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가본 식당은 인천 논현동 소래포구 북한 새터민 음식 두부밥, 콩고기밥 맛집인 국화네 가게에요.
북한 탈북자인 새터민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보면 음식 이야기가 나올 때가 있어요. 그 중 대표적인 음식이 두부밥, 인조고기에요.
'두부밥, 인조고기는 뭐지?'
몇 번 호기심이 생겨서 혹시 서울에서 판매하는 곳이 있는지 찾아봤어요. 서울에는 두부밥, 콩고기밥을 판매하고 있는 식당이 없어보였어요. 한 곳 정도는 있을 것 같은데 안 보였어요. 북한 음식이라고 나오는 것이라고는 서울 냉면을 파는 냉면 가게들이었어요. 아니면 서울 도처에 득시글한 조선족 식당이거나요.
'조선족 음식이랑 북한 음식이 같나?'
저도 처음에는 그런 줄 알았어요. 우리나라에 정착한 새터민이 적지 않은데 새터민들이 운영하는 북한 음식 판매하는 식당은 안 보였거든요. 온통 조선족,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중국 식당만 검색되었구요. 북한과 중공은 국경을 맞대고 있으니까 음식 문화도 비슷한 거 아닌가 추측했어요. 사실 저도 북한 사람들의 말과 조선족 말을 깔끔히 구분해내지는 못해요. 분명히 들으면 확실히 둘이 다르다는 것까지는 구분해낼 수 있는데 뭐가 다른지 설명도 안 되고 그것을 모방하기도 어려워요.
사실 우리가 많이 접하는 말 대부분은 조선족 말투에요. 보이스피싱 전화 한 번 안 받아본 사람 없을 거고, 그때 참 많이 듣게 되는 말이죠. 북한 말투라면 한국 뉴스에 가끔 등장하는 북한 뉴스 진행자 말투 정도일 거에요. 그래서 새터민들이 이 소재를 갖고 방송이나 유튜브에서 말하는 경우도 있어요. 북한 말투라고 나오는데 그거 조선족 말투 막 섞인 거라구요.
저도 한동안 - 꽤 오랫동안 북한 탈북자인 새터민과 조선족들이 뒤엉켜 살고 있는 줄 알았어요. 이것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아주 오래되지는 않았어요. 한국에 있는 여러 식당을 찾아다니다가 알게 되었어요.
중앙아시아 고려인 식당도 가봤고, 중국 조선족 식당도 가봤어요. 이제 남은 것은 새터민들이 운영하는 북한 음식 정도 먹어보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검색해보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서울 조선족 세계에서 명동 같은 곳인 대림역 가면 당연히 있을 줄 알았어요. 대림역에 없더라도 조선족들 많이 몰려 살고 있는 독산동 같은 곳 가면 하나는 있지 않을까 했어요. 그런데 제 예상은 아주 크게 빗나갔어요.
새터민들이 몰려 사는 곳과 조선족들이 몰려 사는 곳은 달랐어요. 어느 정도는 섞여 살 거에요. 그러나 주요 밀집지역은 달랐어요. 일단 이 둘을 같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찾을 수 없었던 것이었어요.
게다가 조선족은 중국인들과 결탁해 나름대로 정치세력화까지 성공했고 여기저기 득시글하게 퍼져 있지만, 북한에서 자유대한의 품으로 목숨 걸고 탈출한 새터민들은 조선족들에 비해 그런 것이 매우 약해 보였어요. 어떻게 보면 TV에서 북한 소재를 다룰 때에는 많이 보이는데, 그 외에는 참 안 보였어요. 딱히 뭔가 세력화된 것 같지도 않았구요. 오히려 조선족들보다 소외당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였어요.
새터민이 우리 주변에서 의외로 잘 안 보이는 것 같은 데에는 몇 가지 설이 있어요. 첫 번째는 조선족과 달리 새터민은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대한민국 사회에 적응되려고 노력한대요. 자기들 유리할 때마다 중국인이랬다가 한민족이랬다가 하는 조선족과 달리 새터민은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우리와 같은 한국인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동화되려고 노력한대요. 그래서 티가 잘 안 난대요. 두 번째는 탈북자에 대한 잘못된 관심과 편견 때문에 새터민들이 자신들 정체를 최대한 숨기려고 노력해서래요. 세 번째는 조선족은 중국인이기 때문에 중국 한족과 힘을 합쳐서 세력화하지만, 새터민은 그런 것이 없기 때문에 조선족에 힘이 밀려서 안 보이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어요. 최근에는 이런 북한 출신 새터민과 조선족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ㅎ모씨 사건이 있었죠. 조선족들이 심각한 언어폭력을 가해 '강제 진압당한' 꼴로 되어 어영부영 넘어가기는 했지만요.
이는 음식, 식당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어요. 평창 동계 올림픽 같을 때 갑자기 무슨 북한 식당 가서 인증하는 유행이 벌어졌어요. 그때 사람들이 몰려간 곳 99.9%는 다 냉면집이었어요. 두부밥 먹으러 가고 인조고기 먹으러 갔다는 글은 단 하나도 못 봤어요. 번지수 잘못 찾아서 조선족 식당 가서 밥 먹었다는 글까지는 봤는데 희안하게 그 유명한 두부밥, 인조고기 먹었다는 글이 안 보였어요. 그럴 수 밖에 없었어요. 새터민들이 북한에서 먹던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이 진짜 없었거든요.
그러다 올해 여름에 드디어 한 곳 찾아냈어요. 인천에 있었어요. 이 동네 특징이 새터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라고 했어요.
"인천 저기 어떻게 가?"
인천은 일단 의정부에서 무지 먼 동네. 이건 정말 작정하고 가려고 해도 먼 동네였어요. 게다가 이 식당이 있는 곳은 지하철로 바로 갈 수도 없는 곳이었어요. 소래포구, 소래습지생태공원에서 가깝기는 한데, 인천남동공단쪽으로 어느 정도 걸어가야 했어요.
그러다 추석 즈음이었어요. 제가 이번 추석때는 자취방에 있을 거라고 하자 친구가 같이 놀자고 했어요. 시간 되면 같이 드라이브 가도 좋다고 했어요.
'아, 얘한테 같이 그 새터민 식당 가자고 해야겠다.'
북한 새터민 음식인 두부밥, 콩고기밥을 판매하는 식당인 국화네 가게에 간 김에 소래습지공원도 보고 주변 좀 돌아다니다 돌아오면 딱이었어요. 친구도 좋다고 했어요. 식당에 전화해봤어요. 추석 연휴에 영업한다고 했어요.
그리고 사이좋게 늦잠 잤다.
늦잠 자서 못 갔어요.
'인천 그 식당 언제 가지?'
늦잠 자서 못 가니 그 식당이 더욱 가보고 싶어졌어요. 친구와 같이 가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어요. 친구와 같이 가려면 일단 친구가 하루 종일 쉬어서 아침부터 만나야 했거든요. 가려면 혼자 가든가 해야 했어요.
'그냥 빨리 다녀오자. 궁금해한다고 우리 동네에 생길 것도 아닌데.'
그래서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2시간 걸려서 가보기로 했어요.
2시간 넘게 걸렸어요. 카카오맵에는 '국화네 가게'라고 등록되어 있는데 간판은 '국화네 맛집'으로 되어 있었어요.
국화네 가게 안으로 들어갔어요. 빈 자리가 없어서 멀뚱멀뚱 서 있었어요. 아주머니께서는 제가 멀뚱멀뚱 서 있는 것을 보고 제게 먹고 갈 건지 들고 갈 건지 물어보셨어요. 그래서 먹고 갈 거라 대답했어요. 아주머니꼐서 자리를 비켜주셨어요. 자리에 앉았어요.
"콩고기밥 하나랑 두부밥 하나 주세요."
"반반으로 해줄까요?"
"반반 되요?"
"예."
"그러면 그렇게 주세요."
혼자서 콩고기밥 하나와 두부밥 하나를 주문했더니 아주머니께서는 반반으로 주냐고 물어보셨어요. 그래서 당연히 반반으로 달라고 했어요.
국화네 가게 메뉴를 보면 두부밥은 10개에 만원, 콩고기밥은 20개에 만원이었어요. 반반이니까 두부밥 5개, 콩고기밥 10개. 갯수가 짝수인 이유가 있었어요.
'냉면도 시킬까?'
냉면, 비빔냉면, 온면, 옥수수온면, 순대국 가격은 5000원이었어요. 계획과 달리 두부밥 5개에 콩고기밥 10개 주문해서 1만원이었기 때문에 냉면이나 순대국 같은 것을 주문해도 되기는 했어요. 그러나 이것까지 주문하면 왠지 많을 것 같았어요. 국물 있는 건 일단 무조건 많다고 보면 되거든요. 국물도 마셔야 하니까요.
밑반찬은 오이무침, 생선포무침, 무채무침이었어요. 일단 셋 다 짜지 않았어요. 처음 집어먹을 때는 생선포 무침이 제일 맛있었어요. 압도적으로 맛있었어요. 고소하고 짜지 않아서 아주 어린이 영양간식이었어요. 그러나 대반전이 있었어요.
인조고기밥이 나왔어요.
어묵 비슷하게 생긴 것 속에 밥이 절반만 들어가 있었어요. 생긴 모양이 매우 특이하게 생겼어요. 제가 지금까지 먹어본 음식 중 이것과 비슷하게 생긴 음식이 없었어요.
"이거 맛있다!"
양념이 듬뿍 발라져 있었지만 짜지 않았어요. 예, 짜지 않았어요. 오히려 현대 대한민국 음식 기준으로 본다면 조금 밍밍하다고 느낄 수 있는 정도였어요. 짠맛은 꽤 약한 편이었어요.
대신 짠맛이 부족한 것을 매운맛으로 채우려 했는지 매운맛은 꽤 강한 편이었어요. 캡사이신, 베트남 쥐똥 고추 쓰지 않고 맵게 만들 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맵게 만든 것보다 아주 살짝 덜 매웠어요.
콩고기는 질겅질겅 씹혔어요. 식감이 참 독특했어요. 한국에서 이것과 비슷한 식감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아마 딱히 없을 거에요. 어묵 볶음이 그나마 식감이 조금 많이 비슷했는데, 어묵 볶음보다는 질겼어요.
전체적으로 보면 맵고 씹는 맛이 있었어요.
그리고 이것 때문에 밑반찬 순위가 확 바뀌었어요. 처음 밑반찬만 집어먹을 때는 생선포 무침이 제일 맛있었어요. 그런데 이것과 생선포 무침은 아예 안 어울렸어요. 콩고기밥 양념의 매운맛이 강한 편이라 생선포 무침은 밍밍하고 아무 맛 안 나는 것 같았거든요. 오히려 오이 무침이 갑자기 최고로 맛있는 밑반찬으로 인생역전했어요. 오이무침의 시원한 맛이 콩고기밥과 꽤 잘 어울렸어요.
두부밥이 나왔어요.
구성은 매우 단순했어요. 얇게 썰어서 튀긴 두부 사이에 흰 밥이 들어갔고, 거기에 양념을 발라먹는 것이었어요.
두부밥도 맛있었어요. 양념장이 고춧가루 듬뿍 들어간 양념이었어요. 이걸 발라먹으면 살짝 매콤했어요. 두부밥에는 무채 무침이 제일 잘 어울렸어요.
아...왜 두부밥이 한국에서 반응이 영 시원찮은지 알겠다.
새터민들은 한국 사회에 동화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그런데 인간이 노력으로 잘 안 되는 것이 있어요. 대표적인 것이 바로 혓바닥이에요. 개인적인 음식 취향은 쉽게 안 바뀌어요. 어느 정도 익숙해질 수는 있지만 완전히 동화되는 것은 정말 어려워요. 이건 노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에요. 각고의 노력을 거쳐도 힘들어요.
두부밥, 콩고기밥은 아직 한국 사회에 동화되지 않았다. 귀순하지 못했다.
두부밥, 콩고기밥 전부 먹으면서 왠지 이거 제주도 시장, 길거리 음식 뒤지면 있을 거 같은 느낌이었어요. 단맛도 없다시피 하고 짠맛도 없다시피 했거든요.
그래서 이 음식들은 맛있기는 하지만, 포지션이 진짜 애매했어요. 대한민국 일반인들이 밥으로 먹기에는 너무 단순했어요. 오직 두부밥, 오직 콩고기밥만을 식사로 먹기에는 너무 단순해서 식사로 자주 먹을 만큼 좋아할 음식은 아니었어요.
간식으로 먹자니 이번에는 너무 순했어요. 술안주로 만들자니 이건 밥이 들어가는데다 역시나 맛이 너무 순박했어요.
먹으면서 맛있기는 한데 과거 새터민이 세운 두부밥 팔던 가게가 왜 없어졌는지 이해가 되었어요. 한국 음식 문화에서 두부밥은 정말 심각할 정도로 포지션이 애매했어요. 주식으로도 부족했고, 간식으로도 부족했고, 술안주로도 부족했어요. 어떻게 먹으려 해도 다 애매하니 토종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없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어요.
이거 살릴 아이디어가 있다.
그러나 분명히 이 음식을 출생부터 대한민국인 한국인들이 좋아하게 만들고 팔리게 만들 아이디어가 있었어요.
양념장 대신 양념치킨 소스 써!
고추장 베이스로 된 양념치킨이나 닭강정 소스로 밥을 비벼서 속에 넣어주는 거야. 그리고 밥을 양념치킨 양념과 비빌 때 그냥 비비지 말고 무채를 아주 잘게 다져서 무채가 식감에서 포인트를 주게 만드는 거야. 두부는 튀기기 전에 축축한 상태에서 미리 소금 쳐서 두부 속까지 소금이 베어들게 만들고. 이러면 별미로 팔릴 수 있어. 단짠의 조합에 살짝 매콤한 맛. 여기에 두부와 밥. 간식으로 판다면 승산 있을 걸?
이건 콩고기밥도 마찬가지야. 조금만 수정하면 가능성 있어. 주식으로 파는 것은 출생부터 대한민국인 한국인들이 밥 먹는 습관과 맞지 않기 때문에 어려워. 그러나 이걸 간식으로 만들어서 판다면 팔릴 수 있어.
두부밥, 콩고기밥 양념을 북한에서 먹던 방식이 아니라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양념치킨 소스를 조금 개조해서 밥과 비벼버린다면 간식으로 될 거 같았어요.
후식으로 나온 떡은 매우 맛있었어요. 팥 도넛도 맛있었어요. 팥 도넛은 껍질이 바삭하고 속에 팥이 잘 들어 있어서 간식으로 한 알씩 꺼내서 먹기 좋게 생겼어요.
특히 채식주의자들이 많이 좋아하게 생긴 음식이었어요. 일단 두부, 콩고기, 흰 쌀밥, 밥에 발라먹는 양념에는 고기가 안 들어갔고, 밑반찬도 생선포 무침 빼면 무채, 오이였으니까요. 그리고 정말로 매우 독특하고 맛있었어요. 만약 영 밍숭밍숭한 것 같다면 두부밥에는 소금, 콩고기밥에는 설탕 살짝 뿌리면 맛이 확 살아날 거에요.
진짜 북한 음식인 두부밥, 콩고기밥을 먹을 수 있는 새터민 북한 음식 맛집인 국화네 가게는 인천 소래포구에서도 멀지 않아요. 소래습지생태공원은 바로 옆이나 마찬가지구요. 한 번은 찾아가서 먹어볼 가치가 있었어요. 소래포구, 소래습지생태공원 놀러갈 때 점심으로 두부밥, 콩고기밥 먹으러 간다면 괜찮을 거에요. 설령 입에 잘 안 맞는다 하더라도 진짜 북한 음식인 두부밥, 콩고기밥을 먹어본다는 의미가 있구요. 이것들 파는 식당은 진짜 찾기 어렵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