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한국

경기도 의정부시 가을비 야경 - 환경미화원의 주적 은행잎

좀좀이 2019. 11. 18.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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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계속 비 내려?"


일요일. 눈을 떴을 때부터 비가 주륵주륵 내리고 있었어요. 잠시 내리고 그칠 비가 아닌 것 같았어요.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어요. 월요일까지 비가 계속 내릴 거라고 했어요. 방에서 가만히 글을 쓰고 책을 보며 일요일을 보냈어요. 일요일 저녁이 되자 저녁을 뭐 먹을지 고민했어요. 밖에 나가서 햄버거나 하나 사먹고 돌아오기로 했어요. 창밖을 봤어요. 여전히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어요.


"비 진짜 내일까지 계속 올 건가?"


우산을 쓰고 밖으로 나왔어요. 은행잎이 많이 떨어져 있었어요. 아직까지 대부분 은행나무에 매달린 은행잎은 조금이나마 초록빛을 띄고 있었어요. 그렇게 초록빛을 조금이라도 머금은 대부분의 은행나무 은행잎은 노르스름한 빛을 띄며 잘 매달려 있었어요. 그렇지만 아예 샛노랗게 물든 은행잎은 빗방울을 맞을 때마다 힘없이 땅바닥으로 툭툭 떨어지고 있었어요.


우산을 쓰고 햄버거를 사먹은 후 집으로 돌아왔어요.


'오늘 이따 은행잎 우수수 떨어지는 거 아니야?'


왠지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질 것 같았어요. 은행나무 하나에 있는 은행잎만 다 떨어져도 길거리에 은행잎이 엄청나게 많이 쌓여요. 보는 입장에서는 매우 아름답고 기분 좋아요. 그러나 이때가 되면 환경미화원 분들은 정말 고생 많이 하실 수 밖에 없어요. 나무 하나에서 잎이 떨어져도 수북한데 보통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진 곳은 은행나무를 한 그루만 심어놓지 않거든요.


자정 즈음이었어요. 바람도 불고 빗줄기도 강해졌어요. 빗줄기는 잦아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강해졌어요. 문득 궁금해졌어요. 밖에 은행잎이 얼마나 많이 떨어졌는지요. 그래서 우산을 쓰고 의정부를 조금 돌아다녀보기로 했어요.


"진짜 많이 떨어졌네?"


은행잎이 길바닥에 수북히 쌓여 있었어요. 노란 폭설이 내려서 쌓인 것마냥 길거리가 아주 샛노랬어요. 어둠 속 노랗게 이불을 덮은 길거리가 예뻐서 사진 몇 장 찍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어요.


집에 돌아와서 다시 책을 보고 글을 쓰고 있었어요. 새벽 2시 넘은 시각이었어요. 여전히 비는 그치지 않고 있었어요. 장마철 비 내리는 것처럼 좍좍 쏟아지고 있었어요. 빗소리만 들으면 이게 늦가을인지 초여름인지 분간 안 갈 정도였어요.


'지금 완전 수북히 떨어진 거 아니야?'


창밖을 보았어요. 빗줄기는 하나도 안 약해졌어요. 이 정도 빗줄기라면 은행나무에 매달린 은행잎이 엄청나게 많이 떨어져 있을 것 같았어요.


'한 번 다시 나가봐야겠다.'


옷을 입고 우산을 들고 밖으로 나갔어요. 비가 참 많이 내리고 있었어요.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 곳까지 걸어갔어요. 걸어가는 동안에도 비는 하나도 안 그쳤어요. 강해졌다 약해졌다 반복하면서 계속 내리고 있었어요. 비가 그칠 기미가 전혀 안 보였어요. 이대로 내린다면 새벽 내내 비가 내리고 빗방울에 맞은 은행잎이 계속 땅으로 떨어져 쌓일 것 같았어요.


'지금은 차 별로 안 다니니까 꽤 쌓였겠는데?'


아침에는 자동차가 다니기 때문에 차도에 은행잎이 자동차 바퀴 때문에 치워져 있을 거에요. 그러나 이 시각에는 돌아다니는 차가 별로 없어요. 차가 별로 없기 때문에 차도에 떨어진 은행잎도 거의 그대로 다 남아 있을 거였어요.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 곳으로 갔어요.


"으악! 장난 아니다!"


의정부 은행나무


차도에 무슨 폭설이 온 것마냥 은행잎이 쌓여 있었어요. 차가 지나간 자리에만 바퀴 자국처럼 은행잎이 치워져 있었어요. 가을에 어쩌다 볼 수 있는 장관이었어요.


의정부 늦가을 야경


'이거 환경미화원 아저씨들 엄청 고생하시겠다.'


폭설 수준으로 은행잎이 엄청나게 많이 떨어져 있었어요. 아까 왔을 때보다 은행잎이 훨씬 더 많이 떨어져 있었어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게 은행나무들 중 은행잎이 아직 절반도 안 떨어진 것이라는 것이었어요. 앞으로 훨씬 더 많이 떨어질 예정이었어요.


의정부 인도


인도는 아예 은행잎으로 덮여 있었어요. 푹신하다고 느낄 정도였어요.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지 않아서 떨어진 채 그대로 있었거든요. 아까 낮에 떨어진 은행잎은 행인과 자전거, 오토바이, 차에 의해 다 짓뭉개졌어요. 그 위에 다시 이렇게 수북히 떨어졌어요.


'아주 눈 오듯 떨어졌구만.'


하늘에서 은행잎이 하나 둘 계속 떨어지고 있었어요. 은행나무를 쳐다봤어요. 초록빛이 조금 남아 있던 은행나무 은행잎이 가을비를 맞고 아주 노란 색으로 바뀌었어요. 바람 한 번 제대로 불면 폭우 쏟아지듯 하늘에서 은행잎이 비처럼 쏟아질 거였어요. 이제 이 은행잎들은 딱 바람이 불기 전까지만 매달려 있을 거였어요.


'그래도 밤 늦게까지 글 쓰다 좋은 풍경 보네.'


비가 내리고 그냥 집중이 잘 되어서 글 쓰다 보니 아주 야심한 시각까지 글을 쓰고 있었어요. 운이 좋았어요. 만약 아침 일찍 일어났다면 이런 장면은 못 봤을 거에요. 자동차가 지나다니며 차도에 쌓인 은행잎은 다 치워버렸겠죠. 인도에 쌓인 은행잎은 환경미화원분들이 치우실 거구요.


의정부 가을 야경


도로 위 빗물은 가게 불빛을 반사하고 있었어요.


경기도 의정부시 가을비 야경 - 환경미화원의 주적 은행잎


구경하는 입장에서는 참 아름다운 장면이었어요. 치우는 입장에서는 아마 정말 끔찍하겠죠.


경기도 늦가을 야경


2019년 11월 18일 의정부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어요. 은행잎도 계속 떨어지고 있었어요. 경기도 의정부시 늦가을 야경은 은행잎이 눈처럼 쌓인 노란빛 야경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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