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생존과 여행의 갈림길 (2019)

[제주도 여행] 생존과 여행의 갈림길 - 19 제주도 제주시 삼양동 오름 원당봉 불교 천태종 절 문강사

좀좀이 2020. 1. 7.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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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알람이 울렸어요. 2019년 3월 5일 새벽 3시를 알리는 알람이었어요. 알람 소리에 눈을 떴을 리 없었어요.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눈을 뜨지는 못 했어요. 시끄러운 알람 소리를 가만히 누워서 감상하고 있었어요. 제 스마트폰이 아니었거든요. 저는 3월 5일 일정 중 느긋하게 스마트폰 충전할 시간이 별로 없어서 스마트폰을 아예 꺼놨어요. 삼대악산도 곧 알람 소리를 듣고 스마트폰 알람을 껐어요.


"일어나자."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하나도 안 추웠어요. 따스하게 잘 잤어요. 집에서도 맨바닥에 얇은 이불 하나 펼쳐놓고 자기 때문에 딱딱한 바닥에서 잤다고 불편함을 느끼지도 않았어요. 텐트가 조금 비좁다는 것 정도가 유일한 불편한 점이었어요.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를 벗고 안에 입은 츄리닝 바지를 벗은 후 다시 바지를 입었어요. 두 다리가 서늘했어요. 육지 추위에 비하면 제주도 추위는 아무 것도 아니었거든요.


텐트에서 나와 텐트를 해체하기 전에 사진을 한 장 찍었어요.


제주도 원당봉 팔각정 캠핑


원당봉 팔각정 아래에서 보이는 문강사에서 범종 치는 소리가 들렸어요.


"빨리 해체하고 내려가자."


이날 첫 목표는 문강사 새벽 예불을 보는 것이었어요. 새벽 예불은 새벽 3시 30분에서 4시에 있어요. 계절에 따라 3시 30분에 할 때도 있고 4시에 할 때도 있다고 해요.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이때는 새벽 4시에 새벽 예불이 있을 예정이었어요. 벌써 3시 20분이었어요. 새벽 예불을 보려면 빨리 텐트를 해체하고 원당봉 불교 천태종 절 문강사가 있는 아래로 내려가야 했어요.


전날 삼대악산과 텐트를 같이 조립했기 때문에 텐트 해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일일이 물어보지 않아도 되었어요. 텐트 안에 있는 짐을 먼저 다 꺼냈어요. 짐 정리를 빨리 끝냈어요. 이제 텐트를 해체할 차례. 텐트 해체도 순식간에 후다닥 끝냈어요. 이제 어두침침한 산길을 따라 걸어내려가는 일만 남았어요. 둘 다 짐을 짊어매고 산길을 따라 걸어내려가기 시작했어요.


'제일 심각한 게 제일 쉬웠잖아!'


난이도가 너무 낮았어요. 제주도 내려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 가장 힘든 일정은 바로 이 원당봉 캠핑일 거라 예상했어요. 그것 때문에 날씨에 맞지 않게 한겨울 두꺼운 패딩에 털 달린 모자까지 붙여서 입고 내려왔구요. 그러나 모든 것이 다 과도한 준비였어요. 제주도 날씨는 별로 춥지 않았고, 삼대악산의 캠핑 장비도 상당히 좋았어요. 게다가 제 패딩도 방한 기능이 꽤 좋았구요.


잔뜩 긴장하고 너무 준비해왔어요. 이 정도까지 준비할 필요가 전혀 없었어요. 최소한 패딩은 걸치지 않고 내려와도 괜찮았어요. 속에 두꺼운 셔츠를 하나 더 껴입는 정도로 충분했어요. 여기에 잠을 길게 자지도 않고 2시간 정도 밖에 안 자고 내려온 것도 컸어요. 2시간이면 그냥 텐트 안에서 날밤 새고 내려와도 상관없는 시간. 잠깐 누워 있다가 나온 정도였기 때문에 본격적인 체온 저하 같은 것을 느낄 시간도 충분하지 않았어요.


아직 하늘은 깜깜했어요. 아래를 잘 살펴보며 원당봉 아래로 내려갔어요.


제주도 불교 절


먼저 대웅전을 찾아 들어갔어요.


제주도 불교 문화


실내는 어두침침했어요. 불은 불상 위에만 켜져 있었어요.


제주도 여행 여행기 생존과 여행의 갈림길 - 19 제주도 제주시 오름 원당봉 불교 천태종 절 문강사


'여기에서 새벽 예불 안 하나?'


법당 내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일단 법당 안에 들어왔기 때문에 삼배는 드렸어요. 삼배를 드리고 나서 사진을 찍으며 법당 안을 조용히 돌아다녔어요.


제주도 불교 탱화


제주도 오름 불교 천태종 사찰


제주도 제주시 불교 문화


그렇게 특별할 것은 없었어요. 법당 안을 다 둘러본 후 밖으로 나왔어요.


제주도 제주시 오름 원당봉 불교 천태종 절 문강사


"벌써 새벽 예불 끝났나?"


불교 사찰에서는 새벽 3시 30분 아니면 새벽 4시에 새벽 예불이 있다고 했어요. 절에서는 경을 읊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어요. 인기척 자체가 없었어요. 돌아다니고 있는 사람이라고는 저와 삼대악산 뿐이었어요.


'내가 시간 잘못 알아보고 왔나?'


새벽 예불이 아니라면 1시간 정도 더 자고 나올 수 있었어요. 새벽 예불 보겠다고 이렇게 일찍 기어나온 것이었어요. 그러나 새벽 예불 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어요. 사람 발자국 소리 하나 없었어요.


제주도 제주시 삼양동에 있는 오름인 원당봉에는 절이 무려 세 곳이나 있어요. 제가 간 곳 외에 원당사와 불탑사가 있어요. 이 중 불탑사는 보물 제1187호인 제주 불탑사 오층석탑이 있는 곳이에요. 불탑사 5층석탑은 제주도답게 현무암으로 건조된 석탑이자 제주도에 있는 유일한 석탑이에요. 고려 시대만 해도 제주도에 절이 매우 많았다고 하지만 조선 시대 들어와서 싸그리 다 파괴되었거든요.


원당봉에 있는 절 세 곳 가운데 가장 유명한 절은 불탑사. 문강사는 원당봉 화구호 옆에 위치한 절이에요. 그렇게 유명한 절은 아니에요. 삼양동에 있는 오름 중 하나인 원당봉을 보러 가서 분화구 화구호를 볼 때 같이 보는 절이에요. 화구호 옆에 있는 절이라는 점 외에는 그렇게 특별할 것 없는 절이에요.


캠핑 후 새벽 예불을 보겠다는 제 계획에서 뭔가 크게 잘못된 점이 있었어요.


"우리 너무 늦게 내려온 거 아니야?"


삼대악산이 저를 보며 말했어요. 저도 이 상황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어요. 어쨌든 현실은 현실. 제가 뭘 잘못 알아보고 온 모양이었어요.


"새벽 예불 3시 30분에 했나보다. 그래도 그렇지, 뭐 이렇게 빨리 끝나?"


'설마 아까 종 칠 때 새벽 예불 시작했나?'


만약 그렇다면 모든 것이 맞아떨어져. 아까 텐트 정리할 때 범종 치는 소리를 들었어. 그때 예불이 시작되었다면 지금쯤 끝난 상태라 해도 이상할 것 없어.


그렇지면 여전히 남는 의문. 새벽 예불 끝난 후 스님들 다시 주무시나? 이건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잖아. 개미 한 마리 안 기어다니고 있는데.


일단 절을 다 둘러보기로 했어요.


제주도 원당봉 불교 절 문강사 영문각


영문각 안으로 들어갔어요. 삼배를 드린 후 사진을 찍었어요.


영문각


여기는 상대적으로 밝아서 그나마 사진을 찍을 만 했어요.


제주도 불교 사찰 문강사 영문각


육지에 있는 불교 사찰 법당 내부와 별 차이 없었어요. 영문각에서 나와 관음전으로 갔어요.


제주도 문강사 관음전


여기에서도 삼배를 드렸어요. 아무리 제가 아직까지도 반야심경 다 외우지 못하는 날라리 불교도라 해도 일단은 불교도거든요. 신새벽부터 열심히 삼배를 하며 돌아다녔어요.


제주도 천태종 절 문강사


제주도 불교 사찰


문강사 관음전 경내도 매우 어두웠어요. 사진이 계속 흔들렸어요. 같은 사진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촬영해야 했어요.


제주시 불교 문화


제주도 불교


제주도 불교


"여기는 왜 천장에 종이 용을 달아놨지?"


관음전 천장에는 종이로 만든 용이 매달려 있었어요.


제주 불교 문화


용 모양 종이 등 같기는 했지만 용 몸통 안에 전구는 안 들어 있었어요. 대신 용 등에 전구 여러 개가 달린 전선을 붙여놨어요.


제주도 용


제주도 연등


대체 왜 용이 관음전 천장에 매달려 있는 걸까.


절 천장에 연등이 매달려 있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 없었어요. 이건 육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거니까요. 그러나 용 모양 등이 매달려 있는 것은 신기했어요. 석가탄신일까지 멀고도 멀었는데 벌써 등을 준비하고 있을 것 같지는 않았어요.


trip in Jeju


관음전에서 나가기 전에 관음전 법당 안을 사진으로 찍었어요.


visit Jeju


관음전 안도 약간 어두침침했기 때문에 사진이 흔들렸어요. 사진을 다시 촬영했어요.


제주도 여행


관음전에서 나왔어요.


제주도 제주시 삼양동 불교 천태종 절 문강사 관음전


"이제 가자."


삼대악산이 슬슬 목욕탕 가자고 했어요. 집에 일찍 돌아가서 자녀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줘야 한다고 했어요.


제주도 문화


마지막으로 원당봉 화구호 너머에서 문강사 사진을 촬영했어요.


제주시 불교 절


"여기는 분명히 LED 장인이 있는 게 틀림없어."

"어?"


삼대악산 말에 웃었어요. 문강사 LED 조명은 매우 화려했어요. 깜깜한 원당봉 안에서 홀로 빛나고 있었어요. 조명이 천박하거나 경박하지 않았어요. 게다가 연못에 비칠 반영까지 매우 잘 고려해서 설치해놨어요. 삼대악산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어요. 조명을 매우 잘 설치해놔서 어둠 속에서 더욱 예쁜 절이 되었어요. 규모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보이는 모습은 매우 예뻤어요.


濟州


마지막으로 사진 한 장 더 찍었어요.


한국여행


벌써 시간이 2019년 3월 5일 새벽 4시 35분이었어요. 삼대악산 차로 갔어요. 캠핑 전에 이 근처에서 가장 일찍 문을 여는 목욕탕을 알아보고 왔어요. 그 목욕탕으로 갈 차례였어요.


목욕탕 근처에 주차를 한 후, 편의점으로 갔어요. 도시락과 컵라면 하나를 구매했어요.


제주도 캠핑


각자 도시락 하나씩 먹고 컵라면을 나눠먹은 후 사우나로 들어갔어요. 사우나는 해수 사우나였어요. 냉탕에 들어갔다가 입으로 물방울 하나가 들어갔어요. 짜다 못해 썼어요. 냉탕 물은 진짜 바닷물이었어요.


온탕에 들어가서 몸을 녹여주고 샤워를 했어요. 몸이 매우 개운했어요. 피로가 싹 사라졌어요. 샤워를 마치고 삼대악산 차에 다시 올라탔어요.


"너 어디에 내려주면 돼?"

"시청."


제주시 제주시청


새벽 6시 45분. 삼대악산이 저를 제주시청에 내려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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