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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동문시장 제주도 전통 잔치음식 몸국 맛집 - 자연몸국

좀좀이 2021. 6. 2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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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국은 제주도의 전통 잔치음식이에요. 돼지고기를 푹 고아서 만든 국물에 모자반을 넣고 메밀가루를 풀어서 만든 잔치용 국이에요. 몸국은 제주도에서 상당히 오래 된 음식이에요.

 

아직까지도 이해가 잘 안 되는 것이 있어요. 제주도 대표음식이 어쩌다가 고기국수가 되었는지 지금까지도 희안해요. 제주도 고기국수가 엄청나게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2006년 즈음으로 기억해요. 그때 육지 사람들이 제주도 여행 와서 제주도 고기국수 먹고 일본 돈코츠 라멘과 맛이 비슷하다고 엄청나게 떠들어대고 블로그에 글을 올렸어요. 그 전까지는 제주도 고기국수는 하나도 안 유명했어요. 이때부터 제주도 고기국수가 제주도 전통 음식으로 매우 유명해졌어요.

 

"대체 왜?"

 

당시 제주도 고기국수가 엄청나게 유명해지는 걸 보고 참 의아했어요. 고기국수가 유명해지는 것까지는 좋았어요. 그런데 무려 '전통'이라는 단어까지 달고 전통 잔치음식으로 둔갑했어요.

 

"전통 잔치 음식은 몸국인데?"

 

제주도 전통 잔치 음식은 누가 뭐래도 몸국이에요. 몸국은 진짜 오래된 음식이에요. 제가 어렸을 적 아버지께서 잔칫집 다녀오셔서 어머니께서 뭐 드시고 오셨냐고 물어보면 대체로 몸국 드시고 오셨다고 하셨어요. 몸국은 제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제주도에서 잔치음식이었어요. 국수도 잔치음식이기는 했지만 국수는 딱히 제주도 전통 음식 이미지는 아니었어요.

 

애초에 우리나라에서 분식이 널리 퍼진 건 한국전쟁 이후의 일이에요. 조선시대에도 한반도에서 밀 농사를 지었다고는 하지만 밀이 그렇게 많이 재배되는 작물은 아니었어요. 밀은 많이 먹는 작물도 아니었고, 국수는 한참 후에 널리 보급되었어요. 더욱이 고기국수는 생긴 것만 봐도 제주도 전통 음식과는 거리가 매우 멀었어요. 제주도 고기국수는 그렇게 족보 있는 음식이라고 전통 잔치음식이라고 할 음식은 아니었어요.

 

'이제 몸국이 뜰 건가?'

 

저 당시에는 갑자기 제주도 여행 붐이 일어서 제주도 이것저것 다 뜨고 있었어요. 족보로 따져도 몸국은 진짜 뼈대 있는 제주도 전통 잔치음식이고 맛도 몸국이 맛있었어요. 그래서 고기국수가 떴으니 그 다음에는 몸국이 뜨지 않을까 예상했어요. 보통 이렇게 토속 음식이 알려질 때는 먼저 타지역 음식과 유사한 것부터 알려진 후 진짜 그 지역 현지인들이 별미, 잔치음식으로 치는 맛있는 것이 조금 더 뒤에 알려지거든요.

 

그렇지만 저의 예상과 달리 제주도 고기국수의 몸값은 나날이 치솟았고, 몸국은 어디 시골 구석에서 간간이 해먹는 음식 수준 정도의 인지도에서 벗어나지를 못했어요. 오히려 제주도 고기국수에 대해 '전통'을 넘어서서 무슨 역사가 100년이 되었네 어쩌네 오래된 음식 소리까지 등장했어요. 살다살다 시간을 거슬러올라가는 음식 처음 봤어요. 그게 제주도 고기국수였어요. 제주도 고기국수 역사나 의정부 부대찌개 역사나 뭐 얼마 차이도 안 날 건데요. 제주도 고기국수가 제주도 음식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통 음식, 더 나아가 무슨 대대로 잔치때 해먹던 음식이라고 하는 건 대놓고 틀렸어요. '전통' 붙여주려면 그래도 100년은 넘어야죠.

 

제주도는 원래 보리를 먹는 지역이에요. 그리고 제주도 전통 음식은 육지 음식과 상당히 달라요. 단적인 예로, 제주도에 고춧가루가 퍼지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전라도 사람들이 제주도에 유입되면서부터라고 해요. 지금도 진짜 제주도 토박이 음식을 구분하는 방법으로 고춧가루 사용 여부가 사용되요. 고춧가루가 들어갔다면 육지 사람들이 독창적으로 만든 음식이고, 기원을 제주도 전통 음식으로 봐준다 해도 퓨전 음식쯤 되요.

 

그렇게 몸국은 하나도 제대로 안 알려지고 오히려 점점 잔치음식이라는 고귀한 타이틀에서 밀려나는 모양새였어요.

 

'몸국은 육지 사람 입에도 맞을 건데?'

 

아무리 생각해도 미스테리.

 

제주도 고기국수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진지 어느덧 10년도 훌쩍 넘었어요. 이 사이 제주도 음식 문화는 봉건왕정이 무너지고 민주정이 세워진 프랑스 대혁명급으로 바뀌었어요.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차르 지배의 봉건 러시아가 붕괴하고 세계 최초 공산국가 소련이 건국된 러시아 볼셰비키 10월혁명급으로 변했어요.

 

과거에 제주도는 전국적으로 음식 제일 맛없는 지역으로 악명이 아주 자자했어요. 그나마 덜 알려진 이유는 지금처럼 국내 개별 관광이 아주 활성화된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이었어요. 지금처럼 저렴한 게스트하우스가 많은 것도 아니고, 저가 항공이 많은 것도 아니었어요. 그래서 제주도 음식을 먹고 실망한 관광객들 대부분이 관광지 바가지라고 대충 넘어가곤 했어요.

 

하지만 실제로 한국인 평균 맛 선호 기준으로 보면 제주도 음식은 전국적으로 가장 맛없었어요.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어요. 먼저 제주도는 그렇게 풍족한 지역이 아니었어요. 식문화 자체가 별로 발달하지 못한 지역이었어요. 농사가 풍요롭게 잘 되는 지역도 아니고 소금이 넘쳐나는 지역도 아니었어요. 음식 만들 때 기교를 부리고 온갖 것 다 넣고 할 여유가 아예 없는 지역이었어요.

 

여기에 제주도는 타지역과의 교류가 많지 않은 지역이었어요. 그래서 타지역 음식 문화 트렌드가 상당히 늦게 전해졌어요. 당장 고춧가루만 해도 1950년대에 들어왔다고 해요. 소금 많이 쓰고 설탕 많이 쓰는 문화가 상당히 나중에 전해졌어요. 제가 어렸을 적에는 그래도 소금은 잘 집어넣었어요. 하지만 설탕은 지금도 진짜 별로 안 써요. 서울과 제주도 음식에서 가장 큰 차이가 단맛이에요. 제주도 음식에 적응되었다가 서울 음식 먹으면 온갖 것을 다 설탕 절임해놔서 미치도록 달고, 반대로 서울 음식에 적응되었다가 제주도 음식 먹으면 엄청 밋밋해요. 밍밍하기도 하고 밋밋하기도 해요.

 

더욱이 상품으로 키운 것들 중 제일 좋은 것은 다 서울로 올라가요. 제일 좋은 건 당연히 비싼 값 받고 팔아야죠. 그걸 왜 먹고 있어요. 돈 벌려고 키운 건데요. 품질 자체가 압도적으로 뛰어난 건 다 서울 올라가요. 제주도에서 먹은 회, 과일 같은 것이 맛있다고 여기는 이유는 품질이 압도적으로 좋다기 보다는 신선도가 그래도 받쳐주기 때문이에요. 과일은 조금 더 자연적으로 익혀서 딱 좋을 때 먹을 수 있다는 점으로 품질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있구요.

 

그래서 제주도에서 살다 다시 육지로 올라간 사람들, 사업 때문에 제주도를 자주 방문했던 사람들은 한결같이 제주도 음식이 전국에서 제일 맛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어요. 지금도 중년층 이상 세대에서는 제주도 음식에 대한 이미지가 영 좋지 않아요.

 

그러다 저가항공이 발달하고 올레길이 인기를 끌면서 타지역 관광객들이 많이 내려오고 타지역 사람들이 식당, 카페를 많이 오픈하면서 음식 문화가 상당히 크게 변했어요. 이제는 SNS에서 제주도 가서 음식 맛없다고 하는 사람 별로 안 보여요. 별별 트렌디한 맛집, 카페들 엄청나게 많이 생겼구요. 물론 아직도 관광객들과 거리가 먼 식당을 가보면 타지역 사람들이 안 좋아할 만한 맛을 보여주는 음식들 많이 있어요. 그러나 그런 진짜 동네 구석 식당 외에는 타지역 사람들이 먹고 좋아할 만한 맛을 보여주는 식당, 카페가 많이 생겼어요. 관광객만 가는 것이 아니라 제주도 사람들도 같이 잘 가요. 제주도 식당들도 이런 육지 사람들이 하는 식당 음식맛에 영향을 받고 있구요.

 

제주도 전통 음식도 여러 가지 알려졌고, 제주도에서 새로 개발한 음식 중 알려진 것도 여러 가지 있어요. 그런데 희안하게 몸국만큼은 인지도 상승이 전혀 안 일어나고 있었어요. 정말 미스테리였어요. 심지어 제주도 방언을 배운다고 하는 사람들도 보이는데 몸국은 대체 왜 아직도 그렇게 인지도가 낮은지 신기해요. 몸국이 진짜 제주도에서 귀한 잔치음식이었는데요. 이건 이성계, 이방원 같은 진짜 왕들은 국사책에서 뒷전으로 밀려나 맨 뒷장 왕위계승도에서나 보이고 춘향전 변사또만 열심히 조선시대 지배층이라고 국사책 대부분을 차지하는 꼴이었어요.

 

제주도 전통 잔치음식 몸국 맛집으로는 자연몸국 식당이 유명해요. 여기는 동문시장에 있어요.

 

 

저는 몸국을 매우 좋아해요. 그렇지만 제주도 갈 때마다 몸국을 먹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제게 동문시장은 일부러 작정하고 가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에요.

 

제주시에서 유명한 시장이라면 제주시 민속오일시장과 동문시장이 있어요. 이 중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은 제주시에서 5일마다 열리는 축제라고 보면 되요.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은 일이 있든 없든 일단 가고 보는 거에요. 매 2일과 7일에 열리는 오일장날이 되면 이유 따지지 않고 그냥 시장이나 가볼까 싶어지면 제주도 적응 완료에요. 원래 그런 거에요. 오일장날이 되면 오일장 일대는 차가 엄청 막히고 사람들이 오일장으로 많이 가요. 그런데 이 사람들이 다 무슨 엄청나게 많이 뭘 사려고 가는 건 아니에요. 진짜 장 제대로 보려고 가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냥 놀러 가는 사람도 많아요. 가서 호떡도 먹고 튀김도 먹고 찐옥수수도 먹고 국밥도 먹고 장도 구경하고 토끼도 구경하고 야옹이도 구경하고 멍멍이도 구경하고 꼬꼬댁도 구경하고 그러다 적당히 과일 좀 사갈까 싶으면 과일 조금 사고 야채 괜찮다 싶으면 야채 조금 사는 사람들 무지 많아요. 장 보러 오는 게 주 목적이 아니라 자녀에게 이건 토끼, 이건 고양이, 이건 개, 이건 닭, 얘는 옥돔, 얘는 갈치, 얘는 고등어, 이건 상어다! 동물원 수족관 구경시켜주는 식으로 시장 구경시켜주려고 온 아주머니들도 꽤 있어요. 시장 기능도 제대로 하고 있지만 제주도에서 살면서 오일장을 관찰해보면 시장 기능도 있지만 5일마다 한 번 열리는 축제 기능도 꽤 커요. 이거 무시 못해요. 오일장은 항상 그래왔어요.

 

반면 동문시장은 한때 완전히 망할 뻔 했어요. 제주도에서 동문시장의 몰락은 심각한 문제였어요. 그러다 극적으로 관광시장화에 성공했어요. 동문시장은 관광객들에게 이제 꽤 인기 있는 시장이 되었어요.

 

제가 관광객으로 제주도를 간다면 동문시장 일대도 가기는 할 거에요. 동문시장 가서 기념품도 사고 이것저것 구경하고 야시장 열릴 때 가서 먹을 거 사먹기도 하구요. 그쪽도 코스 짜려고 하면 나름 돌아다니며 놀 만해요. 근처에 탑동 있으니까 탑동 구경도 하고, 사라봉도 걸어서 가려고 하면 갈 수 있으니까 사라봉도 가보구요.

 

하지만 저는 제주도에 순수하게 관광객으로 갈 일이 없어요. 제주도 가서 논다면 저 혼자 관광객으로 가서 놀기 보다는 친구들 만나서 놀아요. 친구들과 만나서 놀면 시청 근처에서 놀거나 신제주에서 놀아요. 아니면 아예 제주시 동지역을 벗어나 외곽으로 나가버리든가요. 놀기 위해 동문시장 갈 일이 아예 없어요. 동문시장은 야시장 있을 때는 저녁까지는 그래도 괜찮아요. 하지만 밤이 되면 정말 아무 것도 없고, 심야시간이 되면 노숙자 범죄가 심심찮게 발생하는 우범지대에요. 저는 동문시장 가도 딱히 놀거나 할 게 없어요.

 

몸국은 진짜 잘 하는 집으로 가야 해요. 안 그러면 최악이에요. 제주시에서 몸국 잘 하는 집이 몇 곳 있는데 전부 구제주에 있어요. 자연몸국은 제주도에서 몸국 손꼽히게 잘 하는 집으로 유명하지만 위치가 동문시장이에요. 그래서 친구들이 제게 뭐 먹고 싶냐고 물어봤을 때 몸국 먹고 싶다고 하면 반응이 영 시원찮아요. 동문시장 쪽은 주차하기도 나쁘고 진짜 몸국 하나 먹자고 동문시장 가야 해서요. 그래서 제주도 갈 때마다 먹지는 않아요.

 

 

 

자연몸국 밑반찬은 아래와 같아요.

 

 

멸치 볶음이 잔멸치 볶음이 아니라 큰 멸치로 만든 멸치 볶음이에요. 제주도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반찬 구성이에요.

 

 

몸국 맛은 구운 삼겹살 넣고 끓인 죽 비슷한 맛이에요. 매우 고소하고 고기 잡내는 안 나요. 해초류의 미끄러운 식감 싫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몸국은 해초류의 미끄러운 식감도 별로 안 느껴져요. 모자반이 부드럽고 작게 잘려서 들어가 있거든요.

 

간은 맞춰져 있어요. 만약 싱겁다면 소금을 조금 더 넣어서 먹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식당에는 고춧가루도 비치되어 있어요.

 

 

저는 먹다가 고춧가루를 풀었어요. 이러면 딱 육지식 몸국이에요. 고춧가루 들어간 음식은 육지식 제주도 음식이니까요. 그런데 몸국에 고춧가루 조금 풀면 육지 사람들이 매우 좋아할 맛이에요. 그냥 먹어도 구운 삼겹살 넣고 끓인 죽 같은 맛이라 맛있지만 고춧가루 넣으면 확실히 타지역 어디에선가 맛있는 음식이라고 팔고 있을 것 같은 맛으로 바뀌어요.

 

예전에 친구에게 몸국이 진짜 전통 잔치음식인데 못 유명해지는 것에 대해 왜 그런지 물어봤어요. 제주도 별별 음식이 다 뜨는데 제주도 전통 잔치음식은 정작 못 뜨고 있는 상황이 아무리 봐도 이상하고 희안했어요. 친구는 제게 어떤 음식인지 설명이 안 되어서 그럴 거라고 했어요.

 

일단 몸국은 이름부터 외지인에게 이질적이에요. 보통 글에 '몸'이라고 쓰지만 원래는 오 대신 아래아를 써야 해요. 그래서 글자 보자마자 이상하게 느껴질 거래요. 제주도에서는 아래아 보는 게 매우 쉬운 일이지만 타지역 사람들에게 아래아는 별로 안 친숙해요. 아래아 보면 고등학교 국어시간 고전 배우던 때를 연상시킬 건데, 많은 사람들에게 국어 고전은 고역 그 자체에요. 특히 '다른 한국어의 존재'에 대한 감이 별로 없고 경험이 적은 수도권 사람들에게는 더욱 고역일 거구요. 여기에 아래아니까 이걸 어떻게 읽어야 하나 고민되는 사람들도 있을 거에요. 제주도에서는 아래아를 그냥 오로 읽으면 되요. 제주도 방언에서 아래아는 일관되게 오 모음으로 바뀌고 있거든요. 괜히 머리 굴려서 '맘국'이라고 하면 제주도 사람들 아무도 못 알아들어요.

 

이제 읽는 것은 맘국이 아니라 몸국인 걸 알게 되었어요. 그러면 '몸'이란 대체 무엇인지 알아야 해요. 여기에서 이게 모자반이라고 하면 모자반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아요. 모자반이 해초라고 하면 으례 미역을 떠올리고 매우 비릴 거라고 생각해요. 미역과 돼지고기로 끓인 국이라고 상상하면 솔직히 맛있게 느껴지지 않아요.

 

전통 잔치음식이라고 엉뚱한 데에서 진입장벽을 베를린 장벽으로 세워놨나?

 

일리 있었어요. 설명이 되지 않으니 홍보도 안 된다는 말요.

 

제주도 전통 잔치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동문시장에 있는 자연몸국에 가서 몸국을 먹어보면 되요. 만약 입에 안 맞다면 고춧가루 좀 섞어서 먹으면 입에 맞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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