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이다!"
공룡. 그것은 남자 어린이의 로망. 세상에 어렸을 적 공룡과 쇳덩이에 열광하지 않은 남자는 없을 것이다.
부모들은 자기 자식이 공룡 이름을 줄줄줄 외우는 것을 보고 자기 자식이 천재인 줄 착각하지. 티라노사우르스, 트리케라톱스, 브라키오사우르스, 스테고사우르스, 벨로시랩터, 브론토사우르스 등등으로부터 시작해 별별 듣도 보도 못한 공룡 이름까지 아이들은 줄줄줄 외워대. 이것은 남자 어린이라면 한 번씩 꼭 겪는 관문 것은 것이야. 어렸을 적 공룡에 열광해본 적 없는 남자는 없을 거야. 심지어는 공룡과 로봇을 싸움붙이는 인형놀이를 하기도 하지. 까마득한 과거와 까마득한 미래의 불꽃 튀기는 대결.
일본 도쿄 국립과학박물관 공룡 엑스포 특별 전시회는 포스터부터 지나치게 자극적이었어요. 이건 남자라면 누구나 일단 눈길이 한 번 갈 수 밖에 없는 포스터였어요. 눈이 번쩍 뜨이고 호기심에 혹할 수 밖에 없었어요. 무려 공룡이니까요. 게다가 이건 무려 진짜 뼈를 전시해놓은 거라고 되어 있었어요. 적당히 알 부스러기 몇 조각 갖다 놓고 납작해진 시조새 화석 모형 갖다 놓고 공룡 발자국 화석 사진 몇 장 걸어놓고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뼈다귀 몇 조각, 그나마도 멀쩡한 건 없고 부스러기 뼛조각 갖다놓고 거창한 이름 붙여놓은 전시회가 아니었어요. 뭐가 어찌 되었든 거의 완벽한 전체 모양을 갖춘 공룡 화석이 전시되어 있다고 적혀 있었어요.
이건 유료라도 꼭 볼 거야!
이보다 더 자극적일 수 없었어요. 이것보다 더 강렬하게 유혹적일 수 없었어요. 까마득한 어린 날의 추억을 원초적으로 자극하는 포스터. '너는 이미 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다'였어요. 가뜩이나 한국과 일본의 격차가 얼마나 큰 지 보고 싶었던 차에 하필이면 공룡 엑스포 특별 전시회. 주최가 무려 NHK에 아사히신문. 이보다 더 좋은 비교 대상은 찾을 수 없을 거였어요.
줄을 섰어요. 얼마라도 돈을 지불하고 볼 작정이었어요. 친구 것까지 제가 돈을 내겠다고 했어요. 친구는 제가 거칠게 흥분하는 것을 보고 같이 줄을 섰어요.
증기기관차 꺼져!
입구 옆에는 증기기관차가 있었어요. 이것도 나름대로 볼거리라면 볼거리였어요. 그러나 당연히 눈에 전혀 안 들어왔어요. 이런 것 보려고 줄 선 것이 아니었거든요. 진짜 공룡 화석을 보고 싶었어요. 그것도 아주 온전한 공룡 화석요.
"이거 유료인가봐."
혹시 무료인가 했지만 역시나 유료였어요. 상관 없었어요. 일본 도쿄 국립과학박물관 공룡 엑스포 특별 전시회 입장권 가격이 보였어요. 성인은 1인당 1600엔이었어요. 한국 돈으로 따지면 약 18000원짜리 관람비였어요. 게다가 친구 표도 제가 산다고 했기 때문에 제가 지불해야 할 돈은 3200엔이었어요. 상관 없었어요. 이런 기회는 절대 흔하지 않으니까요.
오히려 가격이 1600엔이었기 때문에 더욱 흥분되었어요. 이건 이제 모 아니면 도에요. 극악의 악평을 팔만대장경 급으로 쏟아내든가, 최상의 호평을 마구 쏟아내든가 둘 중 하나였어요. 1600엔이면 일본 식당에서 밥 두 끼 사먹을 수 있는 돈. 한국과 비슷했어요. 한국에서도 관람료로 16000원 내고 전시회를 구경하라고 한다면 그 평가는 극단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어요. 이것은 비싼 가격이 짊어져야만 하는 숙명 같은 거에요.
주변을 둘러보았어요. 빵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꾹 참아야만 했어요.
일본인 어른들도 흥분했어!
저만 마구 기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어요. 일본인 어른들도 크게 기대하고 있는 표정이었어요. 얼핏 보면 알 수 없지만 눈과 입가를 보고 알 수 있었어요. 공룡에 열광한 기억이 있는 것은 한국 남자나 일본 남자나 똑같았어요. 재미있는 점은 일본 여자들도 내심 기대하고 있는 표정이었다는 것이었어요. 눈과 입가에 나타난 속마음은 숨길 수 없었어요. 아이들은 당연했구요.
더욱 재미있는 것은 이 푹푹 찌는 더위 속에서 기대에 가득 찼지만 기다리는 것을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달래는 일본인 부모의 표정이었어요. 솔직히 이런 상황에서는 웃기 어려워요. 그런데 웃고 있었어요. 단순히 한국과 일본의 가정 교육 방식 차이가 아니었어요. 사실은 일본인 부모들도 이 전시회가 보고 싶었기 때문에 그런 밝은 표정을 지으며 기다리기 힘들어하는 자녀를 달래고 있는 것이었어요.
사람들이 밀집해 줄 서 있었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훨씬 더 뜨거웠어요. 더운 날씨 받고 습기 받고 여기에 체온까지 더해진 상황. 수증기를 뿜어내는 선풍기가 힘차게 돌아가고 있었어요. 수증기를 뿜어내는 선풍기는 자연적인 더위와 습기, 그리고 인간이 뿜어내는 36.5도의 체온에 시달리며 줄 선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시원함을 제공하고 있었어요. 사람들 모두 선풍기 앞에서 잠시 더위를 식혔어요.
이 고통과 1600엔이라는 가격을 과연 보상해줄 수 있을 것인가?
일반인과 대학생은 1600엔, 초등학생과 중학생 및 고등학생은 600엔이었어요. 이것만 보았어요. 제가 지불해야 할 돈은 총 3200엔이었어요. 친구는 별 흥미 없었지만 제가 너무 보고 싶어서 끌고 가는 거라 제가 자진해서 내준다고 했거든요.
성인용 표 2장을 구입했어요. 3200엔을 지불했어요.
자, 이제 나에게 3200엔 가치가 있는 전시를 보여다오.
발걸음을 재촉했어요. 어서 빨리 보고 싶었어요. 우에노 공원 일정은 아직 꽤 남아 있었어요. 일본 도쿄 국립과학박물관 공룡 엑스포 특별 전시회를 본 후에 진짜 도쿄 국립과학박물관도 봐야 했거든요. 그리고 도쿄 국립과학박물관을 다 보고 시간이 남으면 주변 다른 박물관들도 쭉 다 둘러볼 계획이었어요. 일본국립박물관도 있었고, 국립 서양 미술관도 있었어요. 전부 일본 국립 과학 박물관 근처에 있었어요.
일본 도쿄 국립과학박물관 공룡 엑스포 특별 전시회는 2019년 10월 14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오후 1시 55분. 전시회장 안으로 들어갔어요. 안내문이 있었어요. 무려 일본어 바로 아래에 한국어 안내문이 있었어요. 상당히 뿌듯했어요. 일본이 한국인 관광객에 대해 이만큼 많이 신경써준다는 증거니까요.
안내문 전문은 다음과 같았어요.
인사말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69년, 미국에서 발견된 신종 육식공룡은 날카로운 갈고리 발톱을 가진 것에서 '무서운 발톱'을 의미하는 데이노니쿠스 (Deinonychus)라고 명명되었습니다. 이 공룡은 재빠르고 활발하게 돌아다니며 무리 지어 사냥하는 지능을 가진 것으로 보여 그때까지 우둔한 생물로 여겨졌던 공룡의 이미지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공룡 르네상스'로 불리는 새로운 공룡관의 시대가 시작된 것입니다. 이 전시회에서는 데이노니쿠스라고 이름 지어지는 근거가 된 귀중한 표본을 일본 최초로 공개합니다.
1970년에는 몽골 고비사막에서 데이노케이루스 (Deinocheirus)가 보고되었습니다. 길이 2.4m의 거대한 앞발을 가진 이 공룡은 앞발 이외의 화석이 발견되지 않아 약 40년간 그 모습이 베일에 가려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 2개의 화석이 발견됨으로써 그 전신상이 밝혀진 것입니다. 전시회장에서는 데이노케이루스의 전신 골격을 세계 최초로 복원하여 미스터리한 공룡의 경이로운 모습을 소개합니다.
또, 홋카이도 무카와초에서는 일본의 공룡 연구 사상 최대라고 일컬어지는 발견이 있었습니다. 발견 당시 이 화석은 수장룡인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연구와 조사 결과 공룡인 것이 확인되었으며, 대형 공룡으로 전신의 80%나 되는 뼈가 발견되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 '무카와류 (하드로사우르스과 공룡)'는 그 후 2018년 9월에 발생한 홋카이도 이부리 동부 지진에서도 기적적으로 화를 면하였습니다. 무카와초 이외에세는 여기 우에노에서 처음으로 전신 실물화석과 전신 복원 골격을 공개합니다.
이 전시회에서는 이러한 일본 국내외의 중요 표본을 한곳에 모아 공룡 연구 50년의 변천을 되돌아보는 동시에 포란과 육아, 색, 성별, 절멸의 미스터리 등, 최신 공룡 연구를 소개합니다.
개최를 위해 중요한 표본을 대출해 주신 박물관 및 연구기관을 비롯하여 협찬, 협조를 해 주신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주최자
입구에서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도 대여 가능했어요. 그러나 이건 3000엔이 넘었어요. 그래서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는 대여하지 않기로 했어요.
시작부터 분위기를 고조시켰어요.
저 발톱으로 초식공룡 몸통을 갈기갈기 찢은 거야?
시작부터 매우 강렬했어요. 데이노니쿠스 발가락 화석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어요. 사람들 모두 사진 찍고 보느라 정신 없었어요.
역시 과학은 이래서 좋아!
한자와 가타가나만 읽을 수 있으면 굳이 한국어 설명이 없어도 대충 이해할 수 있었어요. 일본어 지식이라고는 오직 한자와 가타가나만 요구할 뿐이었어요. 그것만 알면 대충 봐도 무슨 말인지 다 이해할 수 있었어요. 관람하기 매우 편했어요. 일본식 영어 표기법에 대한 감이 전혀 없다면 약간 어려울 수도 있지만요. 그냥 보고 한자와 가타가나를 따라 읽으면 되었어요. 한자를 일본어로 어떻게 읽어야하는 지식조차 전혀 요구하지 않았어요.
시작부터 한국과 일본의 격차가 크게 느껴졌어요. 분위기를 띄우는 전시물 배치는 상당히 높은 점수를 줘야 했어요. 입구에 데이노니쿠스의 갈고리 발톱 화석만 딱 전시해놓고 푸르스름한 빛으로 신비감을 더하는 방식은 이런 전시를 기획하는 사람들이 보고 기억해놓으면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었어요. 감성을 자극하고 호기심을 키우는 전시물 배치였어요.
안쪽으로 들어갔어요.
"야, 이거 진짜 초대박이다!"
이 역동적인 포즈!
감성 자극에 일가견이 있는 일본다웠어요. 이걸 보고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한국이라면 이런 전시에서 전부 뻣뻣하게 서 있는 포즈로 진열해놨을 거에요. 아주 증명사진, 영정사진 포즈로 만들어놨겠죠. 그러나 일본은 확실히 달랐어요. 화석 전시를 저렇게 역동적인 포즈로 전시해놨어요. 저런 발상을 해냈다는 것 자체가 굉장했어요. 공룡 뼈다귀 저것 자체만으로도 무수히 많은 상상을 얻을 수 있었어요.
이건 단순히 공룡 매니아들을 위한 것이 아니에요. SF 소설을 쓰는 사람 및 판타지 소설을 쓰는 사람에게도 영감을 줄 수 있는 전시물이었어요. 머리 속으로 상상하는 것과 실제 보는 것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거든요. 데이노니쿠스 화석이 저렇게 역동적으로 뛰어서 덮치는 장면을 본다면 이것을 SF소설 및 판타지 소설에서 좋은 소재로 사용할 수 있을 거에요.
SF 소설이라면 초경량화시킨 공격 로봇을 떠올릴 수 있을 거에요.
판타지 소설이라면 딱 저렇게 생긴 괴물을 상상할 수 있겠죠. 오직 살육 본능에 충실해서 마구 물어뜯는 뼈만 남은 공룡. 뼈만 남기 때문에 화살 및 투척 무기는 무력화되어버려요. 이거 무지 무서운 거에요. 저거한테 총을 쏴본다고 상상해보세요. 저것이 회피기동하면서 무지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장면을 머리 속에 그려보세요. 저건 총으로도 어려워요. 뼈 밖에 없기 때문에 일단 명중시키는 것 자체가 어려워요. 그리고 저것이 사람을 덮쳤을 때를 상상해보세요. 발톱으로 등짝을 찍고 갈기갈기 물어뜯는데 뼈 밖에 없기 때문에 피와 살점이 사방팔방 튈 거에요. 물어뜯은 살점이 머리뼈 밖으로도 튀고 머리뼈 안으로 들어가 땅에 뚝뚝 떨어진다고 상상해보세요. 이보다 무서운 장면 없을 거에요.
게임 개발에서도 응용 가능해요. 뼈가 수북히 쌓여 있는 던전을 만드는 거에요. 플레이어가 던전에 들어가면 랜덤하게 저런 뼈만 남은 공룡이 여기 저기에서 일어나 공격하는 거에요. 아주 민첩하게 움직이며 플레이어를 공격하는 거에요. 활 및 투척 무기는 사실상 무기력해지고 칼을 휘둘러도 때릴 부분이 적은데다 민첩성 극대화라 데미지가 잘 안 들어가는 거에요.
여기에서 이미 한국과 일본의 수준 차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버렸어요. 일본의 저력이 확 느껴졌어요. 플라스틱으로 모형을 만들어서 전시해도 좋아요. 저런 역동적 포즈를 만들어서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거에요. 그걸 보고 사람들은 각자 상상의 나래를 펼칠 거에요. 그리고 그 상상의 나래가 바로 문화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져요. 공룡 화석의 역동적 포즈를 직접 보는 것과 공룡 뼈다귀 파편 몇 조각 보고 공룡 모습을 억측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천지차이에요. 이런 차이는 문화 산업 경쟁력으로 바로 이어져 버릴 수 밖에 없구요.
위안부 소녀상 만들 돈으로 이런 기술을 열심히 배워오라구!
일본에게 망신주겠다고 아주 여기저기 위안부 소녀상을 세워놓고 있어요. 그런데 그거 세워서 우리가 얻을 게 뭐가 있나요? 한국의 발전에 뭐가 도움되나요? 감정적으로 화풀이하는 것에 불과해요. 심지어 위안부에 대한 진실조차 제대로 연구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에요. 아마 한국인들 대부분이 일본이 일본 매춘부들을 상대로 위안부를 모집해서 전선으로 보낸 게 일본 위안부의 시발점이라는 것조차 모를 거에요. 그리고 일제강점기 조선땅에서도 공식적으로는 똑같은 방식으로 모집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를 거구요. 일본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 어떤 과정으로 인신매매가 일어났는지 한국에서 제대로 연구된 자료는 실상 없어요. 단언컨데 없어요. 무슨 유럽 노예상인들이 아프리카에서 노예사냥하듯 조선인 여성들을 사냥했다는 식의 선동 뿐이에요. 그러니 감정적으로 동상 세우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죠. 세계 무대에서는 일제강점기 관련해서 일본한테 논리적으로 두들겨 처맞기 바쁘구요.
정말 일본이 밉고 용서 못 할 존재라면 오히려 그 돈으로 이런 일본의 여러 기술력을 마구 배워와서 한국 발전에 이바지하는 게 맞아요. 솔직히 저런 전시 노하우를 위해 일본이 쏟아부은 돈이 얼마겠어요? 일본도 저거 그냥 얻은 노하우가 아니에요. 엄청난 돈 들인 초대형 기획 전시를 수 차례 하면서 얻은 노하우죠. 이런 걸 1600엔 내고 쓰윽 본 후 한국에 적용시켜봐요. 일본은 속이 부글부글 끓을 거에요. 자기들은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얻은 노하우인데 우리는 고작 1600엔 쓰고 가져가니까요.
저는 이런 것이 진정한 복수라고 생각해요. 감정적으로 위안부 소녀상 마구 만들어 설치해봐야 한국인들끼리 감정적으로 만족하는 것 말고 무슨 의미가 있나요? 지금도 일본으로 원정 성매매 가는 한국 여성이 한둘이 아니라고 해요. 이런 기술을 마구 배워와 더 이상 저런 말이 안 나오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복수에요. 위안부 소녀상 만들 돈으로 일본의 기술력 하나하나를 다 빼오는 것이 진정한 보상이고 진정한 복수에요. 일본은 눈 뜨고 자기네가 엄청난 돈 쏟아부어 만든 기술과 노하우를 털리는 것을 멀뚱멀뚱 바라만 봐야 하니까요.
"와...장난 아니다!"
일본의 저력에 온몸을 두들겨 맞고 있었어요. 구석에 처박혀 쭈그리고 앉아 발에 밟히고 정신없이 얻어터지는 급이었어요. 일본을 찬양하려는 것이 아니에요.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압도되고 있었어요. 전시물, 전시기술 전부요. 아무리 잃어버린 30년 소리가 나오고 있고, 그 기간 동안 우리나라가 많이 쫓아갔다고 해도 양국간 격차는 어마어마했어요. 그냥 게임이 안 되는 수준이었어요. 아직 클라이막스까지 가지도 못했는데 이미 떡실신 상태가 되어버렸어요.
'미국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은 대체 얼마나 굉장한 거야?'
일본이 이 정도인데 세계적으로 최강급인 미국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은 대체 얼마나 굉장할지 마구 궁금해졌어요.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이 미국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미국의 문화 산업 경쟁력은 어마어마하게 올라갈 거에요. 그곳을 본 사람들의 상상력을 다 합치면 진짜 살아 있는 티라노사우르스 급이 되겠죠. 진심으로 나중에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어졌어요.
계속 꼼꼼히 전시물을 살펴봤어요.
전시물을 하나씩 천천히 살펴보고 있었어요. 뒤에서 한국인이 큰 소리로 말했어요.
"여기 것은 모조품이야."
그런 말 하지 마. 더 비참해지잖아...
일본 도쿄 국립과학박물관 공룡 엑스포 특별 전시회 자체가 굉장했어요. 차라리 진품인 게 나아요. 진품이라면 돈의 차이로 이야기가 되니까요. 오히려 만약 이게 다 모조품이라면 기술력 차이만 더 극명하게 드러날 뿐이었어요. 일본 어린이들은 이런 것 보고 엄청나게 다양하고 구체적인 상상의 나래를 펼치겠지. 한국 어린이들은 공룡 알조각, 부서진 뼛조각 몇 개, 공룡알 파편, 공룡 발자국 사진이나 보면서 이상한 그림을 그려야 하구. 모조품으로 거대한 공간을 가득 채울 능력도 안 된다는 소리밖에 더 돼? 그러면 더 비참하잖아.
이미 친구 표까지 사기 위해 낸 돈 3200엔이 아깝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역동적인 포즈로 전시해놓은 데이노니쿠스 화석을 본 것만으로도 3200엔 가치가 있었어요. 그렇게 전시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티라노사우르스!"
여기 저기에서 일본 아이들이 '티라노사우르스!'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공룡 중 최고는 역시 티라노사우르스지.'
웃음을 참았어요. 일본 아이들도 공룡이라 하면 일단 티라노사우르스였어요. 그게 제일 보고 싶을 거에요. 일본에서도 티라노사우르스가 공룡의 왕이라고 하나봐요. 이건 미국도 마찬가지일 거 같아요. 영화 쥬라기공원에서 쥬라기 공원 상징이 티라노사우르스잖아요. 역시 아이들에게는 무조건 닥치고 티라노사우르스가 최고였어요. 이건 한국이나 일본이나 똑같은 모양이었어요.
드디어 대망의 데이노케이루스 화석이 등장했어요!
푸흡! 푸흡! 낄낄낄낄!
웃음이 터져나오려는 걸 억지로 꾹 참아야만 했어요. 계속 웃음이 터져나왔어요.
야, 어른들이 더 좋아하잖아!
인증샷 찍고 사진 찍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여기 저기서 '스고이' 소리가 들렸어요.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도 똑같았어요. 어찌 된 것이 아이들보다 부모가 더 좋아하고 있었어요. 엄마도 아빠도 매우 신났어요. 아이들은 데이노케이루스 화석을 쓰윽 본 후 티라노사우르스를 찾고 있었어요. 그러나 어른들은 데이노케이루스 화석을 보느라 정신없었어요. 어머니와 아버지는 아이에게 공룡 화석을 보라고 하며 공룡에 대해 뭔가 열심히 일본어로 설명해주고 있었어요.
이건 아이들에게 공룡을 보여주기 위해 온 게 아니었다. 어른들이 자기들이 보고 싶으니까 아이들을 끌고 온 것이었다.
입장할 때만 해도 마치 아이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왔다는 표정을 억지로 지어보이던 일본인 부모들. 그런데 안에 들어와서 진짜 데이노케이루스 화석을 보는 순간 본심이 드러나버렸어요. 그래, 당신들은 아이들에게 좋은 구경을 시켜주기 위해 온 게 아니야. 아이들에게 좋은 구경 시켜주겠다는 것은 다 핑계일 뿐. 정작 당신들이 아이들보다 더 보고 싶어서 온 거잖아! 당신들 속마음 딱 걸렸어!
데이노케이루스 화석 옆에는 타르보사우르스 화석이 있었어요.
거대한 데이노케이루스 화석.
역시나 커다란 타르보사우르스 화석.
"이거 시선 처리 장난 아닌데?"
시선 처리가 매우 뛰어났어요. 타르보사우르스가 데이노케이루스에게 시비거는 모습이었어요. 조금 멀찍이서 보면 이것 또한 매우 역동적인 전시물 배치와 시선처리였어요.
일본 도쿄 국립과학박물관 공룡 엑스포 특별 전시회 1부가 끝났어요.
"우리 잠깐 쉬자."
친구가 잠깐 쉰 다음에 다음 전시를 보자고 했어요. 몇 시인지 봤어요. 2019년 8월 27일 오후 2시 25분이었어요. 입장했을 때가 오후 1시 55분이었어요. 고작 1부 보는 데에 30분 걸렸어요. 규모가 그만큼 장난 아니었어요. 볼거리도 많았구요.
친구와 특별 전시 1관에서 나와 잠시 의자에 앉아서 쉬었어요. 제 웃음이 떠나지 않았어요. 이미 3200엔어치는 충분이 다 채웠어요. 반드시 증명사진, 영정사진 포즈로 전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배웠어요. 오히려 할 수만 있다면 역동적인 포즈로 전시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실제 제대로 된 공룡 화석을 봤다는 것도 상당히 큰 의미가 있었구요. 여기에서 2관 안 보고 그냥 나간다 해도 친구 표까지 사주느라 쓴 돈 3200엔이 하나도 안 아까웠어요.
"이제 2부 보자."
아직 또 남아 있었어요.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공룡 화석을 천장에 매달아놨어!"
어룡 화석을 천장에 매달아놨어요. 더욱 실감났어요. 아마 저거는 확실히 모조품 아닐까 해요. 그러나 이게 진품인지 모조품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에요. 천장에 매달려 있어서 역동적인 모습이 되었어요. 게다가 공룡 화석의 세계로 빠져든 느낌을 만들어내고 있었어요.
한쪽에서는 공룡 관련 영상을 틀어주고 있었어요.
특별 전시회 2부는 전시가 시원시원하게 되어 있었어요.
일본 도쿄 국립과학박물관 공룡 엑스포 특별 전시회 日本 東京 国立科学博物館 恐竜博2019 2부의 하이라이트인 무카와류 (하드로사우르스과 공룡) 전시를 볼 차례였어요.
이렇게 봐서는 특별한 전시 기술력을 느낄 수 없었어요.
그냥 무덤덤했어요.
그러나 몇 발짝 뒤로 물러서면 역시나 굉장한 일본의 박물관 전시 기술 수준을 볼 수 있었어요.
그것은 바로...
무카와 공룡 화석 위에 거대한 거울을 매달아놨어요. 거울을 통해 위에서 내려다본 공룡 화석을 볼 수 있었어요.
이건 한국에서 응용할 분야가 너무 많아!
일단 한국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이 아이디어를 살려보는 것도 매우 좋을 거에요. 특별히 화려하고 아름다운 유물들에 대해서 저렇게 위에 거울을 매달아놔서 수직으로 내려다본 모습을 볼 수 있게 하는 거에요. 고려청자 매우 뛰어나고 아름다운 유물들이잖아요. 국보 제60호 청자 사자형뚜껑 향로, 국보 제61호 청자 어룡형 주전자, 국보 95호 청자칠보투각향로, 국보 제167호 청자인형주자 같은 고려 청자들 얼마나 멋져요. 여기에 다른 박물관에 있기 때문에 모조품을 전시해야만 하는 국보 제68호 청자 상감운학문 매병도 모조품이라고 끼워넣구요. 이렇게 화려한 고려 청자들을 일렬로 전시해놓고 그 위에 수직으로 내려다본 모습을 볼 수 있게 각도를 잘 맞춰서 거울을 설치하는 거에요. 아예 '고려 청자관'이라고 만들어서 이렇게 하는 거에요. 아마 굉장할 거에요.
고려 청자 예쁘고 멋진 것은 누구나 다 알아요. 그런데 정작 이런 멋진 고려 청자를 수직으로 내려다본 모습은 정말 찾아보기 어려워요. 수직으로 내려다본 청자 상감운학문 매병 사진으로 만든 사진 엽서를 만들어서 '이것이 바로 한국의 아름다움이다!'라고 홍보하는 것도 좋을 거에요. 측면 사진과 수직으로 내려다본 사진을 한 엽서에 같이 집어넣는 것도 괜찮구요. 외국인들에게 보내는 것으로 한정해서 우표까지 줘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바로 보내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세계적으로 전단지 뿌리는 효과가 있잖아요.
정말 한국인들이 건전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을 이런 거울을 통해 수직으로 내려다보는 효과를 통해 더욱 키워줄 수 있어요.
여기에 이 방법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더 있어요. 바로 여자 한복이에요.
여성 한복을 좋아하는 여자들이 상당히 많아요. 한국인도 많지만, 외국인도 꽤 있어요. 하도 궁금해서 몇몇 여성 지인들에게 왜 한복을 좋아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돌아온 대답은 진짜 의외였고 놀라웠어요.
"한복은 예쁘게 몸매를 가려주잖아."
현재 한국에서 대중적인 패션은 옷을 타이트하게 입는 것이에요. 그런데 한복은 옷 디자인이 퍼진 스타일이라 몸매를 예쁘게 가려줘요. 이것이 여성들이 한복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래요. 이것은 일본 기모노에도, 베트남 아오자이에도, 중국 치파오에도 없는 한국 특유의 아름다움이에요.
자, 그러면 이제 생각해봅시다.
여러분은 한복을 수직으로 내려다본 적 있나요? 한복 항공샷 본 적 있으세요?
거울 각도를 잘 이용해서 한복 항공샷을 찍을 수 있게 해주는 거에요. 고전적인 한복 디자인은 치마폭이 상당히 넓어요. 위에서 내려다보면 분명히 우리가 여태 거의 보지 못한 또 다른 아름다운 모습이 나올 수 있다는 거에요.
하루 날 잡아서 서울 경복궁, 가회동 한옥마을 같은 곳에서 한복 입은 여자들만 돌아다니게 한 후 수직으로 항공샷을 찍으면 우리가 몰랐던 아름다운 한국 홍보 사진이 나올 수도 있어요. 물론 그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어떤 한복, 어떤 색깔 조화가 좋은지 시뮬레이션을 많이 돌려봐야겠죠.
요즘은 그렇게 잘 보이지 않지만, 한때 한국을 대표하는 춤은 부채춤이었어요. 왜 부채춤은 수직으로 찍은 영상이 그렇게 안 보일까요? 부채춤을 보면 여러 명이 원을 그려 뱅뱅 도는 장면이 있어요. 여기에서 가운데에 한 명을 집어넣고 여러 명이 원을 만들어 뱅뱅 돌 때 홀로 뱅뱅 돌라고 하는 거에요. 이때 가운데에서 혼자 도는 사람의 치마가 확 펴지게 만드는 거에요. 이 장면을 수직으로 촬영해서 한국 홍보 영상으로 보여주고, 이런 무대를 보러 오라고 할 때 무대 위에 초대형 거울을 설치해 위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움과 정면으로 바라보는 아름다움을 동시에 보게 하는 방법도 있을 거에요.
멋지지 않을 것 같다,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할 게 아니라 한 번 시도해본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중요해요. 시도해서 데이터를 획득한 후, 이 데이터를 갖고 보완 및 교정해나가면 되니까요.
아예 항공샷 특화 문화로 발전시켜나가는 것도 매우 좋구요. 이러면 정말로 3D 입체영상으로 보는 아름다움이 있잖아요.
게다가 요즘은 촬영 드론이 널리 퍼져서 항공샷도 많이 찍어요.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서 홍보한다면 또 다른 한국 문화 산업의 발전을 야기할 수도 있을 거에요. 솔직히 아직까지는 왜 화면이 2개인 스마트폰, 접히는 액정을 펼치면 커다란 액정이 나오는 스마트폰을 써야 하는지 이유가 마땅히 없잖아요. 항공샷 기술을 발전시켜서 항공샷과 정면샷을 동시에 보게 만든다면 왜 화면이 2개 또는 접히는 액정 스마트폰을 구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부여할 수도 있을 거에요.
저는 사진 전문가도 아니고 큐레이터도 아니에요. 사진이야 한때 열심히 찍었지만 지금은 별로 안 찍어요. 이렇게 여행 다닐 때나 조금 찍는 정도에요. 전시 기획 같은 것은 아예 접해본 적도 없구요. 그런데 일본 도쿄 국립과학박물관 공룡 엑스포 특별 전시회 日本 東京 国立科学博物館 恐竜博2019 를 보면서 기술 2개를 발견해냈어요. 이 기술을 응용할 방법이 자연스럽게 떠올랐구요.
아마 무수히 많은 한국인들이 일본에 가서 이런 기술과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돌아왔을 거에요. 한국인이 가장 많이 여행가는 나라 중 하나가 일본이니까요. 무턱대고 반일감정 선동하며 일본 여행 가지 말라고 할 게 아니에요. 진짜 정부 차원에서 일본 열받게 하고 일본을 넘어서고 싶다면 일본 관광갔던 사람들에게 이런 걸 설문지로 받아서 관련 기관에 연구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혹자는 분명히 그딴 설문지를 누가 성실히 작성하냐고 할 거에요. 그런데 설문지에 성실히 응한 대가로 1회 한정 면세 범위 2배로 늘려준다고 해봐요. 기를 쓰고 미친 듯이 논문 작성하듯 작성해서 제출하는 사람들 분명히 있을 거에요. 우리나라 면세 한도는 술 1리터, 담배 10갑, 향수 60mL 에 이런 것들 전부 다 합쳐서 면세 총액 600달러 밖에 안 되요. 이걸 설문지를 성실히 응했을 경우 1회에 한해 1200달러로 늘려준다고 해봐요. 쓸 데 없이 문화 예술 지원 사업이랍시고 혈세 낭비하고 자기들끼리 헤쳐먹을 게 아니라요.
대망의 티라노사우르스 화석이 등장했어요. 그렇게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던 티라노사우르스였어요.
'머리 잘 썼네.'
티라노사우르스 화석이 어중간한 자리에 있었다면 도중에 흥이 깨져버렸을 거에요. 누가 뭐래도 공룡의 왕은 티라노사우르스이니까요. 그래서 일부러 맨 마지막쪽에 전시해놓은 것 같았어요.
그림자가 진짜 쥬라기 공원 포스터에 나오는 공룡 머리였어요.
전시는 티라노사우르스 공룡뼈가 마지막이었어요.
전시관에서 나왔어요.
클리닝 재개는 8월 30일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진짜 발굴된 화석을 어떻게 다루는지 보여주는 모양이었어요.
맨 마지막은 기념품 판매점이었어요. 정말 오만가지 기념품이 다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