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예습의 시간 (2019)

[일본 여행] 예습의 시간 - 07 일본 도쿄 다이토구 우에노역 日本 東京都 台東区 上野駅

좀좀이 2019. 9. 12.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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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언제 잠들었지?'


잠에서 깨어나보니 아침이었어요. 방 안은 전혀 밝지 않았어요. 새벽에 일어난 것 같았어요. 오늘 하루 일정을 보람차게 보낼 수 있을 거였어요. 몇 시인지 확인해봤어요. 일본은 우리나라와 같은 시간대에 속하는 나라. 우리나라가 일본 도쿄 기준시를 사용하거든요.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경도 차이가 있어요. 이걸 고려하면 한국이 일본보다 시각은 같지만 해가 한 시간 느려요. 과학 시간 때 배우는 내용이죠. 정오에 태양이 머리 위에 있다고 배우지만, 우리나라는 도쿄 기준시를 사용하기 때문에 해가 머리 위에 있는 것은 얼추 오후 1시쯤이라구요.


"어? 9시 반이네?"


숙소 창문으로 햇볕이 쏟아져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방이 영 침침한 것이었어요. 시간상으로는 2019년 8월 27일 오전 9시 반이었어요.


어제 숙소 방에 들어왔을 때 정말 너무 졸렸어. 샤워할 정신도 없어서 조금 자다 일어나서 샤워하고 다시 누워서 잤어. 그 다음 눈 떠보니 아침 9시 반. 내가 엄청나게 피곤했구나. 일정이 힘든 것도 아니었는데...하긴, 24시간 넘게 안 자고 있었으니까. 오늘은 나가서 부지런히 돌아다녀야지.


오늘 하루를 알차게 보내기로 굳게 다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전날 나름대로 열심히 돌아다니기는 했지만 다리가 별로 아프지 않았어요. 일정 자체는 무리한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전날 잠을 거의 안 잤기 때문에 갑자기 잠이 쏟아지면서 골아떨어진 것이었을 거에요. 엄청나게 푹 잔 기분이었어요. 아주 잘 잤어요. 오늘 일정은 우에노역으로 가서 우에노 공원 및 도쿄과학박물관을 보는 것. 전혀 힘들지 않은 일정이었어요.


씻고 나갈 준비를 했어요. 잠을 푹 자는 수준을 너머 늦게 일어났으니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했어요. 일본 왔으니 뭐라도 하나 더 보고 싶었거든요.


먼저 일어나서 TV를 보고 있던 친구가 제게 말했어요.


"오늘 강수 확률 꽤 높던데?"

"우산 챙겨야겠네."


가방을 열었어요.


'아...나 우산 안 챙겨왔지!'


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뭔가 하나 빠뜨리고 온 거 같다는 느낌은 들었어요. 그러나 방을 둘러봤을 때 딱히 빠뜨리고 나온 것이 보이지 않았어요. 여권도 잘 챙겼고, 항공권과 숙소 예약증도 잘 챙겼고, 노트북 컴퓨터와 디지털 카메라도 잘 챙겼고, 수첩에 볼펜까지 잘 챙겼어요. 콘센트에 꽂혀 있는 플러그도 잘 뽑았구요. 빠뜨린 것이 없었어요. 몇 번을 확인하고 나왔는데도 영 찜찜한 느낌이 가시지 않았어요. 왜 찜찜한지 깨달았어요. 우산을 안 챙겨왔어요.


"나가서 우산 하나 사야겠네."


일기 예보 상으로는 귀국하는 날인 8월 31일에야 날이 좋아질 예정이었어요. 그 전까지는 강수 확률이 매일 매우 높았어요. 아무리 운이 좋다고 해도 한 번은 비가 퍼부을 것이 분명했어요. 정말 운이 좋다면 한밤중 숙소에 들어온 후에 비가 퍼붓고 낮에는 맑을 수도 있었어요. 그러나 그런 천운 따위는 기대하지 않았어요. 정말 운이 좋아도 한 번은 낮에 비가 퍼부을 거였어요.


그래도 이건 속이 안 쓰렸어요. 우산은 한국 돌아가서도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거니까요. 자취방에 우산이 몇 개씩 쌓여 있는 것도 아니고 딱 하나 있었기 때문에 우산 1개 더 늘어나는 것은 그렇게 돈이 아깝거나 속쓰릴 일이 아니었어요.


'이따 카페 가게 되면 가서 어제 오늘 있었던 일들을 기록해놔야겠다.'


가방 속에 노트북 컴퓨터를 집어넣었어요. 원래는 여행 다닐 때 시간이 날 때마다 수첩이나 노트북 컴퓨터에 여행 중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잘 기록해놓는 편이에요. 아무리 피곤해도 숙소 돌아오면 한 시간 정도 하룻동안 있었던 일을 컴퓨터나 수첩에 적어놓아요. 그래야 나중에 귀국해서 여행기 쓸 때 편하거든요. 그런데 전날은 너무 졸려서 수첩을 펼치거나 노트북 컴퓨터를 켜볼 엄두도 못 냈어요. 전날 있었던 일부터 시작해서 오늘 있을 일까지 노트북 컴퓨터에 기록해 남겨놓기로 했어요. 예상컨데 오늘 일정은 무지 널널한 편이었기 때문에 카페에 갈 시간이 충분히 있을 거였어요.


"우에노 공원까지 걸어갈 수 있겠지?"

"여기에서 2km 조금 넘어."

"그러면 걸어가자."


처음 걸어보는 길이니 2km 조금 넘는 길이라면 1시간 조금 넘게 걸릴 길이었어요. 거리 자체는 매우 짧았어요. 2km 조금 넘는 거리라면 느긋하게 걸어도 1시간 걸릴 리가 없었어요. 그렇지만 숙소에서 우에노역까지 걸어가는 길은 처음 가보는 길이었어요. 길 찾고 주변 구경하고 사진 찍다보면 1시간 정도 걸릴 거였어요. 그 정도라면 그냥 걸어가는 것도 괜찮았어요. 어차피 우에노 공원 둘러보고 도쿄 과학 박물관 구경하는 거 말고는 이날 일정 자체가 아예 없었거든요.


숙소에서 우에노 공원까지 2km 조금 넘는 거리니까 돌아올 때도 걸어와도 되는 거리였어요. 우에노 공원 바로 옆에는 우에노역이 있었어요. 제가 머무르는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아사쿠사역과 우에노역은 몇 정거장 안 되었어요. 중요한 것은 제가 머무르고 있는 숙소가 아사쿠사역에서 가깝지 않다는 점이었어요. 우에노역에서 숙소까지 거리는 아사쿠사역에서 숙소로 걸어가야 하는 거리보다 조금 더 길었어요.


'오늘 도보 이동 거리 10km 안 넘잖아.'


여행 계획을 짤 때 제가 제일 중요하게 보는 것이 하나 있어요. 지도상으로 보았을 때 하루 일정 중 도보 이동 거리가 10km는 안 넘는 것이 좋다는 것이에요. 여행 가면 결국 두 발로 걸어서 돌아다닐 수 밖에 없어요. 어딘가 들어가서 구경하려면 두 발로 걸어서 돌아다니며 구경해야 하니까요. 이렇게 구경하기 위해 걸어다녀야 하는 거리는 지도를 보며 하루 이동거리를 계산할 때 통째로 빠져버려요. 등산이나 거대한 공원 관람로를 따라가는 경우는 어느 정도 반영할 수 있겠지만 건물 안에 들어갈 경우에는 반영이 하나도 안 되요. 지금까지 여행 다녀본 경험상 이렇게 건물 안에 들어가서 구경하며 걷는 거리까지 전부 반영한다면 하루 도보 이동 거리는 10km를 안 넘기는 것이 꽤 중요했어요. 지도상으로 봤을 때 도보 이동 거리가 10km 정도 되면 힘든 일정이고, 10km를 넘어가면 각오해야 하는 일정이라고 보면 거의 100% 맞아떨어졌거든요.


우에노 공원까지 왕복 거리는 5km 채 안 되었어요. 이 정도면 즐겁게 돌아다닐 수 있는 거리였어요. 밤까지 돌아다니며 구경할 거라 생각한다면 여유가 많은 일정이었어요.


10시 반 조금 넘어서 숙소에서 나왔어요.


"뭐야? 비 엄청 퍼붓잖아!"


하늘에서 양동이로 물을 끼얹듯 비가 쏟아지고 있었어요. 빗줄기가 매우 강했어요.


'다행이다.'


빗줄기가 강해도 너무 강했어요. 이건 차라리 잘 된 거였어요. 이런 비는 대체로 오래 못 가거든요. 조금 기다리면 그칠 강한 소나기였어요. 숙소 입구에서 빗줄기가 잦아들기를 기다렸어요. 예상대로 조금 기다리자 빗줄기가 매우 약해졌어요. 언제 굵은 빗방울이 쏟아졌냐는 듯 매우 가늘은 이슬비로 바뀌었어요. 우산 안 쓰고 돌아다녀도 될 정도까지 빗줄기가 약해졌어요.


일본 도쿄


일본 도쿄 다이토구 우에노역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아사쿠사도 다이토구에 속해요. 다이토구 안에서만 돌아다니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빗줄기를 피해 숙소 입구에서 서 있는 시간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어요. 시간 많았거든요. 급할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일본 도쿄 다이토구


몇 걸음 내딛지도 않았는데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 비가 뚝 그쳤어요. 구름이 걷히고 푸른 하늘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어요.


日本 東京都 台東区


인도 바로 옆에서 하수도 교체 공사가 진행중인 것 같았어요. 거리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차도 한국에 비해 매우 적었어요.


조금 더 걸어가자 아사쿠사 히사코 토오리 浅草ひさこ通り 가 나왔어요.


일본 도쿄 아사쿠사 히사코 토오리


"히사고도리 조금 보고 갈까?"

"그러자."


시간도 많고 일정도 널널했어요. 숙소에서 조금 늦게 출발했지만 급할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래서 도쿄 아사쿠사 히사고도리를 보고 가기로 했어요.


"상점 하나도 안 열었네."


日本 東京都 台東区 浅草 ひさこ通り


아직 상점들이 문을 제대로 열지 않았어요. 그래서 조금 둘러보다 바로 돌아나왔어요.


일본 도쿄 다이토구 오쿠아사쿠사


히사고도리 맞은편은 오쿠아사쿠사 奥浅草エリア 였어요. 오쿠아사쿠사는 에도 시대에 아사쿠사 게이샤를 파견보내는 관리가 있었던 곳으로, 그 당시에는 유흥가로 알려진 곳이었다고 해요. 지금은 일반 주택들이 모여 있는 한적한 주택가이지만, 고급스러운 식당들도 여기 저기 있다고 해요.


길을 건너서 오쿠아사쿠사까지 보고 가고 싶은 마음은 안 들었어요. 숙소에서 가까운 곳이었거든요. 오쿠아사쿠사 정도는 밤 늦게 숙소로 돌아온 후 가방을 숙소에 놔두고 밤공기 쐬며 산책하러 가도 되는 곳이었어요. 그래서 오쿠아사쿠사는 길 건너편 입구만 바라보고 나중에 가기로 했어요. 아무리 시간적 여유가 많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길을 하나씩 전부 다 들어가보며 가면 시간 엄청 걸리거든요. 이렇게 다니는 것은 일단 이날 목표인 우에노 공원과 도쿄 과학 박물관을 보고 난 후에 생각해보기로 했어요.


일본 도쿄 거리


인도와 차도 경계에 화분을 세워놨어요.


bycicle in Tokyo


자전거가 매우 많이 보였어요.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도 여럿 있었고, 주차되어 있는 자전거도 많이 있었어요.


일본 자전거


한국이었다면 자동차 주차장으로 만들었을 곳에 자전거가 빽빽하게 주차되어 있었어요. 길거리에 자전거가 상당히 많은 이유는 일본 특유의 자동차 구입 시스템 때문 아닐까 싶었어요.


일본에서는 자동차 보관 장소 증명서 自動車保管場所証明書 じどうしゃほかんばしょしょうめいしょ 를 작성해 제출해야만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어요. 돈만 있다고 자동차를 구입할 수 없어요. 일본 체류 경험 있는 사람들이 꼭 이야기하는 일본의 독특한 사회 시스템 중 하나가 바로 차고증명제에요. 보통 돈만 있으면 차를 구입할 수 있는데 일본은 주차장소 증명까지 해야 차를 구입할 수 있거든요. 이것을 제가 알고 있는 이유는 일본 사회 시스템 중 특이한 점이라고 사람들이 잘 지적하는 것이기도 하고, 제 고향 제주도가 자동차 주차 문제로 난리도 아닌 상황이라 차고증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에요.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갔어요.


일본 길거리


쓰레기통이 옆에 있는 자판기가 나왔어요.


일본 자판기


전날 아사쿠사 센소지 근처 자판기에서부터 시작해 여기까지 걸어와서 빈 캔을 버렸어요. 빈 캔을 숙소 방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릴까 잠시 생각했지만, 오기가 생겨서 대체 어디에 쓰레기통이 있는지 가보자고 걷다보니 여기까지 온 것이었어요. 그래서 잊을 수 없는 쓰레기통이었어요. 덕분에 좋은 것 하나 배웠어요. 일본에서는 쓰레기통이 없는 자판기는 거들떠 보지 않는 게 육체건강, 정신건강 둘 모두에게 이롭다는 거요.


세븐일레븐 편의점이 나왔어요.


"아침밥 먹고 가자."


우산도 사야 했고, 아침밥도 먹어야 했어요. 둘 다 간단히 편의점에서 해결하기로 했어요. 일본 편의점 도시락이 맛있다는 말을 많이 들어봤어요. 가격이 저렴하고 맛이 좋아서 주머니 가벼운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애용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어디 한 번 대체 일본 편의점 도시락은 얼마나 맛있는지 직접 먹어보기로 했어요.


일본 편의점 우산


일단 우산을 구입했어요. 우산은 1000엔이었어요. 일본이라고 별 다를 게 없었어요. 1000엔짜리 우산이었지만 Made in China였어요. 중국제였어요.


'일본 와서까지 중국제 따위를 사야 하다니...'


어쩔 수 없었어요. 우산을 안 챙겨왔으니까요. 중국제 우산이라도 구입해야만 했어요. 당장 이날 강수 확률이 높았거든요. 일단 소나기가 한 차례 퍼부었기 때문에 한동안 비가 안 오기는 하겠지만, 언제 또 내릴지 몰랐어요. 중국제 우산을 구입하려니 이건 속이 많이 쓰렸어요. 우산 안 가져와서 일본에서 우산을 사야 한다는 사실은 속이 별로 안 쓰렸지만, 하필 중국제 우산을 사야 한다는 사실은 속이 많이 쓰렸어요.


'괜찮아. 똑같은 중국제라고 해도 선진국에 수출하는 건 그래도 좋은 것을 수출하잖아.'


여러 나라 여행 다녀보며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어요. 중국산이라도 같은 중국산이 아니에요. 후진국에 수출하는 중국제 상품은 쓰레기 수준이에요. 그걸 현지 물가 기준으로 보면 적지 않은 돈에 구입해야 해요. 현지 물가 고려하지 않고 환율로만 계산해봐도 가격이 마구 저렴한 편도 아니에요. 반면, 괜찮게 사는 국가에 수출하는 중국제 상품은 질이 괜찮고 가격도 나쁘지 않아요. 중국인들이 괜히 우리나라 관광와서 중국제도 마구 사가는 것이 아니에요. 중국 본토에서 파는 중국 제품보다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중국 제품 질이 더 좋거든요.


'일본은 한국보다 더 잘 사는 나라니까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중국제 우산보다는 뭐라도 더 낫겠지.'


이렇게 생각하며 쓰린 속을 달랬어요.


제가 구입한 일본 세븐일레븐 편의점 도시락은 치킨까스 도시락이었어요.


일본 세븐일레븐 치킨까스 도시락


뚜껑을 열었어요.


일본 세븐일레븐 편의점 치킨까스 도시락


볶음밥 위에 치킨까스가 올라가 있었어요. 치킨까스 위에는 소스가 뿌려져 있었고, 무를 갈아놓은 것처럼 생긴 것이 올라가 있었어요.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어요. 당연히 일본 세븐일레븐 편의점 치킨까스 도시락도 전자레인지에 돌리지 않고 먹었어요. 전자레인지에 음식 돌려먹는 것 자체를 안 좋아하거든요.


'이래서 한국인들이 일본 가서 편의점 도시락 많이 사먹는구나.'


단순히 돈이 없어서 편의점 도시락을 사먹는 것이 아니었어요. 확실히 편의점 도시락 맛은 일본 것이 한국 것보다 더 맛있었어요. 일단 밥은 한국 편의점 도시락보다 훨씬 더 괜찮았어요. 밥이 한국에 있는 어지간한 식당에서 판매하는 볶음밥보다 더 맛있었어요.


치킨까스는 한국 편의점 도시락에 비해 조금 더 바삭한 기운이 남아 있었어요. 그것 말고는 한국 편의점 도시락 것과 그렇게까지 큰 차이가 없었어요. 하지만 소스 맛은 확실히 일본 음식 맛이었어요. 돈까스 소스는 짜고 간장맛이 느껴졌어요. 간장맛 속에서 가쓰오부시 향이 느껴졌어요. 생선향이 섞인 간장맛이 강한 소스였어요. 여기에 위에 올린 무 갈아놓은 것 같은 것은 단맛을 더하고 있었어요. 소스 맛은 단짠의 조합인데 한국에서 먹는 단짠의 조합보다 단맛, 짠맛 둘 다 훨씬 강했어요. 한국의 단짠 조합이 통기타 댕댕댕 치는 정도라면 이 도시락 소스의 단짠 조합은 일렉트로닉 기타 자가장 자가장 치는 정도였어요. 일본항공 비행기 기내식을 먹었을 때 느꼈던 강한 단맛과 짠맛을 여기에서도 느낄 수 있었어요.


치킨까스 자체는 한국 편의점 도시락 것과 비교했을 때 미묘한 우위를 줄 수 있는 정도였어요. 이것은 무시해도 괜찮을 정도였어요. 그러나 밥에서 차이가 크게 났어요.


도시락을 다 먹고 밖으로 나왔어요.


일본 길거리


도쿄 길거리


"네팔 카레?"


일본 도쿄 네팔 인도 카레 식당


네팔-인도 식당이 나왔어요. 네팔-인도 식당이 있는 것이 신기했어요. 안에 들어가보지는 않았지만 왠지 요리사가 네팔인일 것 같았어요. 한국에서는 네팔 식당인 서울 동대문 에베레스트 식당이 매우 유명해지면서 인도 식당들이 입구에 네팔 국기를 걸어놓기도 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네팔 식당을 찾기 어렵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이 서울 동대문에 있는 네팔 식당인 에베레스트 식당이 2000년대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인기 많기 때문이에요. 오죽하면 그 에베레스트 식당 때문에 그 근방이 네팔인들의 중심지가 되었을 정도니까요. 일본은 저 식당이 독특한 것인지, 다른 이유가 있어서 저런 식당이 있는 것인지 궁금해졌어요.


조금 더 걸어가자 쓰레기가 쌓여 있는 곳이 있었어요.


일본 한국어


역시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인가...


표지판에는 한국어로 '태우는 쓰레기', '태우지 않는 쓰레기'라고 적혀 있었어요. 燃やすごみ 는 '태우는 쓰레기', 燃やさないごみ 는 '태우지 않는 쓰레기'라고 번역되어 있었어요.


진짜 한국인이 쓴 거라면 '태우는 쓰레기', '태우지 않는 쓰레기'라고 적지 않았을 거에요. 한국에서는 보통 '타는 쓰레기', '타지 않는 쓰레기'로 적죠. 간혹 '소각'이라는 단어를 써서 '소각용, 소각가능' 정도로 표기하는 경우도 있구요. 하지만 '태우는 쓰레기', '태우지 않는 쓰레기'라고 쓰는 경우는 없다시피해요. 여기에서 한국과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것이 확 느껴졌어요. 양국이 서로에게 관심이 많다지만 이런 차이가 전날부터 간간이 계속 보이고 있었거든요.


'태우는 쓰레기', '태우지 않는 쓰레기'라는 표현은 문법적으로 틀린 부분이 없어요.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도 맞구요. 이런 것은 어디까지나 언어문화적 차이일 뿐, 그 외에는 따로 지적할 부분이 없어요. 그래서 이런 부분은 교정이 진짜 잘 안 되요. 교정해주려고 해도 맞는 말이기는 하니까 이걸 교정해주는 것이 맞는지 스스로 의문이 들게 되거든요. 굳이 이런 걸 고쳐줘야하나 싶은 생각도 많이 들구요. '이 쓰레기는 불에 태우는 쓰레기입니다'도 맞는 말이고, '이 쓰레기는 불에 타는 쓰레기입니다'도 맞는 말이거든요. 의미적으로는 두 문장에 약간의 차이가 있어요. 하지만 문법적으로 왜 '이 쓰레기는 불에 태우는 쓰레기입니다'에서 나온 말인 '태우는 쓰레기'를 쓰지 않고 '이 쓰레기는 불에 타는 쓰레기입니다'에서 나온 말인 '타는 쓰레기'를 써야 하는지는 설명이 사실상 불가능해요.


일본어로 燃やす もやす 는 '불태우다, 연소시키다'라는 의미의 타동사에요. 일본어에서는 燃やすごみ 라고 하는 게 맞을 거에요. 일본인이 일본어를 엉망으로 적어놨을 리는 없으니까요. 그러나 저걸 그대로 직역해서 이런 쓰레기 분류에서 한국어로 '태우는 쓰레기'라고 하면 뭔갸 묘하게 이질적으로 보여요. 의미도 맞고 문법적으로 틀린 것도 없지만 한국인들은 보통 이런 의미를 전달할 때 이런 표현을 잘 안 써요. 대화에서는 많이 써요. '이거 어떻게 처리하는 쓰레기야?'라고 물어보면 '그거 태우는 거야'라고 대답 많이 하니까요. 그러나 이렇게 분리수거 표지판에 써놓을 때 '태우는 쓰레기'라고 적어놓지는 않아요. 백이면 백 '타는 쓰레기' 라고 적어놓죠.


쓰레기 분류할 때는 '불에 타는 것'과 '불에 안 타는 것'으로 분류하는데, 어떻게 처리할 거냐고 물어보면 '불에 태울 것'과 '불에 안 태울 것'으로 분류해요. 언어학자들이라면 어떻게든 설명하기는 할 거에요. 분류할 때는 '쓰레기의 성질'이 의미상 주어이니 자동사 '타다'를 쓰고, 처리할 때는 행위자가 의미상 주어이니 타동사 '태우다'를 쓴다고 설명할 수 있어요. 그러나 이런 설명은 사실 무의미해요. 아무리 백 번, 천 번 설명하려 들어도 결국은 '그건 그냥 한국인들 언어 문화의 특징'으로 귀결되고 말거든요.


고등학교 1학년때 일본어를 독학하던 시절이었어요. 부모님께서 제게 왜 하필 일본어를 공부하냐고 하면서 하신 말씀이 있었어요.


"일본어는 재일교포들이 있어서 경쟁력 하나도 없어."


그 당시 이 말은 맞는 말이었어요. 게다가 지금은 일본어를 공부하는 한국인이 무지막지하게 많아요. 당장 중학교에서 생활외국어 과목 중 일본어가 있거든요. 중학교 내신은 과목 가산점이 없기 때문에 내신 점수에서 일본어 중요도와 영어, 수학 중요도가 똑같아요. 여기에 이래저래 일본어를 공부하는 한국인, 일본어를 공부해본 한국인도 많고 일본으로 관광가는 한국인도 많아요. 게다가 한국어를 공부하는 일본인들도 있구요.


그런데 '燃やすごみ' 와 '태우는 쓰레기'. 그렇게 일본 여행가는 한국인이 많은데도 이런 차이가 있었어요. 이건 정말 가까워져야 가장 마지막에 수정되는 부분이에요. 문법적으로도 맞고 의미적으로도 맞거든요. 단지 한국 사회에서는 저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저런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타는 쓰레기'를 많이 사용할 뿐이에요. 미세한 문화적 차이에요. 매우 가깝지 않으면, 서로를 정말 잘 알지 못한다면 영원히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없는 부분이에요. 정말 한국과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것이 느껴졌어요.


더 재미있는 것은 재활용 쓰레기 안내였어요. 일본어로는 資源 しげん 이라고 적어놨어요. 영어로는 Recyclables to be placed at collection point 라고 적어놨어요. 한국어로는 '적소에서 모으고 있는 자원'이라고 적어놨어요. 한국에서는 이런 걸 간단히 '재활용'이라고 표기하죠. 영어 표현은 한국식으로 recycle 이라고 적는 게 더 좋은지 Recyclables to be placed at collection point 이라고 적는 것이 더 좋은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한국어만큼은 '재활용'이라고 적는 것이 맞아요. 왜냐하면 한국인들 대부분이 그렇게 쓰니까요.


이건 정말 사소한 것이에요. 설령 한국 입국 시도했다가 공항에서 입국거부 당해서 쫓겨난다고 해도 바로 알 수 있는 부분이에요. 공항에 쓰레기통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달랐어요.


"여기도 복권방 있네?"


일본 로또


로또가 있었어요. 한국에서 로또는 Lotto에요. 일본은 Loto 6 이라고 되어 있었어요.


조금 더 걸어가자 이번에는 복덕방이 나왔어요.


일본 복덕방


"일본은 월세 얼마지?"


복덕방에서 내놓은 추천 월세 원룸은 월세가 6만엔 수준이었어요.


Tokyo city


드디어 우에노 공원을 가기 위해 방향을 틀어야 하는 지점이 나왔어요. 육교를 건너서 쭉 내려가야 했어요. '우에노 공원 방향'이라고 적힌 이정표가 서 있었어요.


"벌써 11시 반이야?"


몇 시인지 봤어요. 2019년 8월 27일 오전 11시 32분이었어요. 거리 구경하고 사진 찍으며 천천히 걸어오다보니 얼마 되지도 않는 거리인데 거의 한 시간이나 걸려버렸어요.


길을 건너기 위해 육교로 올라갔어요.


일본 도쿄 다이토구


Tokyo, Taito City


日本 東京都 台東区


구름이 사라지고 푸른 하늘이 점점 더 넓어지고 있었어요.


"아놔, 두 배로 덥네."


기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었어요. 가뜩이나 습한데 비까지 내린 후라 습도가 쫙쫙 올라갔어요. 아주 그냥 제주도 한여름 날씨였어요. 상당히 익숙한 날씨였어요. 조금만 걸어도 땀이 쫙 나는 더위였어요. 이미 속옷은 땀으로 축축하게 젖었고, 겉옷도 땀으로 젖었어요. 얇은 외투도 눅눅해졌어요. 말 그대로 푹푹 찌는 날씨였어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간절해졌어요. 그러나 아직 걸어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었어요.


일본 도쿄 여행


일본 도쿄


차량 통행 방향만 반대였다면 서울 대로변과 상당히 흡사한 모습이었어요.


육교에서 내려와 계속 우에노역을 향해 걸었어요.


일본 골목길


칙칙한 느낌이 있었어요. 그러나 길 자체는 매우 깨끗했어요.


일본여행


trip in japan


일본 감성


손으로 만든 포스터가 벽에 붙어 있었어요.


일본 미술


날짜를 보니 이미 끝난 것이었어요.


street in Tokyo


일본 도쿄 주택


"여기는 공사장 표지판이 진짜 미안해하고 있는 것처럼 그려놨네?"


일본 공사장 표지판


공사장 표지판 속 사람은 고개를 숙여 양해를 구하고 있었어요.


'역시 여기도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구나.'


일본 쓰레기통


자판기 옆 쓰레기통에는 쓰레기가 꽉 차 있었어요. 그리고 쓰레기통 앞에는 음료수 패트병이 쌓여 있었어요. 쓰레기통과 자판기 사이에는 패트병이 끼어 있었구요. 여기도 사람들 사는 곳이었어요.


이제 우에노역까지 거의 다 왔어요.


"벌리츠다!"


berlitz


Berlitz 는 외국어 학습 교재를 많이 만드는 회사 중 하나에요. 외국어로 된 다른 나라 외국어 학습 교재를 찾다보면 반드시 한 번은 접하게 되는 회사였어요. 정확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어학교육기관이에요.


'일본에 외국어 학습 교재들 더 많이 나왔을까?'


예전에 제가 한창 여러 외국어를 공부해보던 때에는 일본의 일본어로 된 외국어 학습 자료 종류와 수가 상당히 많았어요. 당시 한국은 영어 교재조차 일본 것을 베껴쓸 지경이었어요. 외국어 교재가 몇 종류 존재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그나마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나 가야 직접 볼 수 있는 수준이었어요. 한국과 일본의 격차를 아주 제대로 느낄 수 있었어요. 과연 지금은 어느 정도 격차가 줄어들어들었을지 궁금해졌어요.


우에노역


2019년 8월 27일 오전 11시 59분. 드디어 우에노역에 도착했어요.


日本 東京都 台東区 上野駅


우에노역으로 오자 사람들도 많았고 자동차도 많았어요. 매우 번잡한 곳이었어요.


ueno station in Tokyo, Japan


"아...뜨거워."


우에노역에 도착했을 때,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상태였어요. 아사쿠사에서 우에노역까지 걸어오면서 흘린 땀도 많은데 우에노역 주변은 아사쿠사보다 훨씬 더 더운 것 같았어요. 햇볕 자체도 엄청나게 강해졌어요. 한증막 속에 들어온 기분이었어요. 공기를 들이마쉬며 숨을 쉬고 있는지 양서류가 되어서 피부호흡하고 있는지 분간이 안 될 지경이었어요. 공기를 한 모금 들이마실 때마다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이 아니라 수증기를 들이마시는 기분이었어요.


metro in Tokyo


"우리 점심 어디에서 먹지?"


이제 점심 먹을 때가 되었어요. 점심을 어디에서 먹을지 고민하며 우에노역 근처를 조금 돌아다녀봤어요.


일본 여행 - 예습의 시간 - 07 일본 도쿄 다이토구 우에노역 日本 東京都 台東区 上野駅


우에노역 근처에 기념물이 하나 있었어요. 기념물을 대충 둘러보고 다시 주변을 돌아다니며 점심 먹을 곳을 찾아봤어요.


"저기 롯데리아 있다!"


우에노역 근처에 롯데리아가 있었어요.


'한국 롯데리아랑 일본 롯데리아는 뭐가 다를까?'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한국 롯데리아는 양이 적다는 지적을 많이 받고 있어요. 맥도날드가 워낙 뒷걸음질 많이 쳐서 이제는 롯데리아가 맥도날드보다 낫다는 평이 많이 늘어났어요. 한국에서 롯데리아는 매장이 매우 많고, 가성비는 그렇게까지 뛰어나지 않은 패스트푸드 체인점. 이 정도로는 사실 별로 궁금한 게 없었어요. 정말 일본 롯데리아를 궁금하게 만든 것은 한국 정부의 반일감정 조장 분위기와 관련있었어요.


롯데는 한국 기업이냐, 일본 기업이냐?


중국의 사드 보복 때 중국은 자국에 진출한 롯데를 한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매우 괴롭혔어요. 이것을 보면 롯데는 한국 기업. 그런데 2019년 7월부터 정부와 몇몇 시민단체, 한국어 아는 중국인들이 반일감정 고조를 위한 선동을 하고 있어요. 이 선동에서 파생된 운동이 바로 'No Japan 운동. No Japan 운동은 일본제품 불매 운동이에요. 이런 누가 봐도 정부가 뒤에서 열심히 조장하려고 발악중인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서 롯데는 일본 기업이라고 공격받고 있었어요. 중국에서는 한국 기업이라고 두들겨 맞았고, 한국에서는 일본 기업이라고 두들겨 맞는 상황. 이는 롯데가 정확히는 재일 한국인 기업이기 때문이에요. 한국기업이기도 하고 일본기업이기도 해요. 그래서 궁금해졌어요.


일본 롯데리아와 한국 롯데리아는 얼마나 다를까?


그래서 점심은 롯데리아에서 먹기로 했어요.


ロッテリア


건물 안에 들어가자마자 시원한 에어컨 공기가 저를 차갑게 꽉 껴안아줬어요. 더위와 습기에 시달리다 에어컨의 건조하고 차가운 바람을 쐬자 흐물흐물해졌던 몸이 다시 단단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햄버거를 주문했어요. 한국 롯데리아와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였어요. 햄버거가 나오자 받아서 들고 자리로 갔어요.


일본 캠페인


트레이 위에 깔아주는 종이에는 여자 한 명이 그려져 있었고, 뭔가 수두룩 빽빽하게 적혀 있었어요. 치아와 구강의 건강은 전신 건강을 위한 첫걸음이래요.


Lotteria


롯데는 한국이나 일본이나 딱히 차이를 두지 않는군.


한국에서 먹는 롯데리아나 일본에서 먹는 롯데리아나 별 차이 없었어요. 한국에서 롯데리아 햄버거 크기 참 작다는 말이 꽤 있어요. 일본 롯데리아와 한국 롯데리아 햄버거 크기는 대동소이했어요. 사실상 같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어요. 감자튀김도 별 차이 없었어요. 롯데리아는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똑같은 크기의 햄버거를 판매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한국 롯데리아는 햄버거 크기가 작은 편이라고 했는데, 일본 롯데리아라고 햄버거 크기가 더 크지는 않았어요.


큰 인상은 없었어요. 그냥 '일본 와서 일본 롯데리아를 먹어봤다' 정도의 의의가 있었어요. 한국 롯데리아라고 특별히 햄버거 크기를 작게 만들지는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일본 롯데리아


에어컨 바람이 갈 수록 차가운 수준을 넘어 춥게 느껴졌어요. 몸은 다시 보송보송해졌어요. 햄버거도 다 먹었기 때문에 자리에 더 앉이 있을 이유가 없었어요. 자리에서 일어나 건물에서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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