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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거프레소 레드빈 로얄 밀크티

좀좀이 2020. 12. 3.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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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마셔본 프랜차이즈 카페 밀크티 음료는 요거프레소 레드빈 로얄 밀크티에요.


요거프레소 매장 중 유일하게 24시간 영업하는 매장인 새절역에 있는 요거프레소 새절역점을 가기로 결정했을 때였어요.


요거프레소는 단순히 가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심야시간에 요거프레소 새절역점을 가는 것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어요. 요거프레소는 음료 종류가 매우 다양해요. 요거프레소 음료는 많이 마셔보지 못했어요. 요거프레소에서 음료를 고르는 것도 중요한 문제였어요. 다른 프랜차이즈 카페는 제가 안 마셔본 음료 중 하나 고르는 것이 매우 쉬운 일이었지만 요거프레소는 전혀 아니었거든요. 게다가 요거프레소는 맛있는 음료가 매우 많은 곳으로 유명해요.


매장 가서 선택하는 것보다 미리 선택해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어요. 섬세한 선택이 필요했어요.


비주얼을 선택할까?


요거프레소는 비주얼 예쁜 음료를 판매하는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어요. 요거프레소의 메리 마카롱 시리즈는 매우 예쁘게 생긴 음료에요. 요거프레소 메리 마카롱 시리즈는 원래 몇 종류 제외하고는 전부 시즌메뉴였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하도 인기 좋아서 상시 메뉴로 바뀐 게 많아지면서 이제는 종류가 매우 많아졌어요. 비주얼을 선택한다면 메리 마카롱 시리즈였어요.


맛을 선택할까?


요거프레소에서 맛있는 음료는 일단 요거트가 들어간 음료에요. 애초에 이름부터 요거트에서 왔잖아요. 이름부터 요거트에서 온 카페가 요거트 음료가 맛없으면 안 되죠. 요거프레소에는 요거트도 여러 종류 있고, 요거트로 만든 음료도 여러 종류 있어요. 맛을 선택한다면 요거트가 들어간 음료를 선택하는 것이 좋았어요.


아니야, 정신 번쩍 드는 건 없을까?


정신 번쩍 드는 음료라면 당연히 커피였어요. 저는 커피 마신다고 잠을 못 자지 않아요. 잠 안 자려고 커피 많이 마셔도 소용없어요. 카페인이 진짜 안 듣는 체질이거든요. 그래도 플라시보 효과라는 것이 있어요. 커피 마셨으니까 안 졸릴 거라고 믿는 거죠. 그래도 아예 제가 카페인이 안 듣는 건 아닐 테니 미세하게 효과는 있을 거에요.


전에 마셨던 정말 맛있었던 거 마셔볼까?


전에 요거프레소 가서 밀크티 버블 요거트 스무디를 마셔봤어요. 너무 맛있었어요. 요거트와 밀크티의 결합의 완성작이었어요. 밀크티도 좋아하고 요거트도 좋아하니 이거라면 결정장애 걸릴 일이 없었어요. 문제는 이미 마셔본 음료라는 점이었어요. 안 마셔본 음료였다면 망설임 없이 바로 밀크티 버블 요거트 스무디를 마시기로 결정했겠지만 이건 마셔봤다는 것이 단점이었어요.


'이러다 결정장애 걸리겠네.'


의정부 자취방에서 출발해 24시간 카페 두 곳을 돌아다니는 내내 요거프레소 가서 무엇을 마실지 결정하지 못했어요. 그나마 이 고민을 뒤로 미룰 수 있었던 이유는 원래 계획에서 약간의 변경이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원래는 홍대에 있는 24시간 카페인 할리스커피 홍대입구역점을 간 후 새절역에 있는 24시간 카페인 요거프레소 새절역점을 갈 계획이었어요. 그러나 종로5가 효제초등학교에서 홍대입구로 걸어가다가 신촌에 왔을 때 저녁을 안 먹고 온 탓에 힘이 없어서 편의점에 들려서 도시락을 하나 사먹었어요. 그 시간이 계획을 수정시켰어요. 시간이 촉박했어요. 할리스커피 홍대입구역점 가면 글을 2개 써야 했어요. 할리스커피 홍대입구역점 글을 써야 했고, 거기에서 마신 음료 글을 써야 했어요. 글 2개를 쓰고 나와야 했기 때문에 남은 시간이 너무 촉박했어요.


요거프레소 새절역점도 마찬가지로 가면 요거프레소 새절역점 방문기를 쓸 거였고 거기에서 사서 마신 음료 글을 쓸 거였어요. 이러면 어떻게 해도 동이 튼 후에 또 다른 24시간 카페인 빈플루 카페에 갈 거였어요.


'빈플루 카페는 음료 글은 따로 안 쓸 거잖아.'


빈플루 카페를 먼저 가면 여기는 빈플루 카페 글만 쓰고 나올 수 있었어요. 음료는 대충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주문해서 벌컥벌컥 들이켜버리면 되구요. 이러면 촉박한 시간을 보다 효과적으로 분배할 수 있었어요.


요거프레소로 가는 내내 결국 무엇을 마실지 결정하지 못했어요. 요거프레소 새절역점 안으로 들어갔어요. 음료를 주문해야 했어요. 어떤 음료가 있는지 살펴봤어요.


"여기 커피랑 요거트 같이 들어간 음료는 없죠?"

"예, 그런 건 없어요."


커피와 요거트가 같이 들어간 음료가 있다면 최고의 선택지였겠지만 그런 건 없었어요.


'뭐 마시지?'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어요.


'이거 의정부 요거프레소에 없어서 못 마셨던 거잖아!'


메뉴에 요거프레소 레드빈 로얄 밀크티가 있었어요. 요거프레소 레드빈 로얄 밀크티는 올해 7월에 출시된 신메뉴 음료였어요. 이건 너무 궁금해서 요거프레소에 마셔보려고 갔어요. 그런데 의정부 요거프레소에서는 이 음료를 판매하지 않고 있었어요.


"레드빈 로얄 밀크티 주세요."


레드빈 로얄 밀크티를 주문했어요. 신메뉴로 출시된 지 꽤 된 음료인데 다행히 주문이 가능했어요. 조금 기다리자 음료가 나왔어요.


요거프레소 레드빈 로얄 밀크티는 이렇게 생겼어요.


요거프레소


팥 색깔도 아니고 밀크티 색깔도 아닌 매우 애매한 색이었어요. 위에는 하얀 거품이 두꺼운 층을 이루고 있었고, 그 아래에는 연한 커피색 음료가 층을 이루고 있었어요.


컵홀더는 새빨간 배경에 트리 장식 문양이 그려져 있었어요. 가운데에는 happy merryday 라는 문구가 필기체로 적혀 있었어요.


컵홀더를 벗겨봤어요.


요거프레소 2020년 7월 신메뉴


"진짜 팥 들어가 있네?"


음료 가운데에 얼룩이 있었어요. 이 얼룩은 팥이었어요.


요거프레소 팥 밀크티


요거프레소 홈페이지에서는 레드빈 로얄 밀크티에 대해 '입안에 맴도는 밀크티의 부드러운 촉감과 달큰한 통팥의 진한 여운'이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요거프레소 레드빈 로얄 밀크티 영문명은 Red bean Royal Milk Tea 에요.


요거프레소 레드빈 밀크티


일단 유심히 관찰했어요. 이런 음료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 신기했거든요.


요거프레소에서 레드빈 로얄 밀크티를 출시했다는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봤을 때였어요.


"이건 꼭 마셔야해!"


별별 밀크티를 다 봤어요. 그러나 팥 밀크티는 처음이었어요. 팥으로 차를 만들고 거기에 우유를 부어서 밀크티를 만들었다고 해도 기괴했고, 홍차 베이스 밀크티에 팥을 집어넣었다고 해도 기괴했어요. 어느 쪽으로도 전혀 상상이 안 되었어요. 이건 맛 예측이 아예 불가능한 희대의 음료였어요.


그래서 이건 꼭 마셔보고 싶었어요. 요거프레소로 달려갔어요. 그러나 의정부에 있는 요거프레소 매장에서는 레드빈 로얄 밀크티를 판매하지 않았어요. 이것을 마시려면 일부러 서울까지 가야만 했어요.


'급한 건 아니니까 나중에 서울 가면 마셔봐야지.'


그러나 아쉽게도 요거프레소는 제가 잘 돌아다니는 곳에 없었어요. 친구와 만나서 같이 밥 먹은 후 카페 갈 때에도, 서울에 일 있어서 혼자 서울 갈 때도 요거프레소는 제 동선에서 항상 멀었어요. 게다가 시간이 흐르자 이런 음료가 있었다는 것 자체를 망각해버렸어요.


요거프레소 레드빈 로얄 밀크티


신기한 음료라 유심히 관찰하는 동안 음료층이 분리되어서 3층 음료가 되었어요. 맨 위에는 하얀 거품, 중간은 밀크티 색깔 음료, 아래는 팥 색깔이 조금 섞인 일반 밀크 커피 같은 색이 되었어요.


이제 마셔보자.


한 모금 마셔봤어요.


"이건 단종되면 안 돼!"


이거 진짜 비운의 명작이다.

2020년 프랜차이즈 카페 비운의 명작 1위를 다툴 음료.


엄청나게 맛있었어요. 개성이 있으면서 이상하지 않은 맛이었어요. 개성이 넘치면서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은 맛이었어요. 정말 잘 만든 음료였어요.


요거프레소 레드빈 로얄 밀크티는 기본적으로 밀크티였어요. 밀크티 맛은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평이한 편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밀크티 맛에 대해 평이하다고 하다고 진짜 평이한 수준이라고 받아들이면 엄청나게 곤란해요. 다른 카페 밀크티에 비해서는 맛이 강한 편이었어요. 밀크티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밀크티과 비교해도 맛이 약하다는 소리 들을 정도는 아니었어요.


공차, 아마스빈의 홍차 베이스 밀크티보다는 맛이 약간 순했지만 밀크티 자체만 놓고 보면 공차, 아마스빈을 제외한 프랜차이즈 카페 밀크티보다 이것이 압도적으로 나았어요. 사실 공차, 아마스빈은 애초에 주력이자 주인공이 밀크티니까 맛이 순하면 안 되죠.


동남아시아 밀크티 파우더를 타서 마시는 것보다는 맛이 순했어요. 밀크티 맛을 보면 일본쪽이 제일 약해요. 한국에서 밀크티 맛의 기준은 타이완 밀크티에요. 아주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공차 밀크티가 우리나라 밀크티 맛의 기준이에요. 그리고 동남아시아 밀크티는 맛이 엄청나게 강해요. 동남아시아 밀크티는 동남아시아 밀크티를 판매하는 카페에서 판매하는 밀크티도 엄청나게 진하고 동남아시아 밀크티 파우더 맛도 엄청나게 진해요. 동남아시아 밀크티는 커피 대용이 가능할 정도로 맛이 강해요. 요거프레소 레드빈 로얄 밀크티 맛과 향은 공차, 아마스빈보다 살짝 순했고, 한때 매우 인기 좋았던 말레이시아 알리티 밀크티에 비해서는 많이 약한 편이었어요. 그러나 이것들을 제외하면 홍차의 맛과 향이 강한 편이었어요.


요거프레소 레드빈 로얄 밀크티의 첫맛부터 중간맛은 홍차 베이스인 로얄 밀크티였어요. 로얄 밀크티 맛은 마지막까지 일관되게 느껴졌어요.


요거프레소 레드빈 로얄 밀크티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단맛이었어요. 중간까지는 평범한 단맛 나는 로얄 밀크티였어요. 그러나 마지막 즈음 가서 팥가루와 팥 알갱이 맛을 느끼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하늘에서 펄펄 내리는 부드러우면서 부서지는 함박눈 같은 단맛이 혓바닥 위로 소복히 쌓였어요.


팥 특유의 맛은 밀크티를 삼킬 때까지 밀크티 맛을 방해하지 않았어요. 밀크티와 좋은 조합을 이루었어요. 팥맛이 본격적으로 느껴질 때는 바로 밀크티를 다 삼키고 입에 남은 팥 건더기를 씹을 때였어요. 이때는 삶은 팥맛이 아주 잘 느껴졌어요. 팥 고유의 맛이 밀크티와 서로 하나되어서 어울릴 수 있다는 것에 엄청나게 놀랐어요. 게다가 단맛을 팥으로 내자 설탕 타서 만든 단맛과 달라졌어요. 단맛 자체는 같았지만 팥 앙금은 당연히 음료에 녹을 리 없어요. 그래서 설탕 섞어서 나는 음료의 단맛이 계곡물 흘러가는 맛이라면 팥 앙금을 음료에 섞어서 만든 단맛은 함박눈이 내리는 맛이었어요.


이건 오히려 이제 출시되어야 하는 음료 아닌가?


혓바닥에 함박눈이 되어 소복히 쌓이는 단맛. 이건 행복하고 따스한 겨울이었어요.


집에서 달콤하고 향긋한 밀크티를 마시며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창 밖을 바라보는 모습.


이것이 바로 요거프레소 레드빈 로얄 밀크티 맛이었어요. 솔직히 여름과는 전혀 상관없는 맛이었어요. 요거프레소 레드빈 로얄 밀크티 출시일은 2020년 7월이에요. 그런데 아무리 여름과 연관지어 생각해보려 해도 뭐 하나 떠올릴 수 없었어요. 그 어떤 장면을 떠올려봐도 결국 행복한 겨울의 맛이었어요.


요거프레소 레드빈 로얄 밀크티는 올해 비운의 메뉴 1순위 후보였어요. 단순히 전염병 창궐 사태 때문은 아니에요. 그 이유도 있지만 이건 요거프레소가 출시 시기를 완전히 잘못 선택한 문제도 있어요. 겨울에 출시하면 겨울 이미지와 너무 잘 어울려서 흥행할 수도 있었는데 한여름에 출시했거든요. 맛과 시즌이 안 맞았어요.


요거프레소가 레드빈 로얄 밀크티는 단종 안 시켰으면 좋겠어요. 정 없애야겠다면 겨울에 시즌 메뉴로라도 계속 재출시해줬으면 좋겠어요. 음료로라도 행복하고 따스하고 즐거운 겨울 함박눈 내리는 풍경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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