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생존과 여행의 갈림길 (2019)

[제주도 여행] 생존과 여행의 갈림길 - 23 제주도 제주시 구제주 번화가

좀좀이 2020. 5. 2.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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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시장 쪽 가볼까?"


마땅히 가고 싶은 곳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딱히 어딘가 가봐야겠다고 생각이 드는 곳이 없었어요. 관덕정 근처에서 용담쪽으로 가든가 동문시장쪽으로 가든가 해야 했어요. 관덕정에서 서쪽으로 가면 용담, 동쪽으로 가면 동문시장이거든요. 그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어요. 근처에서 탑동을 가더라도 동문시장쪽으로 가야 했어요. 용담은 아무 것도 없는 사람들 사는 동네였구요.


이날 하룻밤 신세지기로 한 친구집은 동문시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어요. 이따 친구를 만나러 동문시장으로 가야 했어요. 용담으로 가면 공항, 신제주쪽으로 가는 거였어요. 그쪽으로 갈 이유가 아무 것도 없었어요. 신제주에서 구경할 만한 것은 딱히 없었거든요. 게다가 다른 친구 집에서 신세질 때 신제주는 매우 잘 돌아다녔어요. 이번에는 구제주를 돌아다닐 차례였어요.


오랜만에 제주도를 왔어요. 신제주는 그래도 여러 번 갔지만 동문시장 쪽은 안 간 지 훨씬 오래되었어요. 굳이 탑동을 갈 이유가 없었거든요. 친구들을 만나도 번화가인 제주시청, 제원사거리에서 만나지 동문시장에서 만날 일은 없었어요. 동문시장은 밤에 별 볼 일 없거든요. 탑동 노숙자들 때문에 치안이 안 좋구요. 동문시장에 가야할 일 자체가 없었어요. 신제주에 상설시장은 없지만 대신 대형 마트가 있거든요. 오일장 맞춰서 오일장에 가서 물건 사든가 대형마트 가서 물건 사든가 하면 되요. 굳이 상설시장인 동문시장을 찾아가야할 일이 없었어요.


관덕정에서 동문로타리를 향해 걷기 시작했어요.


제주목 관아


제주목 관아 내부에는 개나리와 벚꽃이 피어 있었어요. 제주목 관아는 제주도민이 아니면 유료라서 안 들어갔어요. 예전에 들어갔을 때 크게 볼 게 있지는 않았어요. 일부러 들어가볼 필요는 없는 곳이었어요.


'미세먼지 진짜 심하네.'


하늘은 아예 흰색에 가까웠어요. 미세먼지 때문에 조금만 멀어도 뿌옇게 보였어요. 숨 쉴 때 목이 깔깔한 느낌은 없었어요. 호흡기로는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게 잘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러나 중국발 미세먼지가 얼마나 심한지 눈으로 보였어요. 어쩌면 서울, 의정부 같은 곳에서 미세먼지에 단련되어서 덜 느끼는 거일 수도 있었어요. 전날 만난 친구는 미세먼지 때문에 호흡기가 아프다고 했거든요.


제주시 동지역 구제주


밝은 느낌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풍경이었어요. 하늘이 파래야 밝은 느낌이 들 텐데 하늘이 우중충했거든요. 사진을 보면 하늘에서 약간 붉은 빛이 돌아요. 실제 이랬어요. 뿌옇고 살짝 붉은 빛이 도는 것 같은 하늘이었어요.


발 가는 대로 걷다 보니 골목길이 나왔어요.


제주도 제주시 골목길


"이야, 이런 골목길이 아직도 남아 있었네?"


신제주에서는 이런 골목길 보기 어려워요. 제가 어렸을 적에는 신제주도 이런 골목길이 있었어요. 지금은 이런 골목길이 있던 곳이 개발되어서 거의 다 사라졌어요. 신제주 너머 외곽으로 가야 이런 골목길이 있을 거에요.


제가 어렸을 적에는 신제주에도 초가집이 있었어요. 그러나 초가집이 많이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두 채인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반면 슬레이트 지붕 집은 꽤 있었어요. 우리나라 전통 가옥이라고 기와집 보여주는 것을 보면 확 와닿지 않아요. 어렸을 적 본 기와 지붕은 관덕정 뿐이었거든요. 반면 초가집은 어렸을 적에 학교 가던 길에 있었기 때문에 꽤 와닿아요. 그리고 슬레이트 지붕은 아주 친숙하구요.


제주도 돌담


제주도 특징인 현무암으로 된 돌담 위에 시멘트를 바른 담장이 있었어요. 이 또한 매우 익숙한 풍경이었어요.


'요즘은 돌 훔쳐가는 사람 없겠지?'


한때 제주도는 현무암 밀반출로 엄청나게 몸살을 앓았어요. 제주도 사람들에게 현무암이란 그냥 돌멩이에요. 그딴 건 가치 하나도 없는 돌이에요. 제주도 사람들 사이에서 귀한 돌이라고 부를 만한 거라면 최소 화산탄 정도는 되어야 해요. 그 다음에 용암이 나무를 감싸고 굳어서 구멍이 크게 뻥 뚫린 돌이구요. 진짜 제주도 사람들도 이건 진짜 좋은 돌이라고 부를 만한 돌은 용암 흐른 흔척, 용암이 튄 방울이 그대로 굳은 돌 정도 되요. 이런 건 외부에서는 사실상 발견할 수 없어요. 용암동굴 들어가서 잘 찾아봐야 나오는 거죠.


그렇지만 제주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현무암 가치와 육지 사람들이 생각하는 현무암 가치는 크게 차이났어요. 육지에는 현무암이 없어서 현무암 가치가 상당히 높았어요. 이 때문에 현무암 밀반출이 매우 심했어요. 정말 제주도 사람들도 인정하는 좋은 돌만 가져가는 게 아니라 돌담 허물어뜨리고 돌 가져갔어요. 제주도 사람들이 화난 것은 돌담 쌓아놓은 돌을 도둑맞아서가 아니었어요. 돌담 다 허물어뜨려놔서 성난 거였어요. 밭에 만든 돌담도 허물어뜨려서 돌 가져가고, 무덤에 만들어놓은 돌담도 다 허물어뜨려서 돌 가져갔으니까요.


제주도 현무암 밀반출이 하도 극성을 부리자 결국 제주도에서는 돌 밀반출을 엄격히 금지하기 시작했어요. 제주도 지방 뉴스를 안 본 지 꽤 오래되었지만 요즘도 가끔 돌 밀반출하다가 걸렸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을 거 같아요.


제주도 돌담길


도둑고양이 한 마리가 돌담을 넘고 있었어요.


제주도 고양이


고양이는 육지나 제주도나 똑같이 생겼어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길거리 도둑고양이들은 육지, 제주도 수준이 아니라 한국, 우즈베키스탄, 그 외 여행 가본 여러 나라들 다 비슷하게 생겼어요. 뜬금없이 터키에서 페르시아 고양이가 돌아다닌다든가 태국에서 샴 고양이가 돌아다닌다든가 하는 건 못 봤어요.


제주도 제주시


동문로타리를 향해 걸어갔어요. 길가에 리어카 한 대가 세워져 있었어요.


제주도 리어카


리어카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어요.


쓰레기 ㅂ리지마시요

일 남니다


보물을 찾은 기분이었어요. 저렇게 길가에 적혀 있는 한국어 중 묘하게 틀린 것 보면 재미있더라구요. 생각없이 보면 '쓰레기 버리지 마시오' 같지만 제대로 보면 'ㅂ리지 마시요'라고 적혀 있었어요. '일 납니다'가 아니라 '일 남니다'로 적혀 있었어요. 이건 제주도 방언은 아니에요. 그냥 잘못 적은 거에요.


제주도 골목길


제주도 여행


제주시 제주목 관아


제주시 여행


일반 가옥을 개조하는 공사 현장이 있었어요. 요즘 제주도에서 저런 식으로 가옥 개조를 많이 한다고 들었어요.


제주도 가옥


계속 길을 따라 걸어갔어요.


제주도 풍경 사진


큰 길로 나왔어요.


제주도 여행 사진


길가에서는 잡초 제거 작업이 진행중이었어요.


제주도 제주시 칠성로


칠성로는 매우 한가했어요. 제주도에서는 여기를 칠성로보다는 칠성통이라고 불러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매우 휑했어요.


제주도 제주시 중앙로타리


중앙로타리로 왔어요. 중앙로타리에는 과거 나사로병원이 있었어요. 이제는 없어졌어요. 어렸을 적 많이 아프면 나사로병원을 가곤 했어요. 나사로병원 가는 건 공포스러운 일이었어요. 여기는 가면 목구멍에 요오드를 바른 솜을 집어넣어서 목을 소독했거든요. 주사도 무서웠지만 요오드 바른 솜으로 목구멍을 소독하는 것도 괴로웠어요. 한 번은 간호사가 너무 거칠게 목구멍을 솜으로 문질러서 그 자리에서 토한 적도 있어요.


중앙로타리는 동문로타리에 비해 별로 안 유명해요. 중앙로타리라는 말을 쓰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중앙로, 지하상가로 이곳을 표현하는 경우가 더 많아요.


제주도 제주시 지하상가


지하상가 안으로 들어가보지는 않았어요. 어렸을 적에는 지하상가 안도 사람들이 붐볐어요. 그러나 구제주 동문시장, 중앙로 상권이 몰락하면서 지하상가 상권도 완전히 침체되었어요. 제가 알기로는 지하상가가 칠성로와 더불어 중국인 관광객 받아서 연명하는 곳이에요.


제주도 제주시 구제주 번화가


중앙로타리를 지나 동문로타리로 왔어요.


동문시장 입구


동문시장


제주시 동문시장


동문로타리 해병대 위령탑 주변에 심어진 야자수는 엄청나게 높게 자라 있었어요. 제가 어렸을 적에는 저 야자수가 해병대 위령탑보다 키가 작았어요. 그러나 이제는 해병대 위령탑보다 키가 훨씬 더 커졌어요.


제주도 제주시 동문로타리 해병대 위령탑


제주도에는 해병대 출신이 많아요. 지금도 해병대 가는 사람들이 꽤 많구요. 제주도 사람들이 해병대를 많이 가게 된 이유는 4.3 사건 때문이에요. 4.3사건 이후 제주도 사람들이 연좌제 및 감시 등으로 고통받고 있던 중에 한국전쟁이 발발했어요. 그러자 많은 제주도 청년들이 공산주의자라는 오명과 오해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병대로 입대했어요. 이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져내려오고 있구요.


제주 4.3사건은 오늘날 제주도에 두 가지 흔적을 남겼어요. 첫 번째는 제주도 사람들이 해병대를 지원해서 가는 경우가 꽤 있다는 점이에요. 두 번째는 이때 일본으로 도피한 제주도 사람들이 많아서 일본과의 연계가 꽤 있다는 점이에요. 일본과의 연계가 꽤 있다는 점은 일본 버블 경제 붕괴 후 중국인 관광객들이 일본인 관광객 자리를 차지하면서 예전처럼 두드러지지는 않아요. 그러나 해병대 가는 사람이 꽤 있는 것은 아직도 확인이 쉬운 편이에요.


제주도 구제주 상권


제주도 외국인 상점


간판을 보니 WORLD FOOD 라고 적혀 있었어요. 옆에는 新中國食品 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말이 좋아 월드 푸드지, 실상은 중국 식료품 판매점이었어요. 제주도가 무비자 입국 허가를 해준 후 제주도에 중국인이 엄청나게 많이 증가했어요. 관광객도 많지만 불법 체류자도 엄청나게 많아요. 중국인 불법체류자는 제주도 사회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되었어요. 제주도에 중국인 불법체류자가 얼마나 많은지는 저렇게 중국 식품점이 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어요. 제주도에 관광 온 중국인들이 뭐가 아쉬워서 중국식품점 가서 중국 먹거리를 사가겠어요.


제주도 제주시 시네하우스극장


"저기 아직도 하나?"


시네하우스 극장이 있었어요. 예전에는 저기가 영화관이었어요. 지금도 영화관인지 궁금해졌어요.


동문로타리


길을 건너 건물 안으로 들어갔어요.


동문시장 한복점


제주도 제주시 동문시장 한복점


건물 안에는 한복점, 이불집이 여러 곳 있었어요. 대충 둘러보고 건물을 관통해 빠져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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