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계속 비 내려?"
일요일. 눈을 떴을 때부터 비가 주륵주륵 내리고 있었어요. 잠시 내리고 그칠 비가 아닌 것 같았어요.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어요. 월요일까지 비가 계속 내릴 거라고 했어요. 방에서 가만히 글을 쓰고 책을 보며 일요일을 보냈어요. 일요일 저녁이 되자 저녁을 뭐 먹을지 고민했어요. 밖에 나가서 햄버거나 하나 사먹고 돌아오기로 했어요. 창밖을 봤어요. 여전히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어요.
"비 진짜 내일까지 계속 올 건가?"
우산을 쓰고 밖으로 나왔어요. 은행잎이 많이 떨어져 있었어요. 아직까지 대부분 은행나무에 매달린 은행잎은 조금이나마 초록빛을 띄고 있었어요. 그렇게 초록빛을 조금이라도 머금은 대부분의 은행나무 은행잎은 노르스름한 빛을 띄며 잘 매달려 있었어요. 그렇지만 아예 샛노랗게 물든 은행잎은 빗방울을 맞을 때마다 힘없이 땅바닥으로 툭툭 떨어지고 있었어요.
우산을 쓰고 햄버거를 사먹은 후 집으로 돌아왔어요.
'오늘 이따 은행잎 우수수 떨어지는 거 아니야?'
왠지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질 것 같았어요. 은행나무 하나에 있는 은행잎만 다 떨어져도 길거리에 은행잎이 엄청나게 많이 쌓여요. 보는 입장에서는 매우 아름답고 기분 좋아요. 그러나 이때가 되면 환경미화원 분들은 정말 고생 많이 하실 수 밖에 없어요. 나무 하나에서 잎이 떨어져도 수북한데 보통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진 곳은 은행나무를 한 그루만 심어놓지 않거든요.
자정 즈음이었어요. 바람도 불고 빗줄기도 강해졌어요. 빗줄기는 잦아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강해졌어요. 문득 궁금해졌어요. 밖에 은행잎이 얼마나 많이 떨어졌는지요. 그래서 우산을 쓰고 의정부를 조금 돌아다녀보기로 했어요.
"진짜 많이 떨어졌네?"
은행잎이 길바닥에 수북히 쌓여 있었어요. 노란 폭설이 내려서 쌓인 것마냥 길거리가 아주 샛노랬어요. 어둠 속 노랗게 이불을 덮은 길거리가 예뻐서 사진 몇 장 찍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어요.
집에 돌아와서 다시 책을 보고 글을 쓰고 있었어요. 새벽 2시 넘은 시각이었어요. 여전히 비는 그치지 않고 있었어요. 장마철 비 내리는 것처럼 좍좍 쏟아지고 있었어요. 빗소리만 들으면 이게 늦가을인지 초여름인지 분간 안 갈 정도였어요.
'지금 완전 수북히 떨어진 거 아니야?'
창밖을 보았어요. 빗줄기는 하나도 안 약해졌어요. 이 정도 빗줄기라면 은행나무에 매달린 은행잎이 엄청나게 많이 떨어져 있을 것 같았어요.
'한 번 다시 나가봐야겠다.'
옷을 입고 우산을 들고 밖으로 나갔어요. 비가 참 많이 내리고 있었어요.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 곳까지 걸어갔어요. 걸어가는 동안에도 비는 하나도 안 그쳤어요. 강해졌다 약해졌다 반복하면서 계속 내리고 있었어요. 비가 그칠 기미가 전혀 안 보였어요. 이대로 내린다면 새벽 내내 비가 내리고 빗방울에 맞은 은행잎이 계속 땅으로 떨어져 쌓일 것 같았어요.
'지금은 차 별로 안 다니니까 꽤 쌓였겠는데?'
아침에는 자동차가 다니기 때문에 차도에 은행잎이 자동차 바퀴 때문에 치워져 있을 거에요. 그러나 이 시각에는 돌아다니는 차가 별로 없어요. 차가 별로 없기 때문에 차도에 떨어진 은행잎도 거의 그대로 다 남아 있을 거였어요.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 곳으로 갔어요.
"으악! 장난 아니다!"
차도에 무슨 폭설이 온 것마냥 은행잎이 쌓여 있었어요. 차가 지나간 자리에만 바퀴 자국처럼 은행잎이 치워져 있었어요. 가을에 어쩌다 볼 수 있는 장관이었어요.
'이거 환경미화원 아저씨들 엄청 고생하시겠다.'
폭설 수준으로 은행잎이 엄청나게 많이 떨어져 있었어요. 아까 왔을 때보다 은행잎이 훨씬 더 많이 떨어져 있었어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게 은행나무들 중 은행잎이 아직 절반도 안 떨어진 것이라는 것이었어요. 앞으로 훨씬 더 많이 떨어질 예정이었어요.
인도는 아예 은행잎으로 덮여 있었어요. 푹신하다고 느낄 정도였어요.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지 않아서 떨어진 채 그대로 있었거든요. 아까 낮에 떨어진 은행잎은 행인과 자전거, 오토바이, 차에 의해 다 짓뭉개졌어요. 그 위에 다시 이렇게 수북히 떨어졌어요.
'아주 눈 오듯 떨어졌구만.'
하늘에서 은행잎이 하나 둘 계속 떨어지고 있었어요. 은행나무를 쳐다봤어요. 초록빛이 조금 남아 있던 은행나무 은행잎이 가을비를 맞고 아주 노란 색으로 바뀌었어요. 바람 한 번 제대로 불면 폭우 쏟아지듯 하늘에서 은행잎이 비처럼 쏟아질 거였어요. 이제 이 은행잎들은 딱 바람이 불기 전까지만 매달려 있을 거였어요.
'그래도 밤 늦게까지 글 쓰다 좋은 풍경 보네.'
비가 내리고 그냥 집중이 잘 되어서 글 쓰다 보니 아주 야심한 시각까지 글을 쓰고 있었어요. 운이 좋았어요. 만약 아침 일찍 일어났다면 이런 장면은 못 봤을 거에요. 자동차가 지나다니며 차도에 쌓인 은행잎은 다 치워버렸겠죠. 인도에 쌓인 은행잎은 환경미화원분들이 치우실 거구요.
도로 위 빗물은 가게 불빛을 반사하고 있었어요.
구경하는 입장에서는 참 아름다운 장면이었어요. 치우는 입장에서는 아마 정말 끔찍하겠죠.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어요. 은행잎도 계속 떨어지고 있었어요. 경기도 의정부시 늦가을 야경은 은행잎이 눈처럼 쌓인 노란빛 야경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