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먹어본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아이스크림은 맥도날드 바나나 초코 선데이 아이스크림이에요.
날씨가 좋아서 밖을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점심을 먹은 후 소화도 시키고 길거리 구경도 하고 운동도 하려고 걸었어요. 하늘이 참 맑고 좋았어요. 날이 선선해서 더욱 걷기 좋았어요. 완연한 가을 날씨였어요. 비 좍좍 내리던 여름은 드디어 끝난 모양이었어요.
'올해 여름은 진짜 여름 같지 않았네.'
기상청에서는 올해 여름이 역대급 폭염일 거라 예보했어요. 그러나 완벽히 틀렸어요. 역대급으로 안 더운 여름이었어요. 대신 역대급으로 습한 여름이었어요. 8월 되어서야 장마가 본격적으로 와서 8월 중순까지 계속 비가 왔고, 그 이후에도 툭하면 비가 왔으니까요. 나가볼까 하면 비 오고, 맑아서 나가면 또 비오는 날씨였어요. 그래서 더워서 에어컨을 켠 것이 아니라 방이 너무 습해서 에어컨을 틀곤 했어요. 제습하려구요.
올해 여름은 날씨가 워낙 안 좋아서 밖에 나가는 일 자체가 별로 없었어요. 그러다보니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에서 판매하는 아이스크림도 역대급으로 매우 안 먹었어요. 일단 밖에 나가야 돌아다니다 생각나서 먹기라도 하는데 툭하면 비가 와서 나갈 엄두 자체가 나지 않았으니까요. 게다가 별로 안 더워서 아이스크림 생각도 그만큼 별로 들지 않았어요.
'아이스크림이나 먹고 들어갈까?'
아이스크림 없는 여름. 많이 아쉬웠어요. 여름에는 아이스크림 먹는 것도 하나의 재미인데 올해는 아이스크림을 정말 별로 안 먹었거든요. 날이 더 선선해지면 아이스크림 생각은 더 안 날 거였어요. 게다가 날이 시원해지면 아이스크림은 한 물 간 메뉴가 되어서 하나 둘 사라져가구요. 빙수도 안 먹고 아이스크림도 안 먹은 허무한 여름. 이대로 미약하게나마 남아 있는 더위를 그냥 흘려보낼 수는 없었어요. 그렇지 않아도 올해는 우울하고 축 쳐진 한 해로 기억될 건데 아이스크림조차 제대로 안 먹은 여름이라면 나중에 올해 여름을 회상할 때 더욱 암울했던 여름이었다고 떠오를 거니까요.
'맥도날드 가서 아이스크림이나 하나 먹고 들어가야겠다.'
소프트콘 아이스크림의 강자는 맥도날드. 롯데리아 소프트콘 아이스크림도 맛있지만 제게 있어서 소프트콘 아이스크림의 강자는 맥도날드에요. 아주 오래 전에는 맥도날드에서 소프트콘 아이스크림을 300원인가에 판매했어요. 500원에 팔았던 것은 확실하고 300원에 팔았는지는 가물가물해요. 어쨌든 맥도날드 소프트콘 아이스크림은 가볍게 먹기 매우 좋았어요. 여름에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다가 맥도날드가 나오면 하나 사서 핥아먹으며 가곤 했거든요. 롯데리아도 소프트콘 아이스크림을 판매했지만 여기는 소프트콘보다는 빙수가 절대지존이구요.
맥도날드에 갔어요. 무인주문기에서 아이스크림 메뉴로 들어갔어요. 별 생각없이 화면을 휙 넘겼어요. 갑자기 화면이 움직였어요.
"어? 뭐지?"
이왕 화면이 움직였기 때문에 뭐가 있나 봐봤어요.
"어? 이거 뭐야?"
맥도날드 아이스크림 중 바나나 초코 선데이 아이스크림 메뉴가 있었어요.
'이런 것도 있었나?'
무슨 버그 같은 것인 줄 알았어요. 맥도날드에서는 올해 바나나 오레오 맥플러리와 바나나콘 아이스크림을 출시했어요. 이건 알고 있었어요. 맥도날드 들어갈 때 입구에 광고가 붙어 있거든요. 그런데 바나나 초코 선데이 아이스크림은 못 들어봤어요.
'이거 진짜 주문 돼?'
눌러봤어요. 주문이 되었어요. 결제했어요. 결제도 잘 되었어요.
'이건 무슨 히든 메뉴야?'
예전에 오락실 가면 히든 캐릭터가 있는 게임들이 있었어요. 어떻게 조작하면 숨겨진 비행기가 나온다든가, 보스를 선택해서 플레이할 수 있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거야 게임이니까 그럴 수도 있어요. 이건 게임이 아니라 진짜 실물이 존재하는 음식이었어요. 광고도 없고 아무 것도 없고 무인주문기 화면을 넘겨야만 발견할 수 있는 메뉴였어요. 개인적으로 여러 메뉴를 주문한 후 조합을 만들어서 히든 메뉴라고 하는 경우야 간간이 볼 수 있고 저도 간간이 하는 짓이지만 이건 처음이었어요. 맥도날드에서 대놓고 히든 메뉴를 숨겨놨어요.
제가 주문한 맥도날드 바나나 초코 선데이 아이스크림이 나왔어요.
맥도날드 바나나 초코 선데이 아이스크림은 이렇게 생겼어요.
맥도날드 바나나 초코 선데이 아이스크림은 바나나 아이스크림 위에 시럽이 뿌려져 있었어요.
'이거 진짜 뭐지?'
아무리 생각해도 희안했어요. 어쨌든 존재하는 메뉴였어요. 존재하는 메뉴인데 왜 꼭꼭 감춰놨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맥도날드 바나나 아이스크림 광고에 이거 하나 집어넣을 여유가 없는 것도 아니구요. 이건 심지어 맥도날드 매장 안 그 어디에서도 이런 메뉴가 존재한다는 것을 찾아볼 수 없었어요.
맥도날드 바나나 초코 선데이 아이스크림 가격은 1500원이에요. 열량은 332kcal 이에요.
바나나 순대. Banana Sunday.
믿고 먹는 초콜렛 바나나 아이스크림이었어요. 솔직히 이건 오히려 실패하기가 더 어려울 거에요. 간혹 초코 시럽을 너무 묽게 해서 맛없는 경우는 있기는 해요. 그러나 묽다고 해서 맛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맛이 어느 정도 보장된 중에서 다른 초콜렛 바나나와 비교했을 때 맛이 덜하다는 거죠. 당연히 바나나 초코 선데이 아이스크림은 매우 맛있었어요.
맥도날드 바나나 초코 선데이 아이스크림은 매우 잘 섞어서 먹어야 했어요. 초콜렛 시럽이 차가운 아이스크림과 만나자 살짝 굳는 것 같았거든요. 섞으면 아이스크림이 곤죽이 되고, 안 섞으면 밑바닥은 바나나 아이스크림만 남을 거였어요. 그래서 요령껏 조금씩 섞어가면서 먹을까 하다가 그냥 비빌 수 있는 한 다 비벼러렸어요.
맥도날드 바나나 초코 선데이 아이스크림은 향긋한 바나나향과 달콤한 초콜렛 시럽의 조화가 좋았어요. 당연히 단맛은 매우 강했어요. 바나나 아이스크림도 단데 거기에다 초콜렛 시럽까지 뿌려놨으니까요. 약한 단맛에도 열광적으로 반응하는 유치원생 정도 되는 아이들이 이거 먹으면 진짜 뿅 가버릴 정도의 단맛이었어요. 맥플러리, 초코콘보다 이게 훨씬 더 달았어요.
만약 내가 이걸 직접 만들어 먹는다면 2단 구성으로 만들었을 거야.
한 가지 개선했으면 좋을 부분이 있었어요. 바로 초코 시럽이었어요. 차가운 바나나 아이스크림과 초코 시럽이 만나자 초코 시럽이 굳었어요. 만약 제가 직접 만들어 먹는다면 아이스크림을 컵 절반 정도 채우고 시럽을 한 번 뿌린 후 다시 아이스크림을 채우고 위에 시럽을 뿌렸을 거에요. 이렇게 아이스크림-초코시럽-아이스크림-초코시럽으로 구성된 2단 구성으로 만들었을 거에요. 처음부터 끝까지 바나나 아이스크림과 초코 시럽의 조화를 고르게 느낄 수 있도록요.
그나저나 이건 왜 주문 정상적으로 되는데 히든 메뉴지?
맥도날드 바나나 초코 선데이 아이스크림은 심지어 맥도날드 홈페이지에도 나와 있지 않았어요. 매장에서 멀쩡히 판매되고 있는 메뉴인데 매장에서도 홈페이지에서도 숨겨진 메뉴였어요. 정말 미스테리였어요.
맥도날드 바나나 초코 선데이 아이스크림은 매우 달콤한 초콜렛과 바나나 아이스크림의 조합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