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식당, 카페

한스델리 착한메뉴 소시지 야채볶음밥

좀좀이 2020. 12. 2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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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서 산책하고 밥이나 먹고 와야겠다."


집에서 할 것 하다가 점심 시간이 지나갔어요. 밖에 나갈 일이 없어서 며칠째 집에서 가만히 있었어요. 집에만 있으니 바람 좀 쐬고 싶었어요. 밖에 돌아다닐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날씨도 밖에 돌아다니지 말라고 매우 추웠어요. 그러나 가만히 집에 있는 것이 며칠째 지속되자 엄청 답답했어요. 운동 삼아서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며 산책도 하고 간단히 점심도 먹고 돌아오고 싶었어요.


씻고 밖으로 나왔어요. 길거리를 걷기 시작했어요. 날씨는 엄청나게 추웠어요. 밖에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집에서 나오기 전에 따스한 물로 데운 몸이 다 식었어요. 추위는 자비없이 온몸을 강타했어요. 순식간에 얼굴이 얼어붙었어요. 마스크가 이럴 때는 도움되었어요. 얼굴 중 절반을 마스크가 가려줬거든요. 마스크로 덮힌 부분은 입김 때문에 따스했어요.


"사람들 정말 없네."


이렇게 사람들이 길거리에 없을 시간이 아니었어요. 그러나 거리에는 사람들이 없었어요. 번화가인데 돌아다니는 사람을 세어보면 열 손가락으로 충분히 다 꼽을 수 있었어요. 날이 추우면 원래 밖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적어지기는 해요. 그러나 단순히 날이 추워서 돌아다니는 사람이 적어졌다고 할 수준이 아니었어요. 길거리에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사람들이 엄청나게 없으니 더 추웠어요. 번화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찬바람을 전부 다 맞지는 않아요. 사람들이 조금씩 나눠서 맞으니까요. 그런데 사람들이 아예 없다고 해도 될 정도로 없어서 번화가인데 찬바람을 전부 다 맞고 있었어요. 이렇게 번화가에서 추운 적도 별로 없었어요. 체감온도가 훨씬 더 낮게 느껴졌어요.


"내년에 어떻게 될 건가?"


길거리 여기저기에 임대 문의가 붙은 문 닫은 가게들이 보였어요. 아예 리모델링하는 가게도 있었어요. 8월말~9월초에는 어차피 손님도 없는데 리모델링하자고 공사하는 가게가 여기저기 있었어요. 그러나 이번에는 리모델링하는 기회로 바꿀 수도 없었어요. 대부분의 가게가 8월말~9월초에 리모델링했는데 그로부터 몇 개월 지나갔다고 또 리모델링해요. 안에 손님이 있는 가게는 거의 없었어요. 원래 사람이 많았던 가게들조차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너무 추워서 파리도 안 보였어요. 차라리 가게들에 파리라도 많이 날아다니면 그래도 뭔가 있다 싶겠는데 그 파리조차 안 보였어요. 식당 안에 직원들만 멍하니 앉아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많이 보였어요. 모든 것이 얼어붙고 있었어요. 모든 사람들의 주머니가 얇아지고 얼어붙고 있었어요. 식당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 전체의 주머니가 점점 더 얇아지고 있었어요. 덕분에 길거리는 깨끗했어요.


길을 따라 계속 걸었어요. 잠시 카페에 가서 음료 한 잔 사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카페 매장 안에서는 취식 금지였어요. 추운데 음료를 들고 돌아다닐 수도 없었어요. 추위 속에서 쉬지 못하고 계속 걸어야만 했어요.


"한스델리네?"


의정부에도 한스델리 있었나?


한스델리는 많이 들어봤어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안 가봤지만요. 예전에 주변 지인들이 한스델리 가서 밥 먹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많이 있었어요. 블로그 하다가 답방 갔을 때 한스델리 갔다는 글을 본 기억도 있었어요. 그러나 한스델리가 정확히 어떤 곳인지 몰랐어요.


'한스델리가 도시락 전문점이었던가?'


한솥처럼 한스델리도 도시락 전문점이었나 싶었어요. 가본 적이 없고 들어본 적만 많아서요. 한스델리가 뭔지 궁금해서 여자친구에게 카카오톡으로 한스델리 아냐고 물어봤어요.


"한스델리? 응. 알아."

"한스델리가 한솥 같은 거지? 도시락."

"응? 아니야."


여자친구가 어이없어했어요. 여자친구는 한스델리가 어떤 곳인지 당연히 알고 있었어요. 여자친구 말에 의하면 저렴하고 음식 괜찮은 식당으로 유명했다고 했어요.


"의정부에 한스델리 있다."

"정말? 언젯적 한스델리야?"


여자친구도 놀랐어요. 그럴 만 했어요. 한스델리 이야기 많이 들었던 적은 몇 년 전이었어요. 최근 일이 아니었어요. 왠지 한스델리는 대학가에 있어야 할 것 같았어요. 의정부 번화가가 아니라요. 의정부에 있더라도 한스델리는 왠지 가능역 주변이나 회룡역, 망월사역 주변에 있어야 맞을 것 같았어요. 의정부역 맞은편 번화가가 아니라요. 의정부역 번화가도 고등학생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곳이기는 하지만 왠지 느낌이 그랬어요. 저도 서울 번화가에서 한스델리를 본 기억은 없었어요. 그리고 예전 기억을 더듬어보면 한스델리는 주로 대학생들이 많이 갔던 것으로 기억났어요. 그래서 대학가나 학생들 많은 곳에 있어야할 것 같았어요. 하지만 의정부 한스델리는 의정부 번화가에 있었어요.


'한스델리 가서 밥이나 먹어볼까?'


그동안 의정부 번화가를 무수히 많이 돌아다녔어요. 단 한 번도 의정부 번화가를 돌아다니며 한스델리가 있다는 것을 본 적이 없었어요. 이유는 간단했어요. 한스델리가 2층에 있었거든요. 예전에는 의정부 번화가에 사람들이 많아서 2층은 별로 안 봤어요. 1층에 입간판 있다고 해도 그걸 일일이 다 보고 돌아다닌 적도 없구요. 1층에 있는 가게와 카페들 보며 다니기도 바빴어요. 그런데 의정부 번화가에 행인들이 싹 없어지자 그제서야 한스델리가 보였어요.


'여기 간판만 있고 없어진 거 아니야?'


지금 상황에서는 그런 상상을 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웠어요. 이런 가게가 한둘이 아니니까요. 없어지지는 않았더라도 최소한 영업을 중단하고 쉬고 있을 수는 있었어요. 건물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갔어요. 한스델리가 있었어요. 문을 밀어봤어요. 문이 열렸어요. 안에 직원도 있었어요.


'뭐 먹지?'


메뉴판을 봤어요. 한스델리 착한메뉴가 있었어요. 한스델리 착한메뉴는 가격이 5500원이었어요. 토마토미트 파스타, 등심 돈가스, 치킨마요 덮밥, 어묵우동, 소시지 야채볶음밥이 있었어요.


'5500원이면 가격 괜찮은데?'


한스델리 착한메뉴 중 하나를 고르기로 했어요.


'파스타는 양이 좌절적으로 적을 거고, 치킨마요 덮밥은 내가 치킨마요 자체가 별로이고, 우동은 영 안 끌리고...돈까스는 무한리필 가고 말지.'


남은 건 하나였어요. 소시지 야채볶음밥이었어요. 사실 볶음밥도 그렇게 끌리지는 않았어요. 한국에서는 볶음밥 주문하면 질척한 밥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이것은 심지어 볶음밥 맛집이라고 하는 곳을 가도 해당되는 문제에요. 찰기가 많은 쌀로 밥을 지어서 그 밥으로 볶음밥을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서요. 이건 볶음밥용 밥을 따로 짓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요. 당장 편의점 도시락 속 바짝 마른 밥만 먹어봐도 이 밥으로 볶음밥하면 질척한 밥 되겠다는 느낌이 딱 와요. 밥을 말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볶음밥용 쌀을 구입해서 만들지 않는 한 답이 안 나와요.


그렇지만 소거법으로 골라내다보니 마지막에 남은 것은 소시지 야채볶음밥 뿐이었어요. 볶음밥도 좋아하고 소세지도 좋아하니 이것은 아무리 맛없어도 기본은 먹고 들어가는 메뉴였어요. 나머지는 기본적으로 하나씩 제가 안 좋아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점수 왕창 깎인 상태에서 고르는 거였어요. 한스델리는 처음 와본 거였기 때문에 뭐가 맛있는지 몰랐어요. 하지만 제 취향에서 벗어난 음식을 주문한다면 아무리 맛있어도 별로일 것은 확실했어요. 음식으로 스트레스 받기 싫어서 얌전히 소시지 야채볶음밥을 골랐어요.


조금 기다리자 한스델리 소시지 야채볶음밥이 나왔어요.


한스델리 소시지 야채볶음밥은 이렇게 생겼어요.


한스델리 소시지 야채볶음밥


한스델리 소시지 야채볶음밥은 생긴 것은 매우 예쁘게 생겼어요. 스마트폰으로 대충 찍어도 이렇게 나왔어요. 갈색빛 도는 볶음밥 위에 커다란 소세지 하나가 올라가 있었어요. 소세지 위에는 마요네즈와 파슬리 가루가 뿌려져 있었어요.


한스델리


볶음밥 위에 올라가 있는 소세지가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한스델리 착한메뉴


볶음밥은 접시 위에 얇게 펼쳐져 있었어요.


한스델리 착한메뉴 소시지 야채볶음밥


보이는 대로였다.

아주 정직했다.


시각적인 부분이 맛에 대해 어떨지 다 말해줬어요. 적당히 이럴 거라고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대학교 감상문 레포트 수준을 뛰어넘어 영화 스포일러 수준이었어요. 보고 상상한 맛과 실제 먹으며 느낀 것이 거의 완벽히 일치했어요.


사진 속 밥알을 보면 매우 축축해보여요. 실제로 한스델리 착한메뉴 소시지 야채볶음밥의 쌀알은 매우 질척했어요. 밥알에 찰기가 그대로 살아 있었고, 축축한 소스로 인해 밥알이 수분을 매우 잘 머금고 있었어요. 밥알이 한 알 한 알 살아있는 볶음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비빔밥을 먹는 기분이었어요. 소스에 버무려 비벼먹는 맛이었어요. 볶음밥 특유의 고슬고슬함, 불향은 느껴지지 않았어요.


'여기 소스에 뭐 집어넣었지?'


소스에서는 생선향이 살짝 느껴졌어요. 소스의 기본적인 맛은 함박스테이크 같은 음식에 사용하는 짭짤한 소스였어요. 그런데 소스 속에서 생선향이 살짝 느껴졌어요. 감칠맛을 내려고 생선향이 나는 뭔가를 섞은 것 같았어요. 이것은 눈으로 보고 예상한 맛과 조금 다른 부분이었어요. 원래 영화 스포일러라 해서 영화 속 모든 이야기가 다 담겨 있지는 않죠. 이건 영화 스포일러에서 빠진 작은 부분 같은 존재였어요.


소세지는 매우 맛있었어요. 소세지는 괜찮은 것을 사용했어요. 소세지는 컸고 탱탱했어요. 먹는 맛이 있었어요. 게다가 소세지가 이 볶음밥에서 엄청나게 부각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었어요.


밥 양이 적다.


한스델리 착한메뉴 소시지 야채볶음밥은 양이 매우 적었어요. 접시에 밥을 얇게 펼쳐놨는데 두께가 두껍지 않았어요. 다 합치면 식당 공기밥 1개 분량일 거였어요. 그래서 양이 상당히 적은 편이었어요. 밥 양이 엄청 적은데 커다란 소세지가 위에 올라가 있으니 소세지가 당연히 엄청나게 부각될 수 밖에 없었어요. 양에서도 소세지가 부각되었고 맛에서도 소세지가 부각되었어요.


전체적으로 보면 맛 자체는 괜찮았어요. 고슬고슬하고 불맛 강한 볶음밥을 기대하지만 않으면 맛있게 먹을 수 있었어요. 단, 양은 매우 적은 편이었어요. 작정하고 빨리 먹고 나가려고 하면 주문부터 음식 나오는 시간보다 먹고 나가는 시간이 더 빠를 정도였어요. 가볍게 한 끼 먹기에 좋았어요. 두 명이 한스델리 가서 음식 3개 시킬 때 자기 식사 메뉴로 고르기 괜찮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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