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유명한 전통 요리 중 하나가 오쉬 (플로브, 팔로브)에요.
이 음식은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하죠. 흔히 '기름밥'이라고 해요.
우즈베키스탄 TVM (우리나라 MTV와 비슷한 채널) 에서는 Oshga marhamat 라는 오쉬 대결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었어요. 당연히 이벤트성 한 번 시합을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거진 1년간 우즈베키스탄 전 지역의 참가자들이 참가해 대결을 하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연말에 결승전이 열리죠.
재작년 것은 타슈켄트 오쉬 요리사 (우즈베크어로는 Oshpaz 라고 합니다) 와 안디잔 오쉬 요리사가 결승에서 대결했는데, 안디잔 요리사가 요리하기 매우 힘든 '데브지라'라는 쌀을 썼는데, 쌀이 설익어서 져버렸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작년 것은 집에 TV가 없어서 못 보았죠. 혹시 유투브에 올라온 것 있나 찾아보았지만 아직까지 작년 것이나 재작년 것이나 찾지는 못했어요.
일단 이 방송의 동영상입니다.
오쉬를 만드는 방법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큰 틀은 거의 똑같아요.
1. 먼저 쌀을 불린다.
2. 양 엉덩이 지방 부위 (둠바)를 볶아 기름을 만든다.
3. 양기름에 고기를 볶는다.
4. 노란 당근을 볶는다.
5. 물을 붓는다.
6. 쌀을 쏟아넣는다.
7. 지라 (향신료)를 뿌린다.
8. 물을 졸인다.
9. 뚜껑을 덮고 밥을 짓는다.
저 큰 틀에 부수적으로 이것저것 추가되는 것이죠. 단 맛을 더 내기 위해 건포도를 넣는다든가, 시각적 효과를 위해 붉은 당근을 사용한다든가 하는 것이죠. 이 방송에서 본 가장 희안하게 하는 방법은 처음부터 솥 두 개를 쓰는 방법이었어요. 처음부터 멀티를 지어서 자원(?)인 시간을 벌겠다는 듯 솥 두 개를 써서 하나는 밥, 하나는 재료를 익힌 후 둘을 섞어서 오쉬를 만들었어요. 이때 이 대결 편 완전 엉망되었어요. 일반적으로 오쉬는 솥 1개만 쓰고, 재료를 계속 넣어가며 만드는 것인데, 이 아저씨는 처음부터 솥 두 개를 써서 빨리 끝내버렸고, 옆에 있던 청년은 이 모습에 흔들려서 완전 오쉬를 망쳐버려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아저씨는 너무 빨리 끝내는 바람에 맛이 조금 떨어져 버렸고, 청년은 3층 오쉬를 지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의 추억 중 하나가 바로 이 오쉬를 직접 해보겠다고 흉내내다가 완전 재료비 다 날렸다는 것.
사건의 전말은 매주 Oshga marhamat 를 보며 오쉬를 한 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어느 봄날이었어요.
참고로 우즈벡인들도 이 Osh 만큼은 쉽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어렵다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 초보자가 쉽게 도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가 매우 많이 갈리는 음식이 바로 오쉬에요.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요리법 자체는 지극히 간단하지만, 물과 기름량을 삐끗하면 다 망치거든요. 냄비로 밥 한 번 지어보시면 쉽게 이해하실 거에요.
그때까지만 해도 위에 적어놓은 과정 중 8번 - 물을 졸인다는 것은 방송에 잘 나오지 않았어요. 그냥 쌀 불려서 붓고 뾰족하게 원뿔 모양 잡고 냄비 덮고 끝.
그래서 재료를 사서 집에서 해보았는데...
대실패.
저는 진 밥은 절대 입에 대지 않아요. 질은 밥을 먹으면 이상하게 속이 울렁거려서 찰밥조차도 입에 절대 대지 않아요. 그런데 이 물을 증발시키는 과정을 모르고 한국식으로 물을 잡았더니 쌀은 완전 죽이 되어 버렸어요. 그리고 기름을 나름대로 많이 부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적어서 아래는 다 타버렸구요.
게다가 이때 지라를 많이 넣지 않고 지라는 조금만 넣고 후추를 집어넣었는데, 후추로는 양고기 냄새를 잡을 수가 없었어요.
위의 것을 보면 알 수 있어요. 해놓은 것은 한 솥이었어요. 딱 1인분만 한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음식이었거든요. 그래서 타격은 더욱 컸어요. 이 죽도 아니고 밥도 아닌 것을 도저히 목구멍으로 넘길 수 없어서 싹 다 버렸어요. 이때 재료값이 아마 한국돈으로 만 원 넘게 들어갔을 거에요.
그 후, 우즈베키스탄에서 우즈벡 전통 요리 하겠다고 절대 꼴깝 떨지 않고, 우즈벡 전통 요리가 먹고 싶을 때에는 얌전히 시장 가서 사먹었어요. 첫 도전이 너무 참담해서 어떻게 정신적으로 극복할 수 없는 지경이었거든요.
이 글 쓰고 나니 시장 가서 오쉬 한 그릇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네요. 그러나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