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어둠의 소리 (2020)

제주도 2박 3일 심야시간 야간 여행 여행기 어둠의 소리 14 - 낮시간 이동으로 귀환하는 길

좀좀이 2020. 3. 28. 23:32
728x90

다시 비가 멎었어요. 구름이 걷히고 햇볕이 조금씩 아스팔트 도로 위로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이 동네 조금 돌아다니다 갈까?'


공항으로 가기 싫었어요. 제주도를 떠나는 것이 아쉬워서가 아니었어요. 제주국제공항은 중국 우한 폐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위험지역이었어요. 제주시 어디든 인구밀도가 그렇게 높지 않아요. 게다가 이때는 아직 정오도 채 되지 않은 시각이었어요. 거리에 사람이 없는 시간이었어요. 그래서 돌아다닐 때 굳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돌아다녀도 상관없는 때였어요. 사람이 없으니 바이러스도 없었어요. 하지만 제주국제공항만큼은 달랐어요. 아무리 사람이 없다고 해도 거기는 사람이 있어요. 세게에서 가장 비행기가 많이 오고가는 노선이 김포-제주 노선이거든요. 무슨 시내버스처럼 비행기가 계속 착륙해요. 게다가 외지인들이 들어오는 곳이다보니 육지에서 어떤 보균자가 제주공항으로 들어왔을지 알 수 없었어요.


공항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했어요. 거기만큼은 위험한 지역이니까요.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매우 답답해요. 귀도 아프구요. 게다가 제주공항에서만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하는 것이 아니었어요. 제주공항부터 의정부역에 도착할 때까지는 무조건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했어요. 몇 시간 동안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했기 때문에 최대한 늦게 제주공항으로 가고 싶었어요.


'아직 시간 남았으니까 조금 돌아다니다 가야겠다.'


용담동을 조금 돌아다니다 버스 타고 제주국제공항으로 가기로 했어요. 맑은 공기와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골목길 안으로 들어갔어요.


"어? 저거 초가집 아냐?"


제주도 초가집


잘 살펴봤어요. 초가집 맞았어요. 민속촌에 있는 초가집을 보면 바람에 지붕이 날아가지 않도록 이엉으로 초가지붕을 고정시키고 아래에 돌을 매달아놨어요. 그러나 그건 정말 예전 방식이에요. 제가 어렸을 적 동네에 있는 초가집들은 대체로 저렇게 지붕에 비닐하우스에 치는 보온재를 위에 덮어놨어요.


제주도 풍경


"와, 아직도 시내에 초가집이 남아 있었네?"


최소한 제주시 동지역 안에는 초가집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을 줄 알았어요. 제주도 땅값 엄청 뛰었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고, 제주시 여기저기 다 개발중이거든요. 예전에 초가집이 있던 자리는 다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어요. 더 이상 제주도에서 옛날 초가집을 구경할 일은 없을 거라 여겼어요. 그렇지만 아직도 초가집이 남아 있었어요. 2020년에 제주시 동지역에 초가집이 남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놀라웠어요.


'용담동이라서 그런가?'


용담동은 개발이 덜 된 지역이에요. 이쪽은 공항 근처이기 때문에 고도제한이 걸려 있어요. 비행기 소음도 심한 동네구요. 여전히 초가집이 남아 있는 이유는 아마 이래서일 거에요.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갔어요. 공항 가는 버스가 오기를 기다렸어요. 조금 기다리자 버스가 왔어요. 버스에 타자마자 가방에서 마스크를 꺼냈어요. 봉지를 뜯어 마스크를 꺼내었어요.


'이제부터 계속 마스크 쓰고 있어야하네.'


마스크를 썼어요. 쓰자마자 답답했어요. 어쩔 수 없었어요. 제 몸은 소중하니까요.


2020년 2월 12일 오전 11시 40분.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했어요.


제주국제공항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비행기표를 발권했어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어요. 빈 의자가 있었어요. 의자에 가서 앉았어요.


'아, 빨리 오늘 찍은 영상 업로드해야겠다.'


제주국제공항에서는 무선 와이파이를 지원해주고 있어요. 아무리 무선 와이파이가 느리다 해도 제 스마트폰 테더링을 이용해 동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것보다는 빠를 거였어요. 노트북 컴퓨터를 꺼냈어요. 공항 와이파이를 찾아봤어요. 공항 와이파이가 잡혔어요. 이제 남은 시간 동안 유튜브에 이날 촬영한 영상을 업로드하며 시간을 보내다 탑승하러 들어갈 거였어요. 스마트폰에 있는 동영상 2개를 노트북 컴퓨터로 옮겼어요. 유튜브에 로그인해서 영상을 업로드하기 시작했어요.


"뭐 이렇게 느려?"


스마트폰 테더링으로 업로드하는 것보다는 속도가 매우 빨랐어요. 그러나 빌빌빌 기어가듯 업로드되고 있었어요. 속 터져 죽을 지경이었어요. 평소라면 될 대로 되라고 하고 있었을 거에요. 그러나 이때는 달랐어요. 비행기 타러 탑승수속해야 했거든요. 시간이 제한되어 있었어요. 무턱대고 멍하니 기다리고 있을 수 없었어요. 업로드 진행상황을 계속 지켜봤어요. 저를 약올리려고 작정했는지 속도가 갈 수록 느려졌어요. 심지어 도중에 와이파이가 꺼지기도 했어요.


'아, 돌아버리겠네.'


만약 여기에서 동영상을 업로드 못 하면 일부러 카페 가서 동영상을 업로드해야 했어요. 그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어요. 제발 여기에서 무사히 잘 처리되기를 바랬어요.


'와이파이 사용하는 사람 많아서 그런가? 아니면 내 자리가 진짜 나쁜 자리인가?'


공항 천장을 쳐다봤어요. 와이파이 중계기가 어디 있나 찾아봤어요. 와이파이 중계기가 보였어요. 와이파이 중계기쪽을 향해 노트북 컴퓨터를 돌려서 들었어요. 속도가 미세하게나마 조금 더 빨라졌어요.


'아...진짜 프링글스 통으로 지향성 안테나 만들 수도 없구...'


아주 오래전 일이에요. 대학교 다닐 때 심심해서 단파라디오를 구입한 적 있었어요. 고시원에서 단파라디오를 구입하고 전세계 각지의 방송을 잡아보곤 했어요. 이때 프링글스 통을 이용해 지향성 안테나를 만들었어요. 어렵지 않아요. 엄청나게 세심하게 계산하고 섬세하게 절단할 필요도 없어요. 대충 프링글스 통을 잘라서 안테나를 통에 꽂고 프링글스 통을 창문 쪽으로 돌려놓으면 되요. 나중에 숭실대 근처 친구 집에서 살 때도 프링글스 통으로 지향성 안테나를 만들어서 무선 인터넷을 훔쳐쓰곤 했었어요.


빌빌거리는 인터넷 속도를 보니 그 당시 프링글스통으로 지향성 안테나 만들어서 미세하게나마 속도를 더 끌어올리던 때가 떠올랐어요. 그 자리에서 할 수만 있다면 바로 그렇게 만들고 싶었어요. 그러나 제 노트북 컴퓨터 어디에 와이파이 신호 잡는 장치가 있는지 몰랐어요. 게다가 공항에서 그런 짓 하면 졸지에 유튜브와 트위터에서 스타가 될 수 있었어요. 비록 중국 16억 바이두 스타는 아니라 해도 한국 5천만 유튜브 스타 되는 것도 엄청 쪽팔린 일이에요.


제주시 오일장 영상이 다 올라갔어요. 이제 용담동 서문시장 영상을 올릴 차례였어요. 바로 업로드했어요. 역시나 속도가 빌빌거렸어요.


'이제 탑승수속 밟아야 하는데...'


더 이상 공항 안에서 시간을 보낼 수 없었어요. 진짜 탑승수속해야만 하는 시간이 되었어요. 면세점 가서 담배도 사야 했어요.


'아, 모르겠다. 일단 탑승수속 밟고 보자.'


노트북 컴퓨터를 끄지 않고 가방에 집어넣었어요. 탑승수속 받으러 갔어요. 탑승수속 받을 때 마스크를 살짝 내려서 얼굴을 보여줘야 했어요. 보안검색을 빠르게 통과했어요. 다행히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예전 같았으면 보안검색 받는 것도 한 세월이었을 거에요. 그러나 중국 우한 폐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덕분에 사람이 많이 줄어서 금방 받을 수 있었어요.


면세점에서 담배 한 보루를 구입한 후 탑승구 앞으로 갔어요. 빈 좌석에 가서 앉았어요. 노트북 컴퓨터를 꺼냈어요. 공항 무료 와이파이를 찾아서 연결했어요. 동영상이 계속 업데이트되기 시작했어요.


"뭐야? 여기는 또 왜 이렇게 빨라?"


속도가 엄청 빨랐어요. 어지간한 카페에서 카페 와이파이를 이용해 동영상 업로드하는 속도와 맞먹었어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봤어요. 제 머리 바로 위에 와이파이 중계기가 있었어요.


'아...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여기 와서 동영상 업로드할 걸...'


순식간에 서문시장 동영상을 다 업로드했어요. 이제 남은 건 비행기 타는 일이었어요. 금방 비행기 탈 시간이 되었어요.


이스타 항공


비행기를 탔어요. 비행기 안에는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이 몇 명 있었어요.


'저 사람들 용감하네.'


이런 때에 마스크를 안 쓰고 비행기를 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밀폐된 공간이라 특히 더 위험한데요.


잠시 후. 승객이 다 탑승하자 스튜어디스가 돌아다니며 마스크 안 쓴 사람에게 마스크 주며 마스크 착용하라고 했어요. 다행히 이스타 항공에서 비행기 탑승객 중 마스크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줘서 모두가 마스크를 썼어요.


창밖을 봤어요. 다시 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제주공항


비행기가 이륙했어요.


제주도 항공사진


'아, 망했다!'


제주시 항공사진


제가 앉은 방향은 김포공항으로 가는 동안 서해안이 잘 보이는 자리가 아니었어요. 반대편이 서해안 잘 보이는 자리였어요. 제주공항에서 김포공항 가는 내내 비행기에서 창밖 풍경 영상을 촬영하려던 계획은 완전히 망해버렸어요.


김포공항에 도착했어요. 수하물을 맡겨놓은 것이 없었기 때문에 바로 도착 게이트를 통과해 나왔어요.


김포국제공항


김포국제공항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잘 쓰고 있었어요. 이제 공항철도를 타러 가야 했어요.


김포공항 지하철


공항철도


김포공항 공항철도


공항철도가 오자 공항철도 지하철을 탔어요. 서울역에서 1호선 상행선으로 갈아타야 했어요.


'아, 힘들어.'


지하철에 가만히 타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었어요. 너무 졸리고 피곤했어요. 드러누워 한숨 자고 싶었어요. 가장 힘든 주간이동 일정이었어요. 가뜩이나 야간 여행 중 밤 새고 이동하는 주간이동인데 마스크까지 쓰고 있었어요. 졸리고 숨 쉬기 답답했어요.


'그래도 중국 기차 인체 비공학적 의자보다는 낫잖아.'


중국 여행 당시 기차로 야간이동을 많이 했어요. 중국 기차 의자는 이상하게 인체 비공학적 구조였어요. 의자 등받이가 수직으로 서 있어서 가만히 있어도 고개가 아래로 살짝 쏠리는 구조였어요. 기차에서 의자에 앉아 자려고 해도 고개가 자꾸 땅으로 떨어져서 불편해서 자꾸 잠에서 깨어났어요. 그나마 잘 만한 자세는 옆으로 허리를 꺾어서 자는 자세였어요. 이것도 조금 자다보면 허리 아파서 깨게 되었구요.


그것에 비하면 한국 지하철 좌석은 안락한 침대급이었어요.


'왜 잠이 안 오지?'


고개를 뒤로 젖혀 자려고 했지만 잠이 안 왔어요. 피곤하기만 하고 잠이 안 와서 잘 수 없었어요. 불안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었어요. 공항철도 종점은 서울역이거든요. 제가 내려야할 역도 서울역이었구요.


외국 여행 중 야간 이동할 때와 비슷했어요. 야간 이동때도 의자에 앉아서 바로 잠들지 못했어요. 정말 너무 피곤하지 않은 이상 한 시간쯤 몽롱하지만 잠 안 든 상태로 가다가 잠들었어요. 결국 잠들지 못하고 서울역에 도착했어요.


서울역


공항철도 서울역에서 내려서 지하철 1호선 서울역으로 갔어요.


지하철 서울역


'어? 뭐지?'


마스크 안 쓴 사람들이 꽤 많이 보였어요. 대체로 마스크를 쓰고 있는 편이었지만 마스크 안 쓴 사람 찾는 것이 어렵지 않았어요. 2월 10일 김포공항 가기 위해 서울역에 왔을 때와는 아주 달랐어요. 그때는 모두가 철저히 마스크를 쓰고 있었어요. 그런데 불과 이틀 사이에 마스크 안 쓰고 서울역 지하철역에 온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늘어났어요. 서울역이라면 중국 우한 폐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특급 위험지역이라 많이 사그라들었다 해도 바짝 긴장하고 마스크 쓰고 있어야 하는 곳인데요.


이것이 정부 선동의 힘이구나.


정부에서는 우리나라가 중국 우한 폐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매우 안전하다고 선동질하고 있었어요. 심지어 마스크 쓸 필요 없다고까지 떠벌이고 있었어요. 정부 말 잘 듣는 사람들은 마스크 벗고 다니고 있었어요.


착하게 사는 게 멍청하게 남의 말 곧이 곧대로 듣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데...


씁쓸했어요. 착하게 살면 인생 망한다는 말을 많이 하곤 해요. 그러나 착하게 사는 것이 자기 판단 없이 남의 말을 곧이 곧대로 들으며 사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아요. 누가 봐도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서 정부가 우리나라는 괜찮다는 정부의 선동질은 악행 중에서도 악행이었어요. 초등학교 수준의 상식만 있어도 알 수 있는 문제에요. 학교에 볼거리, 아폴로 눈병 퍼져도 하루 이틀에 끝나지 않는데요. 초등학교 수준의 상식으로도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걸 정부 말 곧이 곧대로 들으며 그 반대로 행동하는 것은 착한 행동이 아니라 멍청한 행동이에요.


지하철 안에도 마스크 안 쓴 사람들이 여럿 있었어요.


'이거 뒷감당 될 건가?'


진지하게 걱정되었어요.


오후 4시 49분. 의정부역에 도착했어요.


의정부역


집으로 돌아갔어요. 신기한 여행이었어요. 그동안 제가 해왔던 여행과는 아예 완벽히 다른 여행이었어요. 충분히 익숙한 곳으로 갔기 때문에 별 문제없이 잘 끝낼 수 있었어요.


'잠이나 자자.'


길고도 길었던 피곤한 주간 이동으로 여행이 막을 내렸어요. 이제 남은 것은 해가 슬슬 저물 즈음 잠을 청하는 것이었어요. 정말 졸렸어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