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식당, 카페

서울 연남동 테일러커피 카페 데이지 커피

좀좀이 2020. 9. 24.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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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마셔본 카페 커피는 테일러커피 카페의 카페 데이지 커피에요.


친구와 모처럼 홍대에 갔어요. 얼마만에 홍대입구를 돌아다니는지 몰랐어요. 올해 설날 이후 홍대입구는 안 갔어요. 2월부터 코로나 사태가 터져서 여기저기 시끄러웠거든요. 초기에는 서울 여기저기에서 확진자가 나오다가 대구에서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하면서 시선이 모두 대구로 쏠려 있었지만 그렇다고 서울이 안전해보이는 것은 아니었어요. 그때 홍대입구는 누가 봐도 감염자가 쏟아져나오지 않는 것이 이상한 곳이었어요. 일산, 파주 등 경기도 북서부를 포함한 서울 서북부 중심지인데다 공항철도역도 있었거든요. 무수히 많은 중국인들이 홍대입구로 가고 그 근방 어디께에서 집단거주하는 등 안 위험하다고 보는 것이 더 이상했어요.


그래서 홍대입구쪽은 많이 조용해지면 가기로 했어요. 솔직히 홍대입구보다 차라리 강남역이 더 안전해보였거든요. 강남역도 잘 가지 않기는 했지만 강남역은 그래도 여러 번 갔어요. 홍대입구를 안 간다면 서울의 번화가를 갈 때 강남역을 가야 했거든요. 홍대입구 대신 강남역을 가도 별 상관없었어요. 어차피 밤 늦게 버스 타고 의정부 돌아가려면 종로5가 효제초등학교 정류장에서 버스 환승해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은 둘 다 똑같았구요. 굳이 아무리 봐도 제일 위험해보이는 홍대입구를 강남역이라는 대체 장소가 있는데 꾸역꾸역 갈 필요는 없어보였어요.


그러다 얼마 전 홍대입구쪽을 지나간 적이 있었어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일 때 273번 버스 타고 홍대입구 상황은 어떤가 궁금해서 한 번 보러 갔어요. 버스에서 내리지 않고 계속 버스에 머무르며 쭉 봤어요. 그때는 이게 나라 망한 거 아닌가 싶을 지경이었어요. 밤 10시 채 되지 않았는데 길거리에 사람들이 거의 없었어요. 아예 없었다고 해봐야 그 큰 거리에 사람 서너 명 있었으니 틀렸다고 우길 수준이었어요.


그렇게 계속 홍대입구쪽을 아예 안 가다가 이번에야 가봤어요. 확실히 전에 버스 타고 구경했을 때보다 사람이 매우 많이 늘어났어요. 올해 1월에 비하면 반의 반 정도 밖에 안 되어보였지만 그래도 이 정도라도 있는 게 다행이었어요. 홍대입구에 있는 가게들은 아예 문을 닫은 가게도 군데군데 있었어요. 체감상 절반 조금 안 되는 가게가 문을 닫았어요. 장사하는 가게도 있지만 장사하지 않는 가게도 있었고, 아예 임대 문의를 붙여놓고 가게를 닫아버린 식당 및 상점도 있었거든요.


"연남동 가볼까?"

"연남동?"

"거기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

"그러자."


홍대입구 상황을 본 후 연남동이 궁금해졌어요. 연남동도 사람들이 매우 많은 곳이거든요.


연남동으로 가서 돌아다녔어요.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일단 많았어요. 연남동에 있는 가게들은 대체로 다 영업중이었어요. 확실히 이런 상황이 닥치니 부익부 빈익빈이 확실히 나타났어요. 장사 잘 되는 가게는 사람들이 몰려서 안에 사람들이 꽉 들어차 있었어요. 반면 장사 안 되는 가게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어요. 그래도 홍대입구보다는 조금 더 나아보였어요.


"카페 갈까?"

"카페?"

"커피 한 잔 마시고 돌아가자."

"여기 근방에서?"

"응."


친구가 커피 한 잔 마시자고 했어요. 연남동에 있는 카페를 찾아봤어요. 연남동에 있는 카페들은 대부분 디저트 카페에요. 커피 전문점이 아니라 디저트 전문점에 가까워요. 근방에서 커피 마실 만한 곳이 어디 있는지 찾아봤어요. 테일러커피가 있었어요. 디저트에 관심없고 커피만 마시기에는 테일러커피가 가장 괜찮아보였어요.


"테일러커피 갈까? 아니면 홍대입구로 다시 돌아가야 할 거 같은데."

"그러자."


친구에게 테일러커피 가겠냐고 물어봤어요. 거기 아니면 가볍게 커피 한 잔 하려면 홍대입구쪽으로 돌아가야 했어요. 친구는 테일러커피로 가자고 했어요.


테일러커피로 갔어요. 여기는 저도 보기만 많이 봤고 들어보기만 많이 들어봤지 처음 가보는 곳이었어요. 1월에만 해도 테일러커피에는 사람들이 항상 다 들어차 있었거든요. 다행히 이날은 유리창 너머 보이는 매장 내부에 빈 좌석이 몇 석 보였어요. 그래서 안으로 들어갔어요.


'뭐 마시지?'


연남동에서 디저트 주문 안 하고 커피만 마시기에는 테일러커피가 제일 나을 거 같아서 왔어요. 무엇이 좋고 무엇이 맛있는지 같은 것은 하나도 안 알아봤어요. 여기는 제 기억 속에 그저 지나가면서 보면 항상 사람 많았던 카페였을 뿐이었거든요. 한 번도 안 가봤으니 뭐가 좋은지 알 리 없었어요.


메뉴판을 봤어요.


'밀크티 섞은 커피 있네?'


테일러커피 메뉴 중 카페 데이지 커피는 얼그레이를 섞은 커피라고 나와 있었어요.


"이거 시켜야겠다."


그렇지 않아도 할리스커피에서 밀크티 크림라떼를 단종시켜서 밀크티 섞인 커피 중 괜찮은 커피를 찾고 있었어요. 그래서 망설임 없이 카페 데이지 커피를 주문했어요.


테일러커피 카페 데이지 커피는 이렇게 생겼어요.


테일러커피 카페 데이지 커피


커피색은 연한 갈색이었어요. 황토색에 가까울 정도였어요. 가만히 들여다보면 커피 맨 위에 잔과 붙어서 표면을 이루는 곳이 하얀색이라 맑고 묽은 느낌도 있었어요. 테일러커피에서는 이 커피는 마시기 전에 잘 저어서 마시라고 했어요.


테일러커피


테일러커피 카페 데이지 커피 가격은 6500원이에요.


테일러커피 카페 데이지


'이거는 얼그레이 향 얼마나 많이 날 건가?'


이렇게 차와 커피를 섞어놓은 커피는 대체로 커피향이 매우 강해요. 차 향은 커피향에 많이 묻히구요. 그래서 항상 이렇게 차와 커피를 섞어놓은 커피를 마실 때는 얼마나 차 향이 잘 느껴지는지가 가장 중요해요. 할리스커피 밀크티 크림라떼를 좋아했던 이유는 차향과 커피향 조화가 맞았기 때문이었어요. 그 외에 차와 커피를 섞어놓았다는 것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커피향이 너무 강했고 차는 왜 집어넣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차를 집어넣었더니 커피만 오히려 묽어져서 맛없는 경우가 전부였거든요.


한 모금 마셨어요.


반전이 있다.


다른 차와 커피를 섞어놓은 커피와 정반대 대척점에 있는 커피.


테일러커피 카페 데이지 커피를 마시고 깜짝 놀랐어요. 얼그레이향이 매우 진하게 느껴졌어요. 진한 얼그레이향은 마른 풀 냄새와 묘하게 비슷했어요. 완전히 마른 풀냄새라면 루이보스 홍차가 그쪽 향이 나요. 커피 속에서 느껴지는 얼그레이는 풋풋하고 약간 마른 꽃 같은 향이 났어요. 그리고 카페 데이지 커피 안에서는 은근히 커민향 비슷한 향도 느껴졌어요. 얼그레이를 매우 독하게 우려서 그런 모양이었어요.


"이거 신기한데?"


얼그레이향은 매우 강했어요. 얼그레이향 때문에 커피맛이 오히려 묻힐 정도였어요. 카페 데이지를 한 모금 삼킬 때마다 쓴맛과 단맛이 옥상에서 떨어져 바닥에 부딪히며 딱 소리 나며 튕기는 돌멩이가 되어 혀뿌리를 딱 쳤어요. 이 쓴맛이 커피의 쓴맛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얼그레이의 쓴맛으로 느껴졌어요. 커피맛과 커피향도 느껴졌지만 얼그레이향과 맛이 중심이었어요. 이런 것은 매우 만나기 어려워요. 보통 커피의 맛과 향은 매우 강하기 때문에 차와 섞이면 커피가 차의 쓴맛과 향을 다 덮고 빼앗아가버리거든요.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신기해하며 마셨어요. 어느 순간부터 커피가 얼그레이 맛과 향을 다 잡아먹을 거라 예상하고 계속 마셨지만 끝까지 이것은 얼그레이의 맛과 향이 커피보다 더 우세했어요.


테일러커피 카페 데이지 커피는 맛이 매우 깔끔했어요. 커피향이 살짝 가미된 얼그레이를 마시고 싶다면 딱 맞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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