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식당, 카페

제주도 제주시 제주시청 근고기 맛집 - 왕대박왕소금구이

좀좀이 2020. 3. 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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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12일에 즉흥적이고 충동적으로 제주도 여행 갔을 때였어요. 고향이 제주도라서 제주도 갈 때는 특별한 준비를 하나도 안 하고 가는 편이에요.


제가 제주시에서 살 때에 비해 제주시 동지역 지리가 많이 변하기는 했지만 큰 형태는 딱히 변한 것이 없어요. 여기저기 아파트 단지가 세워진 것 정도에요. 신제주, 구제주 생활권 나눠져 있는 것도 똑같고, 주요 상권도 그렇게 크게 변하지 않았어요. 제주시 동지역을 다 갈아엎고 새로운 도시계획에 따라 전부 재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외곽지역으로 아파트 단지가 스물스물 번져나가는 식으로 개발되고 있거든요. 그리고 기존 동지역에서 재개발, 재건축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도로망을 처음부터 싹 다 갈아엎어야할 정도로 크게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아요.


게다가 제 친구들이 제주도에 계속 살고 있어요. 굳이 맛집 같은 것을 인터넷에서 일일이 다 뒤져보고 사전조사할 필요가 없어요. 친구들한테 물어보는 것이 가장 빨라요. 물론 친구들이라고 모든 좋은 맛집, 카페를 다 아는 것은 아니에요. 타지역에서 관광 온 사람들과 제주도민 사이에는 선호도 차이가 존재하거든요. 그래도 어지간한 것은 대체로 다 알아요. 제주도가 범위가 좁은데다 관광객들 사이에서 유명한 곳으로 소문나면 제주도 사람들도 호기심도 생기고 사람 구경도 할 겸 해서 찾아가보거든요.


제주도에 도착하자마자 친구 두 명에게 연락했어요. 이때 제 여행 일정은 2박 3일 심야시간 여행 일정이었어요. 밤 새고 제주도 내려온 것이었지만 이왕이면 첫 날 밤에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좋았어요. 다음날 밤에는 비가 내릴 거라는 일기예보가 있었어요. 게다가 첫날 무리해서 돌아다니는 것이었기 때문에 둘째날은 얼마나 피곤할지 예측이 안 되었어요. 둘째날 밤도 열심히 돌아다녀야 했구요. 남들은 낮에 돌아다니는 여행을 하지만 저는 이때는 아예 작정하고 밤에 돌아다니는 여행을 하러 간 것이었거든요.


제주도 내려가서 중국 우한 폐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공포 속 제주시 풍경 영상을 촬영하며 친구들과 계속 연락했어요. 약속 시간을 잡아야 했거든요. 다행히 둘 다 오후 6시 넘어서 일이 끝난다고 했어요. 저도 아무리 빨리 부지런히 돌아다녀도 그 즈음 되어서야 낮 시간에 촬영하기로 한 곳을 다 돌아다닐 수 있었어요. 그래서 친구들한테 느긋하게 일 보고 연락하라고 했어요.


동문시장까지 다 촬영한 후 친구들과 만났어요.


"너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고기 무한리필?"

"제주도는 고기 무한리필 딱히 없어."

"명륜진사갈비는 사람 줄 서 있을걸?"


오랜만에 고기를 구워먹고 싶었어요. 고급 고기는 별로였어요. 적당히 저렴한 고기를 배부르게 먹고 싶었어요.


"일단 시청으로 갈까?"

"그러자."


동문시장에서 가까운 번화가는 제주시청이었어요. 그래서 제주시청 가서 생각해보기로 했어요.


친구가 제주시청 근처에 차를 주차시켰어요. 제주시청 근처에는 저렴한 가게도 꽤 많은 편이에요. 제주도의 대학로라고 봐도 되는 곳이거든요. 가게마다 사람들이 많이 있었어요.


"아예 진짜 허름하고 동네 주민만 알 거 같은 곳으로 갈래?"

"그러자!"


친구 하나가 이 근처에 진짜 허름하고 저렴한 고깃집이 하나 있다고 했어요. 맛은 괜찮은 편이라고 했어요. 망설이지 않고 거기로 가자고 했어요.


친구가 앞장서서 저와 다른 친구를 데려간 곳은 왕대박왕소금구이였어요.


제주도 제주시 제주시청 근고기 맛집 - 왕대박왕소금구이


가게 안으로 들어갔어요.


제주도 근고기 맛집


안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뭐 시킬까?"


메뉴를 봤어요. 오겹살은 1인분 200g 에 12000원이었고, 목살도 1인분 200g에 12000원이었어요.


유독 가격이 저렴한 것은 앞다리살과 근고기였어요. 앞다리는 1인분 200g에 8000원이었고, 근고기는 1인분 200g에 5000원이었어요.


"일단 근고기 3인분 시키자."


근고기 3인분을 주문했어요.


탁자에 밑반찬이 깔렸어요.


제주도 고깃집 밑반찬


"여기 진짜 동네 숨은 맛집 같은 곳이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쌈장이었어요. 쌈장이라기 보다는 된장에 훨씬 가까웠어요. 예전에 제주도에서 식당 가서 고기 먹을 때 고기 찍어먹던 된장 모양이었어요.


쌈장을 보니 여기는 관광지 식당화가 전혀 안 되어 있는 집이었어요. 제주도에서 무슨 멜젓에 고기 찍어먹는다고 하면서 멸치젓 내놓는 곳은 거의 전부 관광지 식당화된 곳이라 봐도 무방해요. 제주도 동네 고깃집에서 멸치젓 내놓는 경우는 없다시피 했거든요. 제주도에서 평범한 식당에서는 된장 내놨어요. 여기에 된장이 묽지 않고 된 편이었어요. 고기 찍어먹는 소스는 점점 묽어지는 추세거든요. 과거에 고깃집에서 나오던 쌈장과 요즘 고깃집에서 나오는 쌈장은 묽은 정도에서 상당히 차이나요. 육지 스타일 쌈장이 아니라 예전 제주도 식당에서 내놓던 쌈장 스타일이었어요.


제주도 근고기


고기를 불판에 다 올려놨어요.


제주시청 근고기 맛집


"진짜 오랜만에 술 안 마시고 고기만 먹네."


저는 술을 거의 안 마시지만 친구들은 술을 마셔요. 저 때문에 친구들은 모처럼 음료수에 고기를 먹는 경험을 했어요.


"야, 그런데 우리 여기에서 술 안 시켜마시면 여기에서 막 싫어하는 거 아냐?"


고기를 열심히 먹었어요.


"우리 김치찌개도 시킬까?"

"그러자."


김치찌개도 주문했어요. 직원이 김치찌개만 주문하는 것보다 공기밥을 주문하면 똑같은 김치찌개가 서비스로 나오기 때문에 공기밥 주문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고 알려줬어요. 그래서 각자 공기밥 1개씩 시켰어요. 공기밥을 주문하자 김치찌개가 서비스로 나왔어요.


김치찌개


김치찌개 안에도 고기가 잘 들어 있었어요. 김치찌개는 맛이 순했어요. 자극적이지 않았어요. 밥 말아먹어도 될 국물이었어요. 육지 음식에 비하면 간이 상당히 약한 편이었어요. 타지역 사람들이 먹으면 김칫국과 김치찌개의 중간 정도라 느낄 수 있는 맛이었어요.


김치찌개도 맛있었어요. 부담없이 먹기 매우 좋았어요. 타지역 기준으로 보면 김치찌개를 술안주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식사로 김치찌개 판매하고 곁다리로 반주하라고 술 파는 느낌이었어요.


고기를 다 먹었어요. 이번에는 앞다리 3인분 주문했어요.


앞다리살


열심히 구웠어요.


제주도 돼지고기 맛집


"아, 배불러."


세 명이 먹은 것 전부 합쳐보니 근고기 3인분, 앞다리 3인분, 음료수 4개, 공기밥 3개였어요. 음료수는 하나당 2000원이었고, 500cc 패트병을 줬어요. 셋이 먹은 것 다 합치니 5만원이었어요.


고기맛도 괜찮았고 가격도 예뻤고 가성비는 완벽 그 자체라 해도 될 정도였어요. 남자 셋이서 5만원 주고 아주 푸지게 먹었으니까요. 고깃값이 저렴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나쁜 고기는 아니었어요. 오히려 타지역에서는 고기 꽤 괜찮다고 할 정도였어요.


'역시 제주도에서는 비싼 고기 먹을 게 아니라 싼 고기 먹어야 본전 뽑아.'


이 말이 이해 안 되는 사람들 상당히 많을 거에요. 그러나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에요. 우리나라에서 1등은 서울에 없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2등 또는 3등은 서울에 반드시 있어요. 어떤 식재료든 어떤 음식이든 전부요. 큰 물에서 놀아야 한다고 결국은 서울 진출하거든요. 전국 각지 식재료를 예전 무슨 돛단배에 지게 메고 등짐으로 나르는 것도 아니구요. 비싸고 좋은 고기라면 꼭 현지 안 가도 되요. 현지에서도 좋은 것은 서울로 올라가기 때문에 아주 좋은 것은 현지라고 해서 터무니없이 저렴하지 않아요. 오히려 이런저런 것들 따지다보면 오히려 현지가 더 비싼 경우도 종종 있어요.


제주도 고기가 맛있다는 것은 제주도에서 고급 식당에서 고기를 먹을 때보다는 중저가 식당에서 고기를 먹을 때 오히려 더 확 와닿아요. 고급 식당 고기는 서울이나 제주도나 다 거기서 거기구요.


제주시청 쪽은 관광객들이 갈 일은 별로 없는 곳이에요. 그쪽은 딱히 번화가가 아니거든요. 그렇지만 제주도에서 저렴하고 괜찮게 고기 배부르게 먹고 싶다면 제주시청 근처에 있는 왕대박왕소금구이 가는 것도 괜찮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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