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칸이나리 신사를 둘러보고 나서 갈 곳은 이제 하나 뿐이었어요. 숙소로 돌아가야 했어요. 이제 체크아웃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숙소로 들어가서 찬물로 아주 가볍게 샤워하고 나와서 바로 체크아웃해야 했어요. 무의미하게 아사쿠사 센소지 주변을 배회하다가는 샤워를 못 하고 바로 짐 들고 숙소에서 체크아웃해야 했어요. 체크아웃 시간도 얼마 안 남아 있었고, 비행기 시간 때문에 아사쿠사역으로 가는 것을 더 뒤로 미룰 수도 없었어요.
숙소로 돌아왔어요. 머뭇거리고 말고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어요. 바로 옷을 벗고 찬물로 땀을 닦아내었어요. 샤워를 아주 빨리 끝마친 후 밖으로 나왔어요. 밖으로 나오자마자 숙소 방을 꼼꼼히 잘 살펴봤어요. 마지막으로 혹시 모르고 빠뜨리고 안 챙긴 것이 있나 찾아봤어요. 아침에 한 번 확인했을 때와 똑같았어요. 빠뜨리고 나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어요.
"이제 가자."
개인적으로 여행 중 피로도가 가장 높은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어요. 바로 귀국하기 위해 비행기 기다리는 시간이요. 아직까지는 별로 피곤하지 않았어요. 다른 때와 달리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꼼꼼히 시간을 다 활용했어요. 덕분에 마츠리를 조금이나마 경험해볼 수 있었어요. 어디 가서 일본 여행 갔다가 마츠리도 경험해봤다고 하기에는 매우 민망한 수준이기는 했지만요. 그래도 아예 못 본 것은 아니었어요.
'일본은 심심하면 혼을 실어서 최선을 다 하라고 하지 않나?'
아주 일본 문화답지 못한 여행. 그래도 나름대로 이것저것 날림으로 많이 봤고 많이 먹었어요. 구색맞추기는 성공했어요.
'섬세함 따위란 전혀 없구만.'
지금까지의 외국 여행과 비교했을 때 이번 일본 여행은 섬세함이 유독 많이 떨어지는 여행이었어요. 일단 제가 준비 자체를 손놓다시피 했어요. 게다가 전투적으로 돌아다니지도 않았어요. 걷기는 많이 걸었지만 과거 휘황찬란하고 파란만장했던 여행들과는 많이 달랐어요. 이것은 도박에 가까운 선택이라는 것도 전혀 없었어요. 그렇게 두 눈에 쌍심지 켜고 열심히 1초라도 더 돌아다녀야겠다고 작정하고 다니지 않았어요. 한밤중에라도 어디를 가서 꼭 보고야 말겠다는 투지도 없었어요. 돌아다니기는 열심히 돌아다녔지만 투지에 넘치는 힘찬 발걸음은 아니었어요. 아무 부담 없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많이 걸었어요.
사실 일본 도쿄에서 그렇게 투지 넘치게 다녀야할 필요성을 전혀 못 느껴서 투지가 불타오르지 않은 것도 있기는 했어요. 서울보다 훨씬 더 발전한 도시니까요. 도박에 가까운 선택을 하려면 정말 도쿄 23구를 벗어나서 멀리 당일치기로 다녀오려고 해야 했어요. 그러나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아, 하나 있다!'
그간 다녀온 외국 여행들과 비교했을 때 더욱 섬세한 부분이 딱 하나 있었어요.
영수증은 꼼꼼히 잘 챙겼지.
영수증은 엄청나게 잘 챙겼어요. 영수증 챙기는 것만큼은 다른 여행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매우 열심히 했어요.
체크아웃하고 밖으로 나왔어요. 캐리어를 끌고 큰 길을 따라 아사쿠사역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조금 걸어가자 아사쿠사 도착하자마자 휴대용 재떨이를 구입한 가게가 나왔어요.
'혹시 다른 휴대용 재떨이도 있을 건가?'
가게에 가서 휴대용 재떨이 있냐고 물어봤어요. 주인 아주머니께서 제가 첫날 구입한 재떨이를 보여주셨어요. 그거 말고 다른 것은 없냐고 물어봤어요. 다른 디자인이 하나 더 있었어요.
'이거 기념품으로 사가야지.'
왜 팬더일까?
아사쿠사와 팬더가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이 재떨이 디자인은 팬더가 인력거를 끄는 모습이었어요. 뒤의 파란색은 스미다강일 거에요.
아사쿠사 센소지가 보였어요.
매일 일수 도장 찍듯 봤던 아사쿠사 센소지. 아사쿠사지도 이것이 마지막이었어요.
"안녕히 계세요!"
센소지에게 마지막으로 인사했어요. 익숙하다 못해 질릴 것 같던 센소지와 작별하려니 매우 아쉬웠어요. 마음 같아서는 센소지를 통과해서 가고 싶었어요. 그렇게 마지막으로 센소지와 작별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진짜 늦을 수도 있어.
센소지 안을 짐 끌고 통과하는 것은 무리였어요. 가능할 수는 있어요. 대신 시간이 엄청 걸리고 더워서 땀에 푹 절어버릴 거였어요. 센소지는 조금 전에 잘 돌아다녔기 때문에 이 정도로 작별하기로 했어요.
큰 길을 따라 아사쿠사역을 향해 걸어갔어요. 경찰이 교통 정리를 하고 있었어요.
"뭐지?"
아사쿠사역으로 가는 큰 길을 걷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어요. 경찰이 교통 정리를 하고 있는 모습은 처음 봤어요.
"아!"
일본 도쿄 아사쿠사 삼바 카니발 퍼레이드가 펼쳐질 예정이라 경찰이 교통 정리를 하고 있었어요. 길가에는 사람들이 촘촘히 들어앉아 있었어요.
"얼마나 대단한 퍼레이드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였지?"
아침에 본 거대한 중계 차량이 떠올랐어요. 사람들은 길가에 앉아 부채질을 하며 퍼레이드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진짜 대단하다."
사진에는 하늘이 하얗게 나왔어요. 그러나 실제로는 정말 맑은 하늘이었어요. 햇볕이 직격으로 무수히 많이 쏟아지고 있었어요. 엄청 뜨거웠어요. 습고 덥한 것이 아니라 습고 뜨거웠어요. 여기에 사람들이 이렇게 바글바글 모여 있으니 사람들이 뿜어내는 체온 때문에 열기가 더 강했어요. 괜히 '많은 인파가 뿜어내는 뜨거운 열기'라는 말이 나온 것이 아니었어요.
길가에는 사람들이 빼곡히 앉아 있었어요. 인도는 행인들과 서서 구경하려고 하는 사람들로 북적였어요.
이러면 아사쿠사 센소지로 가는 거랑 다를 게 없잖아!
마지막에 의도치 않게 아주 좋은 구경을 하게 되었어요. 이렇게 퍼레이드를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는 것도 흔히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거든요.
정작 나는 퍼레이드는 못 보고 간다.
2019년 8월 31일 일본 도쿄 아사쿠사 삼바 카니발 퍼레이드를 기다리는 많은 인파를 보며 캐리어를 끌고 아사쿠사역을 향해 걸어갔어요. 퍼레이드를 기다리는 사람들 모습은 장관이었어요.
그렇지만 이건 팥 없는 팥빵이잖아.
정작 제일 중요한 퍼레이드는 정작 보지 못하고 가야 했어요. 퍼레이드 기다려서 보고 공항 가면 100% 비행기 놓칠 거였거든요.
"또 대충 보고 가는군요!"
다시 등장한 하얀 기모노를 입은 일본. 아주 화가 단단히 난 표정이었어요. 저를 원망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어요.
"공항 가야하는데 어떡해."
"제가 이런 특별한 선물까지 준비했잖아요!"
이런 걸 준비해서 선물해주려고 했다면 어제 해줬어야지. 여행 전에 알려주든가...
답이 없었어요. 퍼레이드를 기다리는 사람들만 보고 가야 했어요. 퍼레이드 보다가 비행기 놓치면 그게 몇 십만원 짜리 관람이었어요.
친구가 이 더위를 꾹 참으며 사진과 영상을 찍기 위해 길바닥에 앉아 있는 일본인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사진 찍는 사람들 무시하지 마. 그 사람들 오밤중에 장비 짊어지고 똑같은 산 몇 번이고 올라가."
사진 촬영에 맛들인 사람들처럼 대단한 사람들도 별로 없어요. 멋진 풍경, 마음에 드는 사진 하나 찍겠다고 들이는 노력을 보면 장난 아니에요. 그냥 올라가도 힘든 산을 무거운 장비 짊어매고 깜깜한 밤에 올라가요. 그걸 또 몇 번씩 해요. 심지어는 파도 사진 하나 찍겠다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에 사진 찍으러 나가는 사람도 있어요. 한밤중에 몇 시간씩 차 타고 이동해서 일출 사진 찍고 오는 사람도 있구요. 근성에 근성에 근성이에요.
아사쿠사역까지 왔어요. 몇 시인지 확인해봤어요.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어요.
"우리 마지막으로 스미다강 사진 하나만 찍고 가자."
"그래."
도쿄 스카이 트리 타워와 아사히 빌딩.
저걸 끝내 못 가고 돌아가네...
아사쿠사역은 숙소에서 멀지 않았어요. 저기는 당연히 한 번 갈 줄 알았어요. 그렇지만 마지막까지 강 너머에서 바라보기만 했어요.
이 여행은 ためしよみ 여행인가 したよみ 여행인가.
ためしよみ 는 '맛보기', したよみ 는 '예습, 예행' 이라는 말이에요. 진지하게 각잡고 혼을 실어서 아주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다 꼼꼼히 보고 경험한 것이 없었어요. 심지어 투혼을 발휘했던 도쿄 국립 과학박물관 조차 일본관은 완전 날림으로 봤어요. 뭐든지 혼을 실어서 하는 걸 좋아하는 일본. 섬세하고 꼼꼼하고 집요하게 하는 것을 강조하는 일본. 그러나 저는 마지막까지 날림, 대충, 맛보기로 슥슥 보며 지나가고 있었어요.
심지어 일본 와서 베스킨라빈스31도 한 번도 못 가봤어요. 한국에서 매달 베스킨라빈스31에서 출시되는 이달의 맛 아이스크림을 2017년부터 챙겨먹고 있었어요. 내가 어디까지 베스킨라빈스31 아이스크림 종류를 먹어볼 수 있는지 궁금해서 나오는 족족 먹어보고 있어요. 그렇게 해서 먹어본 한국의 배스킨라빈스31 아이스크림 종류가 100종류가 넘었어요. 일본 와서 베스킨라빈스31 한 번은 갈 줄 알았어요. 그러나 매일 미루다 결국 못 가게 되었어요.
"잠깐, 여기 계단이잖아!"
아사쿠사역에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출구가 딱 하나 있어요. 나머지는 전부 계단이에요. 스미다강 근처에 있는 출구는 계단으로 내려가야 하는 출구였어요.
"거기 숙소 직원이 알려준 곳 아니야."
숙소 직원이 알려준 출구를 향해 갔어요.
"어?"
"이건 벌이에요!"
'흥' 소리를 내며 고개를 홱 돌리는 일본.
여기 첫 날 온 출구잖아...이거 계단이야!
직원이 엘리베이터 있는 출구를 잘못 알려줬어요. 땀 삐질삐질 흘려가며 멀리 있는 출구까지 걸어왔어요. 허탈했어요. 덥고 시간도 별로 없었어요. 엘리베이터 있는 출구를 찾아서 가는 데에 소모되는 체력과 배출되는 땀을 고려하면 그냥 계단 내려가는 것이 더 나았어요.
아, 나 일본 와서 혼을 실어서 한 거 하나 있어!
계단 오르내리기...
여행 와서 혼을 실어서 한 것이 하나는 있었어요. 계단 만큼은 혼을 실어서 오르내렸어요. 아직도 이토야에서 계단 오르내리며 고생한 거 생각하면 도가니가 쑤실 거 같아요.
계단을 내려갔어요. 하네다 공항 가는 지하철표를 발권했어요.
승강장으로 내려갔어요.
지하철은 금방 왔어요.
설원에서 귀여운 토끼 가족이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는 그림이었어요. 무슨 그림 전시회 같았어요.
입장무료!
다행히 하나도 안 아쉬웠어요. 방문하면 포스터 카드를 준다고 적혀 있었지만 괜찮았어요. 전시 기간이 9월 25일부터 9월 30일까지였거든요. 아무리 제가 일본 입국할 때 상륙허가 90일을 받았다고 해도 저거 보자고 일본에 26일 더 머무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어요.
지하철이 지상 구간으로 들어왔어요. 창밖을 봤어요.
"사진 찍어야지."
만약 제가 어린 아이였다면 아예 거꾸로 앉아서 창밖을 열심히 보며 사진을 마구 찍었을 거에요. 그러나 저는 어른. 거꾸로 앉아서 사진 찍으며 가다가는 2ch 스타 될 수도 있어요. 중국의 16억 바이두 스타만은 못 하지만 일본의 1억2천 2ch 스타가 되고 싶은 마음도 없었어요.
다행히 제 옆에 앉은 사람은 친구 뿐이었어요. 매우 불편한 자세로 창밖을 봤어요.
첫 사진이 무덤이라니...
지하철에서 창밖 풍경을 찍은 첫 번째 사진은 무덤이었어요. 무덤에 포위된 일본 전통 건축물은 아마 절이겠죠.
주택가가 나왔어요.
2019년 12시 37분. 하네다 국제공항 지하철역에 도착했어요.
'이제 진짜 끝이구나.'
아쉬움이 발목을 잡았어요. 그러나 더 머무를 수 없었어요.
공항 전광판에는 한국어로 '하네다공항'이라고 나오고 있었어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갔어요.
"아주 동전 깔끔하게 쓰라고 배려해줬구만."
뽑기가 있었어요. 요즘 한국에서 저런 뽑기를 일본어 그대로 사용해서 '가챠'라고 많이 말해요. 공항에 오면 돈 쓸 일이 거의 없어요. 특히 동전 남은 것은 공항에서 골칫거리에요. 그런 스트레스를 고려해 가챠라도 하나 뽑아가라고 가챠를 잔뜩 배치해놨어요.
일본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 국제선 터미널 수속 창구로 왔어요.
친구는 PASMO 카드를 환불받고 싶어했어요. PASMO 카드 환불 받는 곳은 입국장에 있었어요. 하네다 국제공항도 입국장 윗층이 출국장이었어요.
입국장으로 내려갔어요. 친구는 PASMO 카드를 환불받았어요. 그러나 저는 환불받지 않았어요. 일부러 환불받지 않기 위해 아까 아사쿠사 센소지에서 PASMO 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자판기에서 오로나민C 를 2병 뽑아서 친구도 하나 주고 저도 마셨어요. 솔직히 오로나민C가 뭐 궁금하겠어요. 그건 한국에도 똑같이 있는 것인데요. PASMO 카드 안에 남은 돈을 최대한 다 떨어버리기 위해 구입한 거였어요.
"저거 사진 찍어야겠다."
일본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 입국장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로 갔어요.
일본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 관광 안내 센터 사진을 찍은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어요.
일본 도쿄 무료 관광 안내 책자 때문이었어요. 이게 상당히 좋아요. 한국에서 판매중인 어지간한 도쿄 가이드북보다 훨씬 좋아요. 두껍고 무겁고 불필요한 내용 가득한 도쿄 가이드북보다 이 얇은 무료 관광 안내 책자가 더 뛰어났어요. 휴대성도 좋았고 내용도 꽤 알찼거든요. 지도도 다 있었구요.
"여기 편의점 어디 있지?"
"편의점? 갑자기 왜?"
편의점을 찾기 시작했어요.
"남은 동전 다 떨어버리게."
"아하!"
편의점 가서 유통기한 괜찮은 캔 음료 같은 것을 구입하면 남은 동전을 깔끔히 다 떨어버릴 수 있었어요. 이런 음료는 꼭 하네다 공항에서 안 마셔도 괜찮아요. 가방에 넣고 수하물로 부친 후 한국 돌아가서 마셔도 되거든요. 동전이 652엔 있었어요.
자판기와 편의점을 찾아 하네다 공항 안을 돌아다녔어요. 세븐일레븐 편의점이 있었어요.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어요.
"뭐야? 뭐 없잖아?"
유통기한 괜찮은 캔음료나 패트병 음료를 고르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꼼꼼히 둘러봤어요. 그러나 딱히 사고 싶게 생긴 것이 없었어요. 유통기한이 매우 긴 음료는 거의 없었어요. 캔음료는 마시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것만 있었구요.
"커피라도 마셔야겠네."
간신히 고른 음료수는 복숭아 진저 에일. 복숭아 진저 에일을 구입하고 제 것과 친구 것으로 아이스 카페 라떼 2잔을 구입하기로 마음먹었어요. 복숭아 진저 에일을 계산한 후 계산대 왼쪽에는 커피 머신만 있고 컵은 없었어요. 주문을 받는 사람도 없었어요.
'이거 뭐지?'
사람들이 어떻게 커피를 구입하는지 관찰했어요. 계산대에서 커피를 구입하겠다고 하고 돈을 내면 직원이 컵을 줬어요. 그 컵을 갖고 와서 커피 머신을 자기가 알아서 작동시켜서 마시는 시스템이었어요.
다시 줄을 섰어요. 제 차례가 왔어요. 아이스 카페 라떼 2잔 달라고 했어요. 돈을 내자 직원이 컵 2개를 줬어요. 커피 머신으로 가서 직접 버튼을 눌러 아이스 카페라떼를 컵에 받았어요. 동전이 딱 1엔 남았어요.
"동전 다 떨었다!"
1엔은 한국 돈 10원. 이 정도는 남겨도 괜찮아요. 여행 기념으로 하나 들고 간다고 쳐도 되거든요. 동전 사용하는 나라로 여행 가서 한국돈 10원 남겨오는 거 진짜 어려워요. 혼을 다해 동전을 안 남기려고 여행 내내 발악하듯 동전을 꼼꼼히 다 쓰며 다녔어요. 그 결과가 바로 A+ 최우수 학점을 받아도 모자라다고 할 1엔 남긴 것이었어요. 이제 더 이상 엔화를 쓸 일이 없었어요. 이 여행에서 남아서 한국으로 가져가는 일본 동전은 딱 1엔이었어요.
저 스스로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신들린 동전 떨이였어요. 일본답게 섬세하고 꼼꼼하고 집요하고 혼을 다해서 동전을 다 떨었어요.
아이스 카페라떼 2잔과 복숭아 진저 에일을 구입한 후 빈 의자로 가서 앉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