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외국 먹거리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탄산수 - 아비다 Abida 阿比德 苏打气水

좀좀이 2019. 10. 21.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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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중국 여행을 다닐 때였어요. 중국 서쪽 끝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부터 상하이로 가는 여정이었어요.


"아, 목말라!"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매우 건조한 지역이에요. 이쪽에는 타클라마칸 사막이 있거든요. 상당히 날이 더웠고, 목도 엄청나게 말랐어요. 과장 하나 안 보태고 인간 염전이 되어가는 기분이었어요. 걸으면 땀이 엄청나게 나고, 서 있으면 건조해서 땀이 쫙 마르고 옷에 하얀 소금기가 남았어요. 건조 기후라고 해서 땀이 안 나는 것은 아니에요. 더우면 똑같이 땀나요. 습한 곳에 비해 땀이 덜 나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요. 똑같은 더위에서 습한 곳에서 걸으면 땀이 엄청나게 많이 나요. 그러나 일정 더위 이상이 되면 그 차이가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아요.


"어디 가게 없나?"


친구나 저나 더위와 갈증에 시달리고 있었어요. 사막에서 왜 자연적으로 미라가 생기는지 몸으로 배우고 있었어요. 음료수를 엄청나게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화장실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소변으로 나올 수분이 없었어요. 마시는 족족 땀으로 다 나오고 있었거든요. 땀이 안 나는 것은 진지하게 몸 속에 수분이 부족해서 땀이 안 나는 것 아닌가 싶었어요. 왜냐하면 음료수든 물이든 일단 몸 속에 액체가 들어가는 순간 온몸에서 땀이 폭발하듯 흘러내렸거든요.


"여기 공기는 뭐 이렇게 더러워?"


단순히 건조하고 날씨만 더운 것이 문제가 아니었어요. 그것을 2배 더 강하게 느끼게 만들어주고 있는 요소가 하나 있었어요.


이 망할 먼지!


길거리에 흙먼지가 풀풀 날리고 있었어요. 그냥 걷기만 해도 발 아래에서 먼지가 피어오르는 곳이 꽤 있었어요. 깔끔하게 청소한다고 될 먼지가 아니었어요. 위구르인들도 아침에 집 앞을 열심히 청소해요. 집 앞에 물을 뿌려서 흙먼지가 날리지 않게 해요. 그러나 길 자체가 흙길인 곳이 꽤 있었어요. 아침에 물 뿌린다고 될 일이 아니었어요.


게다가 차도는 누런 빛을 띄는 것 같았어요. 자동차가 한 대 지나가면 그때마다 흙먼지가 날렸어요. 눈으로는 진짜 흙먼지가 많이 날리는지 모를 수 있지만, 목은 흙먼지를 정확히 느끼고 있었어요. 입도 느끼고 있었구요. 입 안이 텁텁하고 목구멍 안이 깔깔했어요. 입과 목구멍이 깔끔해도 덥고 건조해서 목마를 상황인데 흙먼지까지 날리니 갈증은 2배였어요.


"어디 가게 없어?"


간절히 가게를 찾았어요. 이럴 때는 탄산수를 마셔야 해요. 우리나라에서는 덥다고 탄산수 마시는 일이 별로 없어요. 그러나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같은 나라에서는 더우면 탄산수를 잘 사마셔요. 탄산수가 갈증과 더위 잡는 데에 아주 좋다고 해요. 그냥 맹물 먹으면 정신이 헬렐레한 상태에서 돌아오지 않는대요. 확실히 엄청나게 뜨겁고 건조했던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여름에 탄산수 사서 마시는 것이 더위를 극복하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였어요.


"탄산수! 탄산수!"


가게가 보였어요. 사막 속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어요. 가게로 들어갔어요.


그래, 이거야!


Abide gazliq soda suyi


위구르어를 읽었어요. 아비대 가즐륵 소다 수. 가스가 들어간 물이었어요. gazliq 은 가스가 있다는 뜻이에요.


바로 구입했어요. 일말의 망설임이 없었어요.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탄산수 - 아비다 Abida


중국어로는 阿比德 苏打气水 라고 적혀 있었어요.


아래에는 위구르어로 bashqa turdiki karbonatliq ichimlik 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중국 탄산 음료 阿比德 苏打气水


"아놔..."


순수한 탄산수가 아니었어요. 아래에 적혀 있는 문구를 못 봤어요. bashqa turdiki karbonatliq ichimlik 를 제대로안 보고 색과 gazliq 만 보고 구입한 것이 화근이었어요. 저 문장을 잘 해석해야 했어요. 다른 성분이 들어간 음료라는 말이었거든요. 탄산수에 무슨 다른 성분이 들어가겠어요. 저건 이게 음료수라고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는 문구였어요. 그러나 저 문구를 해석할 정신이 없었어요. 하도 목말라서요. 목마르고 탄산수를 갈망하던 중, 투명하고 gazliq 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바로 이거라고 집어들어 사서 뚜껑 뜯고 마셔버린 거였어요.


이 김 빠진 사이다에 밀키스 향 조금 섞인 맛은 대체 뭐지.


사실 익숙한 맛이기는 했어요. 싸구려 음료수에서 느낄 수 있는 맛요. 소다맛 음료, 소다맛 아이스크림과 비슷한 맛이었어요. 갈증은 조금 줄어들었어요. 그러나 단맛 때문에 얼마 안 가서 또 갈증이 느껴졌어요. 소다향 때문에 입 안이 깔끔해지지도 않았구요.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는 탄산수가 없는 걸까...'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그렇게 탄산수를 찾아 다녔지만 결국 실패했어요. 돈 내고 엉뚱한 음료수 사서 마셨다는 사실에 분노했어요.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하는 추억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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