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에 일본 여행 갔을 때였어요. 일본 여행 가서 매우 흥미로웠던 점 중 하나는 일본인들이 진저에일을 많이 마시는 점이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진저에일을 잘 마시지 않아요. 진저에일 구경하는 것 자체가 아주 쉬운 일이 아니에요.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편의점에 간 횟수만 따지면 매우 많지만, 편의점 가서 진저에일 판매하는 경우는 기억이 없어요.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 없었어요. 저도 진저에일은 들어보기만 했지, 우리나라에서 마셔본 적은 없었어요. 진저에일은 우리나라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료도 아니고 대중적인 음료도 아니었어요.
그에 비해 일본에서는 진저에일이 매우 대중적인 음료였어요. 일본인들이 얼마나 그걸 많이 마시는지 직접 보지는 못했어요. 일본인들이 진저에일을 마시는 장면까지는 못 봤으니까요. 날이 더워서 사람들이 물 마시는 장면은 매우 많이 봤어요. 콜라 사가는 장면도 많이 봤구요. 그렇지만 진저에일을 사서 마시고 있거나 진저에일을 사가는 장면을 직접 보지는 못했어요.
그래도 일본에서 진저에일이 매우 대중적인 음료라는 것은 눈치껏 알 수 있었어요. 일단 편의점 같은 곳에 가면 진저에일을 판매하고 있었어요. 편의점 가서 진저에일 구경하기 쉬웠어요. 여기에 모스버거 같은 패스트푸드 체인점 가보면 음료 중 진저에일을 선택할 수 있었어요. 일본에서 진저에일 접하는 것은 매우 쉬웠어요. 진저에일 마시는 사람들이 많으니 진저에일 판매하는 곳도 흔하고 흔했겠죠.
저도 일본 도쿄 여행 갔을 때 일본에서 진저에일을 여기저기에서 판매하는 것이 신기해서 몇 번 사서 마셔봤어요. 그리고 일본에서 한국으로 귀국하면 진저에일과의 인연도 사실상 끝날 거라 예상했어요. 열광하면서 사서 마실 정도까지는 아니었거든요.
귀국하는 날이었어요. 도쿄 하네다 공항으로 갔어요. 일본 여행 할 때 매우 신경써야 하는 점 중 하나가 바로 동전 처리에요. 일본은 현금 계산을 많이 하는 나라이고 1엔 단위까지 다 살아있는 나라에요. 그래서 별 생각없이 지폐만 사용하다가는 동전이 엄청 많이 남아요. 여기에 일본 엔화 동전은 동전에 적힌 숫자에 대충 10 곱하면 되요. 1엔이 10원, 500엔이 5천원 이렇게 생각하면 편해요. 500엔짜리 동전은 별로 안 남지만 1엔, 10엔, 100엔 짜리 동전은 한국에서처럼 지폐만 열심히 부수며 돈 쓰면 주머니에 아주 두둑하게 남아요. 여기에 동전은 귀국 후 환전도 어렵고 제값도 받지 못해요.
다행히 동전을 최대한 다 써버렸기 때문에 동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이 정도면 편의점 가서 과자 같은 거 조금 사는 것으로 가볍게 다 해치울 수 있었어요. 저는 이때 음료수 사서 한국으로 들고갈 계획이었어요.
"어? 자판기 왜 없지?"
일본은 자판기의 나라. 어디를 가도 자판기가 보초를 서고 있는 나라. 자판기 없는 곳 찾기가 훨씬 더 어렵다고 해도 과장이 아닌 나라. 하네다 공항에도 분명히 자판기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 판단이 틀리자 당황스러웠어요.
'이거 동전 어디에서 쓰지?'
하네다 공항 안에 편의점이 있었어요. 문제는 사람들이 계속 무언가를 사가서 제품 남아 있는 것이 별로 없었어요. 원래 진열되어 있는 제품들 다 그리 확 끌리지 않는 제품들이었는데 그나마 거기에서 괜찮을 거 같은 것은 이미 사람들이 다 집어갔어요.
동전은 써야하고 자판기는 없고 편의점에는 마땅히 사고 싶은 게 없었어요.
'진저에일이나 사가자.'
그나마 살 만한 거라고는 진저에일이었어요. 진저에일을 사올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이 상황에서 그나마 제일 구입할 만한 것은 진저에일 뿐이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진저에일을 구입했어요. 그게 바로 이 일본 CANADA DRY 복숭아 진저에일 CANADA DRY PEACH GINGER ALE 이에요.
일본 CANADA DRY 복숭아 진저에일 CANADA DRY PEACH GINGER ALE 은 이렇게 생겼어요.
색깔을 보면 보리차 비슷한 색깔이에요.
진저에일은 탄산수, 구연산, 생강향, 캐러맬 색소와 적당량의 향료를 섞은 음료에요. 기원은 진저비어이지만, 현대 들어와서 대량생산하면서 탄산수에 생강향과 이것저것 섞어놓은 음료 형태로 바뀌었어요. 이렇게 형태가 바뀐 음료가 바로 진저에일이에요.
일본 CANADA DRY 복숭아 진저에일 CANADA DRY PEACH GINGER ALE 열량은 32kcal 이고, 탄수화물은 8g 들어 있대요.
식품 유형 중 탄산음료에 해당하고, 과즙은 2% 들어가 있대요.
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오묘한 맛.
일본인 속마음을 알기 어렵다고 하는데 이건 일본인 속마음 알기 난이도를 표현한 건가.
한국 돌아와서 일본 CANADA DRY 복숭아 진저에일 CANADA DRY PEACH GINGER ALE 을 마셨어요. 한 모금 마시자마자 이 어려운 맛은 대체 뭘까 싶었어요.
첫 맛은 썼어요. 너무 써서 뱉어내야할 정도는 아니었어요. 탄산수에서 느껴지는 씁쓸한 맛과 비슷한 정도였어요. 과일 먹을 때 실수로 씨앗 씹었을 때 느껴지는 쓴맛과 비슷한 강도의 쓴맛이었어요.
처음에는 복숭아 향이 느껴졌어요. 복숭아 과즙 2% 들어갔다고 적혀 있는 것처럼 복숭아 향이 느껴졌어요. 그러나 평범한 복숭아향이 아니었어요. 아주 미묘하게 생강향도 섞여 있었어요. 시작은 복숭아향인데 끝맛은 복숭아향과 생강향이 섞여 있었어요.
복숭아 씨앗 핥아먹는 거 같아.
복숭아 표면은 매우 달지만 복숭아씨에 붙어 있는 과육은 살짝 쓴맛이 있어요. 그것과 비슷한 맛이었어요. 아쉽게도 저는 복숭아 표면의 단 부분을 좋아하지 씨앗에 달라붙은 과육은 별로 안 좋아해요. 이건 복숭아씨에 달라붙은 과육을 매우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열광하며 마실 만한 음료였어요.
역시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야.
일본에서 음식을 먹어보며 느꼈던 것 중 하나가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점이었어요. 제가 일본 여행 중 먹었던 일본 음식 모두 맛있었어요. 그러나 한국 음식과 비슷하면서 매우 큰 차이가 있었어요. 한국인 입맛에는 뭔가 잘 안 맞는 부분이 확실하게 존재했어요. 어째서 한국인들이 일본 여행을 그렇게 많이 가고 일본 음식을 좋아하는데 정작 음식문화 유입을 보면 일본 것보다 타이완 것이 훨씬 더 인기 좋은지 납득이 되었어요. 그 차이가 이 음료에서도 느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