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마셔본 외국 음료수는 타이완 사과 사이다 Taiwan apple cidra 打西菒蘋 에요.
대형마트에 갔을 때였어요. 피자를 주문한 후 카트를 끌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구입할 것은 다 골라서 카트에 집어넣은 상태였어요. 아직 직원이 피자 찾으러 오라고 한 시각까지 시간이 남아 있었어요. 그래서 그동안 카트 끌고 대형 마트에서 무엇을 팔고 있는지 구경이나 할 생각으로 여기저기 목적지 없이 돌아다니고 있던 중이었어요. 딱히 뭔가 더 살 생각은 없었어요.
주류 코너까지 갔어요. 여기는 제가 구입할 것이 정말 없는 코너에요. 저는 술을 안 마시니까요. 제가 제 돈 주고 술을 사서 마시는 일은 몇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에요. 술 자체를 못 마시고 매우 싫어하거든요. 그래도 주류 코너를 구경하는 것은 재미있어해요. 가끔 이런 나라에서 이런 것도 수입해오나 깜짝 놀라는 일이 있거든요. 살다살다 우리나라에서 라오스 맥주도 수입할 줄은 몰랐어요. 그런 일이 주류 코너 가면 가끔 발생해요. 그래서 술을 안 좋아하지만 주류 코너 구경하는 것은 좋아하는 편이에요.
주류 코너 바로 옆에는 음료수 코너가 있었어요.
'뭐 새로 나온 거 있나?'
음료수 코너에서 기대할 것은 사실상 없다시피 했어요. 우리나라 음료수 팔고 있을 거니까요. 그래서 큰 흥미 없이 둘러보았어요.
"뭐야? 이 이상한 디자인은."
샛노란 배경에 시뻘건 사과가 그려져 있었어요. 촌스럽다면 상당히 촌스러운 디자인. 사과를 칼로 두동강 낸 것도 아니고 도끼를 휘둘러서 두동강 낸 것처럼 새빨간 사과 그림 가운데는 또 비어 있었어요. 이 비어있는 공간에는 APPLE SIDRA 라고 적혀 있었어요.
'중소기업 제품인가? 그런데 요즘은 중소기업도 디자인 많이 신경쓰는데...'
디자인이 좋게 말하면 레트로, 솔직히 말하면 요즘 중소기업에서도 사용하지 않을 디자인이었어요. 이 디자인 때문에 호기심이 생겨서 캔을 집어들었어요.
캔 한쪽에는 打西菒蘋 라고 적혀 있었어요.
'중국 건가?'
중국 제품이라면 왠지 납득될 디자인. 원산지를 살펴봤어요.
"타이완? 진짜?"
원산지는 타이완이었어요. 사과 사이다였어요.
이제는 사이다도 타이완에서 수입해 오나?
한중수교 이후 타이완은 한동안 잊혀진 나라가 되었어요. 그리고 타이완은 하필 경제적으로도 긴 침체기에 빠져들어버렸어요. 한때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잘 사는 나라였지만, 2006년에 1인당 GDP가 한국에 추월당한 후 계속 한국의 1인당 GDP가 타이완의 1인당 GDP보다 앞서 있어요. 그래서 더욱 관심가질 나라가 아니었어요.
그러나 반전이 일어났어요. 한국 방송에서 타이완이 관광하기 좋은 나라라고 소개되기 시작했거든요. 관광하기도 좋고 먹을 것도 많은 좋은 나라라고 알려지기 시작하자 많은 사람들이 타이완으로 여행가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다시 타이완이 우리나라에서 매우 유명한 나라가 되었어요. 타이완 먹거리가 우리나라에 엄청나게 매우 많이 퍼지기 시작했구요.
중국과 다르게 타이완은 잘 사는 나라. 그러다보니 간식 제품들도 품질이 꽤 괜찮은 편이었어요. 펑리수, 밀크티 등 하나하나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했어요. 여기에 타이완 밀크티는 이제 한국에서 엄청나게 많이 퍼져서 한국 밀크티 문화의 기준이 되어버렸구요.
타이완 간식거리가 우리나라에서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했다고 하지만 사이다까지 수입하다니 깜짝 놀랐어요.
"타이완 사이다는 대체 뭐가 다르지?"
하도 궁금해서 구입했어요.
타이완 사과 사이다 Taiwan apple cidra 打西菒蘋 는 이렇게 생겼어요.
소박한 듯하면서 화려한 타이완 특유의 감성과는 엄청나게 멀리 떨어진 디자인. 무슨 역사가 오래된 회사라고 자랑하고 싶어서 일부러 이렇게 디자인한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통 반대편도 디자인은 같았어요. 단지 한쪽은 打西菒蘋 라고 적혀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APPLE CIDRA 라고 적혀 있는 것이 차이점이었어요.
PRODUCED BY OCEANIC BEVERAGES CO., INC. TAO YUAN CITY TAIWAN 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제품명은 사과탄산음료 (사과농축액 0.2%, 사과쥬스 0.1%함유)래요.
식품유형은 탄산음료에 해당하고, 중량은 330mL, 열량은 140kcal 이래요.
수입원은 (주)에스씨코리아 회사로, 서울특별시 동작구에 위치하고 있대요.
원재료는 다음과 같아요.
사과농축액, 사과쥬스, 합성착향료(사과향), 천연사과향, 탄산수(정제수, 탄산가스), 사탕수수설탕, 과당, 구연산, 카라멜
캔을 뜯었어요.
"뭐지? 이거 색 왜 이렇게 진해?"
흑당이 떠오르는 진한 색깔이었어요.
'맛이 뭔가 미묘하게 사과 주스랑 다른데?'
일단 데미소다 같은 사과 탄산음료와 비슷한 맛이었어요. 사이다라고 해도 되는 맛이었어요. 사과향 사이다라고 해도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었어요.
중요한 것은 단맛이 일반 다른 음료와 뭔가 다르다는 점이었어요. 흑당 음료에서 느껴지는 단맛과 조금 비슷했어요. 확실한 것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사이다, 주스의 단맛과는 차이점이 있다는 것이었어요. 미묘한 차이라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흑당 음료에서 느껴지는 찐득한 단맛과 뭔가 조금 비슷했어요.
일단 데미소다 같은 것보다는 맛이 괜찮았어요. 저력의 타이완이라고 해도 될 맛이었어요. 타이완 공산품 음식이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거에요. 그만큼 맛을 잘 뽑아내니까요. 이것도 마찬가지였어요.
아쉬운 점은 디자인. 디자인은 어떻게 조금 바꿨으면 싶었어요. 보다 타이완 감성 물씬 풍기는 디자인으로요. 그 다음 편의점에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면 꽤 불티나게 팔리지 않을까 싶었어요. 디자인이 맛을 전혀 쫓아가지 못하고 있었어요. 타이완이 자기네 감성을 듬뿍 실은 디자인이 없는 나라도 아니고 오히려 이런 쪽으로 상당히 발전한 나라인데 이건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싶었어요.
타이완 사과 사이다 Taiwan apple cidra 打西菒蘋 는 맛은 좋았지만 디자인이 참 아쉬운 제품이었어요. 디자인만 어떻게 뜯어고치면 꽤 인기있지 않을까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