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생존과 여행의 갈림길 (2019)

[제주도 여행] 생존과 여행의 갈림길 - 20 제주도 제주시 삼양해수욕장

좀좀이 2020. 1. 10.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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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슬슬 어둠이 걷히려고 하고 있었어요.


'몇 시지?'


몇 시인지 확인해봤어요. 2019년 3월 5일 새벽 6시 40분 조금 넘은 시각이었어요.


'애매하네.'


이날은 뭐라카네 집에서 신세지기로 했어요. 아무리 친한 친구라 해도 새벽 6시 40분에 찾아가서 문 열어달라고 하는 것은 민폐 중에서도 엄청난 민폐. 아무리 뭐라카네가 친한 친구라 해도 아침 8시가 되기도 전에 가는 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니었어요. 뭐라카네가 이날은 일이 없어서 하루 종일 집에 있을 거라 하기는 했자만요. 뭐라카네는 저처럼 야행성이 아니거든요.


제주시청 근처에 24시간 카페가 하나 있었어요. 거기 가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있었어요.


지금 24시간 카페 가는 건 아무 의미 없다.


게다가 나 어차피 거기 나중에 밤에 가야 해.


제주도 여행을 온 목적 중 하나는 제주시에 있는 24시간 카페 세 곳을 전부 둘러보는 것이었어요. 24시간 카페를 돌아다니는 것은 깜깜한 밤에 다녀야 의미있어요. 그래야 진짜 여기가 24시간 운영하는 카페인지, 그리고 실제 밤에 카페 분위기는 어떤지 확인할 수 있거든요. 심야시간에 24시간 카페를 가야 의미있지, 백주대낮에 가면 아무 의미 없어요. 지금은 동이 트고 있는 상황. 시간도 아침 일찍 문 여는 카페는 문을 열 때였어요. 이럴 때 가는 것은 아무 의미 없었어요.


스타벅스 제주시청점은 아침 7시에 영업 개시.


주변에서 가장 가까운 스타벅스 매장인 스타벅스 제주시청점은 아침 7시에 문을 열어요. 스타벅스 가서 제주도 한정 음료 한 잔을 더 마시면 스타벅스 제주도 한정 음료를 다 마셔보겠다는 목표는 끝날 거였어요. 엄한 곳 돌아다니는 것보다 스타벅스가 문을 열 때까지 적당히 돌아다니며 시간을 버티다 스타벅스 제주시청점 가서 마지막 하나 남은 스타벅스 제주도 한정 음료를 마셔서 목표를 깔끔히 끝내는 것이 낫겠다 싶었어요.


'여기 아무 것도 없는데...'


육지 사람들이라면 제주시청 뒷편 골목길 돌아다니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있을 수 있어요. 그러나 저는 제주도에서 태어나서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제주도에 있었어요. 특별하다고 느낄 게 전혀 없는 곳이었어요.


'사진이나 찍자.'


7시까지 버텨야 했어요. 아침 7시까지 20여분 남은 상황.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으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어요.


제주시청 뒷골목


거리는 조용했어요.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었어요. 서울이라면 출근하는 사람들로 거리에 사람들이 많겠지만 제주도는 아니었어요. 게다가 여기는 제주시 제주시청 주변. 출근하는 사람들의 도착지점이지 출발지점은 아니에요. 당연히 이쪽에 사람들이 이 시각에 돌아다닐 리 없었어요.


제주도 이발소


왜 여기에 '종로'가 있는 것인가.


이발소 간판에는 '종로 이용원'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종로는 서울에 있지 제주도에는 없어요. 그러나 이발소 간판은 종로 이용원.


제주도 토양


공터에는 돌과 자갈이 굴러다니고 있었어요. 신기해서 사진을 찍은 건 아니에요. 그냥 아무 거나 사진 찍고 보자는 생각에 촬영한 사진이에요. 저한테는 전혀 신기하거나 인상깊거나 감성 자극하거나 하는 것이 하나도 없는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었어요.


제주도 인테리어


예전에 제주도에서 종종 보였던 건물 외관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 건물이 있었어요. 건물 외관에 현무암을 붙여서 돌로 지은 집 느낌을 주는 건물 외관 인테리어였어요. 제가 어렸을 적만 해도 여기 저기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제주도 만의 건물 외관 인테리어였어요. 흔하지는 않지만 어디에 가든 한 곳 정도는 있는 인테리어였어요. 저것도 제주도만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거에요.


제주도 주거환경


슬레이트집이 있었어요. '슬레이트'보다는 '쓰레트'라고 해야 제 맛이죠. 저 집도 예전에는 초가집이었을 거에요. 이제는 더 이상 제주시에서 초가집을 볼 수 없어요. 그러나 제가 어렸을 적만 해도 초가집이 여기 저기 있었어요. 많지는 않지만 찾아보면 있었어요. 보통 초가집은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뀌어요. 그런데 어렸을 적 초가집이 있던 곳은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뀐 게 아니라 바로 재개발되어버렸어요.


제주시청


제주시청 시계는 6시 55분을 가리키고 있었어요.


'슬슬 스타벅스 가볼까?'


제주시청에서 스타벅스까지는 기어가도 되는 거리. 5분 정도 뒤면 스타벅스가 문을 열고 영업을 개시할 거였어요. 스타벅스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제주시 번화가


시청 벽화를 한 번 쳐다봤어요.


제주도 설화


제주시청 벽화


제주시청 벽화는 꽤 오래된 벽화에요. 오래되었다고 해서 막 몇십년 된 벽화는 아니지만요. 제주시청 벽화는 제주도 삼성혈 설화를 다루고 있어요. 제주도 성씨인 고씨, 양씨, 부씨의 탄생 설화에요. 실제로 제주도에 고씨와 양씨는 많아요. 부씨는 그렇게까지 흔하지 않아요. 오히려 학교 다닐 때 보면 부씨보다는 제주 강씨가 더 많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제주시청 번화가


신제주 번화가는 제원아파트 쪽이 제일 큰 번화가에요. 구제주에서는 제주시청 주변이 가장 큰 번화가에요. 동문로터리 쪽은 밤에 매우 한산해요. 고향 친구들과 밤에 만날 때 보통 신제주 제원아파트 아니면 제주시청에서 만나곤 해요. 제주시청은 제주도 버스 교통의 중심지이기도 해요. 밤에 와보면 제주대학교 학생들 및 다른 사람들로 항상 사람이 많은 곳이에요.


사실 제주도에서 밤 늦게까지 놀 곳이라고는 제주시청 주변 술집들 외에는 없다시피 해요. 정말 심심하고 무료한 동네에요. 서울 홍대, 강남, 이태원 등 아주 밤 늦게까지 재미있게 노는 문화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제주도 와서 살다 정말 심심해 혼날 거에요. 그래도 요즘은 육지 사람들이 여기저기에 식당, 카페 같은 것 많이 차려서 낮에는 놀 곳이 조금 생겼어요. 육지 사람들이 차려놓은 식당, 카페에 제주도 사람들도 잘 놀러가더라구요. 제주도에서 살고 있지는 않지만 제주도에 친구들이 있어서 그쪽에서 요즘 어떻게 놀고 있는지는 대충 알고 있어요.


이런 부분이 육지에서 살다가 제주도 내려간 사람들 - 특히 서울에서 살던 사람들이 처음에 힘들어하는 요소 중 하나에요. 그리고 장기적으로 보면 시간의 흐름에 뒤쳐진다는 것에서 오는 압박감과 스트레스로 연결되구요. 제주도 내려가면 귀에 못 박히도록 듣게 되는 '여기는 육지와 달라'라는 말의 실제 의미 대부분이 육지와 다른 것이 아니라 육지보다 뒤쳐져 있다는 것이거든요.


제주도 중심 지역


교통단속 카메라 옆에 대중교통 이용을 생활화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었어요. 주차난 만큼은 제주도가 서울을 앞질렀어요. 이것을 뿌듯해해야 할 지, 자랑스러워 해야 할 지 참 기분이 애매했어요. 나름 청출어람이라면 청출어람인데요. 꼭 나쁜 것만 제주도가 서울을 앞질러요.


제주도 위치


서울 453km

부산 300km


제주에서의 서울까지 거리는 453km, 부산까지 거리는 300km 래요. 그래도 저가 항공의 발달로 저 거리가 제가 제주도에서 살 때보다는 체감상 훨씬 더 가까워졌어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만 있고 인터넷 예매가 안 되던 시절에는 지금보다 저 거리가 훨씬 더 멀게 느껴졌어요. 그 당시에 이번처럼 단돈 몇만원에 제주도를 온다? 꿈도 못 꿨어요. 공항 가서 그 자리에서 바로 아무 표나 구입하고 제주도민 할인혜택 받는 것이 가장 저렴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그때는 서울과 제주도 거리가 정말 멀게 느껴졌어요. 제주도 오는 비행기표 가격은 오히려 과거보다 많이 저렴해졌어요.


제주도 예술


익숙한 풍경을 억지로 자세히 바라보고 사진도 찍으며 아주 천천히 걸어갔어요.


제주도 화분


광양사거리까지 왔어요.


제주도 제주시 광양사거리


"이제 스타벅스 가야지."


아침 7시가 넘었어요. 스타벅스가 영업 시작했어요. 스타벅스로 갔어요.


스타벅스 제주시청점


스타벅스 안으로 들어갔어요.


"어? 신메뉴 나왔네?"


스타벅스 제주도 한정음료 신메뉴가 출시된 날이었어요. 제주 쑥쑥 라떼와 제주 쑥떡 크림 프라푸치노가 출시되었어요. 저것들은 왠지 시즌메뉴일 것 같았어요. 스타벅스 제주도 한정 음료도 상시메뉴가 있고 시즌메뉴가 있다는 것을 전전날 알았거든요.


제주도 스타벅스 한정 음료


제주 쑥쑥 라떼 가격은 7200원, 제주 쑥떡 크림 프라푸치노 가격은 7500원이었어요. 제주 쑥쑥 라떼를 주문하면 왠지 불투명한 보기 싫은 머그잔에 음료를 줄 것 같았어요.


'이제는 쑥까지 팔아먹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주도가 쑥이 유명하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쑥이야 '쑥대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국적으로 흔한 식물. 제주도에도 쑥이 있어요. 그렇지만 제주도 쑥이 딱히 유명하지는 않아요. 제주도에서 생산되는 모든 것에 다 '제주도' 붙여놓으면 프리미엄이 되는 건가? 어이없어서 속으로 웃었어요. 청정 지역 제주도 프리미엄 소리 붙이기에는 이제 자동차 매연이 상당히 심한데요.


제주 쑥떡 크림 프라푸치노와 제주 호지샷 크림 프라푸치노를 주문했어요.


스타벅스 제주도 한정 음료


이른 아침. 스타벅스 안에는 저 혼자였어요.


제주도 스타벅스


스타벅스에서 음료를 마시며 글을 썼어요. 어느덧 아침 9시가 되었어요. 창밖을 내다봤어요.


'수학여행 왔나?'


스타벅스에서 창밖을 내다보니 학생들이 줄 서 있었어요. 어떤 어른이 학생들에게 뭔가 막 설명하고 있었어요.


'수학여행 치고는 너무 적은데?'


인솔자 어른 한 명과 줄 서 있는 학생들. 전형적인 수학여행 온 학생들 모습이었어요. 그러나 수학여행 온 인원 치고는 그 수가 너무 적어보였어요.


'육지에서는 제주도로 수학여행 오지?'


문득 중학교, 고등학교 다닐 때 수학여행 갔던 것이 떠올랐어요. 중학교 때는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때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수학여행을 갔어요. 수학여행 코스의 종점은 무조건 서울. 타지역에 비해 수학여행 일정이 꽤 길었어요. 중학교 때는 3박 4일, 고등학교 때는 4박 5일 일정이었어요. 요즘은 외국으로 수학여행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육지로 수학여행 가는 것은 저보다 조금 위에서 시작될 뻔 했어요. 그러나 얼마 안 가서 IMF가 터졌고, 그 이후 계속 국내에서 수학여행을 가다가 나중에 시간이 한참 흐른 후 외국으로 수학여행 가는 것이 널리 퍼졌어요.


여담이지만 학교 선생님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외국으로 수학여행 가는 것이 한국 안에서 수학여행 가는 것보다 학생 인솔할 때 더 편하대요. 저도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상당히 의외라고 생각했어요. 외국이니까 선생님들이 신경 엄청나게 곤두설 거라 상상했거든요. 그런데 그 뒷 내용을 들어보니 납득이 갔어요. 학생들이 말이 안 통하는 외국이다보니 섣불리 엉뚱한 짓 할 생각도 못 하더래요. 말이 통하는 곳이어야 엉뚱한 짓도 계획할텐데 말이 아예 안 통하니 할 수 있는 것이 아예 없어서 인솔자 말을 얌전히 잘 따르더라고 하더라구요.


삼대악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너 어디야?"

"시청 스타벅스."

"같이 잠깐 드라이브나 가자."

"어?"

"곧 갈께. 나올 준비 해."


아까 집으로 돌아간 삼대악산이 같이 잠깐 드라이브 가자고 했어요. 제가 있는 곳에 곧 도착할 테니 나올 준비하라고 했어요.


'뭐지? 섭섭했나?'


삼대악산과 만날 시간이 더 없었어요. 전날 점심 즈음 만나서 새벽에 헤어진 것이 이번 여행에서 삼대악산을 보는 일정의 전부였어요. 제가 의정부 돌아가면 또 기약 없이 서로 못 볼 거였어요. 그래서 아쉬워서 차 끌고 잠깐 드라이브 가자고 나온 모양이었어요.


잠시 후, 삼대악산이 다시 전화를 걸어왔어요. 스타벅스 근처에 왔으니 어서 나오라고 했어요. 바로 나갔어요. 주차 공간이 부족하기로 악명 높은 제주시청 근처였기 때문에 삼대악산이 제대로 잘 주차해놓고 저를 불렀을 리 없었거든요. 삼대악산이 차를 임시로 주차해놨다는 곳으로 갔어요. 삼대악산 차가 보였어요. 바로 올라탔어요.


"너 지금 시간 돼?"

"애 어린이집 보내고 잠깐 시간 되어서."

"오늘 하루 종일 시간 되는 거?"

"아니. 11시에는 들어가봐야 돼."

"아...그럼 멀리 못 가겠네?"


어디로 드라이브 갈 지 정하지 못했어요. 한 시간 반 정도의 여유가 있었어요.


"이호는 무리겠지?"

"거기는 조금 빠듯할 거야."

"그러면 삼양 가자."

"아까 갔던 곳?"

"거기 밖에 없잖아."


이호 해수욕장까지 다녀오기에는 시간이 촉박했어요. 차로 이호해수욕장까지 갔다가 바로 돌아오는 것이라면 시간이 있었어요. 그러나 차 세우고 잡담할 만한 시간은 아마 안 나올 거였어요.


제주시청 근처에서 자동차 타고 가서 바다 볼 만한 곳은 탑동과 용두암 정도였어요. 둘 다 정말 가기 싫었어요. 탑동은 어차피 이따 분명히 가야 할 거였어요. 뭐라카네 사는 집 쪽으로 걸어가다 잠깐 들리면 되거든요. 용두암은 정말 볼 것 없는 곳. 폭풍우 몰아치는 날 용두암 아니라면 가서 볼 거 전혀 없어요. 중국인들은 엄청나게 좋아하는 곳이라고 하지만요. 파도 거센 날에 사진 찍으러 가면 좋은 곳이지만 이렇게 맑고 날 괜찮을 때 가면 볼 거 없는 곳이 용두암이에요. 사대부고 구경하러 갈 것도 아니구요.


"삼양 해수욕장은 여기서 금방 가지 않아?"

"어."

"거기 가자."


삼대악산에게 삼양 해수욕장 가서 바다 구경이나 하자고 했어요. 삼대악산이 그러자고 했어요. 새벽에 깜깜해서 아무 것도 못 봤던 삼양동 바닷가로 갔어요.


삼양동 바닷가


"오늘 공기 진짜 더럽네."


전날도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했는데 이 날은 더 심했어요.


제주도 미세먼지


"맑고 깨끗한 제주 공기도 이제 옛말이야?"

"요즘 미세먼지 심해."


제주도가 그렇게 내세우던 맑고 깨끗한 청정지역 제주. 인문환경은 중국인들로 오염되었고 자연환경은 중국발 미세먼지로 오염되었어요. 이딴 게 뭐가 청정하다는 건 지 대체 이해불가. 항상 제주도가 발전하기를 바랬어요. 그러나 이런 식으로 바뀌기를 바란 것은 아니었어요. 무슨 세계적인 관광지, 국제자유도시 떠들어댈 때 전세계적으로 많은 국가에서 찾아오고 기업들의 외국인 바이어들에 대한 미팅 장소로 적극 활용되기를 바랬어요. 그러나 현실은 차라리 그딴 거 안 하는 게 더 나았어요.


아름다운 청정 제주.


어떻게 보면 축복이고 어떻게 보면 저주에요. 자연환경을 지키면 할 수 있는 게 없고, 자연환경을 파괴하면 척박하기만 하고 남는 게 없어요. 이것이 제주도가 갖고 있는 풀리지 않는 딜레마에요. 관광산업은 계절성과 경기를 크게 타는 산업이에요. 이는 대한민국 성인 모두가 원하는 '안정적인 일자리'와는 엄청나게 멀어요. 이는 관광업 이론이나 실제 현실이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에요. '아름다운 청정 제주' 이면에는 척박하고 내세울 게 아무 것도 없는 실제 상황이 존재해요.


그나마 추진해볼 만한 거라면 국제 항공 교통 허브 정도? 그런데 그게 될 지 모르겠어요. 제주도에 한해 무비자 입국을 허가해줬다면 그 다음에는 당연히 국제 항공 교통 허브를 추진하는 것이 순서이기는 해요. 스톱오버 관광지로 키우는 게 맞기는 해요. 그거 말고는 진짜 답이 없으니까요. 문제는 제주도가 홀로 이걸 추진할 역량도 능력도 자본도 없다는 거죠. 단순히 제주도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중앙 정부가 직접 나서서 밀어주지나 않으면 답이 없어요. 인천국제공항 백업 역할을 담당하면서 스탑오버 여행객 유치를 노린다는 거니까요. 슬픈 이야기지만, 육지 사람들이 해결해주지 않는 이상 제주도 혼자서는 절대 이뤄낼 수 없는 일이에요.


게다가 이걸 추진하려면 공항을 따로 크게 지어야 해요. 여기에서 다시 '아름다운 청정 제주'와 '발전과 개발'이 크게 충돌해요.


"남들은 맑은 공기 마시러 제주 오는데 나는 여기 와서 미세먼지만 배터지게 먹네."


미세먼지 때문에 뿌연 하늘을 바라봤어요.


제주시 대기 수준


제주도 대기질


꽤 예전 일이에요. 삼대악산과 이야기하면서 여성에게 산후우울증이 있다면 남자에게는 육아우울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육아우울증'이 정식 명칭은 아니에요. 그런 증상이 있기는 하나, 그 누구도 여기에 신경 안 쓰기 때문에 아직 제대로 된 이름도 없을 거에요.


보통 여성의 출산 후, 남편은 한 가정 안에서 관심 밖으로 밀려나게 되요. 여기에서 오는 소외감 때문에 우울증 비슷한 것을 겪는 남성들이 적지 않다고 해요. 단순히 감정적인 소외감 뿐만 아니라 주거 공간 안에서의 공간 분할, 돈 같은 자원의 배분에서도 크게 밀려나요. 게다가 '가장의 권위'가 과거 같지 않기 때문에 꽤 많은 남자들이 자기는 그저 돈 벌어오는 기계에 불과하다고 한탄해요. 유부남들이 미혼남에게 항상 하는 '너는 절대 결혼하지 마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시점이 바로 이때에요.


이 문제도 출산율 저하와 미혼 남성 증가에 꽤 큰 영향을 끼치고 있어요. 과거에는 '가장의 권위'라는 사회적 위로가 있었지만 지금은 이게 없거든요. '개인의 주체적인 삶'이 강조되고 자녀가 노후 보장 재테크 수단인지 진지하게 의문을 갖게 되는 현대 사회로 들어오자 대체 왜 결혼해서 개인의 주체적인 삶을 포기해야 하고 왜 자녀를 낳아야하는지 의문을 갖게 되는 거죠.


삼대악산도 이걸 앓고 있었어요. 이야기해보니 많이 괜찮아진 듯 싶었어요. 자신이 선택한 것이니 자신이 잘 해결해야죠. 제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고는 그저 들어주는 것 외에는 없었어요.


제주도 여행


제주여행


공기는 전혀 맑아질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제주도 해녀 문화


제주도 문화


해녀들이 불 쬐는 자리가 남아 있었어요.


Jeju


제주도 제주시 삼양동


멀리 제주도 삼양해수욕장 해변이 보였어요.


"가자."


삼대악산이 다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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