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한국2019. 11. 29. 03:57

"혹시 내일 시간 돼?"

"응. 갑자기 왜?"


밤에 친구가 카카오톡으로 제게 시간이 되냐고 물어봤어요. 그래서 친구에게 시간은 되는데 갑자기 그걸 왜 물어보냐고 되물었어요.


"우리 내일 수원 갈까?"

"수원? 수원은 왜?"


수원은 의정부에서 상당히 먼 곳. 그리고 저와 별 인연은 없는 도시에요. 수원에 몇 번 가보기는 했어요. 수원화성 한 바퀴 돌아보러 간 적이 있었고, 수원에 있는 24시간 카페 가보려고 몇 번 가본 적 있어요. 그 외에는 수원까지 갈 일이 없었어요.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의정부거든요. 의정부에서 수원을 가기 위해서는 서울을 관통하고도 한참 가야 해요. 멀고도 먼 따스한 남쪽나라였어요. 이게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겨울에 서울 아래 경기도 남부 지역 가면 의정부보다 따스하게 느껴져요.


"내일 수원으로 배구 원정 가자."

"내일?"

"내일 GS랑 현대건설 경기 있어."

"어? 진짜?"


바로 스포츠 뉴스 들어가서 일정을 확인해봤어요. 2019년 11월 28일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대 GS칼텍스 KIXX 경기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여자배구단 홈 경기장인 경기도 수원시 수원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 있었어요.


"너 진짜 시간 돼?"


오히려 제가 되물었어요. 진짜 가고 싶었어요.


"응."

"그러면 가자!"


올해 초부터 친구와 여자 배구를 보러 가기 시작했어요. 여자배구는 정말 너무 재미있었어요. 경기장에 직접 가서 보는 것과 TV 중계로 보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났어요. 일단 소리부터 달라요. 경기장에서 보면 선수들이 공을 강하게 때리면 정말 펑펑 팡팡 소리가 나요. 하지만 TV 중계로 보면 대체 뭘 어떻게 중계하는지 탬버린 치듯 챙챙 소리가 나요. 여기에 경기장에서 직접 보면 코트 전체를 조망하면서 볼 수 있어요. 공 날아다니는 것도 훨씬 더 강력하고 빠르게 보이구요. 물론 TV 중계도 장점은 있어요. 작전 타임 때 감독이 선수들에게 무엇을 말하는지 들을 수 있거든요. 리플레이 장면 종종 보여주고요. 그거 말고는 현장에서 보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차원이 달라요.


경기도 수원시 수원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까지 가서 현대건설 대 GS칼텍스 경기를 정말 보고 싶었어요.


첫 번째 이유는 아주 정상적이고 순수한 이유였어요. 지금까지 현재 여자 프로 배구단 팀 여섯 팀 중 다섯 팀 경기는 봤어요. 딱 한 팀만 실제 경기하는 것을 보지 못했어요. 그게 바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배구팀이었어요. 올해 초와 올해 늦가을, 요상하게 현대건설 경기만큼은 저와 친구 시간이 하나도 안 맞았어요. 가까스로 현대건설 경기 시간이 맞아떨어졌어요.


두 번째 이유는 컬트적인 이유였어요.


올해 수원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이 참 말이 많지.


들어는 봤나, 슈렉 경기장.


이번 2019-2020 V-리그를 맞아 현대건설 배구단에서는 홈 경기장인 수원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 경기장 바닥을 현대건설 홈팀 유니폼 색깔에 맞춰서 칠했어요. 의도는 매우 좋았어요. 이렇게 팀 유니폼 색으로 맞춰서 배구장 바닥을 칠하면 이제 배구장 바닥만 봐도 어디 홈인지 바로 알 수 있죠. 배구장마다 색깔이 주는 특색도 생길 거구요.


의도는 좋았다.


현대건설 홈팀 유니폼 색깔은 짙은 청색 바탕에 연두색에 가까운 초록색 형광색 무늬에요. 코트 밖은 전부 청색으로 칠했고, 코트 안은 전부 초록색 형광색 무늬로 칠해놨어요. 그러자 문제와 항의가 빗발쳤어요.


일단 배구 코트 전위와 후위 구분 없이 다 초록색 형광색으로 칠해놨기 때문에 전위와 후위 구분이 어렵다는 불만이 있었어요. 이것은 그래도 넘어갈 수도 있느 문제였어요. 관람시 조금 불편할 수도 있지만 집중해서 잘 보면 되는 문제니까요.


너무 심각해서 온갖 불평과 항의가 다 터져나온 문제는 전위와 후위를 같은 색으로 칠한 게 아니었어요.


먼저 초록색 형광색 코트 때문에 눈이 너무 피로하다는 항의가 빗발쳤어요. 경기 보러 갔다가 눈 아파 혼났다는 말이 엄청 많았어요. TV 중계로는 이게 그렇게까지 크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결국 엄청난 항의 때문에 천장에 있는 조명을 몇 개 꺼서 눈의 피로를 줄이기로 했어요.


두 번째는 코트 바닥이 형광색 초록색이라서 코트 위 선수들이 모두 초록빛 껴서 보인다는 문제였어요. 이건 수원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 배구 경기 사진들 보면 아주 뚜렷하게 나타나요. 선수들이 죄다 초록색 빛을 뒤집어쓰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 2019-2020 V-리그에 수원 경기장 별명은 '슈렉 경기장'이 되었어요. 선수들이 코트 위에만 서면 죄다 슈렉처럼 초록색 푸르딩딩해진다구요.


그래서 수원 경기장을 직접 가보고 싶었어요. 대체 어떻길래 저렇게 좋은 의도로 한 행동에 대해 악평이 쏟아져나오는지요.


친구와 수원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으로 갔어요. 오후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도 사람들이 줄을 많이 서 있었어요. 주차장에는 차가 꽉 들어차 있었어요. 모두 현대건설 배구 경기를 보러 온 것이었어요. 현대건설도 스타 군단이라 인기 좋은 배구팀이고, GS칼텍스는 올 시즌 돌풍의 팀이라 사람들 관심이 꽤 많아요. 여자 배구 자체가 인기가 엄청나게 좋아졌는데 가뜩이나 순위가 GS칼텍스가 1위, 현대건설이 2위구요. 말 그대로 빅매치였어요.


친구와 표를 현장에서 인터넷 예매로 구매했어요. 인터넷 예매로 구매하는 것이 현장 매표소에서 직접 구매하는 것보다 저렴했어요. 자리만 있다면 경기장 입구 와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모바일 티켓으로 구매해 들어가도 상관 없었어요.


"일단 경기장 내부 어떻게 생겼는지 한 번 봐보자."


아무 데나 하나 찍어서 문을 열고 들어갔어요. 수원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 내부를 들여다봤어요. 여기는 구역별로 전부 리본을 쳐놓고 못 지나가게 막아놨어요. 원하는 자리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원하는 자리로 바로 이어지는 입구로 들어가야 했어요. 일단 경기장 안에 들어간 다음에 돌아다니면서 좋은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어 있었어요.


수원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 현대건설 경기는 센터 1층만 지정석 및 홈팀 응원석으로 지정되어 있었어요. 이 맞은편에는 특별석만 있었어요. 저와 친구는 배구 경기 볼 때 센터 쪽을 선호해요. 그래서 비지정석으로 되어 있는 홈팀 응원석 위쪽으로 올라가서 센터 쪽에 자리를 잡았어요.


자리를 잡고 앉아서 선수들 연습 훈련하는 모습을 관람했어요.


만약 배구 경기를 경기장 가서 볼 계획이라면 경기 시작 전 1시간에서 30분 정도 일찍 들어가는 것이 좋아요. 그러면 선수들이 배구 연습 훈련하는 모습을 볼 수 있거든요. 선수들이 배구 연습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 팀 전체 컨디션부터 이날 어떤 선수를 주목해서 봐야할지까지 감을 잡을 수 있어요. 예고편 성격이 상당히 강해요. 스트레칭부터 시작해서 여기저기에서 공을 계속 튀기고 때리기 때문에 그냥 봐도 꽤 재미있어요.


그리고 연습 훈련할 때가 선수들 및 경기장 사진 찍기 좋아요. 배구 경기 시작하면 사진 찍을 시간이 없어요. 배구 경기 자체가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거든요. TV에서는 리플레이 보여주니까 저때 좀 잡담도 하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실제 경기장에서 보면 그 시간에 선수들이 위치 잡고 서브 준비하는 등 경기가 계속 진행되요. 배구 자체가 경기 진행이 매우 빨라서 사진 찍으려고 하면 경기를 놓치게 되요. 경기 시작되면 짬이 하나도 없어요.


수원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


선수들이 연습 훈련하는 장면을 봤어요.


V리그 여자배구


현대건설 배구단


"오늘 양팀 다 컨디션 꽤 괜찮아 보이는데?"

"어."

"오늘 5세트 가는 거 아니야?"


현대건설과 GS칼텍스 모두 선수들 컨디션이 꽤 괜찮아 보였어요. 지난 번 장충체육관 가서 GS칼텍스 대 도로공사 경기를 직관했을 때는 GS칼텍스 선수들 몸이 엄청 무거워보였어요. 컨디션이 전부 메롱이었어요. 집단으로 무슨 쉰 밥 얻어먹고 경기장 온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요. 그러나 이날은 그때와 달리 몸이 매우 가벼워 보였어요.


현대건설 선수들도 몸이 매우 가벼워 보였어요. 이날은 현대건설에 새로 온 용병 선수인 헤일리 선수가 처음 경기를 뛰는 날이었어요.


현대건설 여자배구


GS칼텍스 여자배구


"야, 여기 진짜 선수들 코트에 서면 슈렉 된다."

"그러네?"


파란색 코트 밖에 서 있는 선수와 초록색 형광색 코트 안에 서 있는 선수 피부색이 아예 달랐어요. 코트 안 선수들은 누구든 푸르딩딩 초록색 빛을 흠뻑 뒤집어썼어요.


현대건설 여자 배구 선수 연습 훈련


GS칼텍스 여자 배구 선수 연습 훈련



경기가 시작되었어요.


1세트는 상당히 박빙이었어요. 현대건설에 새로운 용병 선수로 헤일리 선수가 오자 여기도 투석기 놀이를 했어요. 1세트는 현대건설이 승리했어요. 듀스가 나서 26-24로 끝났어요. GS칼텍스는 자기들도 투석기에 당하니 약간 당황한 것 같았어요. 그러나 인삼공사 투석기 디우프 선수를 경험해본 게 있어서 그렇게까지 크게 우왕좌왕하는 상황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원래 설명서 읽는 데에 최소 하루는 걸리지.


현대건설은 확실히 헤일리 선수와 다른 선수들 간에 호흡이 썩 잘 맞는 것 같아보이지는 않았어요. 그보다 헤일리 선수를 어떻게 활용해야할지 구체적인 계획 자체가 부실한 것 같았어요. 어쩔 수 없었어요. 간단한 전자제품 구입해도 설명서 읽는 데에 하루 걸리고 익숙해지는 데에 빨라야 며칠 걸려요. 그런데 기계도 아니고 엄연한 인간이에요. 서로 호흡을 맞추고 구체적인 작전과 활용 계획을 세우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었어요. 그렇게 급히 투입된 것 치고는 헤일리 선수가 꽤 잘 해줬어요.


2세트부터 GS칼텍스 쪽으로 분위기가 넘어갔어요.


"황민경 서브 장난 아닌데?"


왼손 강서브는 한국도로공사 문정원 선수가 있다면 오른손 강서브는 황민경 선수가 있었어요. 소리부터 다르고 공 날아가는 속도도 달랐어요. 그나마 GS칼텍스 선수들에게 다행인 점이라면 황민경 선수 서브는 공 궤적이 상당히 정직한 편이라는 것이었어요.


3세트는 다시 박빙 승부였어요. 3세트 후반에 현대건설 공격에 대해 인-아웃 문제로 비디오 판독이 있었어요. 이건 정말 애매했어요. 아웃이 맞기는 한데 이런 것을 인으로 판정해주는 경우도 상당히 많은 '비디오 판독관 마음대로' 상황이었어요. 경기장 관중들도 이게 인이냐 아웃이냐 웅성였어요. 선수들도 애매해하는 듯 했어요. 그런데 딱 한 장면에서 확실히 아웃으로 보이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것은 아웃으로 판정되었어요.


이 비디오 판독은 꽤 중요했어요. 현대건설이 GS칼텍스를 다 따라잡은 상황이었거든요. 이게 인 판정 나서 유효 공격으로 인정받았다면 현대건설이 3세트를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이 비디오 판독이 승부의 분수령이었어요.


세트 스코어 1:2로 현대건설이 지고 있는 상황. 4세트가 되었어요.


현대건설도 인삼공사 무지 미워할 거 같다. 왜 하필 수많은 팀 중 GS칼텍스 골라서 한수지 보내줬냐구.


경기 극초반. 현대건설은 한수지 선수에게 아주 제대로 농락당했어요. 직관 가서 봤다면 아주 뜬금없는 경우는 아니고 오차 범위 내에서 제일 끄트머리에 있는 경우였어요. 하지만 TV 중계로만 본 사람이라면 정말 뜬금없었다고 여겼을 거에요. 실제로는 한수지 선수가 공격력이 꽤 괜찮거든요. 한수지 선수가 경기 초반에 현대건설을 제대로 농락하면서 벌려놓은 점수차를 현대건설은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말았어요.


4세트에서 상당히 논란이 심한 비디오 판독이 있었어요. 4세트 초반이었어요. 이번에도 현대건설 공격이 인인지 아웃인지에 대한 비디오 판독이 있었어요. 이건 3세트 후반에 있었던 인-아웃 비디오 판독 때보다 훨씬 더 바깥에 공이 떨어졌어요. 사람들 모두 3세트 후반 비디오 판독 영상 본 지 얼마 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다 이건 당연히 아웃이고 이도희 감독이 정심판독기 풀가동이라고 여겼어요.


그런데 이게 인 판정이 나와버렸어요. 사람들 모두 엄청나게 황당해했어요. 만약 이것도 아웃 판정이 났다면 이날 비디오 판독관 성향이 원래 그런 거라고 사람들이 수긍하고 지나갔을 거에요. 그런데 4세트 비디오 판독 상황보다 더 안쪽에 떨어진 3세트 비디오 판독은 아웃 판정 나와서 GS칼텍스가 1점 획득했고, 훨씬 바깥에 공이 떨어진 게 확실한 4세트 초반 비디오 판독은 오히려 인 판정이 나서 현대건설이 1점 획득했어요.


사람들 모두 어리둥절하며 경기를 계속 봤어요. 경기는 GS칼텍스가 24점까지 획득한 상황이 되었어요. 갑자기 경기 잘 하던 강소휘 선수가 바닥에 주저앉아 몸을 웅크렸어요. 이때 머리를 세게 한 대 맞은 기분이었어요. 딱 1점만 남은 상황. 현대건설이 급히 추격해오고 있는 상황도 아니었어요. 어찌 되었든 GS칼텍스가 1점은 어떻게든 충분히 내고도 남을 분위기였고, 사실상 경기는 끝난 거나 마찬가지였어요. 그때 강소휘 선수가 부상당했어요.


GS칼텍스는 수원 원정 경기에서 승리하기는 했지만 이소영 선수에 이어 강소휘 선수도 부상을 당했어요. 진단 결과는 11월 29일 발표된다고 하지만 아무리 가벼운 부상이라 해도 한 경기 정도는 어렵지 않을까 싶었어요. 이러면 GS칼텍스는 주전 레프트 다 부상으로 빠져버리는 초유의 사태.



일단 홈팀 현대건설은 양효진 선수가 상당히 부진했어요.


그리고 고예림 선수에 대한 목적타는 이날도 주효했어요. 고예림 선수에 대해서 이도희 감독이 무슨 대책을 꼭 세워야만 하는 상황이었어요. 이건 현대건설과 상대하는 모든 팀이 다 알고 있는 현대건설 잡는 방법인 상태에요. 고예림 선수는 올해 FA로 기업은행에서 현대건설로 이적해온 선수에요. 아마 본인 스스로도 멘탈 관리가 쉽지 않을 거에요. FA 이적 첫 해라 부담감이 큰데 서브고 공격이고 고예림 선수를 대놓고 겨냥하고 있거든요. 공격은 되지만 고예림 선수만 집중 공략하면 팀 전체가 너무 흔들려버린다는 게 드러난 이상, 이도희 감독은 고예림 선수에게 한 경기 쉬게 하고 특훈을 시키는 수를 내서라도 방법을 찾아야만 할 거에요.


황민경 선수 서브는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이날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이다영 선수는 시야가 매우 넓었어요.


이날 제일 눈여겨볼 만한 선수는 당연히 헤일리 선수였어요. 잘 하기는 했지만 아직 현대건설 다른 선수들과 손발이 안 맞는 게 너무 티났어요. 만약 팀에 잘 적응한다면 여기도 투석기 놀이하게 생겼어요. 그러면 흥국생명, 한국도로공사, 기업은행은 엄청 힘들어질 거에요.



GS칼텍스 선수들 중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바로 러츠 선수였어요. 그렇지 않아도 투석기 놀이하면서 아주 재미보고 있는데 더 무서운 점은 실력이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실력이 더 좋아졌어요. 러츠 선수는 올해 현재까지 매우 잘 해 주고 있지만, 올해에 그치지 않고 내년이 엄청나게 기대되는 선수에요. 그리고 이렇게 실력이 빨리 는다는 것도 충격적이었구요.


박혜민 선수도 엄청나게 많이 좋아졌어요. 확실히 자신감이 많이 붙은 것 같았어요. 박혜민 선수에 대해 꼭 따라다니는 비판이 바로 파워 부족이에요. 그런데 연습 장면과 실제 경기 장면을 보면 파워 자체가 비판받을 정도로 부족한 것은 아니에요. 이소영 선수, 강소휘 선수보다 약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V리그에서 비실거린다고 욕 먹을 정도는 절대 아니에요. 파워도 괜찮은 편이에요. 문제는 지금까지 계속 자신감 부족으로 자기 파워의 80%~85% 정도 밖에 못 쓰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여기에 비실비실 날아가서 코트도 못 넘기는 서브는 덤이었구요. 이소영 선수 부상 후 계속 붙박이 주전으로 나오면서 자신감을 꽤 많이 찾은 것 같았어요. 서브는 한동안 깊게 생각하고 머리 써서 넣으려고 하기 보다는 그냥 세게 때려서 넣는 게 좋을 거 같았어요. 머리 써서 아주 짧게 떨어지게 하려다 비실비실 날아가다 네트도 못 넘기는 서브가 나오는 것 같았거든요.


강소휘 선수는 이소영 선수의 부재로 인해 심리적 부담감을 엄청나게 느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올해 초만 해도 연습 때 상당히 시원시원하게 스파이크 잘 때렸는데 이소영 선수 부상 이후에는 연습 때도 45도 각도로 찍어버리는 스파이크만 때려요. 목적타 많이 받아야 하는 데다 이소영 선수 부재로 인해 심리적 부담감이 상당해 보였어요. 그래도 잘 견뎌내고 있었는데 오늘 손가락 부상을 당했어요. 제발 별 거 아닌 가벼운 부상이었으면 좋겠어요.


이고은 선수도 상당히 잘 해 줬어요. 한다혜 선수의 수비 능력은 정말 대단했구요.


한수지 선수는 정말 잘 영입했어요. 요즘 차상현 감독 별명이 차거상이에요. 인삼공사 상대로 장사 정말 잘 했다구요. GS칼텍스가 노련한 고참 부족하고 센터 약한 게 심각한 문제였는데 한수지 선수 하나로 이 문제가 상당히 크게 보완되었거든요. 게다가 한수지 선수는 공격력도 좋은 선수에요. GS칼텍스의 러츠와 강소휘에 신경 팔리면 한수지 선수 공격이 뜬금포처럼 발동해요. 4세트는 한수지 선수가 초반에 현대건설을 농락하다시피 하며 점수차를 벌려놓은 것이 매우 컸어요.



이 경기는 GS칼텍스 입장에서 본다면 차상현 감독의 팀 운영 철학이 뚜렷히 드러난 경기였어요.


원툴 플레이어라도 된다면 무조건 기회를 준다.


GS칼텍스는 매우 젊은 팀이에요. 그래서 육성이 상당히 중요한 팀이에요. 육성을 위해서는 훈련도 잘 시켜야 하지만 실전 기회도 줘야 해요. 차상현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도 여러 신인급 선수들을 때가 될 때마다 기용했어요. 이현 선수는 원 포인트 서버로, 한수진 선수는 서브 및 리시브로, 권민지 선수는 레프트로 기회가 될 때마다 투입했어요. 일단 하나라도 먹히겠다 싶으면 어떻게든 투입해서 경험을 쌓게 만들었어요. 이게 꽤 괜찮은 이유는 단순히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끊임없이 동기를 준다는 것에 그치지 않아요. 신인급 선수들은 분석하려고 해도 데이터가 영 시원찮아요. 그렇게 때문에 뭐라도 하나 확실히 먹힐 만한 기술을 가진 벤치 멤버 선수를 제때 투입하면 쏠쏠한 재미를 볼 수 있어요. 이날 경기에서 한수진 선수, 권민지 선수, 이현 선수는 쏠쏠한 활약을 했고 경험치 잘 먹고 다시 벤치로 돌아왔어요. GS칼텍스는 수입 짭짤한 경기를 했어요.


GS칼텍스는 현재 강소휘 선수 부상 여부가 가장 중요해요. 아무리 경미한 부상이라 해도 한 경기 정도는 못 나올 확률이 높다고 봐요.


목표를 정했으면 하나만 집중해야 한다.


이소영 선수 부재중일 때 박혜민 선수를 이소영 선수 대신 주전 레프트로 꾸준히 기용해 키우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이 목표에 가장 걸맞는 선택을 해야 해요. 만약 강소휘 선수까지 빠진다면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대충 2종류에요.


1. 선발 레프트 박혜민, 권민지

2. 투 세터 가동 이고은, 안혜진


하지만 둘 다 위험하기는 매한가지에요. 특히 1번의 경우 얼핏 보면 상식적인 기용이지만 이제 박혜민 선수가 자신감을 찾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권민지 선수와 박혜민 선수가 동시에 선발 레프트로 뛸 경우 오히려 나쁜 결과가 나올 확률이 크다고 봐요. 일단 러츠의 부담감이 대폭발할 거고, 기껏 자신감 찾기 시작한 박혜민 선수가 다시 초긴장해서 자기 힘 다 사용하기는 커녕 80% 정도 밖에 못 쓰던 과거로 회귀할 수 있어요. 2번은 너무 실험성이 강하구요.


차라리 아예 발상의 대전환을 해서 센터에 김유리 선수, 김현정 선수 (만약 부상 완치되었다면 문명화 선수)를 배치하고 한수지 선수를 임시로 레프트로 기용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어요. GS칼텍스에서 한수지 선수 공격력을 영 활용 못해서 한수지 선수 공격력이 별로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한수지 선수가 실제로는 공격력이 꽤 괜찮은 선수거든요.


올해 GS칼텍스에서 차상현 감독이 원하는 그림대로 가려면 결국 한수지 선수의 공격력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만 하는 상황이에요. 한수지 선수의 공격력을 적극 활용해야 러츠 및 레프트 선수들에게 가는 부담감이 크게 줄어들거든요. 그래야 신인급 선수들이 자신감 갖고 플레이하고, 그래야 경험치를 먹죠.



현대건설은 어떻게든 빠른 시간에 헤일리와 다른 팀원들이 호흡을 맞춰야 해요. 만약 헤일리와 다른 팀원들 호흡이 빠른 시간 안에 잘 맞게 된다면 여기도 상대팀 입장에서는 상당히 끔찍할 거에요.


그리고 고예림 선수한테 서브고 공격이고 목적타 계속 쏟아부으면 현대건설이 뚫린다는 게 만천하에 알려진 이상, 이도희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을 빨리 세워야 할 거에요. 무조건 FA로 영입된 프로 선수니까 정신력으로 버텨야 한다고 하는 건 완벽히 틀린 답이에요. 다른 팀들이 아주 그냥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있는 뻔한 공략법이 되어버린 이상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죠.



경기 자체는 매우 재미있었어요. 그러나 4세트 종료 1점 남기고 갑자기 강소휘 선수가 부상당해서 마지막 끝나기 직전에 망치로 세게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은 경기였어요. 관중들 모두 이때 강소휘 선수 부상에 엄청나게 충격받았어요. 진심으로 강소휘 선수가 큰 부상 아니기를 바래요.



마지막으로 경기장 이야기.


사람들이 왜 그렇게 욕했는지 알겠다.


눈 진짜 아팠어요. 예전 브라운관 들어가 있는 CRT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기분이었어요. 연습 장면 다 보고 나니 경기 시작도 안 했는데 눈이 피로했어요. 경기 2세트 끝나자 진짜 눈이 너무 피로해서 선수들 쉬는 시간에 눈 가리고 손으로 눈을 가리고 있었어요. 천장 조명을 몇 개 꺼서 어둡게 만든 게 이 정도였으니 천장 조명 다 훤하게 켰던 초기에는 사람들이 눈 너무 아파서 분노할 만 했어요. 진짜 눈 엄청 피로하게 만드는 색이었어요.



p.s.

천만다행으로 강소휘 선수 새끼손가락 탈구 부상이 경미한 부상이라 이틀 정도 휴식을 취하면 된다고 발표되었네요. 정말 다행이에요. 강소휘 선수의 손가락 부상이 잘 나았으면 좋겠어요.


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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