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우사단로10길 촬영까지 모두 끝냈어요. 이제 다음에 촬영할 경로는 나이지리아 거리를 지나 베트남 퀴논길로 가는 것이었어요.
'나이지리아 거리 못 찍겠는데?'
나이지리아 거리가 있는 쪽은 유흥가였어요. 사람들이 많았어요. 나이지리아 거리가 있는 길 입구쪽에는 동성애자 및 트랜스젠더들이 모이는 곳도 있고, 술집과 어두운 장소도 여기저기 있어요. 그래서 심야시간에 가보면 이쪽은 사람이 꽤 많아요. 야고만두 식당고 미스터 케밥이 있는 곳 골목길 교차로에서 03284 이태원역.보광동입구 버스 정류장이 있는 길로 내려가는 길이 나이지리아 거리에요. 여기는 도저히 영상 촬영하며 걸을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어떻게 영상 촬영을 한다 하더라도 나중에 사람들 얼굴 전부 모자이크 처리를 하고 나면 영상 전체를 모자이크 처리한 거나 다를 것 없을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나이지리아 거리 촬영은 포기했어요. 나이지리아 거리를 포기하고 나이지리아 거리를 따라 쭉 걸어내려갔어요.
'나이지리아 거리야 딱히 찍을 것도 없으니까.'
나이지리아 거리는 아프리카 식당 있고 아프리카 사람들 대상으로 하는 핸드폰 가게와 가게가 있는 곳이에요. 그러나 한 골목 전부를 다 이런 것이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에요. 우사단로10길 중 모스크 올라가는 길이 이슬람 문화권 지역이에요. 거의 모든 상점, 식당이 다 그쪽과 관련된 것이거든요. 그에 비해 나이지리아 거리는 그 정도까지 특화된 길은 아니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활동할 시간에 가보면 흑인들이 조금 많이 보인다는 정도에요. 나이지리아 거리는 어떻게 보면 우사단로10길의 연장선에 있는 곳이라고 봐도 되요.
나이지리아 거리를 통과했어요. 베트남 퀴논길 입구가 나왔어요.
'영상 촬영부터 먼저 하고 사진 찍으며 다시 되돌아와야지.'
베트남 퀴논길을 따라 쭉 걸어가며 영상을 찍었어요. 영상을 다 찍은 후 다시 베트남 퀴논길 입구를 향해 걸어가면서 사진을 찍었어요.
베트남 퀴논길은 나이지리아 거리와 달리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영상 촬영 및 사진 촬영이 상당히 쉬웠어요.
심야시간 베트남 퀴논길은 인적 없는 길거리였어요. 어디에서 취객이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웠어요. 그러나 이쪽으로는 취객이 없었어요. 으슥한 느낌은 있었지만 시끄러운 분위기는 아니었어요. 이태원에서 밤에 시끄러운 지역은 해밀톤 호텔 인근 - 정확히 말하자면 이태원역 근방이에요. 이쪽은 이태원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었기 때문에 조용했어요.
'여기는 대체 왜 베트남 퀴논길일까?'
베트남 퀴논길 올 때마다 항상 드는 의문이었어요. 대체 왜 여기는 베트남 퀴논길일까.
서울 용산구 이태원 베트남 퀴논길은 원래 이태원 보광로59길이에요. 여기는 원래 이태원 뒷편 골목길이었어요. 아주 예전에는 딱히 큰 특징이 있는 길이 아니었어요. 지금처럼 개성 있는 식당들이 많이 몰려 있는 곳도 아니었어요. 미군 용품 및 의류 판매하던 곳과 짝퉁 팔던 가게들이 몇 곳 있었던 길로 기억하고 있어요.
2016년 1월, 용산구는 베트남 퀴논시와의 자매교류 20주년을 기념해 이태원에 베트남 퀴논길 테마거리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어요. 이 해 3월에 폭8m, 길이330m인 이태원 보광로 59길에 명예 도로명인 베트남 퀴논길 Vietnam Quy Nhon-gil 을 부여했어요. 그리고 베트남 퀴논길 테마거리 조성을 위해 그래피티, 낙서 등으로 오염된 공공 및 민간시설물을 정비하는 디자인 벽화 사업도 같이 실시했어요. 2016년 10월 15일, 용산구는 로데오 패션거리로 알려져 있던 이태원 보광로59길을 10억원을 들여 정비하고 베트남 퀴논길 준공식을 가졌어요. 뉴스 기사에는 준공식이라 나와 있지만 정확히는 완공식일 거에요.
베트남 퀴논길이 이태원에 들어선다는 뉴스를 봤을 때부터 진지하게 의문이었던 점이 하나 있었어요.
이태원에 베트남인들 많아?
이태원을 자주 놀러갈 때였어요. 이태원 갈 때마다 베트남인은 별로 보지 못했어요. 베트남인도 없고 베트남인 식당도 거의 없다시피한 곳이었어요. 그런데 왜 하필 이태원에 베트남 퀴논길을 조성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어요.
많은 한국인들 인식 속에 이태원은 다양한 세계 문화가 존재하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매우 강해요. 그러나 이건 틀렸어요. 이태원이 아무리 서울의 문화 게토 역할을 담당하는 공간이라 하지만 아무 문화나 다 때려박고 격리시켜놓는 공간은 아니에요. 모든 마이너리티 문화가 수용되는 공간은 아니라는 말이에요.
국내 체류 외국인들은 각자의 커뮤니티를 갖고 있어요. 그리고 각자의 주요 집결 지역이 있어요. 무조건 한 곳에 몰려 있는 것은 아니에요. 자기들끼리 몰리는 것이 존재해요. 이는 국내 체류 외국인들에 한정된 특징이 아니에요. 한국인들도 외국에 체류할 때 주요 거점 지역이 있어요. 규모가 꽤 되면 많이 모여 살고 몰리는 지역은 한인타운이 형성되요. 한인타운이 형성되기 전에는 한국인들 사이에서 알음알음으로 그쪽에 자리잡는 것이 좋다고 정보가 돌아요. 아무 곳에나 다 퍼져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 곳에나 많이 몰리는 것도 아니에요.
이태원에서 주한미군 규모가 많이 축소된 이후, 이태원은 서양 문화와 이슬람 문화가 결집한 지역이 되었어요. 해밀톤 호텔 쪽은 서양 문화 세력권이고, 우사단로10길 쪽은 이슬람 문화 세력권이에요. 이태원을 돌아다녀보면 동남아시아 문화 중 불교 문화권은 별로 힘을 못 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요. 동남아시아 문화 중 이슬람 문화인 말레이시아 문화권은 이태원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불교 문화권은 이태원에 뿌리를 잘 내리고 있지 못해요. 심지어 어디든 창궐하는 바퀴벌레처럼 어디든 뿌리를 내릴 것 같은 중국 인과 중국 문화조차 이태원에서만큼은 전혀 힘을 못 쓰고 있는 실정이에요.
이슬람 문화라 해도 중앙아시아 이슬람 문화권은 이태원에서 별로 힘을 못 쓰고 있어요. 우즈베키스탄 이슬람 문화권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 중 이태원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린 식당이라고는 라자트 하나 뿐이에요. 그나마도 방송에 나온 이후에 뿌리를 내린 것이지, 그 전에는 라자트도 파리 앵앵이었어요. 이유는 간단해요. 중앙아시아 이슬람 문화권 세력권은 이태원이 아니라 동대문이거든요.
서울 안에서 외국인들은 각자 거점으로 삼는 지역이 다 따로 있어요. 이태원은 베트남인들이 많이 몰리는 지역이 아니에요. 베트남인들이 몰리는 곳이라면 오히려 금천구 같은 일자리가 많고 안산과의 접근성이 좋은 곳이겠죠. 아니면 동대문 야시장이 있는 동대문 근처거나요.
그래서 왜 하필 이태원에 베트남 퀴논길이 생겼는지 매우 의문이었어요. 여기는 한국 체류 베트남인들과 거리가 있는 곳이거든요. 베트남인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지역도 아니구요. 아무리 이태원에 있는 외국 식품 상점에서 베트남 식자재도 판매한다고 하지만 국내 체류 베트남인들이 굳이 그거 사려고 이태원으로 몰려오지는 않는 편이에요.
베트남 퀴논길을 가보면 여기가 베트남 테마 거리인지 그냥 하나의 잡다한 상권인지 분간되지 않아요. 베트남과 관련된 것은 거의 찾아볼 수 없어요.
그나마 이런 등불이 여기가 베트남 퀴논길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어요.
여기는 대체 왜 하필 길 이름이 '베트남 퀴논길'일까?
매번 올 때마다 궁금해지는 곳이에요. 물론 강남 테헤란로 가서 한국 속 이란 문화 찾아보는 것이 의미없는 짓인 것과 같은 맥락이기는 하겠지만요.
다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 베트남 퀴논길로 돌아왔어요.
아래 유튜브 영상은 이날 촬영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베트남 퀴논길 심야시간 풍경 영상이에요.
역시나 여기가 왜 베트남 퀴논길인지 의문이 풀리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