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한국

경주 불국사 국보 제20호 다보탑, 국보 제21호 석가탑

좀좀이 2021. 5. 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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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불국사 카드를 꺼내야 하나..."

 

숙소에서 조식을 먹고 하늘을 바라봤어요. 여전히 구름이 짙게 끼어 있었어요. 우중충한 정도가 아니었어요. 비가 또 쏟아지고 있었어요. 일기예보에 의하면 경주 여행을 마치고 의정부로 돌아가는 5월 18일부터 날이 갤 거라고 했어요. 5월 17일까지는 비가 엄청나게 퍼부을 예정이라고 나오고 있었어요. 이날은 돌아다닐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여겨야할 날이었어요.

 

경주 여행을 오기 전이었어요. 그래도 양심적으로 경주 가서 뭐 할 지 경주 여행 계획을 조금은 짜보기로 했어요. 맛집 같은 것은 제대로 찾아보지 않았어요. 어차피 계속 황리단길 주변에서 놀 거였기 때문에 카페 같은 것은 황리단길 가서 즉흥적으로 느낌 오는 카페 가면 되었어요. 맛집도 미리 알아보는 것보다는 가서 찾아보고 느낌 오는 곳에 가서 먹든가 숙소 사장님 및 직원분들께 여쭈어보고 찾아가면 되었어요. 사실 완전히 안 찾은 것은 아니었어요. 경상북도 경주 음식 중 뭐가 유명한지 찾아보니 육회물회가 유명하다고 나왔어요. 그런데 여기는 차 없으면 가기 매우 불편해 보이는 곳이었어요. 버스 타고 갈 방법이 있기는 했지만 정말 이거 하나 먹고 돌아와야 하는 코스였어요.

 

'골굴사 갔다가 감포항 갈까?'

 

2021년 5월 19일은 석가탄신일이었어요. 석가탄신일 직전은 절 가기 가장 좋을 때에요. 이때는 우리나라 모든 절이 석가탄신일을 맞아 꽃단장할 때에요. 쉽게 말해서 우리나라 모든 절이 가장 아름답게 꾸며놓은 때가 석가탄신일 즈음이에요. 봄날을 싱그러움과 석가탄신일 맞이 꽃단장이 어우러져서 정말 아름다울 때에요. 석가탄신일이 근처였기 때문에 절을 한 곳은 가보기로 했어요.

 

경주에는 절이 많이 있어요. 그 중에서 유명한 절 한 곳을 가기로 했어요. 경주에서 가장 유명한 절이라면 누가 뭐래도 불국사가 가장 유명해요. 그러나 불국사는 중학교 수학여행 때 가봤던 기억이 있었어요. 아주 어렴풋 기억나요. 다보탑 보고 '이게 교과서에서 보던 다보탑이구나'라고 생각했던 것이 떠올랐어요. 사실 큰 감흥은 없었어요. 그냥 교과서에서 봤던 걸 봤다는 '생각' 뿐이었어요. 그 이상 아무 느낌도 없었어요.

 

그래서 이번에 경주 여행 갈 때 절 하나 가기는 하지만 불국사만큼은 안 갈 계획이었어요. 불국사 말고 다른 절을 가고 싶었어요. 경주에 있는 유명한 절을 찾아보니 골굴사가 있었어요. 골굴사에서 버스를 타고 감포항까지 다녀오는 일정이라면 황리단길 일대를 벗어나 멀리 다녀오는 코스로 딱이었어요. 한나절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 다시 경주 시내로 돌아오면 재미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어 보였어요.

 

불국사는 정말 최악 중에서도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카드로 남겨놓기로 했어요. 정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치면 그때 불국사나 다녀오기로 했어요.

 

그런데 그 최악의 상황이 일어났다.

 

2021년 5월 16일은 비가 정말 많이 퍼부었어요. 기온도 엄청나게 떨어졌어요. 경주 여행 출발할 때만 해도 낮 기온은 30도였어요. 그런데 비가 오며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서 낮 최고 기온이 15도 수준이었어요. 여기에 비까지 많이 퍼부어서 신발도 다 젖었어요. 설마 비가 많이 오고 기온 많이 떨어져봐야 얼마나 다니기 어려울까 하고 완전 여름 여행으로 옷을 준비하고 운동화 신고 왔다가 완전히 낭패봤어요.

 

골굴사를 가기 위해서는 버스로 한참 가서 거기에서 다시 2km 정도 걸어가야 했어요. 사전에 알아본 바에 의하면 골굴사는 평지에 있는 절이 아니라 오르락 내리락 해야 했어요. 2km 걸어가서 또 절 안 에서 올라가고 내려가야 했어요. 여기에 감포항은 골굴사에서 다시 또 버스 타고 한참 가야 했어요. 이런 환경에서 골굴사와 감포항을 다녀오는 것은 완전히 무리였어요.

 

그렇다고 황리단길 안에서만 놀며 시간을 때우기도 그랬어요. 황리단길은 이미 이틀간 잘 돌아다녔어요. 더욱이 이날 밤에는 동궁과월지 야경을 보러 갈 예정이었어요. 교통편 나쁜 곳, 다니기 힘든 곳은 날씨 때문에 갈 수 없었고, 황리단길은 어차피 야경 보러 갈 시간까지 머물러야 하는 곳인데 이미 이틀이나 황리단길 및 그 근방에서 놀았기 때문에 선택지라고는 불국사 뿐이었어요.

 

'결국 최후의 카드를 쓰네.'

 

방법이 없었어요. 일단 불국사로 가기로 했어요. 다행히 불국사는 경주 시내에서 가는 버스가 많이 있었어요. 저는 황리단길에서 중앙시장으로 가서 10번 버스를 타고 갔어요.

 

불국사 입구에 도착해서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갔어요. 경내를 쭉 걸어가자 국보 제23호 자하문, 청운교, 백운교가 나왔어요.

 

 

중학교 수학여행 이후 처음 본 불국사 자하문과 청운교, 백운교였어요. 에전 수학여행 때 와서 봤던 것과 달라진 것이 없었어요.

 

국보 제23호 불국사 청운교, 백운교는 대웅전을 향하는 자하문과 연결된 다리에요. 아래에 있는 계단이 백운교이고, 위에 있는 계단이 청운교에요. 청운교는 푸른 청년, 백운교는 흰머리 노인의 모습으로 빗대어서 인생을 상징하기도 한다고 해요.

 

청운교, 백운교는 통일신라 경덕왕 10년인 751년에 세워진 것으로 유추하고 있어요. 당시 다리로는 유일하게 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는 다리라고 해요.

 

청운교, 백운교를 걸어서 올라갈 수 없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았어요. 옆길로 돌아서 대웅전 쪽으로 갔어요.

 

 

"다보탑이다!"

 

국보 제20호 다보탑이 모습을 드러내었어요. 전국민 모두 매우 잘 아는 바로 그 다보탑이었어요. 10원짜리 동전에 새겨져 있는 탑이라 모든 국민이 다 눈에 익어하는 형상의 탑이에요.

 

다보탑은 '김민지 괴담'과도 연관 있는 탑이에요. 제가 어렸을 적이었어요. 우리나라 화폐 디자인 속에 '김민지'라는 아이의 흔적이 있다는 괴담이 있었어요. 다보탑은 10원짜리 동전에 새겨져 있었고, 화폐 디자인과 관련된 김민지 괴담에서 10원 속 다보탑은 김민지의 '김'이 들어가 있다고 했어요. 10원 동전에서 오른쪽 아래를 보면 누워 있는 '김'이라는 글자 같은 모양이 있어요.

 

김민지 괴담은 지역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어느 지역에서는 모든 화폐에서 김민지 흔적을 다 찾으면 똑같이 죽는다는 말도 있었고, 어느 동네에서는 진짜 '김민지'의 흔적이 숨어 있는 것으로 끝나기도 했어요.

 

제가 어릴 적에 1원과 5원 동전은 이미 사용하지 않을 때였어요. 그래서 김민지 괴담에서 1원과 5원에는 뭐가 숨어있었는지 모르겠어요. 1원과 5원 동전 디자인 속 김민지 괴담 정답은 아직까지도 못 들어봤어요.

 

다보탑 사진을 보면 하단에 '김'이라고 봤던 모양이 그대로 있어요. 다보탑 보고 정말 오랜만에 김민지 괴담이 떠올랐어요.

 

 

 

 

 

다보탑에 있는 돌사자 한 마리가 보였어요. 원래는 네 마리 있었다고 하지만 일제강점기 때 세 마리는 사라져서 여전히 못 찾고 있다고 해요.

 

 

이제 석가탑을 보러 갈 차례였어요.

 

 

 

 

석가탑은 이 자체도 국보 제21호이지만, 석가탑 복원작업에서 발견된 국보 제126호 무구정광대다라니경도 유명해요.

 

석가탑은 무영탑이라고도 해요.

 

 

 

불국사 경내를 쭉 돌아다녔어요. 사람들이 나한전 옆에 돌탑을 매우 많이 쌓아놨어요.

 

 

 

 

 

"사람들 돌탑 진짜 많이 쌓아놨네."

 

불국사는 전국민이 다 아는 유명 관광지에요. 매우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요. 시작은 누구 하나가 여기에 돌탑 작게 만들어놓았을 거에요. 그거 보고 사람들이 하나 둘 돌탑 쌓아 만들면서 돌탑군이 되어버렸을 거에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돌탑을 쌓아놨는지 기왓장 위에도 돌탑을 만들어놨어요. 여기에 이 주변에는 바닥에 자그마한 돌멩이도 찾기 어려웠어요. 사람들이 전부 여기에 돌탑 쌓는다고 주워서 그런 것 같았어요.

 

 

 

 

 

 

중학교 수학여행으로 불국사를 왔을 때는 석가탑, 다보탑만 보고 빨리 버스로 내려갔었어요. 불국사를 그렇게 여유롭게 관람할 시간이 없었어요. 불국사를 보고 뭘 느낄 것도 없었어요. 다보탑, 석가탑, 청운교, 백운교는 사진으로 매우 많이 보고 교과서에도 나오는 곳이라는 것 뿐이었어요. 솔직히 그때 교과서에 나오는 것을 직접 봐서 신기하다는 감정조차 전혀 없었어요.

 

이번에 불국사를 다시 가서 천천히 둘러보니 시간이 꽤 오래 걸렸어요. 이번에는 법당에도 다 들어가봤어요. 조용히 돌아다니며 바람 쐬기 매우 좋았어요. 석가탑, 다보탑은 여전히 안녕하셨어요. 날이 매우 안 좋아서 석가탄신일 즈음의 화려한 맛은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그래도 엄청나게 오랜만에 오니 반가웠어요. 벅찬 감동은 없었지만 은은한 매력이 있었어요.

 

역시 다보탑이 최고야.

 

그리고 중학교 때나 지금이나 똑같았어요. 역시 다보탑이 최고에요. 그 당시에도 불국사 전체는 다 딱히 큰 인상이 없었고 다보탑만 엄청 인상적이었어요. 다보탑은 실제 봐도 사진으로 본 것처럼 화려하고 예뻤어요. 나머지는 시간 없어서 대충 본 것도 있고 교과서에 나온 사진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넘어가기도 했어요. 석가탑은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안 예뻐서 슥 보고 지나갔었어요.

 

다시 가본 불국사. 역시나 제 시선을 확 사로잡은 것은 다보탑이었어요. 석가탑 좋아하는 사람들은 석가탑이 매우 아름답고 좋다고 하는데 아직까지도 제 미적 감각은 중학교 때와 마찬가지인지 여전히 다보탑이 최고였어요. 석가탑은 이번에 다시 가봐도 어려웠어요. 아무리 중학교 때와 많은 것이 바뀌었다지만 불국사에서 다보탑이 제일 좋은 것은 여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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