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서울

[서울여행] 서울 용산구 이태원 녹사평역 경리단길

좀좀이 2020. 1. 10.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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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이태원 베트남 퀴논길까지 촬영을 마쳤어요. 이제 남은 곳은 딱 하나였어요. 바로 경리단길이었어요. 이태원에서 경리단길로 가서 경리단길을 따라 남산을 올라간 후, 남산에서 남대문시장 쪽으로 내려갈 생각이었어요. 남대문시장에서 종로5가까지 천천히 걸어가면 106번 첫 차가 종로5가 효제초등학교 버스 정류장에 도착할 즈음에 종로5가 효제초등학교 버스 정류장에 도착할 수 있을 거였어요. 너무 일찍 도착하면 편의점에서 뭐라도 하나 사먹으면서 안에서 조금 앉아 있으면 되었어요.


이태원에서 경리단길 입구로 가는 길. 이쪽은 한밤중에 인적이 매우 드문 길이에요. 간간이 이미 술 한 잔 걸친 사람들이 보일 뿐이었어요. 이태원은 서울에서 치안 안 좋기로 상당히 유명한 곳이기 때문에 여기부터는 긴장하고 걷기 시작했어요. 이태원 치안 안 좋은 것은 너무 유명해서 한 번만 말해도 잔소리일 지경이에요. 정신줄 놓고 흥청망청거리는 분위기인 이태원에서 점점 멀어질 수록 큰 길임에도 으슥한 분위기가 되어갔어요.


'경리단길은 한 번에 끝내야겠다.'


밤거리 풍경을 찍기 위해 돌아다닐 때 같은 장소를 최소 2번 걸어요. 한 번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고, 한 번은 영상을 찍기 위해 돌아다녀요. 길을 잘 아는 곳은 영상부터 후딱 찍어치우고 사진을 찍는 경우도 있어요. 물론 이 반대로 할 때도 있어요. 사진부터 찍으며 동선 짜고 포인트 확인한 후에 원점으로 돌아와서 그 다음에 영상을 찍을 때도 있어요. 중요한 것은 무엇을 먼저 하든 2번 돌아다닌다는 것이었어요.


문제는 경리단길은 짧지 않은 거리인데 경사 심한 오르막길이라는 점이었어요. 잘 아는 동네라면 고저차가 별로 없는 지형이라면 영상부터 찍든 사진부터 찍든 큰 차이 없어요. 영상부터 찍고 되돌아나오며 사진을 찍은 후 사진 촬영 순서만 뒤집으면 되거든요. 그러나 고저차가 심할 수록 이런 방법을 쓸 수 없어요. 이미 사진에서부터 이게 올라가면서 찍은 건지 내려오면서 찍은 건지 티가 엄청나게 많이 나거든요. 1에서 100까지 모든 포인트 다 잡아놓고 정확히 이것만 찍겠다고 덤빈다면 모르겠어요. 그러나 그렇지 않을 경우, 사진을 쭉 보면 아무리 역순 배열해도 다 티나요.


게다가 한붓그리기도 안 되고 우회로도 없었어요. 경리단길을 올라갔다가 내려오면 결국 경리단길을 그대로 또 다 올라가야 했어요. 해방촌으로 올라가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해방촌은 해방촌이었어요. 경리단길과 해방촌을 묶어서 경리단길이라고 하지 않거든요. 붙어 있기는 하지만 서로 다른 동네니까요. 더욱이 경사 심한 오르막길 2번 올라간다는 사실은 변하지 그대로였어요.


경리단길은 영상 촬영하면서 사진도 다 같이 찍어버려야겠다.


경리단길 2번 기어올라가고 싶지 않았어요. 경리단길이 보광초등학교에서 우사단로10길 따라 이태원 모스크 가는 거리라면 당연히 2번 기어올라갔을 거에요. 그러나 경리단길은 그 거리와는 비교도 안 되게 긴 길이에요. 한밤중에 이걸 두 번 기어오르는 건 매우 나쁜 선택이었어요. 재미도 보람도 없고 피로만 쓸 데 없이 가중시키는 짓이었어요.


그래서 경리단길만큼은 스마트폰으로 영상 촬영하면서 사진 촬영 버튼을 눌러서 사진도 바로바로 찍어버리기로 했어요. 개인적으로 이 방법을 매우 싫어해요. 이렇게 하면 사진 사이즈가 달라지거든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사진이 4:3 비율인데 영상 촬영 중 사진 촬영 버튼을 눌러서 사진을 찍으면 사진이 16:9 비율이에요. 그러나 이번만큼은 16:9 사이즈로 촬영되더라도 영상 촬영하면서 동시에 사진 촬영까지 끝내버리기로 했어요.


경리단길 입구에 도착했어요.


경리단길


경리단길은 도로명 주소상 회나무로에요. 이 길이 경리단길로 불리게 된 이유는 육군 중앙 경리단이 입구에 있기 때문이에요. 육군중앙경리단은 현재 국군재정관리단으로 바뀌었어요. 여전히 경리단길 입구에 있어요.


서울 야경


seoul


서울 경리단길


경리단길이 관광지로 부상한 지는 몇 년 안 되요. 주한미군이 용산미군기지에 주둔하던 시절에 미군들이 노는 곳은 이태원이었어요. 경리단길은 미군들이 노는 곳이 아니었어요. 경리단길은 남산 자락 달동네에 불과했어요.


경리단길 일대는 교통이 상당히 애매한 곳이에요. 녹사평역에서 입구가 멀지는 않지만 경리단길 및 해방촌 일대는 경사가 상당히 심한 곳이에요. 서울 남산을 에워싸고 있는 달동네 중 하나가 있는 곳에 불과했어요. 경리단길이 있는 이태원2동, 그 옆의 용산동2가 해방촌, 그 옆의 후암동 모두 남산 자락 달동네였어요. 지금은 슬레이트 지붕이 별로 안 보여서 달동네 티가 별로 안 나지만요.


경리단길 일대가 얼마나 교통이 나쁘냐 하면 경리단길을 다니는 서울 시내버스가 없어요. 용산03 마을 버스만 다니는 길이에요. 녹사평역에서 남산 둘레를 도는 차도까지 연결되는 버스조차 없는 곳이에요. 상업적 입지로는 매우 안 좋은 곳이라 할 수 있어요. 경리단길 입구가 녹사평역에서 가깝다는 것 하나 뿐인 곳이거든요. 그나마도 경사가 하도 심해서 경리단길 입구 쪽이나 녹사평역에서 가까운 거지, 경리단길 오르막 시작되면 녹사평역에서 가까운 곳이라는 느낌이 하나도 안 들어요.


그렇다고 여기가 명동 같은 곳에서 가기 좋은 것도 아니에요. 버스 타고 남산 중턱 가서 남산 하얏트 호텔에서 내린 후 걸어 내려가야 하거든요. 그렇다고 주차 공간이 많은 동네냐 하면 그것도 아닌 동네에요. 가뜩이나 그나마 경리단길 입구에서 가까운 지하철 삼각지역은 6호선 지하철역이에요. 6호선은 종로는 제대로 들어가지 않다보니 서울 도심에서의 접근성은 참 안 좋은 곳이에요.


이태원도 대중교통 접근성이 불편하기 그지없는 곳인데 경리단길은 그 이태원보다도 대중교통 접근성이 훨씬 더 나쁜 곳이에요. 이런 곳은 거대한 상권이 들어서기 매우 나쁜 입지에요. 대중교통도 나쁘고 주차 공간이 잘 확보된 것도 아니구요. 그렇다고 지형이 평지인 것도 아니고 경사 심한 곳이에요.


서울 관광지


서울 여행 사진


한국여행


경리단길이 뜨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이후에요. 이태원 상권의 임대료가 무섭게 치솟았기 때문에 이태원 쪽 스타일과 어울리는 것 같지만 이태원 상권 임대료 감당이 안 되는 사람들이 하나 둘 경리단길에 특색 있는 가게를 오픈하기 시작했어요.


이때 이태원 자체가 방문객을 다 감당 못 하던 때였어요. 흔히 이태원은 여러 문화가 다 섞여 있는 곳으로 묘사하지만 이태원도 각자의 구역이 있어요. 모스크 쪽은 이슬람권, 해밀턴 호텔 쪽은 서구권이 꽉 잡고 있어요. 베트남 퀴논길 쪽은 동남아권까지 가세해 천하삼분지계가 펼쳐지고 있어요. 온갖 것이 다 있을 것 같지만 놀랍게도 바퀴벌레 같은 증식력을 보여주는 중국인들이 제대로 발 못 붙이는 동네가 바로 이태원이에요. 이때는 이태원 어디든 포화상태였어요. 이태원 상권이 급속히 확장되어 가던 시기였어요. 그래서 경리단길도 자연스럽게, 그리고 빠르게 관광지로 주목받고 부상할 수 있었어요.


용산구


서울 용산구


Itaewon


그러나 현재, 경리단길 상권은 엄청나게 많이 죽어버렸어요.


일단 가장 크게 알려진 이유는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폭등시켜버렸기 때문이라는 점이에요.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폭등시키자 경리단길만의 특색을 만들었던 상인들이 못 버티고 떠나게 되었기 때문에 경리단길 상권이 망해버렸다는 주장이에요.


이것을 부정할 수는 없어요. 분명한 사실이에요.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모든 것이 설명되지 않아요.


한국 상권


경리단길 상권


서울 여행


저것만으로는 설명이 될 수 없다는 가장 큰 반증은 바로 서울 명동이에요. 과거에는 패션의 중심지, 한국 최고의 번화가 소리를 듣던 곳이었어요. 명동에서 임대료 감당 못 하고 쫓겨나다시피 나간 가게가 한국 역사상 한둘이 아니에요. 그러나 명동은 지금도 서울 주요 상권 중 하나에요. 심지어 명동에 왜 가야하는지 그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는 지경까지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명동 상권 보고 망한 상권이라고 하지 않아요.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던 잘못된 성장에 대해 거품 빠지며 조정 기간을 갖고 있을 뿐이죠. 그리고 명동 가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아요.


홍대 번화가 또한 마찬가지에요. 과거 개성 넘친다는 홍대 번화가와 지금의 홍대 번화가는 많이 달라요. 그러나 그 누구도 홍대 번화가 보고 망했다고 안 해요. 오히려 망한 것은 변화 하나도 없는 종로 상권이 망했죠.


건물주의 임대료 폭등 만행에 상인이 쫓겨나는 문제와 상권이 망하는 문제는 다른 문제에요. 상관관계는 있지만 오직 그것 하나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상인이 쫓겨나는 것과 상권이 망하는 것이 다른 이유는 간단해요.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올렸다 하더라도 그것이 감당하고 들어온 가게들이 그 임대료를 감당해낼 매출을 올린다면 상권 자체는 안 망해요. 즉 방문자가 많아서 수입이 많다면 상권은 안 망한다는 말이에요.


trip to korea


韓国


ソウル


위에서 이야기했어요. 경리단길은 지형도 교통도 상권이 절대 형성될 수 없는 곳이에요. 경리단길이 부상한 근본적인 이유는 거기에 개성 넘치는 가게들이 들어서서가 절대 아니에요. 이태원 상권의 급부상과 폭발적인 확장 때문이에요. 과거 서울 최고 악질 양아치들의 집합소이자 주한미군 범죄로 시끄러웠던 이태원이 많이 정화되면서 서울의 이색적인 관광지로 급부상했어요.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 이태원은 각자의 세력권이 확실한 지역인 데다 면적과 지형 자체가 갑자기 폭증한 수요를 감당할 만한 곳이 아니었어요. 오죽하면 우사단로10길 모스크 인근 달동네까지 상권이 확장되어서 도깨비 시장까지 관광지로 부상될 정도였으니까요. 지형 자체에 상당히 굴곡이 많은 이태원이다보니 무한정 옆으로 쭉쭉 확장해나갈 수 없었어요. 게다가 이태원에는 '외국 공관'이라는 어떻게 손 댈 수 없는 곳들이 알박기하고 있어요.


그렇게 이태원 상권이 크게 확장되는 시기에 덩달아 뜬 곳이 경리단길이에요. 경리단길이 급부상한 근본적 이유는 이태원 상권이 급격히 팽창하고 부상하면서 인접 지역 새로운 상권을 조성할 곳을 찾게 되었다는 점이었어요. 처음부터 경리단길은 이태원 상권과 별개의 상권을 형성한 것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이태원 상권의 최외곽 변방 지역의 확장으로 인해 이태원 상권이 경리단길까지 커졌다고 봐야 해요.


경리단길이 제대로 된 상권 형성이 사실상 불가능한 지역이라는 것은 그 지역 주민들 및 건물주들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어요. 단순히 '임대료 때문에 망했다'는 말만 듣고 경리단길 건물주들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배를 갈랐다고 비난하곤 하는데, 이건 많이 잘못된 거에요. 그런 식이라면 홍대, 명동 상권은 망해도 10번은 더 망했어야 했어요.


그래서 '다시 안 올 기회'라 여기고 임대료를 폭등시키고 건물을 팔아넘기고 하는 행태가 발생한 것이에요. 그래도 바로 망하지는 않았어요. 아무리 건물주가 날강도 같은 인간이라 해도 자기 건물 잘 지키고 있을 지능이 있는 이상 공실로 파리 날릴 정도로 말도 안 되게 폭등시키지는 않거든요. 그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만한 누군가가 있을 거라 판단되니까 인상시키는 거죠.


문제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정권이 장하성의 소득주도성장을 철저히 따르면서 내수 경제가 완전히 망해버렸다는 것이었어요. 일상 생활에서는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안 중요해요. 그러나 학문에서는 이게 상당히 중요해요. 기업의 수익 증대가 먼저인지 노동자의 소득 증대가 먼저인지에 대해 노동자의 소득 증대가 먼저라고 주장하는 장하성의 사이비 유사 경제학 소득주도성장을 문재인이 생각 없이 그대로 밀어붙이며 한국 경제는 나락으로 굴러떨어져버렸어요. 그 전까지는 쓸 거 다 쓰면서 돈 없고 힘들다고 웰빙, 힐링, 욜로 외치던 많은 청춘들이 진짜로 돈이 없어져 버렸어요.


많은 사람들이 문재인 대통령 덕분에 강제로 절약해야 하는 상황에 빠졌어요. 덕분에 이태원 상권은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했어요. 이태원 상권이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하자 이태원 상권 최외곽이자 애초에 상권 형성이 제대로 될 수 없는 지역이었던 경리단길은 말 그대로 깊은 침체에 빠져들게 되었어요.


표면상으로만 본다면 경리단길은 임대료 때문에 망한 것 맞아요. 그러나 실제 근본적인 이유는 문재인 정권 들어서 한국 경제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었고, 이로 인해 이태원 상권도 위축되고 수축되면서 이태원 상권의 최외곽 지역에 해당하던 경리단길이 망해버렸다고 봐야 해요.


[서울여행] 서울 용산구 이태원 녹사평역 경리단길


경리단길 꼭대기까지 다 올라왔어요.


이태원 경리단길


아래 영상은 이날 촬영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녹사평역 경리단길 심야시간 풍경 동영상이에요.



밤바람이 매우 차가웠어요. 주머니에 손을 넣고 꽁꽁 얼어붙은 손가락을 녹이며 종로5가를 향해 걸어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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