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예습의 시간 (2019)

일본 도쿄 여행 기념품 - 일본 네슬레 도쿄 럼 건포도 킷캣 초콜렛 東京土産 ラムレーズン キットカット Tokyo Souvenir Rum Raisin Kitkat

좀좀이 2020. 8. 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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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말에 일본 도쿄 여행을 갔을 때였어요. 아사쿠사 근처에 있는 돈키호테에서 기념품으로 사서 갈 만한 것을 고르고 있었어요. 일본 와서 기념품으로 구입한 것이라고는 엽서 몇 장과 책 몇 권이 전부였어요. 일본 와서 기념품으로 크게 구입한 것은 없었어요.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일본 관광 기념품 보는 것은 이제 너무 쉬운 일이거든요. 신기한 것이 없으니 구입하고 싶은 것이 없었어요.


'먹을 것 좀 사가야지.'


일본 여행 와서 기념품으로 삼을 만한 것으로는 먹거리가 있었어요. 간식 몇 개 사가서 한국 돌아가서 먹기로 했어요. 그거 말고는 딱히 더 구입하고 말고 할 것이 없을 것 같았어요. 순간적으로 사고 싶어지는 예쁜 것들은 이것저것 많았지만 막상 사려고 하는 순간 이거 한국에서 본 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대부분이었거든요. 제일 무난한 것은 일본 과자 같은 것을 사서 한국으로 돌아가서 먹는 것이었어요. 먹는 거야 제가 먹으면 되니까 돈 아까울 것이 없었어요.


어지간히 유명한 것은 많이 접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 여행을 정말 많이 좋아해요. 가깝고 시차 없고 선진국이고 감성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어서 일본 여행을 매우 잘 가요. 그러다보니 매우 유명한 것은 거의 전부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졌어요. 하도 인기 좋아서 우리나라에 수입되고 있는 것들도 여러 종류 있구요. 일본 여행 가서 모리나가 카라멜 같은 거 사와봐야 우리나라 수입과자 전문점 가면 있었어요.


돈키호테 매장을 쭉 둘러보던 중이었어요. 킷캣이 잔뜩 쌓여 있는 곳이 있었어요.


"일본 킷캣 종류 엄청 많네?"


우리나라는 킷캣 종류라고 할 게 없어요. 그렇지만 일본은 킷캣 종류가 매우 다양했어요. 별별 킷캣이 다 있었어요. 포장도 매우 예뻐서 기념으로 하나 사가고 싶게 생겼어요. 킷캣 초콜렛은 먹고 종이 상자만 기념으로 가져도 좋게 생겼거든요.


"와, 각 지역별 킷캣도 있다!"


어째서 일본 도쿄 아사쿠사 근처에 있는 돈키호테 매장에서 일본 전역 기념품 킷캣을 파는지 의문이었어요. 유명한 지역 기념품 킷캣이 한 자리에 모여 있었어요.


'도쿄 있으면 하나 사야겠다.'


저는 일본 여행이 지난 2020년 8월말에 간 것이 처음이었어요. 이 여행에서 제가 간 곳은 오직 도쿄 뿐이었어요. 여행 계획 세울 때만 해도 도쿄와 교토를 다녀오고 싶었어요. 그러나 일본 지도와 기차표 가격을 보고 단념했어요. 교토는 도쿄와 묶어서 갈 만한 곳이 아니었거든요. 꽤 멀었고 기차표 가격도 비쌌어요. 교토는 도쿄와 묶어서 가기 보다는 오사카와 묶어서 가야 하는 곳이었어요.


제가 안 가본 지역 킷캣을 구입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었어요. 정확히 제가 간 곳인 도쿄 토산품 킷캣을 구입하는 것만이 의미있었어요. 다양한 킷캣 종류 속에서 도쿄 기념품 킷캣을 찾았어요. 도쿄 킷캣 초콜렛을 찾다가 마음에 확 드는 킷캣을 찾았어요. 호지차 킷캣이었어요. 상자를 유심히 살펴봤어요.


'아...이건 교토네...'


호지차 킷캣은 일본 네슬레 교토 이토큐에몬 우지 호지차 킷캣 초콜렛 京都 限定 伊藤久右衛門 ほうじ茶 キットカット Kyoto Ito kyuuemon hojicha Kitkat 이었어요.


이게 왜 돈키호테에서 파는지 절대 이해불가. 무슨 도쿄역도 아니고 하네다 공항과는 멀고도 먼 아사쿠사인데 대체 교토 것이 왜 여기 존재하며 사람 유혹하고 있는지 미스테리. 교토가 무슨 서울 옆 의정부 같은 존재도 아니고 도쿄와 교토는 매우 먼데 이걸 왜 여기에 갖다놨는지 이해하는 건 절대 무리. 도쿄 바로 옆에 교토가 있으면 과거 東京都 였는데 이게 갈라져서 東京 과 京都 가 되었다고 우겨보기라도 하겠지만 도쿄와 교토는 그냥 아예 다른 지역.


도쿄 킷캣을 찾아봤어요. 당연히 도쿄 킷캣도 있었어요.


일본 네슬레 도쿄 럼 건포도 킷캣 초콜렛 東京土産 ラムレーズン キットカット Tokyo Souvenir Rum Raisin Kitkat


이건 이름부터 문제야!


일본 도쿄 킷캣은 일본 네슬레 도쿄 럼 레이즌 킷캣 초콜렛이었어요. 일본어로는 東京土産 ラムレーズン キットカット. 도쿄 미야게 라무 레즌 킷토캇토. 어쩌면 도쿄 도산 라무 레즌 킷토캇토일 수도 있어요. 土産 은 일본어로 みやげ 라고도 읽고 どさん 이라고도 읽거든요. 이건 일단 이름 읽는 것부터 세기의 난제. '도쿄 미야게'인가 '도쿄 도산'인가. 이건 어학적 지식으로 풀 수 없는 문제.


만약 이거 정답이 '도쿄도산'이라면 그건 그거대로 엄청 웃긴 부분이 있는 정답. 한국어에서 '도산'이라는 단어는 재산을 잃고 모두 망했다는 말로, 유의어로는 '파산'이 있어요. 그러니까 이거 정답이 '도쿄 도산 라무 레즌 킷토캇토'라면 '도쿄 망했다 럼주 건포도 킷캣'. 졸지에 일본 도쿄 여행 기념품이 아니라 일본 도쿄 망해라 부두술 저주 상품으로 전락. 일본의 자학 개그 킷캣 넘버원 등극.


아예 東京土産 옆에 한글로 '도쿄도산기념품'이라고 딱 써놓으면 한국인 가운데에서 일본 여행 좋아하고 일본 제품 좋아하면서 일본 싫어한다고 말하는 한국인들을 위한 패션 먹거리 아이템 완성. 일본인들은 도쿄가 도산했다고 기념품도 만들었다고 온갖 유튜버들이 죄다 헛소리하면서 집중 광고하고 홍보해줘서 불티나게 팔릴 확률 이치만 파센토. 저 정도까지 할 것도 없고 시뻘건 색으로 '토쿄도산'이라고만 써놔도 이건 한국에서 히트칠 확률 이치만 고햐쿠 파센토.


그래요. 東京土産 을 '도쿄미야게'라고 읽든 '도쿄도산'이라고 읽든 그건 별개 문제로 치자구요. 이름보다 더 알 수 없는 문제가 있었어요.


일본 도쿄가 언제부터 럼주와 건포도의 도시였어?


가만히 생각해보니 도쿄에서 유명한 장소 같은 건 꽤 떠올랐지만 도쿄 특산품 먹거리라고 할 만한 것은 떠오르는 것이 없었어요.


다랑어? 참치?


도쿄 오다이바 쪽에 있는 도쿄도 중앙도매시장 도요스 시장 東京都中央卸売市場・豊洲市場 은 세계 최대 수산물 시장이에요. 여기는 다랑어 경매가 유명하다고 해요. 저는 일정이 빠듯해서 오다이바 쪽은 못 갔지만 이 수산물 도매시장이 매우 유명하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다랑어 킷캣, 참치 킷캣...이건 기묘한 발상력 좋은 일본인들이라도 무리일 건가...이건 일단 제외.


맥주?


일본 도쿄가 나름 맥주와 연관 깊은 도시에요. 일본 도쿄 에비스역에 있는 에비스 박물관은 일본 최초의 맥주 공장이 있던 자리에요. 제 숙소가 있던 아사쿠사 근처에는 아사히 맥주를 만드는 회사인 아사히그룹 본사가 있는 아사히 맥주 빌딩이 있었어요. 노란색 거품 대형 조형물이 있는 바로 그 빌딩이요. 아사히 그룹 본사는 다이토구의 스미다강 건너 옆쪽인 스미다구에 있어요. 일본 도쿄는 과거 에비스 맥주 공장이 있었던 곳이었고 현재 아사히 그룹 본사 빌딩도 있으니 맥주와 연관이 있는 도시에요. 맥주 킷캣이라면 인정.


바나나?


도쿄 바나나 유명하네요. 진짜 도쿄에서 바나나 자라요. 이날 오후에 야나카긴자 돌아다니다가 일반 가정집에서 심어놓은 바나나에 진짜 바나나가 열려 있는 것을 봤거든요. 비닐하우스 재배도 아니고 무려 '노지 재배'였어요. 그러니까 도쿄 바나나는 인정. 어쨌든 도쿄에서 바나나 자라고 열리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설령 제가 야나카긴자에서 본 그 바나나가 도쿄 유일의 바나나라 할 지라도요. 단 한 그루라도 바나나가 노지 재배되고 있는 것을 직접 확인했으니 바나나라면 인정. 바나나 킷캣이라면 진짜 100번 양보해서 도쿄에 노지 재배 중인 바나나가 최소 한 그루는 존재한다고 어떻게 우겨볼 수는 있어요. 그러니까 바나나 킷캣이라면 정말 납득 힘들지만 혼을 다해 노력해서 인정.


그런데 대체 어째서 도쿄 기념품은 럼주와 건포도란 말인가.


건포도는 그렇다고 쳐요. 도쿄는 지리적으로 봤을 때 위도가 부산과 비슷해요. 도쿄 어디에선가 포도가 자라고 있을 수 있어요. 진짜 관대하고 혼을 실어서 이해해주려고 노력하고 노력하면 바로 위 도쿄 바나나처럼 이해할 수 있어요. 건포도는 일단 인정.


왜 하필 럼인데?


차라리 위스키라면 이해했을 거에요. 일본 위스키도 나름 유명하거든요. 일본 위스키 역사는 1918년에 시작되요. 1918년 다케스루 마사타카가 스코틀랜드의 대학과 양조장에서 위스키 제조 기술을 배우고 귀국해 산토리 창업자 도리이 신지로와 같이 첫 제품을 생산하면서 일본 위스키 역사가 시작되었어요. 이후 다케스루 마사타카는 산토리를 퇴사하고 닛카 위스키를 만들었어요. 최초로 위스키를 생산해 판매하기 시작한 산토리, 일본에서 위스키를 최초로 생산한 다케스루 마사타카의 닛카 위스키가 일본 양대 위스키에요. 일본 위스키는 2007년 월드 위스키 어워드에서 '요이치1987'과 '히비키30년'이 최우수상을 수상했어요. 2008년에는 '다케스루 17년 퓨어몰트'가 월드 위스키 어워드 최우수상을 수상해 2년 연속 최고상을 받는 기염을 토했어요. 여기에 세계적인 위스키 평론가 짐 머레이가 2015년 월드 위스키 바이블에서 '야마자키 2013년산 셰리 캐스크' 위스키를 세계 1위로 선정해 큰 반향이 일어났어요. 현재는 일본 위스키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위스키에요.


그러니까 일본 위스키 킷캣이라면 그래도 이해할 수 있어요. 럼주는 진짜 이해가 안 되었어요. 


대체 왜 럼인가.


진짜 손이 안 갔어요. 도쿄 기념품 킷캣이라 일본 네슬레 도쿄 럼 건포도 킷캣 초콜렛 東京土産 ラムレーズン キットカット Tokyo Souvenir Rum Raisin Kitkat 을 사야만 했어요. 그렇지만 마음과 눈은 완전히 일본 네슬레 교토 이토큐에몬 우지 호지차 킷캣 초콜렛 京都 限定 伊藤久右衛門 ほうじ茶 キットカット Kyoto Ito kyuuemon hojicha Kitkat 로 가 있었어요. 이런 갈등을 일으킨 일본 네슬레가 미웠어요. 최소한 도쿄 킷캣이 맥주 킷캣이었어도 이런 갈등을 겪지 않았을 거에요. 참치 킷캣이었어도 망설이지 않고 구입했을 거에요. 그런데 하필 도쿄와의 연관성을 1도 떠올릴 수 없는 럼레이즌 킷캣을 도쿄 특산품으로 내놓았어요.


럼레이즌이라고 해서 별 거 없어요. 건포도를 럼에 절인 것이 럼레이즌이에요. 여기에서 무슨 도쿄와의 연관성을 찾아요.


이것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 좌절, 절망, 혼돈.


일단 둘 다 구입하기로 했어요. 일본 네슬레 도쿄 럼레이즌 킷캣 초콜렛도 1개 구입했고, 일본 네슬레 교토 호지차 킷캣도 하나 구입했어요. 둘 다 반쪽짜리 만족감이었어요. 호지차 킷캣은 엄청 기대되기는 하지만 교토 특산품이 엄청 거슬렸고, 도쿄 킷캣은 도쿄 특산품이라는 것은 마음에 들지만 이건 럼레이즌 킷캣 존재 자체가 거슬렸어요.


일본 네슬레 도쿄 럼레이즌 킷캣 초콜렛 東京土産 ラムレーズン キットカット Tokyo Souvenir Rum Raisin Kitkat 은 이렇게 생겼어요.


일본 네슬레 도쿄 럼 건포도 킷캣 초콜렛 東京土産 ラムレーズン キットカット Tokyo Souvenir Rum Raisin Kitkat


포장 디자인은 매우 예뻐요. 도도하고 세련된 느낌이에요. 왼쪽에는 일본 국기를 떠올리게 만드는 하얀 배경에 빨간 원이 있었어요. 빨간 원과 그 주변을 보면 새빨간 벚꽃이 있어요. 그래서 빨간 원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시뻘건 달처럼 보이기도 해요.


새빨간 원 아래에는 럼레이즌 킷캣 1/4조각 2개가 있어요. 킷캣 1개는 킷캣 막대 초콜렛 2조각이 이어져 있는 모습이에요. 왼편 빨간 동그라미 아래에 있는 킷캣은 실제로는 킷캣의 1/4조각이에요.


오른편 배경은 위에서 아래로 연한 청록색부터 연한 청록색으로 그라데이션을 이루고 있었어요. 청록색 그라데이션 배경을 보면 몽환적인 느낌을 만들기 위해 동그라미 무늬가 여러 개 있어요. 색상 선택을 매우 잘 했어요.


청록색 그라데이션 배경 위에는 럼주가 찰랑이는 술잔과 건포도가 담긴 나무 그릇 사진이 있었어요.


오른쪽에는 東京土産 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그 옆에는 TOKYO SOUVENIR 라고 적혀 있었어요.


럼이 찰랑이는 술잔과 건포도가 담긴 나무 그릇 옆에는 가타가나로 ラムレーズン 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일본어로 읽으면 라무레즌, 우리말로는 럼레이즌, 번역하면 건포도 럼주 절임이에요.


술잔 사진 위에는 ほんのり香るラム酒&レーズン 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만약 이게 한국 수출용으로 제작된다면 왠지 높은 확률로 '희미하게 향기나는 럼주&건포도'라고 번역해놓을 것 같았어요. 우리나라라면 '아련한 향이 나는 럼주와 건포도' 라고 하든가 '살며시 피어오르는 럼주와 건포도의 향기' 정도로 표현할 거에요.


일본 술 초콜렛


상지 뒷면은 위 사진과 같아요.


일본 럼레이즌 킷캣


상자 뒷면 오른편에는 다음과 같은 일본어가 인쇄되어 있었어요.


ラムレーズン

ラムレーズンは特別な洗練されたお洒落感、

贅沢感をもち、東京のイメージにぴったり。

「キットカットラムレーズン」は、

独特な風味を持つラムレーズンの

味わいのチョコレートで、

東京らしいお洒落な味に

仕上げました。


럼레이즌

럼레이즌은 특별하고 고급스러운 세련된 느낌과 사치스러운 느낌을 갖고 있는, 동경의 이미지에 딱 어울립니다.

'킷캣 럼레이즌'은 독특한 풍미가 있는 럼레이즌 맛 초콜렛으로, 도쿄스러운 사치스러운 맛을 완성했습니다.


해석해보면 위와 같은 내용이었어요.


이로써 점점 東京土産은 왠지 '도쿄 도산'이라고 읽어야 할 거 같아지고 있다.


일본의 버블 경제와 기업 '도산'. 잃어버린 20년. 어쩔 수 없어요. 일본과 일본인에 악감정이 있어서가 아니에요.


일본의 거품 경제는 세계 최고!

일본의 버블 붕괴도 세계 최고!

일본의 디플레이션 투쟁도 세계 최고!


공부 좀 하다 보면 이렇게 되요. 문과쪽 공부를 하다 보면 일본은 세계적으로 워낙 독특한 케이스로 다루는 경우가 많아요. 사회, 문화, 경제 모두요. 그리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일본의 버블 경제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 대해 자주 접하면서 어느 정도 알게 되고, 이게 기억에 꽤 강하게 남게 되거든요.


문화쪽으로는 1980년대 일본 버블 경제 시절에 일본이 미국을 앞설 거라는 불안감과 경외심이 세계 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어요. 서양 문화 컨텐츠에서 '구질구질한 아시아' 이미지가 '사치스러운 아시아'로 바뀐 결정적 원인이 바로 일본 버블 경제에요. 여기에 일본이 이 당시 자본력으로 밀어붙여서 기술적, 예술적으로 상당히 진보한 작품을 많이 만들어내었어요.


사회, 경제쪽에서는 2009년 리먼 사태때부터 일본이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저성장에 고용 없는 성장에 빠지면서 사실상 디플레이션 상태가 되었어요. 게다가 시기가 시기였던 만큼 미국도 장기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가 매우 높았구요. 리먼 사태 전만 해도 선진국에서 일본 경제를 보는 시선은 정신줄 놓고 버블 방치하다 한 방에 터져서 20년째 디플레이션에서 허우적거리는 한심한 상황이었어요. 그렇지만 막상 2010년대 되면서 자신들도 비슷한 처지에 놓이자 20년째 디플레이션의 늪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일본이 그나마 선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어요. 단순히 주장이 제기되는 정도가 아니라 현재까지도 일본 사례를 참고하면서 일본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 것을 다 따라하고 있어요. 선진국 경제 흐름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디플레이션 탈출 발악을 보면 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에요.


도쿄의 사치스러움. 그것은 1980년대 전설적인 일본 버블 경제의 상징이자 흔적.


한자 읽는 방법인 후리가나도 없고 적혀 있는 멘트가 하필 '사치스러움'. 이건 진짜 악의적인 생각의 전개가 아니에요. 공부 좀 했다는 사람들은 이해할 거에요.


일본+사치는 뭐다? 1980년대 버블 경제

-> 1980년대 버블 경제는 뭐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뭐다? 기업 도산, 불황 등등

---> 사치스러움과 동경토산? 도쿄 도산...


이런 의식의 흐름이었어요. 의도한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렇게 흘러가 버렸어요.


일본 네슬레 킷캣 초콜렛


상자를 열었어요.


일본 네슬레 도쿄 럼레이즌 킷캣 초콜렛


상자 안쪽에는 이런 문구가 인쇄되어 있었어요.


일본 럼레이즌 초콜렛


ラムレーズン

Rum Raisin

~ラム酒のひとくち話し~

ラム酒は、さとうきびを原材料として作られる、

カリブ海に浮かぶ西インド諸島原産の蒸留酒です。

島民たちがこの酒を飲んで騒いでいる子様を、

イギリス人が「rumballion」(イギリスの方言で「興奮」の意味)と

表現したのが名前の由来といわれています。


럼레이즌

~럼주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

럼주는 사탕수수를 원재료로 해서 만드는, 카리브해에 떠 있는 서인도제도 원산의 증류주입니다.

섬 사람들이 이 술을 마시면서 떠들고 있는 아이들을 영국인들은 'rumballion' (영국 방언으로 '흥분'이라는 의미)이라고 표현한 것이 이름의 유래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도쿄랑 럼주가 대체 무슨 관계인데?

그러니까 도쿄랑 건포도가 대체 무슨 관계인데?


답은 없었어요. 단지 도쿄의 사치스러움. 도쿄 킷킷애 럼레이즌 킷캣인 이유는 오직 이것 뿐이었어요.


도쿄 다랑어! 도쿄 맥주! 도쿄 바나나!

도쿄 다랑어 킷캣! 도쿄 맥주 킷캣! 도쿄 바나나 킷캣!


해명을 보면 볼 수록 불만족은 더욱 커졌어요.


東京土産 ラムレーズン キットカット


럼레이즌 킷킷 하나를 꺼내서 뜯었어요. 향을 맡아봤어요. 미간이 희미하게 살짝 찡그려졌어요. 독한 서양식 증류주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향기가 꽤 진하게 느껴졌어요. 럼주는 안 마셔봐서 향을 몰라요. 그러나 이 초콜렛 포장을 뜯자마자 향을 맡았을 때 느껴지는 향은 진짜 술이 들어갔다고 알려주고 있었어요. 살짝 포도향이 느껴져서 코냑, 브랜디 비슷한 향이었어요. 기도를 자극하는 특유의 향이 있었어요.


'이거 진짜 술 냄새 기가 막히게 잘 만들었다.'


디테일에 엄청 신경 많이 썼어요. 진짜 술 냄새가 확 느껴졌거든요. 상자에는 ほんのり香るラム酒&レーズン 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분명히 희미한 향이었어요. 그런데 이게 희미한 향이라면 그냥 향은 맡자마자 기침 나올 향이었어요. 절대 희미하지 않았어요. 아주 확실히 느껴졌어요. '이건 술 초콜렛이니까 아주 확실히 하자!'라고 외치는 개발자의 굳센 결의가 느껴졌어요.


이제 초콜렛을 먹어볼 차례. 입에 넣었어요.


"아, 술맛!"


코로 술기운이 살짝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어요. 입 안에 서양식 증류주 특유의 향이 팍 터졌어요. 다행히 쓴맛은 없었어요. 쓴맛은 없었지만 너무 술 같았어요. 쓴맛 빠진 술맛 나는 초콜렛이었어요. 쓴맛을 제외한 나머지가 다 있었어요. 럼레이즌 킷캣 초콜렛을 삼킨 후 느낌도 서양식 증류주를 마신 후 느낌과 비슷했어요. 아주 희미했지만 기도를 자극하는 느낌까지 있었어요.


"이거 뭐지?"


럼레이즌 킷캣을 씹어서 삼킬 때까지는 브랜디 마시는 맛과 비슷했어요. 입안에 남는 잔향은 킷캣 안에 들어간 웨하스의 고소한 맛과 포도향이었어요. 잔향에 포도향이 있어서 포도로 만든 증류주 마신 기분이 들었어요.


'어? 이상하다?'


왜 희미하게 술기운이 올라오는 거 같지?


저는 술에 엄청 예민해요. 술을 조금만 마셔도 몸에 반응이 바로 와요. 술에 매우 약해서 주량 한계치가 맥주 500cc에요. 그 이상은 진짜 힘들어요. 맥주 350cc 캔 하나만 마셔도 이미 몸에서는 과음했다고 난리나요.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거든요.


몇 개 뜯어먹자 얼굴로 열이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어요. 술 한 잔 마셨을 때 그 느낌이었어요.


'이거 술 느낌 엄청 잘 살렸는데?'


감탄했어요. 초콜렛 몇 조각 먹었다고 술 마신 느낌이 아주 미세하고 희미하게 들었거든요. 마셨다고 하기도 이상하고 안 마셨다고 하기도 이상한 미묘한 느낌이 들었어요. 양쪽 볼에 피가 올라오는 느낌은 드는데 얼굴이 빨개지거나 열이 올라오지는 않았어요.


상자를 다시 봤어요. 상자 전면부 맨 아래에 문구가 적혀 있었어요.


粉末酒 0.18%、レーズン 0.12%、ラムレーズン香料使用

アルコール使用量0.06% お子様やお酒の弱い方は遠慮ください。


분말술 0.18%, 건포도 0.12%, 럼레이즌 향료 사용

알코올 사용량 0.06% 아이와 술에 약한 사람은 멀리해 주세요.


아...진짜 술 들어갔구나.


일본 네슬레 도쿄 럼 건포도 킷캣 초콜렛 東京土産 ラムレーズン キットカット 은 그냥 기분상 술이 들어갔다고 느낀 것이 아니라 진짜 술이 들어간 초콜렛이었어요.


일본 네슬레 도쿄 럼 건포도 킷캣 초콜렛 東京土産 ラムレーズン キットカット Tokyo Souvenir Rum Raisin Kitkat 은 꽤 맛있었어요. 한국 초콜렛과는 비교가 불가능한 훌륭한 맛이었어요. 맛의 조화, 균형 모두 만족스러웠어요. 절제된 단맛 속에서 술 느낌과 포도향, 킷캣 속 웨하스가 잔잔한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었어요. 서양식 증류주 특유의 느낌과 포도향 때문에 쓴맛 없는 브랜디 맛처럼 느껴졌어요. 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꽤 좋아할 맛이었어요. 


다 먹는 동안 도쿄와 럼, 건포도의 관계는 결국 못 찾았어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일본 네슬레 도쿄 럼 건포도 킷캣 초콜렛 맛은 도쿄 가서 보고 느꼈던 그 분위기와 비슷하기는 했다는 점이었어요. 일본 도쿄 여행 중 도쿄를 돌아다니면서 도쿄 번화가가 1980년대 일본 버블 경제의 흔적이라는 점을 곳곳에서 느끼고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대체 버블 경제는 얼마나 굉장했고, 그 붕괴가 또 얼마나 굉장했는지도 느낄 수 있었어요. 여행 중 느꼈던 그 감정과 느낌, 생각, 그리고 도쿄에 대한 인상과 매우 비슷했어요.


차라리 이럴 거면 東京土産 이 아니라 아예 東京銀座土産 이라고 하지.


아예 확실히 '도쿄 긴자 토산'이라고 했으면 훨씬 더 납득이 갔을 거에요. 긴자가 삐까뻔쩍하고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곳이라는 건 전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으니까요. 제가 도쿄 여행 중 머물렀던 숙소가 있었던 아사쿠사와 럼주는 거리가 꽤 멀었어요. 신주쿠, 아키하바라, 나카메구로, 에비스, 야나카긴자, 우에노와도 거리가 많이 멀었구요. 東京土産 옆에 후리가나로 とうきょうみやげ 라고 써놨다면 '도산'은 떠올리지도 않았을 거에요.


단, 일본 네슬레 도쿄 럼 건포도 킷캣 초콜렛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줄 거라면 술맛 초콜렛이 아니라 진짜 술 들어간 초콜렛이라는 점을 잘 참고해야 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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