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한국 먹거리

설빙 샤인머스캣 메론 설빙 빙수

좀좀이 2020. 9. 17.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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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먹어본 설빙 빙수는 샤인머스캣 메론 설빙이에요.


지난주였어요. 친구와 만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어요. 밤에 노량진에서 버스를 타고 종로5가 효제초등학교로 가서 108번 버스로 환승해 의정부로 돌아갔어요. 이렇게 가면 홍대입구를 제외한 서울 강북권 주요 번화가를 거의 전부 들리게 되요. 이때 본 창밖 풍경은 충격 그 자체였어요. 밤 10시인지 새벽 3시인지 분간이 안 가는 풍경이었어요. 광화문, 종각, 종로2가, 종로3가, 대학로, 미아사거리, 수유 모두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모든 가게가 불이 꺼져 있었어요. 길거리에 차도 거의 없었어요. 늦은 시각까지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의정부 젊음의 거리에는 사람이 아예 없었구요.


그러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었어요. 사람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어요. 전보다는 줄어들기는 했지만 이 정도라도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어요.


아마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강화하기는 매우 어려울 거에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번에 2.5단계로 강화했더니 한국 경제 전체가 골로 갈 뻔 했거든요. 불과 그 며칠만에요.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선별 지급한다는 것에 국민들 반감이 폭발하려고 하는 것이 이에 대한 방증이에요. 이제는 안 어려운 사람이 없으니까요.


기회는 있을 때 잡아야해.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는 앞으로 매우 어려울 거에요. 이번에 해봤다가 부작용이 엄청나게 극심하다는 게 아주 확실하고 명백하게 증명되었으니까요. 그렇지만 미래는 몰라요. 가뜩이나 이제 날이 점점 더 추워질 것이고, 겨울이 되면 감기가 유행해요.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요. 당장은 아니겠지만 날이 추워지고 확진자가 또 폭증하기 시작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 확실히 깨달았어요. 기회는 있을 때 잡아야해요.


올해를 이 따위로 보낼 수 없다!


올해 여름은 정말 엉망이었어요. 예년과 다르게 수도권에는 8월부터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었어요. 항상 7월말이 되면 장마가 끝나고 8월에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때인데 올해 수도권은 장마가 8월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왔어요. 덕분에 8월 내내 비 때문에 제대로 나갈 수 없었어요. 설상가상으로 전염병도 크게 퍼져서 8월 하반기부터는 사회적 거리두기도 강화되었구요. 돌아다닐 분위기가 아니었고, 날씨도 엉망이었어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올해는 설빙을 여태 한 번도 안 가봤어요. 설빙을 아주 자주 가지는 않지만 여름이 되면 몇 번 가곤 했어요. 하지만 올해 여름은 고사하고 올해 전체로 봐도 단 한 번도 설빙을 안 갔어요. 설빙은 고사하고 롯데리아 빙수도 딱 2번 밖에 못 먹었어요.


'지금이라도 설빙 가서 빙수 한 번 먹어야지.'


더위가 미약하게나마 남아 있을 때 설빙 가서 빙수를 먹기로 했어요.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되었지만 '더위에 대한 기억'을 하나라도 만들고 싶었어요. 먼 훗날 2020년 여름을 떠올렸을 때 빙수조차 제대로 못 먹어본 여름이라고 떠올리면 우울하잖아요.


설빙으로 갔어요. 설빙 들어가서 주문하려고 계산대 앞에 섰어요. 포도향이 느껴졌어요. 메뉴를 봤어요. 설빙 샤인머스캣 메론 설빙 빙수가 있었어요. 이건 아마 올해 출시된 제품일 거에요. 하지만 올해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설빙 자체에 사람이 없었어요. 설빙을 간 적은 별로 없지만 종각에 있는 설빙을 밖에서 보면 사람들이 예년에 비해 엄청나게 없어보였거든요. 한국인들은 설빙을 보통 두 명이 하나 놓고 먹는데 전염병 때문에 이렇게 먹는 것은 솔직히 꺼려지는 게 사실이니까요. 설빙 샤인머스캣 메론 설빙 빙수도 왠지 코로나 사태 직격탄을 맞은 신메뉴일 것 같았어요.


그래서 설빙 샤인머스캣 메론 설빙 빙수를 주문했어요.


설빙 샤인머스캣 메론 설빙 빙수는 이렇게 생겼어요.


설빙 샤인머스캣 메론 설빙 빙수


맨 아래에는 하얀 우유 얼음이 깔려 있었어요. 가운데에 초록색 시럽층이 있었고, 그 위에 다시 하얀 우유 얼음이 올라가 있었어요. 우유 얼음 위에는 멜론이 올라가 있었고, 그 위에 생크림이 수북히 올라가 있었어요. 생크림에는 샤인 머스캣 포도알이 정확히 8알 박혀 있었어요.


샤인머스캣 메론 빙수


이거 이름은 왜 '샤인머스캣 메론 설빙'일까?


이름을 얼핏 보면 이상할 것이 없어요. 그렇지만 이름을 자세히 보면 이상한 게 보여요. 지금까지 샤인머스캣이 '샤인머스켓'인 줄 알았어요. 캣과 켓의 차이. 글 쓰다가 샤인머스켓이 아니라 샤인머스캣이라 신메뉴 이름이 오타난 것인 줄 알았어요. 하도 이상해서 사전을 찾아보니 샤인머스켓이 아니라 샤인머스캣이 맞았어요. 샤인머스캣 영문명은 shine muscat 이라서 머스켓이 아니라 머스캣이 맞아요.


그런데 왜 메론이지?


'멜론'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음악 듣는 사이트인 멜론만 잔뜩 나와요. 그러나 참외와 비슷한 먹는 과일은 표준어가 메론이 아니라 멜론이에요. 멜론 보고 '메론'이라고 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데 왜 이름이 메론인지 의문. 이름 전체가 오타투성이인 줄 알았는데 샤인머스캣은 제가 잘못 알고 있었던 거였고, 메론은 설빙이 틀린 거였어요.


샤인머스켓 멜론 설빙 빙수


설빙 홈페이지에서는 샤인머스켓 멜론 설빙 빙수에 대해 '시원하고 상큼한 샤인머스캣과 메론이 만났다!'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설빙 매장에서 쟁반에 깔아주는 종이에 적혀 있는 설빙 샤인머스캣 멜론 설빙 소개문은 '샤인머스캣 빅구슬 아이스크림과 청포도 샤베트가 만나 상큼암 두배! 시원함도 두배!'였어요. 종이에 적혀 있는 홍보문이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홍보문보다 훨씬 자세하고 길었어요.


설빙 샤인머스캣 멜론 설빙 가격은 13900원이에요. 샤인머스캣 메론 설빙 열량은 640kcal 이에요.


설빙 빙수


설빙 샤인머스캣 메론 설빙 빙수를 받아서 자리로 와서 처음에 어떻게 먹어야 하나 고민했어요. 얼음부터 떠먹고 멜론은 나중에 먹고 싶었지만 멜론 조각이 얼음을 완벽히 덮고 있어서 얼음부터 떠먹을 방법이 없었어요. 멜론 위에 수북히 올라간 생크림은 멜론을 잘못 건드리면 바로 무너질 것 같았어요. 일단 모양은 예쁘지만 실제 먹으려고 하니 좀 위태로워보이는 모양이었어요.


멜론 한 조각을 먼저 먹었어요. 멜론 두어 조각을 먹으면 그때부터 우유 얼음도 같이 먹을 수 있었어요. 멜론은 매우 잘 익은 멜론이었어요. 매우 부드러워서 씹을 때 이가 멜론 속으로 부드럽게 쑥 들어갔어요. 멜론 향도 괜찮았어요.


'샤인머스캣 알갱이는 진짜 샤인머스캣일건가, 아이스크림 조각일 건가?'


초록색 포도알 모양 알맹이를 하나 떠서 먹어봤어요.


"이거 진짜 포도네?"


생크림에 박혀 있는 초록색 포도알 모양 알맹이는 냉동 샤인머스캣이었어요. 냉동 샤인머스캣 알맹이도 매우 달았어요. 냉동된 알맹이인데도 향긋하고 시원한 포도향도 잘 느껴졌어요.


생크림과 냉동 샤인머스캣, 멜론 조각을 떠먹다가 우유 빙수를 먹기 시작했어요. 시작은 멜론 빙수였어요. 윗부분에서는 샤인 머스캣 포도 향기가 느껴지는 것이라고는 냉동 샤인머스캣 알맹이 뿐이었어요. 윗부분 맛은 고소하고 달콤한 생크림과 향긋하고 달콤한 멜론의 조화였어요. 멜론 조각과 생크림과 같이 우유 얼음을 다 떠먹자 이제 중간에 초록색 시럽 층이 있는 곳까지 왔어요. 그 즈음 되자 청포도향이 슬슬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디테일이 13900원짜리 맛을 만들었다.


우유 얼음 한가운데에 들어 있는 초록색 시럽층은 청포도 시럽층이었어요. 청포도 음료에서 느껴지는 맛과 향과 비슷했지만 농도가 훨씬 더 진했어요. 청포도 음료를 하나 구입해서 끓여서 졸여서 먹으면 아마 비슷할 거에요. 청포도 시럽은 청포도향과 단맛이 상당히 강했어요.


청포도 시럽이 등장하자 빙수 맛이 돌변했어요. 윗부분이 멜론 생크림 빙수였다면 아랫부분은 청포도 빙수였어요. 한여름 햇살 반짝이며 흐르는 냇물 소리 같은 부드러운 멜론향에서 진하고 파도 소리 같은 포도향으로 바뀌었어요. 맛도 전혀 달라졌구요. 설빙 빙수 양과 가격을 보면 혼자 먹기에는 부담스러워요. 가격은 둘째치고 양이 혼자 먹기에는 적지 않아요. 먹다 보면 맛에 적응되어서 맛이 밋밋하게 느껴져가요. 그런데 설빙 샤인머스캣 메론 설빙은 전반부는 멜론 생크림 빙수였고, 후반부는 청포도 시럽 빙수였어요. 슬슬 멜론 생크림 빙수 맛에 익숙해질 즈음에 갑자기 새로운 맛 빙수가 시작되어서 맛이 질릴 틈이 없었어요.


우유 얼음 가운데에 청포도 시럽층을 만들어서 2가지 빙수 맛을 즐길 수 있게 만든 디테일에 매우 좋은 점수를 주고 싶었어요. 만약 빙수 맨 위에 청포도 시럽을 뿌렸다면 결국 13900원이라는 가격이 떠올라버렸을 거에요. 하지만 청포도 시럽을 우유 얼음 가운데에 집어넣어서 멜론 빙수와 청포도 빙수로 확실하게 맛을 갈라놓자 이 정도면 13900원 내고 먹을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빙수 두 종류 먹은 기분이 들었으니까요.


설빙 샤인머스캣 메론 설빙 빙수는 매우 맛있었어요. 가격이 13900원이라 설빙 빙수 중에서도 상당히 비싸기는 하지만 13900원을 받을 만한 빙수였어요. 청포도 시럽을 위에는 하나도 안 뿌리고 얼음 중간에 층을 만들어서 완벽히 다른 두 가지 맛 빙수를 즐기도록 만든 것이 이 빙수의 가격을 납득하게 만든 신의 한 수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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