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일대에서 촬영하기로 마음먹은 곳을 다 돌아봤어요. 청량리 588 자리인 롯데캐슬 공사 현장, 홍릉주택, 청량리 청과물 도매시장, 청량리 수산물 도매시장 심야시간 풍경 영상을 전부 촬영했어요. 청량리 와서 서울의 심야시간 풍경 영상을 4개 촬영했으니 만족스러웠어요. 촬영하러 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쪽은 촬영하기 어려울 거라 예상했어요. 그러나 의외로 촬영하기 쉬웠어요.
"몇 시야?"
이제 새벽 4시도 안 된 시각이었어요. 시간이 매우 애매했어요. 날이 매우 추웠어요. 마음 같아서는 24시간 카페에 들어가서 쉬고 싶었어요. 그러나 청량리 근처에는 24시간 카페가 없어요. 청량리에서 가장 가까운 24시간 카페는 저 멀리 동대문까지 나가야 있었어요.
'이거 고민되네.'
청량리에서 동대문까지 굳이 안 걸어가도 되기는 했어요. 심야버스를 타고 바로 이동할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24시간 카페 가기에는 뭔가 많이 아까웠어요. 그보다는 다른 곳을 하나 더 가고 싶었어요. 아직 심야시간이라서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거든요.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데 촬영 포기하고 어디 들어가서 첫 차 열릴 때까지 시간을 보내기 아쉬웠어요.
'여기 어설프게 돌아다니면 나중에 골치아픈데...'
문제는 청량리 쪽을 어설프게 돌아다니면 나중에 동선이 엉망이 된다는 점이었어요. 청량리역 근처에는 시장이 여러 곳 있어요. 만약 청량리쪽에서 촬영을 계속 할 거라면 청량리역 일대의 시장을 다 둘러봐야 했어요. 여기에 추가로 제기동 경동시장, 약령시장도 돌아다니며 촬영해야 했구요. 이렇게 하면 한동안 청량리 근처 심야시간 풍경을 찍으러 올 일이 아예 없었어요. 하지만 이렇게 돌아다니려면 이번에는 시간이 부족했어요. 이 일대가 상당히 크거든요. 게다가 아까 저녁에 왔을 때 이 일대를 싹 다 촬영하고 떠나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사진 촬영을 하나도 해놓지 않았어요. 사진 촬영을 안 했기 때문에 이건 영상을 촬영해도 글로 쓸 수가 없었어요.
'어떡하지? 다른 곳 갈 데 없나?'
가볍게 촬영을 하나 더 할 만한 곳 없는지 곰곰히 생각해봤어요. 이왕이면 글을 따로 안 써도 되는 곳으로요. 글을 따로 써야 한다면 사진 촬영도 해야 했거든요.
'아, 중림동!'
전에 서울역 근처에 있는 중림동에는 쪽방촌 달동네인 호박마을을 간 적 있었어요.
서울 중구 중림동 서울역 뒷편 달동네 호박마을 - 중림동 5구역10지구 도시환경 정비사업지구 : https://zomzom.tistory.com/3742
'호박마을 심야시간 풍경 찍으러 가야겠다.'
중림동 호박마을은 2019년에 글을 썼어요. 여기는 심야시간 풍경 영상만 찍어도 되는 곳이었어요. 바로 심야버스를 타고 중림동으로 갔어요. 중림동에 도착하자마자 호박마을로 갔어요. 호박마을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살고 있었어요. 조심스럽게 걸으며 호박마을 심야시간 풍경 촬영을 마쳤어요.
'중림시장이나 가볼까?'
아직 시간이 조금 더 남아 있었어요. 의정부로 돌아가려면 서울역 쪽으로 가야 했어요. 날이 너무 추웠기 때문에 빨리 지하철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중림동에서 지하 서울역으로 가서 1호선 타고 의정부역까지 가기로 마음먹었어요. 서울역에서 종로5가까지 걸어가기에는 너무 멀었거든요. 게다가 추위 때문에 돌아다니고 싶은 의욕이 이제 아예 없어져 버렸어요.
길을 따라 서울역으로 가던 중이었어요. 중림시장이 나왔어요.
'아, 여기도 예전에 와서 글 썼었지?'
중림시장은 새벽에 열리는 시장이에요. 낮 시간에는 별 볼 일 없어요. 장이 제대로 서는 시간은 새벽부터 이른 아침까지에요. 중림시장은 중림동이 재개발되며 없어질 시장이었어요. 제가 예전에 아침에 중림동 가서 중림시장 사진을 찍고 글로 쓴 이유도 중림동이 개발되면서 중림시장이 곧 없어질 거라는 글을 봤기 때문이었어요. 이렇게 사라질 운명이었던 중림시장이었지만 중림시장은 계속 열리고 있었어요. 중림동 재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중단되면서 중림시장도 계속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어요.
중림시장은 이날도 열렸어요. 중림시장 새벽시장 영상을 먼저 쭉 찍으며 걸어간 후, 되돌아오면서 사진을 찍기로 했어요.
"기자가 사진 찍으러 왔나 보네."
영상을 찍으며 걷고 있던 중이었어요. 어떤 상인분이 저를 보고는 기자가 사진 찍으러 온 모양이라고 하는 말이 들렸어요.
영상을 다 찍고 걸어온 길을 되돌아가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서울 중림시장은 새벽부터 아침에 열리는 시장이에요. 아침 10시가 지나가면 장이 끝나요. 그래서 중림시장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새벽에 가야만 해요. 여기는 동네 주민들이 이른 아침에 장보러 나오는 곳이거든요. 점심 즈음에 가면 볼 것이 딱히 없는 곳이에요. 가게들 몇 곳 있는 흔하디 흔한 서울의 길거리 풍경만 보여요.
서울 중림시장은 서울역 뒷편에 있어요. 지도에서 제일 쉽게 찾는 방법은 약현성당을 찾는 방법이에요. 서울역에서 약현성당 가는 길에 있는 큰 길에 있거든요.
중림시장 근처 볼거리로는 서울역, 염천교 수제화거리, 약현성당 등이 있어요.
일반인이 서울 여행 와서 중림시장을 구경하러 갈 거라면 새벽에 서울에 도착하거나 아침에 서울에서 출발해야 할 때 잠깐 들려서 보는 방법이 있어요. 늦어도 아침 10시 전에 가야 제대로 된 시장 풍경을 구경할 수 있거든요.
중림시장은 일반인들보다 기자들 사이에서 유명한 시장이에요. 한겨울, 서울에 한파가 몰아닥치면 기자들이 새벽에 사진 찍으러 잘 가는 시장으로 유명해요. 추운날 기자들이 새벽에 출사가는 곳이에요.
중림시장 근처에는 한국경제신문이 있어요. 그리고 서울역 뒷편에 있다 보니 여러 언론사에서 접근성이 괜찮은 편이에요.
왜 하필 날이 엄청 추운 새벽에 기자들은 카메라를 들고 중림시장으로 오는 것일까?
날이 엄청나게 추운 한파가 몰아친 날 뉴스를 보면 시장 상인들이 불 쬐고 있는 사진과 영상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특히 아침에 일어나서 일기예보 및 뉴스를 볼 때 이런 장면이 잘 나와요.
서울에서 이른 아침에 상인들이 모닥불 및 화로불을 쬐고 있는 사진과 영상을 찍을 만한 시장은 거의 없어요. 남대문 시장, 동대문 시장, 청량리 시장 등 서울에서 심야시간에 도매시장 야시장이 크게 열리는 곳들은 새벽부터 이른 아침에는 잠시 쉬어요. 다른 일반적인 재래시장들은 이른 아침에 문 열고 장사하는 경우가 별로 없구요. 이러다보니 이른 아침에 한파 뉴스에 사용할 사진과 영상을 촬영할 만한 시장을 찾기 매우 어려운 편이에요.
그런데 중림시장은 새벽부터 아침까지 열리는 시장이에요. 게다가 서울역 바로 뒷편에 있어서 접근성이 매우 좋아요. 우리가 지금껏 뉴스에서 봐 온 얼어붙은 손을 녹이기 위해 화로불을 쬐는 상인들의 손 사진 중 상당히 많은 사진이 중림시장에서 촬영된 사진이에요.
이러다보니 오죽하면 새벽에 중림시장 가서 사진 찍고 있으면 상인들이 기자가 왔다고 할 정도에요. 이는 이번에만 겪은 일이 아니라 지난번에도 겪었던 일이에요. 기자들이 중림시장 와서 상인들이 화롯불에 손 녹이는 장면을 하도 많이 찍어가다보니 이제는 상인들이 아침에 사진 찍는 사람 모습 보면 기자이겠거니 할 정도에요.
이른 새벽 한파 속 중림시장. 중림시장에는 불이 담긴 화로를 날라주는 분이 계셨어요.
이날 하도 추워서 저도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드럼통 옆에서 손과 다리를 잠시 녹였어요.
'아, 추워!'
손가락이 얼어서 끊어지게 아픈 정도를 넘어 감각이 없어졌어요. 다리가 얼어서 차가워진 피가 상반신으로 흘러가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어요. 이번 겨울은 추운 날이 별로 없었어요. 그러나 제가 서울 심야시간 풍경 영상 촬영하러 나가는 날은 꼭 비가 오거나 한파가 찾아왔어요.
'나는 왜 이렇게 날이 진짜 안 좋을 때만 기어나올까?'
반은 의도한 것이었고, 반은 의도하지 않은 것이었어요. 날이 추워야 행인이 없어서 영상 촬영하기 쉽거든요. 그러나 꼭 이것을 노리지 않더라도 그냥 밤에 영상촬영하며 서울을 돌아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는 꼭 비가 내리거나 날이 무지 추웠어요.
막 좌판에 진열되어 나온 꽁꽁 얼어붙은 생선. 한파 속에서 냉동된 생선을 보니 이게 원래 이 정도 얼었던 것인지, 아니면 진열된 후 더 꽝꽝 얼어붙어버린 것인지 분간이 안 되었어요.
아래 영상은 이날 촬영한 서울 중구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근처 중림시장 새벽시장 풍경 영상이에요.
서울 중림시장은 서울에서 기자들이 매우 추운 날 새벽에 기사에 사용할 사진 찍으러 잘 가는 곳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