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예습의 시간 (2019)

[일본 여행] 예습의 시간 - 10 일본 도쿄 우에노역 국립과학박물관 지구관 지하 전시실

좀좀이 2019. 9. 18.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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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품점에는 다양한 일본 도쿄 국립과학박물관 공룡 엑스포 특별 전시회 기념품이 판매중이었어요. 그러나 그렇게 크게 흥미를 끌거나 구입하고 싶은 것은 보이지 않았어요. 그냥 '일본인들은 이렇게 오만 것을 다 기념품으로 만드는구나'라는 생각만 들 뿐이었어요. 이것은 단순히 한국과 일본의 문화 차이, 그리고 마케팅 차이에 기인한 것 같았어요. 우리나라보다 일본이 이런 이벤트 마케팅을 세세하게 더 많이 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에요. 심심하면 무슨 특별판, 한정판 딱지 붙여서 판매하는 거요.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마케팅을 따라해보려는 시도가 몇 년 전부터 종종 보이고 있기는 하나, 아직까지 반응이 시원찮은 편이에요. 오히려 있는 빼빼로데이, 발렌타인데이 같은 것조차 시들해지고 있는 분위기에요.


기념품점을 대충 둘러보고 특별 전시회장 밖으로 나왔어요.


"우리 조금 쉬자."


일본 국립과학박물관 공룡 엑스포 특별 전시회 관람하는 데에 소요된 시간은 1시간이었어요. 줄 서고 기다린 것까지 합치면 1시간이 넘었어요. 예상 외로 관람하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특별전이라고 해서 한국 것 생각하고 30분 정도면 되지 않을까 예상했어요. 그런데 안에 들어가서 보니 전시를 상당히 잘 해놨어요. 눈길을 끌고 사람 잡아놓는 것이 여기저기 있었어요. 단순히 공룡뼈 몇 개 보는 것이 아니라 전시 기술 같은 것까지 하나하나 다 볼 만 했어요.


전시실 외부에 있는 의자에 걸터앉았어요. 찐득찐득한 공기가 사람 피곤하게 만들고 있었어요. 내부의 시원하고 쾌적한 관람환경에서 나오자 공기 속에 습기가 둥둥 떠다니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어요. 우에노역 앞에 사람들이 수건을 머리에 얹거나 부채질하며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단순히 문화가 달라서 그런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정말 습하고 더워서 그렇게 하고 싶었어요.


"이제 도쿄 국립과학관 봐야지."

"거기 돈 따로 내야할 걸?"

"그래도 그거 봐야지. 이건 특별전이잖아."


일본 국립과학박물관은 상당히 역사가 깊은 박물관이에요. 1877년에 우에노산에 교육박물관으로 개칭되어 운영되고 몇 차례 개칭 및 조직 변화를 겪다가 1931년 11월 2일에 도쿄 과학 박물관으로 개칭하고 운영중이에요. 몇 차례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상당히 오래된 박물관이에요. 우에노 공원에 있는 것이 본관이에요. 상설전시물 수가 약 1400점도 아니고 무려 약 14000점에 달하는 거대한 과학 박물관이에요. 상설전시물 수에서부터 이미 한국과는 일단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곳이에요.


'일본 최고의 과학관은 대체 어떤 모습일까?'


이게 매우 궁금했어요. '일본 최고'라는 것들을 하나라도 보고 싶었거든요. 이런 것들 중에서 만만한 것 중 하나가 일본 도쿄 국립과학박물관이었어요. 돈은 얼마를 내든 상관없었어요. 적당히 힐링하고 멍때리려고 일본 도쿄 여행을 온 것이 아니었거든요. 한국과 일본의 격차가 어느 정도인지 직접 보고 싶어서 온 것이었어요. 입장료가 매우 비싸도 이건 꼭 들어갈 계획이었어요.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특별전 출구로 향해 걸어갔어요. 특별전 출구와 일본 도쿄 국립박물관 문으로 이어지는 길이 겹쳐지는 부분이 있었어요.


"우리 여기로 들어가볼까?"

"여기 따로 돈 내야 할 걸?"

"몰라. 따로 돈 내야 한다고 하면 쫓아내든가 하겠지."


안으로 들어갔어요. 로비에 직원들이 앉아 있었어요. 일단 가만히 서서 주변을 멀뚱멀뚱 둘러보는 척 하면서 직원들의 눈치를 살폈어요. 직원들이 전혀 신경 안 쓰고 있었어요. 그렇게 몇 초 가만히 서서 은근슬쩍 직원들의 동태를 계속 살펴봤어요. 분명히 이게 잘못 들어온 거라면 나가라고 할 거였어요. 직원들은 저와 친구를 분명히 봤는데도 가만히 있었어요. 직원들은 평범한 '관람객1, 관람객2' 보는 것 같았어요.


"안으로 들어가자."


안에 들어가도 상관 없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래서 친구를 잡아끌고 안으로 들어갔어요.


저도 여행기 쓸 때야 알게 되었어요. 원래 특별전 가격 1600엔에는 국립 과학박물관 입장료도 포함되어 있어요. 직원들이 근무태만이었고 제가 얌체짓 한 것이 아니었어요. 특별전을 보고 거기에서 들어왔기 때문에 저는 국립과학박물관에 들어갈 자격을 갖추었어요. 직원들은 그래서 저와 친구를 당연히 평범한 관람객1, 관람객2 대하듯 한 것이었어요. 저와 친구만 특별전 가격 1600엔에 국립 과학박물관 입장료가 포함되어 있다는 안내문을 못 봐서 어리석게 눈치 보며 들어간 것이었어요.


특별전 출구와 이어진 일본 국립 과학박물관 전시관은 지구관이었어요.


"여기 뭐 6층이나 있어?"


전시실은 지상 3층, 지하 3층이었어요. 지구관만 6층짜리 전시관이었어요. 여기에 일본관이 또 있었어요. 층수부터 어마어마했어요.


일본 국립 과학박물관 안내


지하 3층 : 자연의 구조를 탐구한다 - 우리들의 세계는 어떻게 만들어져 있을까

지하 2층 : 지구환경 변동과 생물 진화 - 탄생과 멸종의 신비

지하 1층 : 지구환경 변동과 생물 진화 - 공룡의 신비를 살펴본다

지상 1층 : 지구의 다양한 생물들 - 모두 서로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다

지상 1층 : 지구사 내비게이터

지상 2층 : 과학과 기술의 발걸음 - 우리는 사고하고 손을 사영하여 창조해 왔다

지상 2층 : 과학기술로 지구를 탐구한다

지상 3층 : 대지를 달리는 생명 - 힘차게 살아가는 포유류와 조류를 본다


한국어로는 저렇게 적혀 있었어요.


시간은 충분하다. 어차피 박물관은 금방 볼 수 있는 거잖아. 체력이 중요할 뿐.


오후 3시였어요. 한국에서 일본에 대해 널리 알려진 이미지는 작고 좁다는 거에요. 한국에서 과학관이란 지루하기 그지 없는 것. 광물 표본 몇 개 있고 박제 몇 점 있고 체험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알 수 없는 전시물 몇 개 있는 수준. 일본이라고 그렇게 크게 다를 거 같지 않았어요. 층수가 많은 것은 일본 도쿄는 땅값이 비싸니까 좁은 면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로 지은 거라 추측했어요.


"맨 아래부터 올라가면서 하나씩 보자."


지하 3층부터 시작해서 지상 3층까지 올라가면서 전시실을 관람하기로 했어요. 그래야 관람할 때 빼먹는 것도 안 생기고 헷갈리지도 않거든요. 나중에 여행기 쓸 때도 순서대로 쓰면 되기 때문에 편하구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3층으로 내려갔어요.


일본 도쿄 국립과학박물관 지하 3층


시작은 일본의 과학자들이었어요.


일본 과학자


노벨상을 수상한 일본인 과학자는 21명이에요. 아무리 많은 한국인들이 잃어버린 30년 운운하며 일본을 하찮게 본다 해도 일본은 당장 2010년대에만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가 8명이에요. 썩어도 준치고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하는데 일본은 잃어버린 30년 운운하며 망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2010년대에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를 8명 배출해냈어요.


일단 얼핏 봐서는 한국에서 본 과학관과 비슷해보였어요.


science in Japan


"뭐야? 여긴 일본어 하나도 몰라도 충분하잖아!"


일본 과학 용어


과학은 만국 공통!


아주 큼지막하게 mol 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엠.오.엠.


몰!


mol 은 물질의 입자의 수를 나타내는 국제단위계의 기본 단위에요. 이딴 건 일본어 설명 굳이 안 봐도 되요. 요즘은 일본 여행 갈 때 로밍을 해가거나 와이파이 도시락 서비스 가입해서 가잖아요. 현지 유심 구입해서 사용하거나요. 일본어 설명 따위는 전혀 필요없었어요. 중학교까지 똑바로 학교 다니고 제대로 공부했다면 그 지식만 갖고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어요.


물론 중학교, 고등학교때 배운 과학을 전부 자세히 기억하는 건 무리에요. 특히 문과 출신이라면 더더욱요. 그러나 이건 와이파이 이용해서 한국 인터넷 네이버나 다음에서 mol 을 검색하면 설명이 매우 자세히 나와요. 그 다음은 아이큐 테스트 급이었어요. 설명을 보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뭘 해보라는 건지 알 수 있었거든요.


물 1mol 은 18g. 물은 1g이 1mL 이고 1cc 이니까 18mL. 이런 걸 다 몰라도 파란 정육면체는 물 1mol 이라고 갖다 놓은 것일 거에요. 그 옆에는 C 라고 적혀 있는 막대기, Al 이라고 적혀 있는 막대기, Cu 라고 적혀 있는 막대기, W 라고 적혀 있는 막대기가 있었어요. C 는 탄소, Al 은 알루미늄, Cu 는 구리, W 는 텅스텐이었어요. 이 정도는 중학교만 똑바로 다녔다면 다 아는 원소기호에요. 손가락으로 막대기를 하나씩 눌러봤어요. 탄소에서 텅스텐으로 갈 수록 무거웠어요. 이것들 모두 1mol 이 이 정도라고 만들어놓고 직접 체험해보라고 해놓은 것 같았어요.


전류


A


암페어!


전류 단위였어요. 중학교만 똑바로 다녔다면 역시나 누구나 다 아는 것이었어요. 옴의 법칙 있잖아요. I = V/R, 전류는 전압 나누기 저항요. 전류 단위 A. 1A에 대한 설명은 일본어로 적혀 있었지만, 일본어 몰라도 일본이나 한국이나 전류 단위는 A, 암페어. A 라고 적혀 있는 표지판 앞에는 직접 손으로 돌려서 전기를 만들어보는 실험 기구가 있었어요. 조그마한 손잡이를 마구 돌리면 전기가 생성되었어요. 전기가 얼마나 생성되었는지는 숫자로 표기되었어요.


이거 무슨 게임기 같아!


모두가 매우 좋아했어요. 무슨 오락실 게임하듯 마구 돌려대었어요. 돌리기 시작하면 전기가 발생해 숫자가 쭉쭉 올라갔어요. 그러다 힘이 슬슬 빠지기 시작하면 전기 발생량이 줄어들어 숫자도 아래로 떨어졌어요. 어른들도 아이들도 무슨 오락실 게임하는 것처럼 즐길 수 있게 되어 있었어요. 전기 생산량이 바로 수치로 표시되었기 때문에 돌려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과학인지 오락실 기계인지 헷갈릴 정도였어요. 만약 위에 '최고 신기록!' 이런 멘트와 함께 역대 최고 전력 생산량을 표시해놨다면 서로 그거 깨보겠다고 난리였을 거에요.


일본 물리


안쪽에도 전시실이 있었어요.


일본 과학관 에너지 체험


이것은 에너지 또는 일의 국제 단위 줄 J 을 직접 체험해보게 만들어놓은 기구였어요. 이것도 전류 체험 기구처럼 레버를 돌리게 되어 있었어요. J 체험 기구 레버는 A 체험 기구 레버보다 훨씬 컸어요.


'이거 뭐 하는 거지?'


이것도 아이들이 역시나 좋아하고 있었어요. 저도 일단 줄을 섰어요. 줄을 서서 이것은 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살펴봤어요.


'아, 뭔지 알겠다.'


원리는 위치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꾸는 것. 레버를 돌리면 추가 위로 올라갔어요. 추가 끝까지 다 올라가면 꼭대기에서 아래로 추가 자유낙하했어요. 이렇게 자유낙하하면서 연결되어 있던 스크류가 회전했어요. 스크류는 물 속에 잠겨 있었어요. 스크류가 물 속에서 회전하면서 물 온도가 올라갔어요. 이것을 통해 1J 의 에너지가 어느 정도인지 몸소 느껴보고 결과를 수치로 볼 수 있게 만들어놓은 것이었어요.


제 차례가 되었어요. 제 뒤로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때였어요. 어머니와 같이 온 일본 어린이가 레버를 잡았어요. 일본인 어머니는 아이에게 제가 먼저 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어머니에게 가볍게 목례를 한 후, 있는 힘껏 돌리기 시작했어요.


추가 쭉쭉 올라갔어요. 앞에서 하던 아이들과는 다른 속도. 아이가 굉장하다는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고 있었어요.


이것이 한국 어른의 힘이다!


한 손으로 레버를 마구 빠르게 돌렸어요.


어? 어? 어? 어!


레버가 점점 뻑뻑해 졌어요. 점점 돌리기 힘들어졌어요. 고작 1m 남짓한 높이를 레버를 돌려 올리는 거라 별 거 아니라고 여겼어요. '이까짓 거, 5초면 다 감아주겠어!'라고 속으로 외치며 처음부터 무지 빠르게 돌리고 있었어요. 그러나 레버는 갈수록 뻑뻑해졌어요. 추 올라가는 속도가 처음의 쾌도난마 기세를 잃고 비실비실 올라가고 있었어요. 무슨 기세 좋게 출근해서 야근에 과음으로 겔겔거리며 간신히 집으로 돌아오는 직장인의 발걸음처럼 추 올라가는 속도는 점점 형편없어져만 갔어요.


내가 왜 일본까지 와서 1J의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어야 하지?


진지하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얼굴은 빨개졌어요. 팔이 아팠어요. 마음 같아서는 당장 이딴 거 안 한다고 소리치며 레버를 놔버리고 싶었어요. 그러나 일본인 아이는 저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어요. 여기에서 물러나면 왠지 한국 어른의 패배 같은 상황. 대체 왜 일본까지 와서 내 인생에 하나도 도움 안 될 에너지 1J을 만들기 위해 이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포기할 수 없었어요. 일본 어린이가 저를 계속 굉장하다는 듯 지켜보고 있었거든요.


입가의 웃음은 사라졌어요. 망할 추가 어서 빨리 꼭대기로 올라가기만을 바랄 뿐이었어요. 추는 더럽게 위로 안 올라갔어요. 레버는 한 바퀴 돌릴 때마다 더욱 뻑뻑해지는 게 확 느껴졌어요. 마음 같아서는 '아우...' 소리라도 내고 싶었지만 일본 어린이가 바라보고 있는 상황. 안 돼. 이건 물러설 수가 없어. 1J의 에너지를 체감해보라는 건지 시지프스의 고통을 체감해보라는 건지 모를 상황. 이미 머리 속에 1J 따위는 사라졌어요.


드디어 추가 꼭대기까지 올라갔어요. 정말 힘든 1m 였어요. 추가 아래로 자유낙하했고, 물 속의 회전 날개가 돌아갔어요. 물 온도가 미세하게 올라갔어요.


해냈다!


어째서 나는 여기에서 해방감을 느끼는가? 모르겠어요. 어쨌든 무사히 1J 체험을 끝낼 수 있었어요.


일본 원소 주기율표


원소 주기율표가 나왔어요. 여기에서 눈여겨볼 것은 108번 이후의 원소기호였어요. 한동안 원소 주기율표는 108번으로 끝났어요. 그 이후에 있는 것은 정식명칭이 아니라 가칭이었어요. 그래서 알파벳 3개로 구성되어 있었어요. 이것이 바뀐 것은 2016년부터에요.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원자번호 113번 니호늄 Nihonium. 원소기호는 Nh 에요. 한국 농협 약자가 NH 인데, 여기에서 뒤에 있는 H 를 소문자로 적으면 졸지에 원소기호 Nh 니호늄이 되어 버려요.


니호늄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일본이 발견한 원소라는 점이에요. 이름부터 일본의 영문명인 Nihon 에서 따왔어요. 니호늄은 2012년 9월 27일, 일본 이화학연구소 과학자 모리타 코스케(森田浩介) 가 발견한 원소에요. 2004년 9월 28일에 이화학연구소에서 니호늄을 발견했지만, 이 당시에는 증거 부족으로 국제 순수·응용 화학 연합 IUPAC 에서 인정받지 못했어요. 이것을 다시 발견한 것이었어요.


니호늄은 동양권에서 명명권을 갖는 최초의 원소에요. 그런 점에서 아시아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의미가 큰 원소에요. 그간 원소기호는 모두 서양인들이 붙여왔거든요.


의외였던 점이 하나 있었어요. 작은 것도 그렇게 거대하게 포장하기 좋아하는 일본답지 않게 이 원소주기율표 옆에는 니호늄에 대한 홍보나 특별한 설명 같은 것이 전혀 없었어요. 분명히 일본 과학의 엄청난 자랑거리인데도 말이에요. 옆에 막 니호늄 캐릭터도 만들어 세워놓고 '아시아 최초!', '일본 화학, 세계에 영원한 이름을 남기다!' 라고 적힌 커다란 입간판 세워도 이건 납득이 갈 만 한데 오히려 여기에는 없었어요.


지하 2층 전시실로 올라갔어요.


지하 2층 전시실 입구


"여기도 화석 전시해놨네?"


일본 국립과학박물관 지하 2층


어두침침한 조명 속에서 각종 화석이 빛나고 있었어요.


일본 국립과학박물관 지하2층 전시실


"전시 진짜 잘 해놨다!"


일본여행


일본 전시 기술


색상과 크기도 상당히 많이 신경쓴 것이 보였어요. 과학 박물관이 아니라 미술관이라 해도 납득할 것 같은 전시 형태였어요. 돌 하나하나가 다 각자의 색채를 뽐내며 하나의 아름다운 조형물을 만들고 있었어요.


일본 과학 박물관 전시 기술


'진짜 섬세한 부분까지 신경 많이 썼구나!'


과학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와서 재미있게 구경할 수 있는 전시물 배치였어요. 일본답게 전시물을 아주 꼼꼼하고 아기자기하게 공간을 활용해 전시해 놨어요.


암모나이트


일본 화석 전시


일본 삼엽충 화석


몇 시인지 확인해 봤어요. 벌써 오후 3시 35분이었어요. 도쿄 국립과학박물관 내부는 좁지 않았어요. 게다가 전시물이 꽤 많이 전시되어 있었기 때문에 진도가 영 나가지 않았어요. 전시물 하나하나가 모두 꽤 볼 만한 것이었어요. 게다가 좁은 공간에 최대한 머리 써서 많이 집어넣어놨기 때문에 이동거리에 비해 봐야할 것이 매우 많았어요. 가까이서 보면 가까이 자세히 보는 맛이 있었고, 멀찍이서 보면 멀찍이서 보는 맛이 있었어요.


순록 뼈


"뭐지?"


일본 우에노역 도쿄 국립 과학박물관


"이야, 진짜 굉장하다!"


화석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한 전시가 끝나자 갑자기 거대하고 시원한 배치가 등장했어요.


일본 여행 - 예습의 시간 - 10 일본 도쿄 우에노역 국립과학박물관 지하 전시실


"완전 멋있잖아!"


천장에 매달아놓은 거대한 동물의 뼈. 공룡의 세계에 어서 오라고 소리치고 있었어요.


매머드 화석


거대한 매머드 화석이 위용을 뽐내고 있었어요.


일본 원시인


이제 지하 1층 전시관을 볼 차례였어요.


일본 도쿄 국립 과학박물관 지하1층 전시관 입구


아...이건 우리나라가 완전히 처발리잖아...


일본 도쿄 국립과학박물관 공룡 화석 전시


아기자기한 일본? 축소지향적 일본?


스케일에서부터 우리나라는 이렇게 밀리는데?


日本 東京 国立科学博物館


입이 쩌억 벌어졌어요. 책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공룡 화석들이 모여 있었어요. 스케일 자체가 컸어요. 무슨 어디 뼈인지도 알 수 없는 뼈 부스러기 한둘 갖다놓고 공간 휑하니 만들어놓고 전시해놓는 한국 전시 수준과는 아예 차원이 달랐어요. 공룡 화석으로 이루어진 공원 같았어요. 공룡 화석 동물원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였어요. 규모와 더불어 최대한 공간 활용을 하려고 노력한 것까지 더해져서 상당히 멋졌어요.


国立科学博物館


"트리케라톱스!"


트리케라톱스


공룡 화석 상태가 너무 좋은 것으로 보아 이것들은 아마 모형일 거에요. 그러나 이게 모형이라고 해도 이렇게 모형을 잘 만들어서 한 개 전시관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엄청난 것이었어요. 이런 모형 만드는 것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요. 최대한 실물과 비슷하게 만들어야 하니까요. 그걸 하나도 아니고 전시관을 가득 채워놓을 양을 만들어놨어요.


일본 아이들은 이런 것 직접 보면서 자라는구나.


진심으로 많이 부러웠어요. 어렸을 적 이런 것을 직접 본 것과 못 본 것의 차이는 꽤 커요. 추측을 해야 하고, 심지어는 추측을 넘어선 찍기의 영역으로 들어서야만 하는 부분이 있다고 해도 이런 것을 본다면 아예 엉뚱한 소리를 할 확률이 현저히 줄어들어요.


어쩌면 일본이 과학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21명이나 배출한 근본적인 원인은 이런 것일 수 있어요. 이런 과학박물관을 통해 국민들의 전체적인 수준을 크게 끌어올리고 있으니까요. 한국 어린이들은 그저 사진만 보면서 트리케라톱스가 바위만한지 집채만한지 자기 멋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만, 일본 아이들은 여기 오면 트리케라톱스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직접 보고 그것을 근거로 트리케라톱스에 대한 상상을 할 거에요. 호기심 유발 차원부터 다르고, 판단의 기준 자체가 달라져요. 특출한 인재, 독보적인 엘리트가 등장할 확률이 그만큼 훨씬 더 높아지는 거죠. 소위 '인재풀'의 전반적인 질이 그만큼 올라가는 거에요.


일본 과학


스테고사우르스 화석도 있었어요.


스테고사우르스


더욱 놀라운 것은 공룡 화석은 워낙 크기 때문에 전망대 같은 곳도 설치해놨다는 사실이었어요.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게 만들어놨어요.



도쿄여행


벽면 꼭대기에는 공룡 머리뼈를 붙여놨어요. 아주 꼼꼼한 공간 활용이었어요.


일본 도쿄 여행


우리나라도 작정하고 이런 초거대 과학박물관 하나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진심으로 많이 부러웠어요. 국력의 차이가 현저하게 느껴졌어요. 설령 이것이 일본 버블 경제의 유산이라 해도요.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하는데 일본은 왜 잃어버린 30년 소리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여태 못 따라잡고 있는지 이해되었어요.


트리케라톱스 화석


'너네 나라는 이런 거 없지?'라고 약올려도 할 말이 없는 상황. 정신승리로 될 게 아니었어요. 이제 고작 절반 봤어요. 지하 전시실 3개 층을 본 거였어요. 지상 전시실 3개 층이 아무리 거지 같고 볼 품 없는 전시실이라 해도 이미 지하 전시실 3개에서 끝나버렸어요. 아니, 눈이 있다면 정신 승리 자체를 떠올리지 못할 상황이었어요.


무슨 여백의 미, 한국적인 어쩌구로 폄하해볼 수 있는 차이가 아니었어요. 벌써 전시물을 몇 개를 봤는지 모를 정도였어요. 엄청나게 많은 전시물을 봤어요. 전시물 배치도 상당히 훌륭했고, 전시물 각각도 매우 볼 만 했어요. 정신력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소리는 말도 안 되는 소리였어요. 이런 것 보고 자라나는 아이들과 과학관 가서 되도 않는 여백의 미와 조잡한 전시물 보고 자라나는 아이들의 격차는 클 수 밖에 없어요.


이런 것이 '있다'와 '없다'의 차이는 상당히 커요. 설령 과학 분야로 진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런 것을 봤다는 것 자체만으로 상상력이 달라질 수 밖에 없어요. 문과라고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에요.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위한 소재, 창작을 위한 소재를 구하기 위해서도 여기에 와서 한 번 쭉 보고 가는 것이 좋다는 게 더 큰 문제였어요. '과학박물관'이라는 이름만 보고 이것은 이과생들만을 위한 것이라 지레짐작하는 사람들 많겠지만, 실제로는 전혀 아니라는 것이에요.


지하 1층 전시실 출구 쪽에 그렇게 크지 않은 공룡 모형이 있었어요. 아래에는 버튼이 있었어요. 사람들이 호기심에 버튼을 눌러보고 있었어요. 버튼을 누를 때마다 가운데 봉에 매달린 공룡 화석 모형이 조금씩 돌아갔어요.


'뭐야?'


사람들이 버튼을 누를 때마다 돌아가는 봉에 매달린 공룡 모형. 모두가 조금씩 찔끔찔끔 누르고 있었어요.


이것이 한국의 힘!


버튼을 꾹 눌렀어요.


"이거 뭐야!"


웃음이 빵 터져나왔어요.



공룡 바베큐!


이것은 공룡 바베큐냐? 공룡 케밥이야?


뱅글뱅글 돌아가는 공룡 화석 모형. 이건 아무리 봐도 공룡 바비큐야. 원시인들이 공룡을 잡아서 불에 구워먹었을 때를 이렇게 재현해 놓은 건가? 그렇다. 이것이 바로 한국의 힘이다!


원래 이렇게 만들어놓은 의도는 조금씩 돌려가면서 관찰하라는 것일 거에요. 그러나 이왕 누르는 거 어디까지 돌아가나 보자고 버튼을 계속 꾹 눌렀고, 그 결과가 바로 위의 모습이에요. 공룡은 뱅글뱅글 돌아갔어요. 영락없는 공룡 바비큐였어요.


갑자기 진지하고 탐구적인 분위기에서 뭔가 웃긴 분위기가 되었어요. 하도 웃겨서 동영상으로 촬영해서 친구들에게 보여줬어요. 친구들 모두 빵 터졌어요.


36 공룡 바비큐


진지하고 탐구적인 분위기에서 갑자기 개그 모드. 깔깔 웃으면서 지하 1층 전시실에서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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