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가본 서울 일본 라멘 맛집은 건대입구에 있는 우마이도에요.
"일본 라멘 어디 맛있는 곳 없나?"
갑자기 일본 라멘이 먹고 싶어졌어요. 가끔 일본 라멘이 확 땡길 때가 있어요. 특히 갑자기 날이 추워지면 따스하고 기름진 일본 라멘 국물이 떠올라요. 일본 라멘 먹고 국물 마시면 속이 든든하고 추위도 잊을 수 있어요. 일본 라멘을 자주 사먹지는 않지만 이렇게 갑자기 엄청 먹고 싶어질 때가 오면 그때마다 한 번씩 먹곤 했어요. '먹곤 해요'가 아니라 '먹곤 했어요'라고 쓴 데에는 당연히 이유가 있어요.
의정부에 일본 라멘 맛집이 없다.
예전에는 한 곳 있었어요. 그런데 그곳이 없어졌어요. 없어진 지 꽤 되요. 의정부에서 일본 라멘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기는 해요. 그렇지만 그렇게까지 크게 끌리는 맛은 아니었어요. 의정부역에 소노야 가면 일본 라멘을 먹을 수 있지만 엄청난 일본 라멘 맛집이라고 할 곳까지는 아니에요. 일본 라멘 엄청 먹고 싶을 때 가서 먹으면 맛있기는 하지만 한국화 많이 된 맛이에요.
꿩 대신 닭? 꿩 대신 메추라기도 없다.
예전에 일본 라면 먹고 싶을 때는 풀무원 돈코츠 라멘을 사서 끓여먹곤 했어요. 풀무원 돈코츠 라멘은 일본 라멘 맛을 꽤 잘 살린 인스턴트 봉지 라면이었어요. 가격이 사악하기는 했지만 맛이 그만큼 좋았어요. 일본 라멘 대체재로 아주 훌륭했어요. 그렇지만 풀무원 돈코츠 라멘은 더 이상 판매되고 있지 않아요.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꿩 대신 닭이 아니라 닭은 고사하고 메추라기도 없었어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서울이나 놀러갈까?"
서울에는 일본 라멘 맛집이 여러 곳 있어요. 물론 당연한 이야기지만 매우 신중하게 잘 찾아서 가야 해요. 특히 일본 라면 맛집 찾을 때는 반드시 알아둬야 하는 것이 하나 있어요.
한국에서 일본 라멘 맛집은 한국화 매우 잘 된 일본 라멘 맛집이다.
일본 라멘의 강렬한 짠맛, 진한 고기향이라고 하는 고기 잡내는 한국인들이 엄청나게 싫어해요. 그래서 일본 현지의 맛이라고 자랑하는 곳들 가보면 제대로 먹고 나가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사람들은 줄 서 있지만 먹고 나간 사람들 그릇 보면 음식 다 남기고 가는 진풍경을 볼 수 있어요. 오히려 한국인들이 많이 좋아하는 한국의 일본 라멘 맛집은 짠맛도 줄이고 고기 잡내는 아주 철저하게 제거한 맛이에요. 특히 한국인들은 고기 잡내만큼은 절대 용서할 수 없는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여기기 때문에 짠맛은 살리더라도 고기 잡내에 가까운 고기향은 기를 쓰고 제거해요. 한국인들에게 강렬한 짠맛은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고 하지만 고기 잡내는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혐오의 대상이에요. 이 때문에 한국에서 인기 좋은 일본 라멘 맛집은 대체로 짠맛을 줄이고 고기 잡내는 철저히 잡는 순화된 맛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건대에서 찾아볼까, 홍대에서 찾아볼까.'
서울에서 일본 라멘 맛집 모여 있는 곳은 건대입구와 홍대입구가 있어요. 이 두 곳 중 하나 골라서 일본 라멘 맛집 찾으면 되요. 다른 곳에도 있기는 하겠지만 대부분의 일본 라멘 맛집은 건대입구와 홍대입구에 몰려 있어요.
'오랜만에 건대입구 가봐야지.'
건대입구는 정말 잘 안 가는 곳이에요. 의정부에서 건대입구는 편하게 갈 수 있어요. 시간이 짧게 걸린다는 소리는 아니에요. 시간은 조금 걸리지만 지하철을 처음부터 끝까지 앉아서 매우 편하게 갈 수 있어요. 의정부역에서 1호선 지하철 타고 앉아서 도봉산역까지 가고, 도봉산역에서 7호선 환승해서 또 앉아서 가거든요. 그리고 초기에 환승하고 환승도 편해서 환승 귀찮다는 느낌도 별로 없어요.
"건대입구에 일본 라멘집 유명한 곳 뭐 있지?"
건대입구 일본 라멘 맛집을 찾아봤어요. 여러 곳이 나왔어요.
"우마이도!"
우마이도가 있었어요. 여기는 들어본 적 있는 식당이었어요. 꽤 예전부터 매우 유명한 곳이었어요. 블로그 한 지 이제 10년이 넘기 때문에 정말 많이 유명했었던 곳이라면 직접 가보지는 않았어도 이름 정도는 매우 익숙해요. 유명한 곳은 교류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써놓은 글을 몇십 번씩 보기 마련이거든요. 실제로 우마이도는 한때 서울의 대표적인 일본 라멘 맛집이었어요. 홍대입구 하카타분코와 건대입구 우마이도가 대표적인 일본 라멘 맛집이었던 시절이 있었어요.
"우마이도 가볼까?"
우마이도의 일본 라멘이 궁금했어요. 사람들이 우마이도 일본 라멘에 열광할 때는 안 갔어요. 그 당시에는 일본에 완전히 관심 없었어요. 사람들이 일본 여행, 일본 먹거리 글을 하도 많이 올려서 블로그 조금 하다 보면 일본 관련된 것은 가보지 않고 먹어보지 않아도 다 알 것 같은 때였어요. 3일만 블로그 열심히 돌아다니면 일본 직접 갔다온 사람보다 일본에 대해 더 많이 떠들 수 있을 지경이었어요. 그렇지 않아도 일본에 호불호 없이 진짜 무관심하던 때였는데 똑같은 일본 것들 하도 많이 보니까 완전히 질려버렸을 때였어요. 일본 음식, 일본풍 식당이 우후죽순 세워지고 수입과자 전문점 가보면 일본 주전부리가 넘쳐나던 때였어요. 그래서 그때는 안 갔어요.
2019년에 일본 도쿄 여행 다녀온 후부터에서야 일본 것들에 관심이 다시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어요. 역설적으로 2019년은 일본 문물 대범람의 시대가 갑자기 확 사라졌을 때였어요. 저는 운 좋게 막차 타서 일본 도쿄 여행 잘 다녀왔어요. 그런데 너무 막차 탔더니 다 끝났어요. 심야시간 오일장터 같은 상황이 되어버렸어요. 그래서 우마이도도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그러다 이번에 생각난 김에 가서 직접 먹어보기로 했어요.
우마이도 건대점 주소는 서울특별시 광진구 능동로 135-2이에요. 지번 주소는 서울특별시 광진구 화양동 3-29에요. 지하철 2호선, 7호선 환승역인 건대입구역 3번 출구로 나가서 조금 걸어가야 해요.
우마이도 입구에서 메뉴를 봤어요. 라멘은 세 종류 있었어요. 돈코츠 라멘 오리지날, 돈코츠 라멘 시로마루, 돈코츠 라멘 매운맛이 있었어요.
'돈코츠 라멘 매운맛 먹어야지.'
이때 친구와 만나서 같이 갔어요. 같이 간 친구는 돈코츠 라멘 오리지날을 주문했어요. 저는 돈코츠 라멘 매운맛을 주문했어요. 돈코츠 라멘 매운맛 가격은 9000원이었어요.
여기에 교자도 하나 주문했어요. 교자 가격은 4000원이었어요.
키오스크로 주문한 후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여기 완전 한국화 잘 된 거 같은데?'
탁자 위에는 생마늘이 올라와 있었어요. 이 정도면 그냥 한국화가 아니라 과격한 한국화였어요. 한국 음식 대표적인 특징이 마늘이에요. 마늘을 엄청나게 쏟아넣어요. 다른 나라 음식들을 한국화시킬 때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마늘 사용이에요. 마늘 조금 넣어주면 한국인들의 진입장벽이 순식간에 확 낮아지고 매우 친숙하면서 이질적인 맛있는 맛이라고 느끼곤 해요.
나중에야 저 생마늘은 그냥 먹으라고 올려놓은 것이 아니라 마늘 으깨는 집게로 마늘 으깨서 라면에 뿌리라고 올라가 있는 거였어요. 저는 마늘 으깨는 집게를 못 봐서 라면 먹는 동안 생마늘을 으적으적 씹어먹었어요. 생마늘을 매우 좋아해서 그렇게 먹어도 맛있었어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이 아니에요. 생마늘 으깨서 라면에 뿌리라고 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한국화에요.
우마이도 내부에는 제면실이 있었어요. 면을 직접 뽑아서 사용하고 있었어요.
우마이도 돈코츠 라멘 매운맛이 나왔어요. 국물은 신라면 비슷한 색깔이었어요. 탁한 붉은빛 국물이었어요.
"기름기 별로 없는데?"
기름기가 상당히 절제되어 있었어요. 기름 둥둥 뜨는 라면이 아니었어요. 이 정도면 팔도 라면 끓여먹는 수준이었어요.
우마이도 돈코츠 라멘 매운맛에는 토핑으로 초생강이 올라와 있었어요. 여기에 계란 한 알이 들어 있었어요.
한국화 많이 된 매우 맛있는 일본 라멘.
우마이도 매운 돈코츠 라멘은 한국화 매우 많이 된 맛이었어요. 국물에서 고기향이 적당히 났어요. 고소한 향이 솔솔 풍겼어요. 그러나 고기향 진하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었어요. 국물이 고소하다고 느끼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았어요.
국물은 안 짰어요. 차라리 된장찌개가 이것보다 훨씬 더 짤 거에요. 국물을 마셔도 하나도 안 짜서 아주 술술 잘 넘어갔어요. 국물을 끝까지 다 먹기 매우 좋은 맛이었어요. 공기밥 말아먹기에 딱 좋은 맛이었어요. 간 조금 강하게 잡은 국밥 정도 되는 짠맛이었어요. 저는 생마늘을 통째로 씹어먹었기 때문에 국물에 으깬 생마늘이 섞이면 어떤 맛이 날 지 몰라요. 하지만 국물에 으깬 생마늘까지 섞이면 아주 한국 토속적인 맛이 나지 않을까 싶었어요.
같이 간 친구의 돈코츠 라멘 국물을 한 번 맛봤어요. 이건 제 매운 돈코츠 라멘만의 특징이 아니었어요. 돈코츠 라멘도 마찬가지로 한국화 엄청나게 많이 된 맛이었어요. 한국인들이 영 안 좋아하는 특징은 철저히 죽이고 한국인 친화적인 맛으로 만들어놨어요.
우마이도 매운 돈코츠 라멘은 살짝 매웠어요. 먹으면서 매운맛을 많이 느끼지는 못했어요. 그러나 먹다 보면 몸 속에서 매운맛이 올라와서 몸이 슬슬 뜨거워지기 시작했어요. 혓바닥은 별로 안 맵다고 하는데 몸이 맵다고 하는 맛이었어요.
교자는 고소하고 맛있었어요. 라면과 같이 먹기 좋은 맛이었어요. 크게 맛있기보다는 은근히 맛있어서 계속 집어먹게 만드는 맛이었어요.
우마이도 라멘 맛은 한국인들이 매우 좋아할 맛이었어요. 한국에 있는 일본 라멘 가게 중 꽤 오래된 가게이다 보니 맛도 한국화 상당히 많이 된 맛이었어요. 그만큼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맛의 특성이 많이 담겨 있는 맛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한국인이 좋아하는 음식 맛 특징 찾아내는 용도로 매우 유용한 음식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