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먹어본 편의점 신상품은 GS25 편의점 신상품인 매일 바리스타 룰스 민트 라임 라떼에요.
"야, 너 그 사진 언제 찍은 거야?"
친구가 보내준 스무디킹 홍삼 스무디 사진을 보고 스무디킹으로 갔다가 허탕쳤어요. 스무디킹 홍삼 스무디는 시즌 메뉴로 단종된지 꽤 되었다고 했어요. 허위정보 유포는 아니지만 철 지난 정보를 유포한 친구에게 바로 카카오톡으로 메세지를 보냈어요. 친구는 얼마 전에 촬영한 사진이라고 했어요. 그 동네에서는 아직 재료 소진이 안 되어서 남아 있나 봐요. 그러나 제가 살고 있는 동네는 아니었어요.
친구는 말 없이 다른 사진 하나를 보내줬어요.
널 위해 준비했어
친구가 보내준 사진. 마치 '너를 위해 준비했어'같은 느낌이었어요. 매일 바리스타 룰스 민트 라임 라떼였어요. GS25 편의점 신상품이라고 했어요.
히이엑! 보기만 해도 무서워!
민트홀릭들은 어떻게 볼 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저건 제게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어요.
내가 베스킨라빈스31에서 민트 초콜릿 칩 아이스크림 먹고 충격받아서 10년 넘게 배스킨라빈스31 안 간 사람이야.
민트차는 좋아해요. 그렇지만 그거 말고는 민트맛을 그렇게 즐기는 편이 아니에요. 예전과 달리 이제는 민트 들어간 것도 그럭저럭 잘 먹고 제한적으로 즐기는 것도 있지만요. 아직도 베스킨라빈스31 민트 초콜릿 칩 아이스크림은 극복하지 못한 존재에요. 민트가 들어간 커피를 마셔본 적이 있었어요. 제 입맛에 그렇게 잘 맞지 않았어요. 상당히 어색했어요. 마실 만 하기는 했지만 1년에 한 번 정도 극단적인 변화를 주려고 마시면 충분할 맛이었어요. 아니, 3년에 한 번 정도여도 괜찮았어요.
라임은 오직 딱 두 종류 - 라임 모히또, 라임 탄산수만 좋아해요. 그 외에는 라임을 피하는 편이에요. 레몬은 좋아하지만 라임은 안 좋아해요. 특히 쌀국수에 라임즙 들어가면 아예 못 먹어요. 샴푸 마시는 것 같아서요. 라임 좋아하는 사람들은 라임을 매우 좋아하지만 저는 오직 라임 모히또, 라임 탄산수만 좋아해요. 그 외에는 절대 다른 음식과 안 섞어요.
이런 민트와 라임이 동시에 커피에 들어갔대요. 마셔보지도 않았는데 뒷골이 벌써 당기는 느낌이었어요.
이럴 수록 도전 욕구가 생겨.
뻔히 어떻게 될 지 알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불만 보면 환장해서 달려들어 타죽는 불나방이 빙의했어요. 분명히 저는 이걸 마시고 좋은 평을 하지 못할 거에요. 제가 거리를 참 많이 두는 민트, 라임 두 개가 동시에 들어갔거든요. 그것도 하필 커피에요.
이열치열이랬잖아.
스트레스를 받아서 스트레스를 이겨낸다. 더워서 피곤하던 차에 흥분할 게 생겼어요. 솔직히 GS25 편의점 신상품인 매일 바리스타 룰스 민트 라임 라떼가 극단적으로 막 가는 맛이기를 바랬어요. 이것을 찾아 GS25 편의점을 돌아다니는 저의 에너지 소비를 모두 보상해주고도 남을 충격이기를 빌었어요. 그래야 일부러 찾아 마신 보람이 있으니까요. 불나방 본능과 하이에나 본능이 동시에 눈을 떴어요. 이런 흥분 오랜만이었어요.
GS25 편의점으로 갔어요. 가까운 곳에 있는 GS25 편의점에는 없었어요. 멀리 있는 GS25 편의점으로 갔어요. 있었어요. 많이 있었어요. 그래서 바로 하나 구입했어요.
GS25 편의점 신상품인 매일유업 바리스타 룰스 민트 라임 라떼는 이렇게 생겼어요.
통 디자인은 매우 예뻤어요. 위쪽은 초록색 배경이었고, 아랫쪽은 연두색 배경이었어요. 가운데 하얀 배경에는 커피와 커피콩, 라임과 민트가 그려져 있었어요. 디자인만 보면 참 마시고 싶고 고상하게 생겼어요.
원래 독버섯이 화려하고 예쁘다잖아요.
제 눈에는 그렇게 보였어요.
'애플민트와 라임을 더해 모히토의 상큼함을 닮은 라떼'라고 적혀 있었어요. 민트 들어간 커피는 마셔본 적 있었지만 라임 들어간 커피는 못 마셔봤어요. 그래서 상상이 매우 어려웠어요.
매일유업 바리스타 룰스 민트 라임 라떼 용량은 325mL 에요. 열량은 212kcal 이에요.
통 한쪽 측면은 위 사진과 같았어요.
매일유업 바리스타 룰스 민트 라임 라떼 원재료는 다음과 같아요.
원유(국산), 정제수, 스페셜 블렌드 플라넬 드립 커피 추출액(커피원두:에티오피아산40%, 코스타리카산30%), 설탕, 혼합탈지분유(네덜란드산), 유크림, 콜롬비아 커피 추출액(콜롬비아산), 탄산수소나트륨, 유화제, 천연향료(애플민트향, 라임추출물), 합성향료(민트향)
알레르기 유발성분으로는 우유가 함유되어 있대요.
플라스틱 뚜껑을 벗겼어요.
알루미늄 커버를 벗겼어요.
아주 괴상망칙한 맛이었다. 진짜 완벽히 커피와 치약을 같이 먹는 맛이었어요. 민트홀릭이라면 좋아할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민트홀릭이 아니라면 많이 놀랄 맛이었어요.
매일유업 바리스타 룰스 민트 라임 라떼는 냄새에서부터 커피향 속에서 싸한 민트향이 느껴졌어요. 민트향이 충분히 잘 느껴졌어요. 커피에서 민트 잎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커피가 억지로 머리채 움켜쥐고 지하로 잡아끌어가고 있었어요.
주온!
순간 영화 주온이 떠올랐어요. 주온을 극장에서 본 날 밤, 진짜 무서워서 잠을 못 잤어요. 영화 자체는 안 무서웠어요. 문제는 후폭풍이었어요. 밤에 자려고 불을 끈 순간, 이런 저런 소음이 영화 주온에서 들었던 귀신 나올 때 소리였어요. 이건 볼 때보다 보고 나서가 더 무서운 영화였어요.
그 일본 귀신 영화 주온에서 귀신이 사람 잡아끌고 벽장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떠올랐어요. 이 커피에서 귀신은 커피고 사람은 민트였어요. 한 모금 마시는 순간 막 귀신을 응원하고 싶었어요. 아니, 커피 귀신을 응원했어요. 이딴 거 어서 잡아끌고 사라지라고 하고 싶었어요.
커피를 마시면 참 시원했어요. 쿨했어요. 하나도 안 반가운 쿨함이었어요.
커피 귀신이 잡아끌고 가려 했던 건 하필 퇴마사였던 것이었다. 자기 발목 잡은 커피 귀신을 부적 다발과 죽비로 마구 후려치다가 아예 주저앉아서 커피 귀신 머리에 주먹을 마구 내리꽂는 민트 퇴마사.
커피 귀신이 민트 퇴마사를 저승으로 잡아끌고 가려고 발목을 잡은 건지 제발 그만 때려달라고 애걸복걸 비느라 발목 잡은 건지 분간이 안 갔어요. 귀신이 이렇게 불쌍하게 느껴지긴 처음이었어요. 커피 귀신이 민트 퇴마사에게 제발 때리지만 마세요 엉엉 이러고 있었어요. 민트 퇴마사는 죽어서 된 귀신한테 또 죽으라고 아주 작정하고 원 펀치 쓰리 강냉이 파워로 커피 귀신 머리를 마구 후려치고 있었어요.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었던 거냐!
커피 귀신을 향한 민트 퇴마사의 일방적 폭행. 이미 징역 15년급은 가볍게 뛰어넘어 살인미수 무기징역 단계에서 이제 살인으로 사형 단계까지 가느냐 마느냐 하는 폭행 상황. 이렇게 절규하며 귀신을 응원하기는 처음이었어요. 커피 귀신이 제발 민트 퇴마사를 무찔러주기를 바랬어요.
한 번 죽은 것도 억울한데 두 번 죽게 생긴 커피 귀신. 결국 커피 귀신은 민트 퇴마사를 데리고 동귀어진. 이러면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마련이에요.
그러나 매우 커다란 반전이 있었어요.
뜬금없이 입 안에 남은 잔향은 라임 모히또 향이었다!
대체 커피 귀신은 왜 봉두난발되도록 두들겨맞았단 말인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엔딩. 라임향이 뜬금없이 등장해 '이것은 모두 내가 계획한 큰 그림이었다' 이러고 있었어요.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다가 맨 마지막에 짠 하고 등장해 '원래 내가 주인공임' 이러는 황당함. 딱 이랬어요.
그러니까 이 커피 맛을 설명하자면 이래요.
커피 귀신이 지옥으로 잡아가려고 사람 발목을 잡았는데 하필 그게 민트 퇴마사여서 민트 퇴마사한테 봉두난발 원펀치 쓰리강냉이로 뒤지게 처맞다가 이러다가는 한스럽게 죽었는데 또 한스럽게 죽겠다고 민트 퇴마사와 자폭. 그제서야 등장한 라임향이 '내가 진짜 주인공이고 이 모든 것은 나의 빅픽처였다'고 외침.
나는 대체 뭘 마신 것인가.
분명히 커피를 마셨어요. 커피를 마셨는데 왜 다 마시고 입 안에 남는 잔향은 라임 모히또인지 알 수 없었어요. 처음부터 라임향 나고 라임맛 났으면 그러려니 해요. 이건 완전 마지막에 모든 게 다 끝나고 나서 등장해 '너는 지금 라임 모히또를 마신 거야'라고 엔딩을 장식하고 있었어요. 처음부터 다 마실 때까지 라임과의 연관성은 하나도 못 느꼈는데요.
GS25 편의점 신상품 매일유업 바리스타 룰스 민트 라임 라떼는 정말 희안한 커피였어요. 모처럼 재미있는 것을 마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