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디에서 내려주면 돼?"
"시청."
삼대악산이 차에 시동을 걸고 제게 어디에 내려주면 되냐고 물어봤어요. 삼대악산에게 제주시청에 내려달라고 했어요. 뭐라카네가 사는 곳은 동문로타리 근처였어요. 정확히는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 근처였어요. 제주여상과 동문로타리는 매우 가까워요. 동문로타리에서 인제 방향으로 빠지는 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제주여상이 있거든요. 제주시청에서 동문로타리로 걸어서 내려간 후에 뭐라카네를 불러서 밥을 같이 먹든가 하고 함께 돌아다닐 생각이었어요. 동문로타리로 걸어가면서 광양과 중앙로도 구경하고 사진도 찍을 작정이었어요.
삼대악산이 운전하기 시작했어요. 다행히 차도에 차가 많지 않았어요.
'예전에는 인제가 차 막히고 연동 쪽은 그렇게까지 안 막히는 곳이었는데...'
제가 어렸을 적에 차가 많이 막히는 곳은 인제였어요. 동문로타리에서 제주여상 방향 동쪽으로 가면 인제가 있어요. 인제는 원래부터 차가 많이 막히는 곳으로 유명했어요. 제주시에서는 서사로부터 인제까지가 차가 잘 막히는 곳이었어요.구제주가 차가 많이 막히는 곳이었고, 신제주는 그렇게까지 차가 많이 막히지 않는 편이었어요. 신제주는 계획도시 성격이 강한 편이라 사람들이 많이 살지만 그 당시 교통량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거든요. 그러나 지금은 연동 쪽도 차가 꽉 막히는 곳이 되었어요.
새벽에 삼대악산이 저를 제주시청으로 데려다주며 한 말이 떠올랐어요.
"제주시도 지하철 뚫어야해! 뚫으면 사람들 다 잘만 쓸 거야."
진짜 제주시도 지하철을 뚫어야할까?
제주시 교통 및 주차 상황이 엉망 수준을 뛰어넘어 개판 상황이 된 데에는 제주도의 열악한 대중교통 시스템 지분이 99.99% 에요. 시내버스 정류장이 무슨 서울 지하철역보다 더 먼 경우도 허다하고, 버스 배차가 많은 편도 아니고, 결정적으로 시내버스 막차가 너무 빨리 끊겨요. 제주도에서 대중교통이라고 하면 여느 지방도시와 마찬가지로 버스 뿐이에요. 그런데 버스 교통이 형편없으니 사람들이 자가용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요.
단점이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수준으로 끝없는 순환하고 있어요. 버스 교통이 형편없으니 자가용에 의존하고, 자가용이 많아지니 길이 막혀서 버스 교통이 더 나빠지고 그러면 더더욱 자가용에 의존하고 자가용이 더 늘어나니 버스 교통은 더 나빠지는 악순환. 여기에 렌트카는 덤이에요. 렌트카 업체 관계자 제외한 제주도 거주민 모두가 한결같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렌트카 문제. 여기에 주차문제까지 덩달아 발생하니 제주도는 교통 지옥, 주차 지옥.
제주도에 지하철을 설치할 일은 아마 없을 거에요. 제주도 지형 특성상 지하철 건설은 비경제적이거든요. 제주도 섬 전체가 하나의 '한라산'이나 마찬가지라서 고저차도 심하고 암반 문제도 있어요. 지상 경전철을 설치하려 해도 구제주, 신제주 전부 경전철 철로 놓을 만한 도로폭이 나오지 않구요. 경전철 철로 설치하려면 두 개 차선을 날려야 하는데 구제주, 신제주 모두 두 개 차선을 날리면 교통은 아비규환 확정. 그냥 답이 없었어요.
제주시청 주차장에 도착했어요. 주차장에 다행히 주차 자리가 하나 있었어요.
"야, 내려서 차 오나 봐줘."
"어?"
이건 뭔 소리야? 이놈이 이 정도 공간에 주차 못 해서 지금 주차 봐달라는 건가? 그렇게 운전 개판인 놈이 아닌데...
충분히 안전하게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어요. 그런데 삼대악산은 제게 내려서 차 오나 봐달라고 했어요.
"뭔 말이야?"
"다른 차가 여기에 주차한다고 들이미나 봐달라구."
"야, 이 거리에? 그런 미친놈이 있어?"
"그런 미친놈들 있어. 다른 차 여기에 대가리 들이밀려고 하면 하지 말라고 막아."
어이없었어요. 너무 어이없어서 머리가 멍해졌어요. 삼대악산 차와 흰 페인트로 선을 그어놓은 주차공간 경계까지는 3m 채 안 되는 공간이었어요. 이 정도 거리밖에 안 떨어져 있는데 자기가 주차하겠다고 차 대가리 들이밀면 그건 진성 또라이 미친놈이에요. 주차 자리 빼앗는 문제가 아니라 차 대가리 잘못 들이밀었다가 까딱 잘못하면 접촉사고 날 거리였으니까요. 그런데 이 정도 거리만 떨어져 있어도 자기가 주차하겠다고 차 대가리 들이미는 경우가 있대요.
삼대악산이 과장해서 일부러 저를 차에서 내쫓을 상황이 아니었어요. 그런 것 갖고 장난치는 친구도 아니었구요. 삼대악산의 얼굴을 바라봤어요.
당해본 적 한 두 번이 아니구나...
눈빛에서 진심을 읽었어요. 단순히 과장하거나 비약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어요. 한 두 번 당해본 것이 아니라 제게 내려서 다른 차가 자기가 주차하겠다고 차 대가리 밀어넣으며 덤벼들려 하면 막으라는 것이었어요.
차에서 내려서 다른 차가 진입 못 하도록 서 있었어요. 수신호 하거나 오라이 오라이 스톱 주차 안내할 필요 없었어요. 그냥 몸으로 때우며 이 공간에 주차하려면 일단 나부터 들이박고 지나가라고 하면 끝이었어요. 삼대악산이 주차를 마치고 차에서 내렸어요.
"여기 일대 왜 이래?"
제주시청 근처는 온통 도로 주차투성이였어요.
"제주시청 공무원들은 시청에 주차 못 하게 하잖아. 그러니까 직원들이 골목에 차 세울 수 밖에 없어."
아주 개판이구만.
"야, 제주시청 저 건물 확 밀어버리고 고층으로 올리고 지하에 주차장 파면 안 돼?"
"시청 건물이 무슨 역사적 가치가 있어서 보존해야 된단다. 시청 새로 지으려 하다가 반대 먹고 실패했잖아. 그거도 좀 복잡해. 무슨 이권도 걸려 있다고 하고..."
"개어이없네."
제주시청 일대 주차난을 해결하는 아주 간단한 방법. 제주시청을 새로 지으면 되요. 지상 20층, 지하 5층 쯤 되게 짓고 주차장을 지하 5층부터 지상 5층까지 10층 정도 배분해주는 거에요. 그러면 이 일대 주차난은 조금 해소되겠죠. 그런데 그건 또 안 된대요. 이유요? 몰라요. 제주도니까 이해해야 해요. 제주도는 맨날 다른 지역과 다르다잖아요. 어이없다 못해 어이 털려도, 아니, 어이 개털려도 그냥 입 닥치고 있어야 해요. 그래야 제주도스럽죠.
제주도 주차난을 해결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면 공영 타워 주차장을 여기저기에 설치하는 거에요. 그러나 당연히 제주도니까 안 될 거에요. 제주도 사람들은 제주도 비하냐고 화날 수 있겠지만 이게 제주도의 현실이에요. 항상 이런 식이었으니까요. 씁쓸하지만 사실은 사실이니까요.
삼대악산과 잡담 조금 하다가 헤어져서 광양로타리를 향해 걸어갔어요.
미세먼지가 전날보다 더 심했어요. 단순히 흐려서 하늘이 하얗게 나온 것이 아니라 미세먼지 때문에 하늘이 파랗게 보일 수 없는 날이었어요.
제주시청 바깥도 온통 주차난.
재테크의 기본은 부동산 아니겠습니까!
제주시청 안내도를 보고 어이없어서 깔깔 웃었어요. 무슨 시청이 별관만 다섯 채에 복지동 건물, 상하수도과 건물, 부속동 건물까지 있었어요. 아주 멀티를 주변에 여기저기 깔아놨어요. 입구의 안내도움센터를 제외해도 총 9개 건물로 구성된 제주시청이었어요. 이럴 거면 제주시청 전체를 싹 밀고 고층 건물 하나로 올린 후에 안과 주변에 주차공간 최대한 많이 만드는 게 낫죠.
제주도 부동산이 엄청 폭등했다고 하는데 제주시청은 매우 훌륭한 부동산 알박기 재테크 중이었어요. 그렇게 밖에 해석할 수 없는 제주시청 건물들이었어요.
"저건 뭐야?"
뫔사랑?
뫔?
뫔!
괌놤돰뢈뫔봠솸왐좜촴쾀퇌퐘홤
하나씩 글자를 만들어봤어요. 없는 글자는 아니었어요. 그러나 미국 땅 '괌' 빼고 나머지는 전부 한국어에서 사실상 안 쓰는 글자. '뫔'이라는 글자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사진을 찍었어요.
광양로타리로 갔어요.
'여기는 왜 광양일까?'
초등학교 다닐 때였어요. 당시에는 국민학교였어요. 한국지리를 배우는데 제주도에 있는 지명이 육지에도 있어서 놀랐어요. 버스 표지판에 있는 지명을 보면 육지에 있는 지명과 같은 곳도 여러 곳 있었거든요. 그 중 대표적인 곳이 바로 광양이었어요. 제주시 구제주에 '광양'이라고 부르는 지명이 있는데 제주시 광양보다는 전라남도 광양시가 훨씬 더 유명해요. 여기가 왜 광양인지 궁금했어요.
광양로타리는 제주시 교통 요지 중 하나에요. 터미널에서 인제까지 이어지는 동서로 뻗은 길과 제주시청에서 중앙로까지 이어지는 남북으로 뻗은 길이 만나는 지점이거든요. 터미널에서 인제까지 이어지는 길은 서쪽으로 도남, 더 나아가 공항, 신제주까지 이어져요. 제주시청에서 중앙로로 이어지는 길은 남쪽으로 제주대학교까지 이어져요. 제주시 대중교통의 중심지에요.
저는 인제 쪽으로 갈 것이 아니라 중앙로 쪽으로 내려갈 거였어요.
오른쪽은 예전과 바뀐 게 딱히 없었어요. 길 건너 왼편 높은 건물은 나중에 생긴 건물이었어요.
날씨는 매우 따뜻했어요. 두꺼운 패딩을 입고 다니는 사람은 오직 저 혼자 뿐이었어요. 제주도 사는 사람이라면 100이면 100 모두 저를 관광객으로 볼 외투였어요. 패딩 안은 따스하다 못해 더웠어요.
제주도 제주시 구제주 광양 보성시장이 나왔어요.
'보성시장이나 가볼까?'
보성시장은 큰 특색이 있는 시장은 아니에요. 이쪽 동네 골목길에 작게 형성된 동네 조그마한 시장이에요. 예전에 친구 하나가 이쪽에 살아서 가끔 친구집 놀러갈 때 지나가며 보곤 했던 시장이었어요. 제주도 살 때는 보성시장을 눈여겨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솔직히 이 시장 이름이 '보성시장'이라는 것조차 몰랐어요. 그냥 지나갈 때마다 길가에서 사람들이 뭐 팔고 있구나 했죠.
뭐라카네에게 연락해봤어요. 뭐라카네가 이제 일어난 모양이었어요. 오늘은 밖에 나가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그래서 점심은 저 혼자 먹고 이따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어요.
'시간 남는데 보성시장이나 봐야겠다.'
누가 봐도 영락없는 관광객. 카메라 들고 다녀도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요. 관광객이 사진 찍으며 돌아다니는 건 신기할 게 하나도 없으니까요. 두꺼운 패딩이 마음 놓고 사진 찍으라고 용기를 북돋아주고 있었어요.
'제주도 재래시장 사진 찍으며 돌아다녀야지.'
보성시장 안으로 들어갔어요.
제주 보성시장은 제주시 이도1동 1289-5번지에 있어요. 보성시장은 1972년 3월 6일에 개설된 시장으로 시장 역사는 길지 않아요. 중심에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된 시장 건물이 있고, 그 주변에 농산물, 수산물 등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있어요.
간판을 봤어요.
'제주도 맞네.'
지금 제가 제주도에 있다는 것이 확 느껴지는 간판.
아래아.
제주도 방언에는 아래아 발음이 있어요. 제주도 방언과 타 지역 방언에서 아래아 차이점은 제주도 방언에서 아래아 발음은 일관되게 '오' 모음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점이에요. 제주도 여행 가서 간판 같은 것에 아래아가 있다면 무조건 '오' 모음으로 읽으면 되요. 열린 오 모음 발음이지만 평범한 '오' 모음과 합쳐지고 있는 추세에요. 그리고 아래아와 오 모음을 구분하는 사람들도 아래아를 오 모음으로 발음하면 다 알아듣구요.
저 간판은 몸국, 돔배고기라고 읽으면 되요. 맘국, 담배고기, 믐국, 듬배고기 아니에요. 그냥 몸국, 돔배고기라고 읽으면 되요.
제주도에서 아주 예전부터 아래아 표기를 많이 썼던 것은 아니에요. 제가 아주 어렸을 적만 해도 간판에 아래아를 쓰는 경우는 별로 없었어요. 아래아가 들어가야 할 자리에는 '오'가 들어갔어요. 아래아를 쓰려고 해도 일반인들은 아예 입력할 수 없었거든요. 게다가 제주도 방언 표기에 대해 사람들이 별 신경 안 쓸 때였어요. 1990년대만 해도 제주도에서 아래아 표기는 흔한 표기가 아니었어요. 가끔 관광지 같은 곳 가야 혼저옵서예 같은 것에서 '혼'자의 오를 아래아로 표기하는 정도였죠. 제주도 도처에서 아래아 표기가 창궐하게 된 것은 상당히 근래의 일이에요. 2000년대 들어온 후의 일이에요.
제주도에서 아래아 표기가 창궐하기 시작했을 때 제주도 사람들 사이에서 별 다른 저항은 없었어요. 제주 방언 원칙주의자들은 아래아 발음 표기한다고 좋아했어요. 이와 무관한 사람들도 기존 '오' 모음으로 적어놓던 것을 저렇게 적어놓은 건가 하고 오 모음으로 찍어서 읽어도 아무 문제 없었어요. 아래아와 오 모음은 점 아래 선 하나 있고 없고 차이니까요. 아래아를 보고 직관적으로 찍어서 '오'라고 읽어도 틀렸다고 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모두 그런가보다 하는 분위기였어요. 그래서 순식간에 아래아 표기가 별 저항 없이 확산되었어요.
아래아 발음이 많이 살아있을 적에는 아래아 표기에 아무도 신경 안 쓰고 거의 전부 오 글자를 이용해 표기했어요. 아래아가 오 모음과 거의 합쳐지자 아래아 표기를 많이 하고 있어요.
아래아 표기가 제주도에서는 제주 방언 발음 표기를 위해 사용되고 있어요. 육지에서는 기교 - 그것도 '아' 글자에 대한 특수한 글꼴처럼 사용되고 있구요. 육지에서 아래아 발음을 어떻게 읽는지 전혀 배워본 적 없어요. 그래서 육지에서 아래아를 '아' 글자에 대한 특수한 글꼴처럼 적어놓은 거 보면 가끔 저걸 어떻게 읽어야 하나 고민될 때가 있어요. 아래아 발음은 열린 오로 발음하는 게 맞아요. 제주도에서의 아래아 발음으로 읽는 것이 맞아요. 그러나 육지에서는 그렇게 읽으면 간판에 아래아 써놓은 사람조차 고개를 갸웃거려요. 눈치껏 '아'나 '으'로 읽어야 해요.
보성시장 건물 안으로 들어갔어요.
'뭐지? 아직 장사 안 하나?'
휑해도 너무 휑했어요. 몇 시인지 봤어요. 11시 반이 넘었어요. 2019년 3월 5일. 화요일이었어요. 일요일도 아닌데 이러니 당황스러웠어요.
보성시장 1층 안내도가 있었어요.
1층은 볼 것이 별로 없었어요. 3층으로 올라간 후 차례대로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보성시장 건물을 구경하기로 했어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갔어요. 엘리베이터가 3층에 도착했다고 문을 열어줬어요.
"뭐야?"
휑하다 못해 버려진 공간.
'여기 오면 안 되는 곳이야?'
당황해서 엘리베이터 문을 닫고 2층으로 내려갔어요.
"어?"
2층도 마찬가지였어요.
'아...중국 사드 제재...'
우리나라에서 중국 사드 제재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두 곳이 바로 서울 명동과 제주도에요. 보성시장 건물 2층과 3층 건물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노리고 뭘 하려고 하다가 사드 제재 때문에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뚝 끊기며 완전히 망해버린 모양이었어요.
이걸 잘 되었다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제주도에서 관광업에 종사하는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끊겼다고 입에 아주 게거품 물고 발광했어요. 반면 관광업과 관련 없는 친구들은 중국인들 줄어들어서 좀 살 거 같다고 좋아하고 있었어요.
제주도 무비자 정책에 중국이 포함되면서 중국인들이 엄청나게 몰려왔어요. 제주도 상황이 악화된 결정적 이유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너무 많이 몰려왔다는 점이었어요. 중국인들은 곱게 오지 않아요. 경제적 침투도 상당히 많이 해요. 덕분에 도처에 난개발이 펼쳐졌고, 중국인 불법체류자 문제도 폭증했어요. 중국인 노동자들도 폭증했고, 이들이 일으키는 강력범죄도 덩달아 껑충 뛰었어요. 제주도로 무비자로 들어와서 육지로 밀입국을 시도하는 중국인들도 폭증했어요.
관광업 관련된 사람들은 중국인들 돈 받아야 제주도가 발전한다고 발광하고 있어요. 하지만 중국인들 돈 받아서 제주도가 좋아진 점이 대체 뭔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상황이 되어버렸어요. 제주도민 60만명이 전부 관광업에 종사하는 건 아니니까요. 게다가 제주도 경제에서 관광업이 큰 몫을 차지한다고 하지만 이 관광업도 모두 중국인 대상으로 하는 관광업은 아니에요. 국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업도 비중이 상당히 커요. 오히려 중국인 관광객에 목 매면서 제주도 관광의 장점은 크게 파괴당해버렸어요. 다채로운 문화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평화로운 것도 아니고 유사 대림동, 유사 가리봉동이 되어가고 있었으니까요.
자연 풍경을 팔아먹는 제주도 관광. 아주 예전부터 관광업을 키우자니 자연 풍경을 파괴해야 하고, 자연 풍경을 보존하려니 관광업 육성이 안 된다는 딜레마를 갖고 있었어요. 몇십년간 풀리지 않은 이 딜레마가 제대로 크게 나쁜 쪽으로 터진 것이 바로 제주도 무비자 정책으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폭증이었어요.
예전에는 이런 말 하면 입에 게거품 물고 발광하는 인간들이 엄청 많았어요. 관광객 없으면 너네들 다 굶어죽는데 당연히 중국인 관광객 받아야하고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굽실거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천지였어요. 그러나 요즘은 이런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자기들도 중국인들 엄청 늘어나면서 당해보니까 이제서야 그건 아니다 싶다고 느끼고 있는 모양이에요.
엄청나게 씁쓸했어요. 서울 가리봉동과 대림동 주민들도,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주민들도 딱 이런 기분이었을 거에요. 중국인들 몰려와서 살기 엄청 나빠졌다고 하는데 중국인들이 와서 그 동네에 돈 써주니 그 동네 좋아지는 거 아니냐고 하며 무식한 사람으로 매도한 쓰레기들이 한 둘이 아니었어요. 그 동네 그나마 중국인들이라도 있으니까 빈 방이 채워지고 동네 활기 도는 거라고 헛소리한 사람들 넘치고 넘쳤어요. 그랬던 사람들이 자기들도 당해보니 기분 아주 거지같아지며 이건 틀렸다 싶었을 거에요.
지금도 정신 못 차리고 중국몽 운운하며 부들부들거리는 대가리 깨진 사람들 있을 거에요. 자발적 중국 간첩들도 많을 거구요. 그러나 틀린 것은 틀린 거에요.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의존하던 제주도 관광산업은 잘못된 거품이었으니까요. 애초에 그러라고 한 제주도 무비자 정책도 아니구요. '제주'라는 바탕색 위에 다양한 색채가 칠해지는 게 제주도 무비자 정책의 비전이었어요. 유사 중국, 유사 중국 식민지가 비전이 아니라요.
보성시장 건물에서 나왔어요.
골목길을 걸었어요.
'여기는 뭐 있다고 환전이 있냐?'
광양은 근처에 삼성혈이 있기는 하지만 그거 말고는 딱히 볼 게 있는 동네는 아니에요. 그런데 중국인 관광객 대상으로 하는 환전소가 있다는 간판이 있었어요. 미국이 사드를 설치해서 중국인들을 대거 쫓아내는 효과가 발동하기 전에는 여기도 중국인들이 득시글했던 모양이었어요.
옥돔을 널어놓고 말리고 있었어요.
시장을 쭉 둘러보며 걸었어요.
그렇게 특색있는 것은 보이지 않았어요.
보성시장을 다 둘러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