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마셔본 술은 일본 호로요이 복숭아 Horoyoi Peach ほろよい もも 에요.
얼마 전, 모처럼 서울에 갔어요. 이태원 문제가 붉어지기 전이었어요. 길거리에는 마스크 안 쓰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어요. 날이 매우 더워졌거든요. 뉴스에서는 이제 거의 안정되고 있다는 뉘앙스로 계속 보도되고 있었구요. 저는 이날 그냥 혼자 서울을 돌아다녀보고 싶어서 집에서 나왔어요.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동원 덴마크 요구르트 팝업스토어도 가보고 싶었거든요.
'성수에서부터 걸어갈까?'
이왕 서울을 돌아다녀보기로 했으니 급히 서울숲 카페거리로 바로 가는 것보다는 성수역 정도에서부터 서울숲으로 걸어가기로 했어요. 성수동 카페거리를 둘러보고 서울숲 카페거리로 가면 적당히 걸으며 주변 구경하는 재미도 있거든요.
'여기는 이제 어느 정도 분리가 된 모양이네.'
처음 성수동 카페거리가 조성될 때였어요. 그 당시에는 성수동 카페거리가 막 조성되고 있을 때였기 때문에 카페가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게다가 서울숲 쪽에 카페가 하나 둘 생기고 있었고, 성수역 쪽에도 카페가 하나 둘 생기고 있었어요. 그래서 '성수동 카페거리'라고 하면 그게 대체 어디인지 정확히 분간할 수 없었어요. 말이 좋아 '카페 거리'이지 카페는 별로 없었어요. 거리로 보면 성수동 카페 거리와 서울숲 카페 거리는 거리가 꽤 멀어요. 걷다 보면 어떻게 흘러갈 수 있기는 하지만 그게 하나로 이어져 있다고 보기에는 매우 어려워요. 성수동 카페 거리에서 뚝섬역 쪽으로 길을 따라 가다 큰 길을 건너 대성갈비 너머로 가야 서울숲 카페 거리거든요. 그래서 '성수동 카페 거리'라고 하면 한때 엄청나게 햇갈렸어요. 이게 지하철 출구로 보면 성수역과 뚝섬역이니까 지하철 한 정거장이지만, 실제로는 두 정거장 쯤 차이나거든요.
그러나 성수동 카페 거리가 어느 정도 정비되고 서울숲 카페 거리는 꽤 많이 그럴 듯 해졌어요. 재미있는 점은 둘 다 그럴싸한 카페 거리처럼 되었지만 둘이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이렇게 둘이 확실히 분리되자 사람들도 처음에 뭉뚱그려서 '성수동 카페거리'라고 하던 것에서 성수역 쪽은 '성수동 카페 거리', 뚝섬역 쪽은 '서울숲 카페 거리'라고 분리해서 부르기 시작했어요.
원래 성수역에서 내릴 때만 해도 성수동 카페 거리를 따라 가서 서울숲 카페 거리로 갈 생각이었어요. 그러나 조금 걷다 보니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 길은 제가 매우 많이 가본 길이었어요. 제가 거의 안 가본 길로 가보고 싶어졌어요.
이마트 성수점 쪽으로 가서 거기에서 길을 따라 서울숲으로 가기로 했어요. 이마트 성수점으로 갔어요.
'뭐라도 하나 마시고 갈까?'
날이 따뜻하다 못해 덥다 보니 뭔가 하나 마시고 싶었어요. 편의점에서 구입해서 마시는 것보다는 이마트 가서 구입해서 마시는 것이 나았어요. 이마트 안으로 들어갔어요. 뭐가 있나 쭉 둘러보다 주류 코너로 갔어요.
"어? 호로요이 있네?"
일본 호로요이 복숭아 Horoyoi Peach ほろよい もも 가 있었어요. 옆에는 츄하이 복숭아가 있었어요. 호로요이 복숭아는 츄하이 복숭아보다 500원 더 비쌌어요.
'일본 여행 다녔을 때처럼 호로요이 하나 사서 마시고 갈까?'
호로요이나 츄하이나 사이좋게 도수가 매우 낮아요. 지금 제 앞에서 호로요이, 츄하이의 차이는 가격 차이였어요. 500원 차이였어요.
'뭐 마시지?'
문득 츄하이 복숭아는 전에 마셨다는 것이 떠올랐어요.
'이번에는 안 마셔본 호로요이 복숭아 마셔보자.'
그래서 츄하이보다 500원 더 비싼 호로요이를 한 캔 구입했어요. 호로요이 복숭아 한 캔을 들고 계산대로 가서 계산하고 나왔어요. 벤치로 가서 앉았어요.
일본 호로요이 복숭아는 이렇게 생겼어요.
캔 배경색은 백도 복숭아 색을 그대로 따왔어요. 윗부분은 상아색 비슷하고 아랫부분은 분홍색이에요. 가운데에는 매우 단순하게 복숭아 하나가 그려져 있었어요. 절제된 디자인이었어요.
캔 한쪽 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みずみずしい白桃の甘みとやわらかな香りがとけあった、
やさしい味わいです。
신선한 백도의 단맛과 부드러운 향기가 하나가 된,
부드러운 맛입니다.
호로요이 복숭아는 3000원이었어요. 일본 여행 갔을 때 호로요이를 많이 마셨어요. 이유는 일본에서는 호로요이가 엄청나게 저렴하거든요.
'이게 2천원이면 매우 잘 사서 마실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호로요이 3천원은 일본 다녀오면 확실히 비싸요. 현지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먹는 거니 더 비쌀 수 밖에 없다는 건 알아요. 그래도 3천원은 아무리 봐도 일본 현지 가격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에요. 다른 일본 주류 가격과 비교해봐도 이건 꽤 비싼 편이거든요. 다른 일본 주류 가격도 다 이런 식이라면 그런가보다 하겠지만 호로요이는 일본 가격과 우리나라 가격이 다른 일본 술에 비해도 상당히 차이나는 편이에요.
일본 호로요이 복숭아 정식 수입명은 호로요이 피치[복숭아 쥬스 1.056%, 복숭아 리커(고형분 3.5%) 0.181%, 합성향료 (복숭아향) 0.09%] 에요. 정식 수입명이 왜 이런지는 저도 몰라요. 요즘 보면 정식 수입명에 주요 성분까지 줄줄줄 붙어 있는 경우가 꽤 있더라구요. 호로요이도 예외가 아니었어요.
제가 구입한 호로요이는 350ml 짜리였어요. 원산지는 일본이었어요.
호로요이 복숭아는 식품 유형상 기타주류에 해당해요. 수출자는 Suntory Spirits Ltd에요. 제조원은 Suntory Kyushu Kumamoto Plant 에요. 산토리 제품이고, 큐슈 쿠마모토 공장에서 생산했대요. 우리나라에 수출하는 일본 술은 대체로 큐슈쪽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한 술이라고 해요.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동일본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한 주류는 수입 허가를 안 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이 사실은 예전 일본 여행 갔을 때 에비스 투어에서 들은 내용이에요.
호로요이 복숭아 원재료는 다음과 같아요.
정제수, 설탕, 주정, 복숭아쥬스 1.056%, 이산화탄소, 산도조절제(사과산, 구연산, 구연산삼나트륨), 복숭아 리커(고형분 3.5%) 0.181%, 합성향료(복숭아향) 0.09%, 천연향료(감귤향)
알레르기 유발성분으로는 복숭아가 들어가 있어요.
스티커를 떼내자 일본어가 나왔어요. 이것은 캔 자체를 일본에서 수입한 제품이었어요.
역시 호로요이는 복숭아야!
호로요이 중 가장 유명한 제품은 누가 뭐래도 복숭아일 거에요.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들어왔고, 가장 인기 좋은 제품으로 알고 있어요.
복숭아를 하이퍼 리얼리즘으로 표현한 술.
설명이 더 필요없었어요. 복숭아를 극사실주의로 표현한 술이었어요. 달콤하고 향긋하고 진한 복숭아 향기가 풍부하게 느껴졌어요. 복숭아향은 백도 향기였어요. 2% 부족할 때 복숭아보다 복숭아향이 더 진했어요. 향이 진하기는 했지만 과하지 않았어요. 자연스러운 복숭아 향기였어요.
맛은 달콤한 백도맛에 쓴맛이 섞여 있었어요. 쓴맛을 꽤 잘 느낄 수 있었어요. 이 쓴맛의 정체는 알코올 맛이었어요. 그러나 알코올 맛조차도 너무 자연스러웠어요. 백도라고 해서 모든 부분이 다 달콤한 것은 아니거든요. 씨앗과 가까운 쪽 과육은 씁쓸한 맛이 있어요. 단맛과 쓴맛이 섞인 맛은 씨앗과 가까운 쪽 과육 맛이었어요.
아하, 맛있는 과육은 그냥 먹고 인기 없는 씨앗쪽 과육으로 술 만든 건가?
이런 생각이 들게 만드는 맛이었어요. 매우 훌륭한 맛이었어요. 도수도 3도였기 때문에 부담없이 마실 수 있었어요. 가격만 저렴했다면 여름에 엄청 많이 사서 마시고 싶었어요. 아예 집에 박스로 쌓아놓고 마시고 싶었어요.
'이건 가격이 문제야.'
만약 가격을 조금 더 낮춰서 2천원으로 맞춘다면 인기가 폭발할 거였어요. 그리고 패스트푸드 체인점에 공급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었구요. 그러나 가격이 문제였어요. 3천원은 솔직히 비싸거든요. 요즘 수입 맥주 할인하면 4캔에 만원인 점이 1차적으로 가격에 대한 거부감을 들게 했어요. 여기에 일본 여행 다녀온 사람이 한둘이 아니에요. 일본 현지 호로요이 가격이 어떤지 잘 아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여기에서 2차적으로 가격에 대한 거부감이 들 수 밖에 없었어요.
호로요이 복숭아는 맛있는 백도에서 씨앗에 가까운 부분 과육을 먹는 맛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