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잘 오지 않았어요. 계속 뒤척이다 새벽 4시 넘어서야 겨우 잠들었어요. 잠든다는 느낌이 없었어요. 무언가 생각을 하고 생각이 바닥에 쏟아지는 물처럼 아무렇게나 흘러갔어요. 두서 없이 생각이 계속 떠오를 뿐이었어요. 선잠 들은 거였어요. 알람이 울렸어요. 눈을 떴어요. 아주 얕은 선잠을 잤기 때문에 어떤 생각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어요.
'이제 진짜 마지막 아침이네.'
도쿄에서의 마지막 아침. 2019년 8월 31일 아침이 시작되었어요. 선잠 들었다 깨어났기 때문에 머리 속에서 별사탕이 사방 팔방에서 짜르르 터지는 것 같았어요. 정신을 차려야 했어요. 이건 정신을 차린 것도 아니고 못 차린 것도 아니었어요.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리기 위해 노력했어요. 잠이 덜 깨었다고 다시 침대에 누우면 이번에는 진짜로 잠들 게 분명했어요.
'도쿄 마지막 날인데...'
이대로 침대에서 뒹굴거리다 늦게 나와서 짐 들고 하네다 공항으로 가고 싶지 않았어요. 마지막으로 도쿄 공기를 조금이라도 더 마시고 귀국하고 싶었어요. 아직 아사쿠사 칸논지도 제대로 다 못 돌아다녔거든요. 거의 매일 출석 도장 찍던 아사쿠사 칸논지였어요. 지나가기는 매우 많이 지나갔지만 꼼꼼히 다 둘러보지 못했어요. 조금 더 봐야 할 곳이 남아 있었어요.
'정신 차리자.'
아무리 매일 일수 도장 찍듯 봤던 아사쿠사 센소지라 해도 이렇게 침대에서 뒹굴거리다 바로 하네다 공항으로 떠나버린다면 못 보고 가는 곳이 남아버릴 거였어요. 첫날 아사쿠사 센소지를 둘러볼 때는 여기가 숙소 바로 근처니까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다고 대충 둘러보고 말았어요. 그러나 이제는 아니었어요. 일어나서 센소지로 가지 않으면 더 이상 기회가 없었어요. 도쿄에 반드시 또 와야할 일이 없었거든요. 언제 도쿄에 또 올 지 몰랐어요. 어쩌면 영원히 도쿄로 다시 안 올 수도 있었어요.
여행에서 '나중에' 라는 것은 없다.
두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어요. 여행 다닐 때 '나중에 가면 된다'는 것은 없어요. 별로 시덥잖은 곳 같아서 지나치면 결국 거기를 못 가게 되요. 그리고 귀국한 후 두고 두고 거기를 그때 무리해서라도 갔었어야 했다고 계속 후회하게 되요. 아사쿠사 칸논지 日本 東京 淺草觀音寺 를 둘러볼 기회는 정말 많았어요. 일본 도쿄 와서 숙소에 머무르는 내내 전부 센소지를 둘러볼 수 있는 기회였어요. 그 많은 기회를 다 날리고 이제 마지막 기회만 남아 있었어요.
TV 리모컨을 잡고 TV를 켰어요.
아...
TV를 켜자마자 나온 것은 바로 나라 망신이었어요.
TV에서는 일주일간 가장 신경쓰이는 인물 TOP10 을 보여주고 있었어요. 今週のニュース!気になる人物トップ10 이라는 코너였어요. 気になる きになる 가 사전에는 '걱정되다, 마음에 걸리다'라고 나오지만 번역할 때는 문맥 봐서 '신경쓰이다'로 번역해도 괜찮아요. 코너 내용을 보면 '신경쓰이다, 거슬리다' 정도로 번역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어요. 어쨌든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가 당당히 1위라는 점이었어요.
우리나라가 당당하게 1위!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한류 아니겠습니까!
이런 거냐...
한류 아이돌들은 연예 방송 같은 데에만 나오니까 이제 뉴스도 한국 관련이 1등 먹어야 한다고 이러는 거냐...
일본 여행 마지막날. TV 틀자마자 밥맛 떨어지는 꼴 보기 싫은 얼굴이 2개나 등장했어요. 그것도 1위 타이틀을 달고 당당히 나왔어요. 1위는 다마네기 닝겐을 감싸는 인간이었어요. 이 인간 별명을 어떻게 지을지 의견이 분분하자 저기 북쪽 고도비만 돼지가 별명을 지어줬죠. 무려 고상한 한자성어 앙천대소 仰天大笑 라는 한자성어까지 써가면서요. 한국에 너네 나라 그 인간 별명은 '삶은 소대가리'라고 부르라고 사상 초유의 대통령 별명을 수출했어요. 쌀 퍼주고 별명을 대가로 받아왔어요.
그 인간이 스캔들도 괜찮다고 옹호했기 때문이라고 나왔어요. 다마네기 닝겐의 온갖 비리를 눈에 팍팍 들어오게 보여줬어요. 자기는 온갖 깨끗한 척하고 운동권 감성 살려서 트위터에 관제 반일 선동에 앞장서며 죽창가 운운하던 인간이었어요. 말이나 안 했으면 그러려니 할 건데 과거의 자신이 현재의 자신에게 매일 죽창을 한 방씩 꽂아넣는 어이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인간이었어요. 왜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말했는지 몸소 입증하고 있는 인간이었어요.
까면 깔 수록 나쁜 짓, 비리는 다 저질러서 일본에서 무려 '다마네기 닝겐'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준 인간. 이런 인간이 한국을 전세계에 널리 알리고 있었어요. 이런 인간을 물고 빨고 하는 인간들이 세계적으로 한국 얼굴에 먹칠하고 망신시키고 있는 거에요. 자기들은 애국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유사 매국하고 있는 거죠. 과거 같았으면 이 인간 스캔들 중 하나만 나왔어도 자진 사퇴했어요. 그런데 계속 버티며 결국 일본 뉴스 1위까지 차지했어요. 매우 스고이했어요. 아주 그냥 어둠의 한류 스타였어요.
이러니 한국 언론과 기자들이 욕 바가지로 먹지.
무슨 공산당 독재 유사국가 중국, 북한도 아니고 엄연한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 국민들이 자국의 진실을 알기 위해 외국 언론을 봐야 하는 현실. 이게 자칭 진보라는 인간들이 그렇게 물고 빠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수준이라는 게 웃겼어요. 외국에서는 다 한국을 비웃고 있는데요. 이그노벨상 경제학상이 있다면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이 당당히 2연패했을 거에요. 경제학 교과서에 영원히 박제되어서 한국을 알릴 거니 이것도 자랑스러워해야 할까요.
어이없어서 잠이 깨었어요. 저 꼴 좀 안 보고 싶었는데요.
하얀 기모노를 입은 일본이 슬픈 표정으로 제 옆구리를 가볍게 쿡 찔렀어요.
"너 이제 한국 돌아갈 거잖아."
이딴 식으로 내가 한국 돌아가는 거 안 알려줘도 되는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샤워하러 화장실로 들어갔어요. 샤워하고 나와서 옷을 갈아입고 방을 꼼꼼히 살펴봤어요. 혹시 전날 짐 쌀 때 빠뜨린 것 있는지 잘 살펴봤어요. 이제 나갔다 들어오면 바로 짐 들고 체크아웃해야 했거든요.
2019년 아침 8시 41분. 숙소에서 나왔어요.
센소지를 향해 걸어갔어요.
하나야시키 거리를 지나가며 꼼꼼히 주변 풍경을 눈에 담았어요.
센소지에 도착했어요.
센소지를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어요.
센소지에도 지장보살상이 있었어요.
"이런 아이디어도 있네?"
깨끗한 거리는 사람에게도 개에게도 즐거운 거리.
'쓰레기 버리지 마세요'보다 훨씬 부드러우면서 더욱 호소력 있는 문구였어요.
연못에는 경고문이 있었어요.
연못에 금붕어 보인다고 빵 같은 것을 연못에 던지지 말라는 내용이었어요.
인공 개울이 있었어요.
아사쿠사 칸논지로 사람들이 계속 모여들고 있었어요.
"오늘 뭐 있나?"
센소지 경내에 먹거리 시장이 열려 있었어요.
'토요일이라 그런가 보네.'
뭔가 있나 싶었지만 곧 토요일이라 먹거리 장터가 열린 거라 여기고 지나갔어요.
"이거 뭐야?"
물방울을 뿜어내는 대형 선풍기가 설치되어 있었어요.
'오늘 날씨 맑고 덥다고 이런 것도 설치해 놨네.'
절 안에 이런 선풍기를 설치해놓은 것이 신기했어요. 선풍기를 구경하다 센소지 경내를 다시 둘러보기 시작했어요.
아사쿠사 칸논지에는 가스레인지처럼 생긴 것이 있었어요.
이 가스레인지처럼 생긴 것은 향로였어요.
센소지 경내를 다 돌아다닌 후 밖으로 나왔어요.
엄청난 인파였어요. 관광객들이 계속 센소지로 몰려오고 있었어요.
기념품을 구경하며 걸었어요.
"이제 아사쿠사도 다 봤네."
10시가 되어가고 있었어요. 롯지 아카이시에 가든 센소지 주변을 더 돌아보든 둘 중 하나만 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