요.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홍차, 녹차, 레몬을 섞은 타슈켄트 차를 본 기억이 없었어요.

 

조금 기다리자 타슈켄트 차가 나왔어요.

 

 

찻주전자 뚜껑을 열어봤어요. 진짜 레몬 조각이 들어가 있었어요.

 

타슈켄트 차를 찻잔에 따랐어요.

 

 

차를 홀짝홀짝 마시기 시작했어요.

 

아이스티로 만들어서 마시고 싶다.

 

타슈켄트 차는 홍차향이 싱싱하게 느껴졌어요. 녹차향이 독립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홍차향을 싱싱하게 만드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어요. 녹차향과 홍차향이 둘 다 각각 따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홍차향을 보다 싱싱하게 만들기 위해 녹차를 가미해놨어요. 녹차는 풀냄새가 나니까 잘 사용하면 싱싱한 느낌을 더해줄 수 있어요. 실제 차로 만든 음료들 보면 녹차로 싱싱한 느낌 만드는 경우가 종종 보여요.

 

레몬은 상큼한 시트러스 향을 더해줬어요. 레몬향이 1/4, 홍차향이 3/4 정도였어요. 홍차향이 대부분이고 여기에 레몬향도 나름대로 느껴지는 정도였어요.

 

타슈켄트 차는 단맛이 꽤 강했어요. 설탕을 따로 넣은 것 아닌가 싶을 정도였어요. 레몬 조각을 꺼내서 먹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잘 모르겠어요. 설탕이 들어갔을 수도 있고 레몬을 설탕에 절여 만든 레몬청을 집어넣었을 수도 있어요. 순수하게 레몬만 넣으면 이런 단맛이 날 수가 없었어요.

 

"이건 음식 다 먹고 시켜서 마시는 차인데?"

 

타슈켄트 차는 음식과 먹기에는 단맛이 강했어요. 제 기준에서는 음식과 같이 마시면 단맛이 과해서 조금 부담되었어요. 탄산이 있거나 아주 차갑다면 괜찮을 건데 이건 아주 뜨거운 차였어요. 타슈켄트 차는 음식 다 먹은 후 잡담하는 시간에 한 잔 시켜서 홀짝이기 좋은 맛이었어요.

 

타슈켄트 차는 아이스티로 만들어서 만들면 맛있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이건 직접 만들어서 마셔야할 거에요. 중앙아시아에서는 아무리 싹싹 더워도 차는 뜨겁게 마셔요. 중앙아시아 사람들이 한국 문화에서 엄청 희안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얼음 씹어먹는 거에요. 아이스 음료 문화가 발달 안 한 게 아니라 얼음 먹는 것 자체를 매우 이상해해요. 요즘은 많이 바뀌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설령 이제 우즈베키스탄에 아이스 티를 파는 카페가 생겼다 할지라도 멀쩡한 차를 식힐 대로 식히고 여기에 얼음까지 집어넣는 건 아직까지 우즈베키스탄에서 보편적인 방식은 아닐 거에요. 제가 있었을 당시 우즈베크인들은 얼음 먹는 것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콜라 펄펄 끓여먹으라고 하면 엄청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수준으로 이상하게 여겼어요. 그랬던 것이 10년새 갑자기 바뀌었을 것 같지는 않아요.

 

나중에 집에 와서 타슈켄트 차를 찾아봤어요. 우즈베크어로 검색해보니 검색되는 것이 딱히 없었어요. 역시 있을 리가 없었어요. 러시아어로 Ташкентский чай를 찾아보니 검색 결과가 꽤 있었어요. 재미있는 점은 출처가 러시아, 카자흐스탄이라는 점이었어요.

 

'러시아인들이 만든 건가?'

 

우즈베키스탄에 살고 있는 러시아인들도 꽤 있어요. 우즈베크어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건 없고 러시아어로 검색하니 러시아 출처, 카자흐스탄 출처 검색결과만 많았어요. 저 타슈켄트 차 유래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왠지 러시아인들이 만든 것 아닌가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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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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