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예습의 시간 (2019)

[일본 여행] 예습의 시간 - 29 일본 도쿄 츄오구 24시간 영업 우체국 긴자 우체국 日本 東京 中央区 銀座 郵便局

좀좀이 2019. 11. 1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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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지옥도에서 탈출했다!


무사히 잘 탈출했어요. 이토야 문구점은 예술의 지옥도. 두 다리 끊어지게 만드는 곳. 색색의 문방구가 두 무릎을 사정없이 찔러대는 곳. 무시무시한 장소였어요. 일본 도쿄 긴자에 있는 이토야 문구점은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돌아다니고 사진도 찍고 예쁜 문방구와 기념품을 구입하는 곳이에요. 그러나 제게 이토야는 예술의 지옥도로 영원히 기억될 거였어요. 초과잉정보로 눈과 머리가 피곤했어요. 여기에 아침부터 열심히 계속 걸어다녔더니 다리가 엄청나게 아팠어요. 에비스 맥주 기념관에서 마신 맥주의 술기운으로 간신히 버텼지만 이제 그 술기운은 깔끔히 다 끝나버렸어요. 온몸에서 흘러나오는 육수에 알코올 성분이 함유되어 있었어요. 아마 그래서 술기운조차 다 날아가버리고 고통만 남아버렸을 거에요.


멋진 전투였다.


일본 문구류, 공예 도구들과의 한판 승부. 그러나 나를 쓰러지게 만들지는 못했어. 미안하다. 그러나 나는 무사히 잘 걸어나왔어. 그 정도로 나를 힘들게 만들지는 못해. 내 입에서 힘들다는 소리가 나오려면 이것보다 5배는 더 커야 할 거야. 허세 작렬. 내 입에서 진심을 담아 힘들다는 소리가 나오게 하려면 에스컬레이터 없는 8층이 아니라 에스컬레이터 없는 88층을 오르게 해야 한다고! 이것이 나의 파워다!


환한 표정을 지으며 멋진 승부를 벌인 이토야를 보며 바라봤어요. 예술적으로 제 체력을 파괴했지만 내 두 다리에는 아직 한 방울의 힘이 남아 있지. 한 방울의 힘! 남아버렸어! 마지막 한 방울의 힘을 빼앗아가지 못했다고! 이 나약한 이토야. 다음에는 더 멋진 승부를 준비해서 나와라. 그때는 나도 더 준비해서 불꽃튀는 한판 승부를 벌여보자. 지리산 천왕봉 꼭대기에 올라가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사진을 찍던 그 순간처럼 밝은 미소를 지었어요.


"여기 K.ITOYA도 있어."

"응?"


야...잠깐만...뭐라고?


"이거 말고 케이 이토야도 또 있어."


아...저는 그게 뭔지 모릅니다만? 아노 스미마셍? 케이 이토야또 이에바...그딴 거 모른다 데스입니다만? 나 지금 잘 못 들었다데스. 그딴 건 코노 세상에 존자이시나이 장소 아니무니카?


친구가 손가락으로 가리켰어요. K.ITOYA. 이토야 바로 맞은편에 이토야가 하나 더 있었어요. 케이 이토야. K.ITOYA.


마지막 한 방울의 힘? 사이고노 치카라? 오마에, 그 따위는 너무 시시하지 않아?


멀뚱멀뚱 친구를 쳐다봤어요. 이게 뭔 소리야? 눈빛으로 말했어요. 친구가 손가락으로 가리켰어요. K.ITOYA 건물이 있었어요. 거기도 문구점이었어요. 믿기 싫었지만 이것도 이토야였어요. 그러니까 이토야는 이토야 건물 문구점 8층에 케이 이토야 건물 문구점 6층. 문구점만 총 14층이었어요. 그제서야 들어갈 때 본 이토야 건물 안내도가 떠올랐어요. 이토야 건물이 있고 바로 앞에 또 이토야 건물이 있었어요. 지도를 보며 간과했던 6층. 그게 바로 K.ITOYA 건물이었어요. 아무 멀리, 멀리, 퐈 어웨이 할 줄 알았어요. 아니었어요. 절대 아니었어요. 이토야 건물 후문으로 나오면 바로 앞에 K.ITOYA 건물이 있었어요.


일본 K.Itoya 문구점 안내


아주 친절하게 K.Itoya 층별 안내와 방향 화살표도 있었어요. 이 화살표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면 K.Itoya 건물이 골목길 건너편에 바로 있어요.


페이크다, 이 띨띨아.


마지막 한 방울의 힘? 웃기고 자빠졌네. 그딴 건 인류 역사 5천년 전부터 내려오던 뻔하디 뻔한 이야기. 그걸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우리는...


사망 플래그 꽂혔다고 하지.


공포 영화에서 흔히 나타나는 패턴 중 하나가 바로 마지막에 살았다고 좋아하면 반드시 죽는다는 것. 딱 그 패턴이었어요. 나는 이토야 건물을 보며 미소짓지 말아야 했어. 바로 그 순간 원래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K.ITOYA 라는 새로운 일본 공예 예술 도구의 지옥 문이 열려버린 거야. 안 웃었으면 K.ITOYA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어! 이딴 건 사이좋게 정문으로 나가서 모르고 숙소로 돌아간 후에야 발견해도 돼! 숙소에서 침대에 걸터앉아 일본 TV 방송으로 보며 '아쉽네. 그때 그 정도는 웃으며 돌아다닐 체력 남아 있었는데...'라고 허세 가득한 멘트를 미소 지으며 날리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으면 되는 곳이야!


친구의 표정을 살펴봤어요. 친구의 표정도 어두웠어요. 저물어가는 태양처럼 어두워져가고 있었어요. 그 속에서 절망과 망조를 읽을 수 있었어요. 그러나 둘 다 알고 있었어요. 우리는 이제 K.ITOYA의 존재를 알아버렸어. 최소한 한 블록 너머에만 있었어도 안 갔을 K.ITOYA. 그러나 이토야 건물 후문으로 나오자마자 등장한 K.ITOYA 건물. 이건...선택지가 없군요.


일본 공예 예술 도구의 무한지옥 이토야로 다시 끌려들어간다!


머리 끄댕이 잡혀 질질 끌려가듯 K.ITOYA 건물 안으로 들어갔어요.


일본 도쿄 문구점 K.Itoya


K.Itoya 문구점은 6층이었어요. K.Itoya 안내를 보면 1층은 필기구, 2층은 공책, 3층은 문구류, 4층은 연필과 색연필 등등, 5층은 물감, 6층은 지구본을 판매하는 매장이 있대요.


일본 최대 문방구 Itoya 긴자점


다양한 볼펜이 있다.


일본제 볼펜


있는 힘 없는 힘 쥐어짜가며 매장 안을 꼼꼼히 둘러봤어요. 아까 이토야에서 당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한 층씩 얌전히 올라가며 구경한 후 엘리베이터 타고 한 번에 내려올 생각이었어요.


하얀 바탕에 분홍빛 벚꽃과 푸른 잎이 촘촘히 새겨진 기모노를 입고 있는 일본. 나를 보며 다소곳이 서 있어. 그런데 왜 너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지? 눈물이 고여 있는 두 눈으로 나를 원망하듯 쳐다보고 있어. 왜? 무슨 일 있어? 두 눈에 가득찬 눈물이 한 방울 또르르. 왜 나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거야? 내가 네게 무엇을 잘못했지? 부르르 떨리는 입술이 열리고 바르르 떨리는 가는 목소리로 내게 말해.


아나타와...

아나타와...

아나타와...


나? 내가 왜? 길거리에 함부로 담배 꽁초도 안 버리고 일본의 질서를 잘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잖아. 돌아다니면서 음식 먹은 적도 없고 길거리에서 고성방가를 한 적도 없어. 나 일본에서 잘못한 거 없는데? 설마 지하철에서 사진 찍은 거? 그냥 진짜 순수한 사진만 찍었다구! 내가 몰카를 찍었어, 뭘 했어? 왜 나를 보며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거야? 내 일본어 실력?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잖아!


"당신은 혼이 실린 계단 오르내리기를 하지 않았잖아요!"


고막을 찢어버릴 것 같은 날카로운 절규. 종종걸음으로 뛰어와 내 두 허벅지에 칼을 푹 찔러. 그리고 주저앉으며 내 두 발에 칼을 찔러. 계속 흐느껴 우는 일본. 어째서...어째서...


이 뭔...


일본 계단


어째서 나는 일본 와서 혼이 실린 계단 오르내리기를 해야만 하는가.


절대 이해 불가. 왜 혼을 실어서 계단 오르내리기를 해야 하지?


그래. 다 내가 나쁜 놈이야. 내가 못 된 놈이야. 아주 쓰레기 같은 정신상태로 일본 도쿄 여행을 하고 있었어.


2016년 중국 여행을 생각해봐. 무수히 많은 중국인들 사이에서 무쌍 찍으며 다니던 그 시절. 내 앞에 새치기하는 놈들을 어깨로 쳐내고 내 앞에 있는 놈한테 어깨를 끼워넣고 몸통박치기로 밀어내며 새치기를 하던 여행. 왜 그래야 하는지 몰랐지만 그래야만 했던 그 여행. 몰상식 공중도덕 상실 중국인들 속에서 나는 전력을 다해 내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치열하게 여행했다.


그런데 지금 도쿄 여행은 어떤가. 혼이 실린 여행이라 할 수 있는가? 아니야. 나는 혼을 실어서 여행하고 있지 않아. 일본이란 커피 하나 타 마시더라도 혼을 실어 1나노리터라도 칼 같이 맞추기 위해 발악하는 나라 아닌가. 그런데 나는 그런 일본이라는 나라를 과연 혼을 실어 여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나는 단 한 번이라도 일본 도쿄에 와서 혼을 실어 계단을 오르내린 적 있는가?


납득당해버렸어요. 왜인지 몰라요. 혼이 실린 계단 오르내리기. 그래요. 나의 모든 것을 다 쏟아부어서 혼이 실린 계단 오르내리기를 안 하고 있었어요. 뭔가 이건 정말 아닌 것 같고 틀린 것 같지만 쓸 데 없이 혼을 실어야 했어요. 내 영혼 모든 것을 다 담아서 난간 하나하나를 밟아 올라가야 했어요. 그것이 바로 모든 것에 혼을 싣는 일본다운 여행이닐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거 같은데...


절망했어요. K.Itoya 건물에는 에스컬레이터는 고사하고 엘리베이터조차 없었어요. 오직 계단 뿐이었어요. 이 말은 6층까지 계단을 다 올라가야 했고, 6층까지 올라간 후에는 반대로 계단으로 걸어내려와야 한다는 소리. 어째서 선진국이고 공학 기술이 발달한 일본에서 혼을 실어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단 말인가! 아무리 일본에 왜 에스컬레이터, 무빙워크가 진귀한 것인지 나름대로 원인을 분석했다 해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어요. 그러나 변하지 않는 잔인한 현실이었어요.


2층으로 걸어올라갔어요.


일본 기술력


일본 경공업


"혼이 실린 여행을 해야 해!"


절규했어요. 앞으로 4번 계단을 더 올라야 했어요. 그리고 다섯 번 계단을 더 내려와야 했어요. 그래도 최선을 다하기로 했어요. 매장을 꼼꼼히 둘러보고 사진 찍을 만한 것은 사진을 찍기로 했어요.


일본여행


도쿄여행


trip in Japan


3층으로 올라갔어요.


일본 도쿄


일본 문구류


일본 문방구


동경 여행


4층으로 올라갔어요.


日本旅行


東京 旅行


화려하고 다양한 색채의 향연이었어요. 사진 찍는 재미만큼은 아주 확실했어요.


Trip in Tokyo


일본 여행 사진


일본 도쿄 여행


천천히 둘러보며 사진을 계속 찍었어요. 빨리 둘러보고 싶어도 다리가 아프고 발바닥이 아파서 그럴 수 없었어요. 사진을 열심히 찍은 이유 중 하나는 그나마 사진 찍을 때가 안 걷고 쉴 수 있는 잠깐의 시간이었기 때문이었어요. 사진을 찍으려면 서 있거나 앉아 있어야 하니까요. 예술에 푹 빠져서 감성적인 이유로 사진에 몰입해 고통을 잊는다는 소리가 아니었어요. 일단 안 걸으니까 아주 미세하게나마 피로를 덜 수 있다는 과학적 이유 때문이었어요.


Tokyo


일본 추천 여행지 - 이토야


일본 도쿄 추천 여행지 - 일본 최대 문구점 이토야


Japan


다채로운 색깔은 날카로운 색연필이 되었어요.


일본 색연필


연필 끝이 알록달록하게 제 무릎과 발바닥을 무자비하게 찔러대었어요.


일본 학용품


문구류 좋아하거나 미술 용품 찾는 사람이라면 정말 좋아할 곳이었어요.


일본 미술용품


이제 5층으로 올라갈 차례였어요. 친구 얼굴을 쳐다봤어요.


얼굴 피부가 강철로 변해버렸냐...


친구 표정은 아주 딱딱하게 굳어 있었어요. 왜 혼을 실어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지 전혀 이해 못하는 표정. 굳은 표정 뒤에는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었어요. 힘들어서 상기된 건지, 계단 올라가야 한다는 현실에 분노해서 상기된 건지 분간이 안 갔어요. 붉게 상기된 친구의 얼굴 이면에는 붉게 녹은 쇳덩이가 가득한 용광로의 열기처럼 분노가 펄펄 끓고 있었어요.


그러나 다 둘러봐야만 했어요. 친구도 이왕 온 거 다 둘러보고 나가겠다는 일념으로 타오르는 분노를 억지로 꾹 참고 있는 중이었어요.


5층으로 올라갔어요.


일본 미술용품


4층이 색연필이 다채로운 색채의 향연을 만들어내고 있었다면 5층은 물감이 다채로운 색채의 향연을 만들고 있었어요.


일본 물감


trip in Tokyo


두 발을 있는 힘 없는 힘 쥐어짜가며 계단을 올라갔어요. 드디어 마지막 6층이었어요.


일본 지구본


자, 되었지? 혼이 실린 계단 오르기 만족하지?


하얀 바탕에 분홍빛 벚꽃과 푸른 잎이 촘촘히 새겨진 기모노를 입고 있는 일본. 빨간 꽃이 수놓인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는다.


"내 마음도 몰라주고..."


그래, 되었어.


"혼을 실어 준비한 내 성의도 몰라주고..."


그런 성의라면 반품하고 싶습니다만...너나 많이 받으세요. 나는 절대 거절할께요. 하지만 받아버렸어. 일본의 입술꼬리가 미세하게 살짝 올라간다. 이렇게 나를 괴롭혔으니 충분하지? 만족하지? 나 이제 혼을 실은 계단 오르기 한 거 맞지?


일본 인테리어 소품


"아니요, 아직 부족해요."


뭐가? 난간 부여잡고 간신히 여기까지 올라오는 거 못 봤어? 두 다리 힘으로 올라오는 게 아니라 두 팔 힘으로 올라오는 거 봤잖아! 뭐가 더 부족한데? 내가 뭘 혼을 안 실었는데?


환한 표정으로 바뀐 일본. 나를 꼭 껴안으며 내 귀에 대고 조용히 말해.


"이제 내려가셔야죠."


아...맞다.


여기 엘리베이터 없잖아. 1층까지 또 계단으로 걸어서 내려가야 해.


휘청거리며 내려왔어요. 술 기운 다 깨었는데 두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어요. 아까 에비스 맥주 기념관에서 술기운 절정으로 올랐을 때도 멀쩡했던 발걸음. 정작 술기운 다 깨고 나서야 술취한 듯 두 다리가 휘청거리고 있었어요.


난간 손잡이를 꽉 쥐고 간신히 아래로 내려왔어요.


일본 도쿄 여행 추천 - 일본 도쿄 긴자 이토야 문구점


이제 진짜 이 일본 공예 도구의 지옥에서 탈출이야.


진짜 탈출이었어요. 두 다리를 질질 끌며 이토야 문구점에서 빠져나왔어요.


33 일본 최대 문구점 - 일본 도쿄 긴자 이토야


마지막 최후의 힘 한 방울까지 다 빨려버렸어요. 더 이상 걸을 수 없었어요. 힘든 수준을 아득히 넘어섰어요. 진짜로 무릎과 발바닥이 아파서 견딜 수 없었어요. 주변을 둘러봤어요. 어디 앉아서 쉴 곳 없나 찾아봤어요. 혼을 실어서 간절한 마음으로 두 눈에 쌍심지 켜고 찾아봤어요. 벤치 따위는 없었어요. 쉴 수 있는 공간이 아무 곳에도 없었어요. 카페라도 가려고 하면 무조건 또 걸어야 했어요. 그러나 무릎과 발바닥에 아파서 도저히 더 걸을 상황이 아니었어요.


"아, 저기 있다!"


길거리에 주차되어 있는 승합차. 승합차 뒷편으로 갔어요. 길바닥에 주저앉았어요. 신발을 벗었어요. 발바닥 통증이라도 조금 줄여야 했어요. 발바닥 통증을 줄이려면 신발을 벗어야 했어요. 지금 쪽팔린 게 문제가 아니었어요. 아예 더 걸을 수 없었어요. 당장 아사쿠사에 있는 숙소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이 통증으로는 무리였어요. 어떻게든 통증을 조금 줄여야 숙소로 돌아가든 우체국을 가든 할 수 있었어요.


돌고래 초음파 맞먹는 오호호홋 웃음 소리. 하얀 기모노를 입은 일본은 저를 보며 아주 만족해하고 있었어요. 마지막 최후의 힘 한 방울까지 다 빨아먹어서 아주 신났어요. 혼이 실린 계단 오르내리기를 해 정신까지 붕괴해버린 제 모습을 보고 그제서야 만족했대요. 자기가 혼을 실은 만큼 저도 혼을 실어서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대요. 뭔 시덥잖은 계단 오르내리는 것도 앞으로 계속 혼을 실어서 하래요.


모든 걸 하얗게 불태워버렸어.


무슨 후지산을 올라갔다 와서 지쳐 나자빠졌으면 이해라도 해. 이런 건 나름대로 멋이라도 있어. 모든 걸 하얗게 불태우고 바닥에 주저앉아 나는 저 높은 곳을 끝까지 올라가봤다고 중얼거릴 수라도 있지. 그런데 이게 뭐야. 별 것 아닌 건물 계단 오르내리기 하고서 내 모든 게 하얗게 불타버렸어. 정신조차 하얀 잿가루만 남았어. 어째서 이렇게 길바닥에 주저앉아 있어야 하는가.


그러나 일어날 수 없었어요. 앞으로도 이렇게 혼이 실린 여행을 하라는 일본. 계단 난간 하나를 밟아 올라갈 때마다 얼마나 계단 난간 하나 만듦에 있어서도 혼을 실었는지 음미해보며 올라가라는 일본. 이게 뭐가 멋있다는 거야! 일본 계단이라고 한국 계단과 달리 장인의 정신이 들어간 계단일 리 없잖아! 친구와 저 모두 멘탈 붕괴에 체력 고갈로 바닥에 주저앉아버렸어요. 저와 친구를 가려주는 길가에 주차된 승합차가 정말 고마웠어요. 누가 봐도 이건 패잔병 꼴이었으니까요.


"가자."


그러나 아직 걸어야할 길이 남아 있었어요. 일본 도쿄 츄오구 24시간 영업 우체국인 긴자 우체국 日本 東京 中央区 銀座 郵便局 에 가야만 했어요. 이토야 문구점에서 구입한 엽서를 제 자취방으로 부쳐야 했어요. 일반적인 우체국은 모두 영업이 끝난 시각. 엽서를 부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긴자 우체국까지 걸어가야만 했어요. 거기에 가야만 엽서를 부칠 수 있었어요.


아까 것이 최후의 힘 한 방울이라면 이것은 최최후의 힘 한 방울이다.


다시 신발을 신고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가야만 했어요. 하얀 기모노를 입은 일본이 저를 꽉 껴안았어요. 제 가슴에 얼굴을 파뭍으며 너무 만족해하고 있었어요. 말 없이 해맑게 활짝 미소 짓고 있었어요. 드디어 제가 그 놈의 혼이 실린 여행 궤도에 올라왔거든요.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발바닥이 칼로 찌르는 것처럼 아팠어요. 얼얼한 수준이 아니었어요. 진짜 많이 아팠어요.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어요. 일본 도쿄에 온 이상 일본인들이 그렇게 강조하는 '혼이 실린 태도'로 여행해야 했어요. 그렇게 긴자 우체국까지 가야 했어요. 모든 혼을 다 실어서요.


혼을 실어서 아스팔트 포장 도로를 한 걸음 한 걸음 음미하며 걸었어요. 음미당하고 있었어요. 발걸음이 엄청나게 무거웠거든요. 속력을 내고 싶어도 도저히 속력을 낼 수 없었어요. 숨 쉬는 힘까지 쥐어짜가며 걷고 있었어요.


일본 24시간 우체국인 긴자 우체국을 가기 위해서는 먼저 히가시긴자역 東銀座駅 으로 가야 했어요. 한자 그대로 읽으면 동은좌역. 동쪽에 있는 은 의자 역.


일본 도쿄 긴자 밤거리 풍경 사진


정말 체력이 바닥났어요. 캐논 SX70 HS 카메라의 뛰어난 손떨림 보정 기술로도 해결되지 않는 손떨림이 일어나고 있었어요. 온몸이 휘청거리고 있었기 때문에 사진이 마구 떨렸어요.


일본 긴자


그래서 사진을 안 찍고 그냥 걸어갔어요. 몇 장 찍어봤지만 감당할 수 없는 손떨림이 사진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거든요.


"흡연실 있네?"


일본 긴자 흡연실


그래도 흡연실 사진은 찍었어요. 흡연실을 매우 잘 만들어놨어요. 이렇게 흡연 구역을 잘 설치해놨으니 길거리에 담배 꽁초가 굴러다니지 않는 것이었어요.


Ginza in Tokyo, Japan


번쩍이는 긴자의 밤. 그러나 내가 걸어가는 길은 저 번쩍이는 불야성이 아니라 갈 수록 어둠이 짙어지는 길.


긴자 우체국으로 갈 수록 번화가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었어요. 체력이 고갈되어가는 것과 맞추어 주변 풍경도 어두침침해지고 있었어요.


日本 東京 銀座


"우체국이다!'


우체국이 보였어요. 있는 힘 없는 힘 쥐어짜서 성큼성큼 걸어갔어요.


일본 우체국


"뭐야!"


어둠 속에서 홀로 밝게 빛나는 우체국.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보니 우체국 문은 닫혀 있었어요.


"긴자 우체국 문 닫은 거 아냐?"


분노가 폭발하려고 하고 있었어요. 분명히 24시간 영업하는 우체국이라고 해서 억지로 여기까지 걸어왔어요. 그렇지만 우체국 문은 굳게 닫혀 있었어요.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고는 ATM 창구 뿐이었어요. ATM 창구 너머 우체국 내부는 불은 켜져 있었지만 셔터가 내려가 있었어요. 절망스러웠어요. 허무했어요. 왜 여기까지 걸어왔는지 허탈했어요. 친절한 일본, 정확한 일본 같은 말은 개나 줘버리라고 큰 소리로 외치고 싶었어요.


친구가 구글맵을 살펴봤어요.


"여기 아니야. 24시간 영업하는 긴자 우체국은 더 걸어가야 해."


친구가 구글맵을 보더니 이 우체국이 아니라 다른 우체국이라고 알려줬어요.


아...미안.


郵便局


오해했어요. 이 우체국이 아니었어요. 다른 우체국이었어요. 또 계속 비틀거리며 걸어갔어요. 그렇게 또 계속 걸어가자 우체국이 나왔어요. 입구는 굳게 닫혀 있었어요. 불도 꺼져 있었어요. 누가 봐도 문 닫은 우체국이었어요. 지도를 확인해 봤어요. 긴자 우체국 맞았어요. 24시간 영업한다고 되어 있는데 셔터 내리고 영업 끝났어요. 이제 머리 뚜껑 열리고 영혼이 유체이탈할 것 같았어요.


'아니야. 이건 내가 입구 못 찾은 것일 거야.'


경비 할아버지가 보였어요. 경비 할아버지께 다가갔어요. 물어봤어요. 긴자 우체국 입구 어디냐고 물어봤어요. 경비 할아버지께서는 우체국 건물을 돌아서 뒷편으로 가면 24시간 영업하는 긴자 우체국 창구 입구가 있다고 알려주셨어요.


경비 할아버지께서 알려주신대로 걸어갔어요. 우편물 적하가 이뤄지는 곳을 지나 더 걸어가자 불이 켜진 입구가 보였어요.


"저기다!"


맞은편 빌딩 입구에서는 일본인들이 흡연을 즐기고 있었어요. 그리고 긴자 우체국 24시간 창구 안으로 우편물을 들고 들어가는 일본인이 있었어요. 긴자 우체국은 우편 업무에 한해 24시간 영업하는 곳 맞았어요. 일본인이 우편물을 들고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그대로 따라 안으로 들어갔어요.


日本 東京 中央区 銀座 郵便局


한쪽 벽에는 안내가 붙어 있었어요. 초등학교 교실 벽에 있을 법한 디자인이었어요. '이것은 일본 교실 입구에 있는 게시판이야'라고 이야기해도 믿을 법한 모습이었어요.


Ginza post office in Tokyo, Japan


2019년 8월 29일 오후 6시 44분. 이 시각에 우편물을 부치기 위해 우체국으로 온 일본인들이 있었어요.


일본 24시간 우체국


구석에 의자가 있었어요. 친구와 사이좋게 의자에 앉았어요. 엽서와 카드를 써서 제 자신에게 보내야 했어요. 가방에서 아까 이토야에서 구입한 엽서와 카드를 꺼냈어요.


이것들은 이토야에서 구입한 일본 엽서에요.


일본 엽서


日本 絵はがき


Japan post card


그리고 이것들은 이토야에서 구입한 일본 카드에요.


일본 카드


japan card


엽서 한 장과 카드 한 장을 골랐어요. 간단히 '일본 도쿄에서. 2019년 8월 29일.'이라고 적었어요.


'풀 없나?'


카드 봉투에 풀이 안 발라져 있었어요. 봉투 입구를 풀로 붙여야 했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창구 앞 책상으로 갔어요. 액체를 충분히 머금은 스펀지가 담긴 통이 있었어요. 봉투를 액체를 머금고 있는 스펀지에 찍어서 붙여봤어요. 안 붙었어요. 접착력이 아예 없었어요. 봉투 입구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시 벌어졌어요. 스펀지가 머금고 있던 액체는 풀이 아니라 물이었어요.


'이거 풀 없으면 못 부치는데?'


봉투 입구가 열려 있는 상태로 제 자취방으로 카드를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어요. 어떻게든 안에서 풀을 구해야 했어요. 만약 정 풀이 없다면 카드는 숙소로 다시 들고가서 숙소 카운터에서 풀을 빌려 입구를 봉해야 했어요.


"일본어로 풀이 뭐지?"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친구에게 물어봤어요. 친구는 일본어 사전에서 풀이 일본어로 뭔지 검색해봤어요.


"풀이 일본어로 노리래."

"노리? 그거 김 아냐?"

"봐. 맞잖아."


친구가 검색 결과를 보여줬어요. 일본어로 풀은 '노리' のり 였어요. 지금까지 일본어로 '노리'는 김이라고 알고 있었어요.


'일본어로 풀이 노리 맞아?'


방법이 없었어요. 풀을 빌릴 수 있다면 빌려야하는 상황이었어요. 창구로 갔어요. 창구 직원에게 카드 봉투를 보여주며 말했어요.


"저는...풀이 없는데요..."


풀을 '노리'라고 말하며 봉투를 보여줬어요. 그러자 직원이 풀을 건네주었어요.


고맥락 문화는 이런 게 참 좋아!


한국과 일본은 고맥락 문화에요. 저맥락 문화에서 고맥락 문화로 갈 수록 직설적인 표현을 피하는 경향이 있어요. 고맥락 문화일 수록 아주 확실히 다 말하는 것보다 적당히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 예의에 맞아요. 전세계적으로 보면 한국도 고맥락 문화 국가로 분류되요. 그런데 일본은 한국보다 훨씬 더 고맥락 문화 국가에요. 더 에둘러 표현해야 하고 더 눈치껏 알아들어야 한다는 거에요.


이 점은 양날의 칼이에요.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어요. 먼저 나쁜 점이라면 문화를 모르면 제대로 뭘 말하고 싶어하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에요. 어떤 맥락에서 이야기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눈치도 필요하지만 문화에 대한 지식도 상당히 많이 요구하거든요. 쉽게 말해서 경험이 많이 쌓여야 상대방이 말하는 진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


반면 좋은 점도 있어요. 언어 실력이 별로 썩 좋지 않을 때 특히 이 장점이 두드러져요. 적당히 아는 데까지만 최선을 다해 이야기하면 상대방이 알아서 말하지 않은 뒷부분을 눈치껏 다 알아듣거든요. 저맥락 문화권에서라면 '저는 지금 풀이 없어서 봉투 입구를 못 부치고 있어요. 혹시 풀을 갖고 있다면 제게 풀을 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라고 전부 똑바로 말해야 해요. 뭐 다 사람 사는 동네니까 풀이 없다고 하고 봉투를 보여줘도 눈치껏 이해하기는 할 거에요. 그러나 이러면 예의에서 엄청나게 벗어난 거에요. 하지만 고맥락 국가에서는 이렇게 주절주절 일에서 백까지 다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요. 적당히 '풀이 없어요...'라고 이야기해도 그렇게까지 크게 예의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지금 풀 빌리고 싶다는 것을 눈치껏 잘 알아들어요. '풀 빌려주세요' 같은 정말 핵심적인 부분을 통째로 생략해도 어지간하면 잘 알아듣는다는 거에요.


풀을 받아서 봉투 입구를 붙였어요. 이제 진짜로 엽서와 카드를 제 자취방으로 부칠 차례였어요.


"이 엽서와 카드, 우표로 되나요?"


우체국에서 스티커를 붙여서 우편물을 부치는 경우가 꽤 있어요. 이런 스티커는 아름답지도 않고 무성의해 보여요. 예쁜 그림이 그려진 우표가 붙은 엽서를 원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표로 붙여서 부쳐줄 수 있냐고 물어봐야 했어요. 직원은 된다고 대답했어요. 직원에게 카드와 우표를 건네주고 돈을 지불했어요. 직원은 우표가 들어 있는 파일철을 꺼냈어요. 어떤 우표를 붙여주는지 정확히 보지 못했어요. 카드와 엽서에 붙어서 올 일본 우표는 한국 가서 받아봐야 확실히 알 수 있었어요.


제 자취방으로 엽서와 카드를 성공적으로 부쳤어요. 이제 한국 돌아가서 며칠 기다리면 받아볼 수 있을 거였어요. 도중에 분실만 되지 않는다면요. 엽서와 카드가 납북당하지만 않는다면, 강제북송당하지만 않는다면 제 자취방으로 잘 올 거였어요. 일본은 한국에 관심 많은 나라이니 남한, 북한을 똑바로 잘 구분할 거라 믿었어요.


다시 의자로 가서 앉았어요.


"저거 사서함 아냐?"


일본 우체국 사서함


우체국 한쪽에는 사서함이 있었어요.


일본은 아직도 아날로그 방식을 상당히 많이 사용한다고 해요. 전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아직까지도 팩스를 열심히 사용하고 있는 나라가 일본이에요. 그리고 우체국 와서 보니 우편물을 부치는 사람들이 꽤 많았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어지간한 것은 다 이메일로 간단히 처리하는데 일본은 그게 아닌 모양이었어요. 저녁 7시가 되어가는데도 우체국으로 사람들이 우편물을 부치기 위해 계속 오고 있었거든요.


외국으로 부치는 엽서, 편지나 가벼운 소포는 우표를 붙여서 보내주는 것도 꽤 괜찮잖아.


우표 수집하는 사람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어요. 어지간한 편지는 이메일과 메시지 서비스가 거의 전부 대체했어요. 그래도 아직까지도 외국으로 엽서를 보내고, 편지를 보내고, 가벼운 소포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런 엽서, 편지, 소포에 예쁜 우표를 붙여서 보내준다면 꽤 괜찮을 거에요. 우표 자체가 한국을 전세계에 널리 알리는 조그마한 전단지 역할을 하니까요. 우편물이 배달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국 우표를 볼 거고, 그것을 통해 한국이 어떻게 생긴 나라인지 알게 될 거에요.


솔직히 한국이 지금 얼마나 전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나라인지 모르겠어요. 제가 유럽 여행, 카프카스 여행할 때만 해도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 천지였어요. 삼성은 아는데 삼성이 한국 것인 줄 모르는 사람들은 흔해 빠졌고, 최고의 한류 스타는 김정일이던 시절이었어요. 한국이라고 하면 김정일, 삼성, 박지성, 핵개발이 뒤죽박죽 섞여 있었어요. 이게 무슨 30년 50년 전 일이 아니에요. 2012년까지만 해도 이랬어요. 10년도 안 된 일이에요. 아마 지금도 남한 북한 구분 못 하는 사람들 꽤 많을 거에요. 한국 풍경과 문화가 일본, 중국 것과 어떻게 다른지 분간 못 하는 사람은 냉정히 말해서 지구촌 60억 인구 중 59억명일 거구요.


김연아, 싸이, BTS 어쩌구 하지만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에 대해 잘 아는 외국인은 진짜 희귀할 거라 봐요. 대한민국 국명은 알겠죠. South Korea 정도는 알 거에요. 그러나 한국 풍경, 한국 문화를 분간해낼 수 있는 사람은 여전히 얼마 안 될 거라 생각해요. 동아시아 사람들끼리야 젓가락만 봐도 이게 한국 젓가락인지 일본 젓가락인지 중국 젓가락인지 분간해내지만 동아시아를 벗어나면 분간 못 해요.


국내에서는 우편물 부칠 때 우표를 사용하지 않고 간편하게 스티커 써도 상관없어요. 우리들이야 우리나라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아니까요. 그러나 외국에 우편물을 보낼 때는 한국을 알리기 위해 우표를 붙여서 부쳐주는 것이 아직도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건 우체국 직원들이 알아서 해줬으면 좋겠구요.


그리고 우표 디자인도 한국의 전통, 한국의 미를 알릴 수 있는 디자인으로 만들어야 해요. 이게 족보도 없고 근본도 없고 어느 나라 것인지 분간도 안 되는 거지 같은 디자인 우표 말구요. 새, 꽃, 나무 사진만 덜렁 있는 디자인은 솔직히 너무하잖아요. 이거 보고 이게 한국의 문화이고 한국의 풍경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겠어요. 그런 것 말고 단청 문양, 한복 디자인 우표를 만들어서 외국에 보내는 우편물에 붙여줘야 해요. 이렇게 작은 것에서도 한국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야죠.


일본 여행 여행기 예습의 시간 - 29 일본 도쿄 츄오구 24시간 영업 우체국 긴자 우체국 日本 東京 中央区 銀座 郵便局


'일본도 참 재미있는 나라야.'


의자에 앉아 24시간 영업하는 긴자 우체국 우편 창구를 바라봤어요. 한국에 돌아간 후 받아볼 엽서와 카드. 예쁜 일본 우표가 붙어있기를 바랬어요. 주사위는 던져졌어요. 결과는 이미 결정되어 있었어요. 한국 돌아가서 그것을 확인하는 일만 남아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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