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예습의 시간 (2019)

[일본 여행] 예습의 시간 - 01 기묘한 일본 여행 준비

좀좀이 2019. 9. 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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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중순 어느 날.


아직 추워서 겨울 외투를 입고 돌아다녀야 했던 날이었다. 어두침침한 지하에 있는 식당에서 돈까스를 먹으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 뉴스를 보고 있었다.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는 영상, 도쿄가 방사능에 오염될 수 있다는 뉴스, 일본 전역이 방사능에 뒤덮힐 수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라고 보도되고 있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로 인해 감당할 수 없을 피해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앞으로 일본 먹거리는 절대 안 먹는다. 일본 여행은 절대 안 가겠다.


결심했어요. 앞으로 절대 일본 먹거리는 안 먹고, 일본 여행은 안 가겠다구요. 도쿄조차 방사능에 오염될 수 있다고 뉴스에 나오고 있었어요. 방사능 피폭 문제는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치료법이 전무하다시피한 상황. 1986년 4월 26일 1시 24분에 발생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는 아직까지도 현재진행형이에요. 그런데 일본 먹거리를 먹고 일본 여행을 가는 것이라...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위험했어요.


그런데 참 이상하지. 오히려 갈 수록 일본 여행에 열광하는 한국인들.


한국에 일본 먹거리가 본격적으로 수입되기 시작했어요. 그 전에는 남대문 시장 같은 곳에서나 조금 파는 수준이었던 일본 먹거리가 여기저기 퍼지기 시작했어요. 수입과자 전문점에 일본 과자, 카라멜 등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쫙 퍼져서 일반 대형마트에까지 들어갔어요. 더 나아가 일반 편의점까지 아주 광범위하고 넓게 퍼졌구요. 인터넷에는 일본 먹거리를 먹어봤다고 자랑하는 글이 매일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왕창 쏟아져 올라오고 있었어요.


일본 아베 내각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인해 엔화 가치가 많이 낮아졌어요. 반대로 원화 가치는 강세를 보였어요. 사람들은 일본으로 미친듯이 여행가기 시작했어요.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에 한정되지 않고 일본 전역 사방팔방으로 가기 시작했어요. 매일 일본 여행 인증 사진, 일본 여행기, 일본 여행 싸게 가는 방법 등 온갖 일본 여행 글이 쏟아져 올라왔어요. 쏟아져 올라오는 수준이 아니라 한국에서 외국여행이란 일본 여행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어요. 어떤 여행 관련 커뮤니티를 봐도 온통 일본 여행 글이었어요. 특정 지역 여행 관련 커뮤니티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여행'이라는 것을 다루는 커뮤니티를 보면 이게 여행 관련인지 일본여행 관련인지 분간도 안 될 지경이었어요. 오죽하면 일본이라고는 예전 몰타 가기 위해 도쿄에서 경유할 때 JAL 에서 제공해준 숙소에서 아침에 잠깐 신주쿠 가서 2시간 있었던 저조차 일본 여행을 제대로 다녀온 거 아닌가 싶을 지경이었어요. 하도 많이 봐서 가지도 않았는데 질려버릴 지경이었어요.


일본 것 좀 그만 보자!


진심으로 질리는 수준도, 짜증나는 수준도 뛰어넘어버렸어요. 이제 진절머리나는 지경까지 갔어요. 뭘 검색해도 온통 일본 것 찬양 일색. 간식거리를 검색해봐도 일본 간식, 맛집을 검색해봐도 일본 음식 맛집, 기타 잡화를 검색해봐도 일본 것.


대체 내가 왜 휴족시간을 알아야 하고 동전 파스를 알아야 하냐고!


진짜 작작 좀 하라고 외치고 싶을 지경이었어요. '먹어서 응원하자' 비웃으면서 열심히 일본 여행 가서 일본 공기 들이마시고 일본 것 사오고 한국에서 일본 간식 열심히 먹고 일본 맥주에 열광하는 한국인들. 성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외치며 허파와 위는 일본 것을 채워넣어야 하는 한국인들. 내가 일본 다이소, 돈키호테 가본 적도 없는데 왠지 거기에서 무슨 물건을 팔고 있는지 다 알 것만 같은 느낌.


이게 무슨 검색 조작이니 몇 명이 전문적으로 도배하는 거라면 그러려니 해요. 그렇지만 이건 엄청나게 많은 한국인들이 그러는 '진짜'였어요.


하지만 저는 흔들리지 않았어요. 일본 여행을 가려면 얼마든 갈 수 있었어요. 일본 엔화 약세에 한국 원화 강세라서 일본 물가가 한국과 엇비슷할 거였으니 그렇게까지 큰 돈이 들어갈 것이 없었어요. 비행기표 가격도 매우 저렴해졌어요. 그러나 하도 일상 소비 전영역에서 일본 것을 물고 빠는 글을 신물나게 봐서 일본에 대해 궁금한 게 단 하나도 없었어요. 일본 제품 사용 후기나 일본 여행기 같은 건 보기 싫어도 강제로 보게 되는 상황이니까요.


일본 것도 절대 안 먹었어요. 아무리 모리나가 카라멜이 유명하고 아사히 슈퍼드라이 맥주가 유명하다고 해도 입에 대지도 않았어요. 일본 간식 글 쓰면 잘 팔린다는 사실은 매우 잘 알고 있었어요. 그래도 후쿠시마 방사능 생각하면 절대 안 먹고 싶었어요. 편의점에 가고 수입과자 전문점에 갈 때마다 눈에 불을 켜고 이것이 일본 것인지 아주 눈에 쌍심지를 켜고 살펴봤어요. 일본어가 적혀 있다고 전부 일본 것은 또 아니거든요. 태국, 베트남 등에서 생산하고 포장 디자인에만 일본어를 적어놓은 짝퉁 유사 일본제도 있었어요. 원산지를 제대로 잘 살펴보고 일본 것이라면 무조건 내려놨어요.


일본에 악감정이 있지는 않았어요. 그냥 일본에 대해 별 생각 자체가 없었어요. 그렇지만 먹거리에서 철저히 반일 정신을 고수했던 이유는 단 하나였어요. 이건 그놈의 감성 갬성 문제가 아니었거든요. 물론 일본 전역이 위험한 것은 아닐 거에요. 그러나 원래 제일 안전한 방법은 완전히 피해버리는 거에요. 일본에 대한 호감도 반감도 다 갖고 있고 비율적으로 본다면 50:50 정도에서 일뽕을 보면 일본에 대한 반감이 80까지 올라가고 국뽕을 보면 일본에 대한 호감이 80까지 올라가는 수준이었지만 먹는 것만큼은 단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어요.


이와는 별개로 세계 여러 나라에 관심있는 제가 아주 극도로 피하고 싶은 사람들은 딱 두 종류 있어요.


중국 가면 다 있어.

이거 원래 일본 거야.


우주 삼라만상 모두에 대해 무조건 '중국 가면 다 있어'라는 중뽕과 무조건 '이거 원래 일본 거야'라는 일뽕 가득한 주장에 꽉 매여 있는 사람들만큼은 아주 혐오해요. 이런 사람들은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신묘한 재주가 있어요. 이 중 '이거 원래 일본 거야'라는 일뽕 가득한 주장에 꽉 매여 있는 사람들 특징은 요상하게 잘못된 정보, 이상한 발음을 써놓고 이게 맞다고 끝까지 박박 우긴다는 것. 물론 원래 서울에 대해 서울 가본 놈과 서울 안 가본 놈이 싸우면 서울 안 가본 놈이 이긴다지만, 당해보면 절대 기분 안 좋아요.


뭐 좋아요. 어쨌든 한국과 일본은 친하게 지내야만 하는 나라이고, 서로 교류가 많아지면 양국 모두에게 좋은 건 사실이에요. 우리나라 문화가 일본 영향을 크게 받았고, 지금도 크게 받고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구요. 우주 삼라만상이 원래 일본 거라는 일뽕들만 아니라면 딱히 나쁘게 볼 것도 없었어요. 우리나라의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좋아한다면 그것 또한 이 사회의 특징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니까요. 좋아하는 데에는 당연히 있겠죠. 한둘이 선동하는 거라면 물건 팔아먹으려고 되도 않는 수작질 부린다고 하겠지만 일본 제품을 좋아하는 것은 편의점에까지 쫙 퍼져 나갔고, 일본 여행 가는 한국인은 하나 둘이 아니니까요.


때마침 친구가 일본 여행 같이 가지 않겠냐고 물어봤어요. 그래서 바로 그러자고 했어요.


"언제 가지?"

"빨리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왜?"

"이거 정부가 대놓고 조장하는 거잖아. 갈 수록 상황 나빠질 걸?"


문재인 정부 및 여당 관계자들의 기대와 달리 반일 감정 고조 선동은 약발이 잘 듣지 않았어요. 과거에는 반일 감정 고조를 위해 언론을 동원하고 시민단체 동원해 선동 조금 하면 알아서 걷잡을 수 없이 확 퍼졌어요. 여야가 따로 없고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어요.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어요. 오히려 국민들이 쫙 분열되어버렸고, 반일종족주의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어버렸어요. 아무리 한국어 잘 하는 중국인들까지 한국 인터넷 세계에 와서 날뛰어도 불길이 영 시원찮았어요. 오히려 이게 조금 타오르는 듯 하다가 피식 꺼져버리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였어요.


솔직히 유니클로 본사의 오카자키 타케시 CFO 가 입을 잘못 놀리지만 않았어도 일본 제품 불매 운동과 반일 분위기는 시들시들했을 거에요. '한국에서 불매 움직임이 판매에 일정한 영향을 주고 있다' 다음에 '계속 이 부분에 대해 주시하도록 할 것이다'라고 으례 하는 멘트나 말했으면 될 것을 '영향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계속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해버리는 바람에 아무리 문재인 정부와 여당 관계자들과 여당인 민주당 당원 및 그 지지자들과 한국어 잘 하는 중국인들이 발악하며 노력해도 제대로 불 붙지 않던 반일 불매운동에 불을 확 붙어버렸어요. 문재인 대통령은 오카자키 타케시 유니클로 본사 CFO에게 반일운동 선동을 도와줘서 고맙다고 훈장이라도 하나 줘야 할 거에요.


중요한 것은 반일 분위기 고조 및 반일 불매 운동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관계자들 생각처럼 걷잡을 수 없게 확 불타오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어디 옛날 운동권 데모질이나 하던 시절 선동하던 식으로 백날 천날 해봐야 정상적인 일반인들의 거부감만 더 크게 만들 뿐이었어요. 게다가 상황이 바뀌었어요. 이런 선동에는 자고로 아이돌이 참여해야 불이 잘 붙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현실은 한국 아이돌 가수들이 일본 진출해서 돈 벌어오고 있는 상황. 반일 선동에 참여한 연예인들 보면 애초에 일본 진출은 꿈도 못꿀 쩌리들 뿐이었어요.


게다가 선동 구호에 의하면 불과 올해 6월까지 그동안 일본 여행 잘 가고 일본 제품 잘 이용하던 대부분의 국민들은 역사도 모르고 족보없는 인간들. 무슨 독립운동에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반일 불매운동에는 참여한다고 하는데, 위안부 할머니를 지켜드리지는 못했지만 반일 불매운동에는 참여한다고 하는데, 그러면 한국은 2019년 7월 1일에 일본으로부터 해방을 맞이했나요? 2019년 5월까지 한국인 여자들은 위안부로 끌려가고 한국인 남자들은 강제징용되었나요? 광복절이 내년부터는 8월 15일에서 7월 1일로 변경되는 건가요? 이제 당장 내년부터 8월 15일은 광땡절이고 7월 1일이 광복절인가요?


그러니 계속해서 자극적인 뗄감과 휘발유를 뿌려대지 않으면 불이 타오를 수가 없었어요. 더 자극적인 소재를 끊임없이 던져넣지 않으면 꺼져버릴 불길이었어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겪어본 정부의 반일감정고조를 위한 선동과 그 결과물에 비해 달라도 너무 달랐어요. 이렇게 불타오르지 못하는 반일선동은 본 적이 없었어요. 옛날 같으면 허수아비 불싸지르는 아베 화형식도 해야 하고 만화책도 모아서 찢고 불태우고 해야 할텐데 이번에는 몰래 대놓고 일본 제품을 애용하고 적당히 말로만 자기 안 쓰는 것만 딱 골라서 불매운동 동참한다고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상황은 갈 수록 더 나빠질 거라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었어요. 무능한 것도 정도껏 무능해야죠. 한국에서 반일감정팔이 말아먹는 놈은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어요. 동네 도둑고양이도 목에 '나는 일본이 싫어요' 팻말 걸고 돌아다니면 인스타그램 스타 노려볼 만 한데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더니 진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경험해보게 되었어요. 이건 정말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 수준이었어요. 대체 얼마나 무능하면 개나 새나 써도 다 성공하는 한국인 한정 초필살 사기 능력 카드인 반일감정 카드조차 말아먹냐구요.


일본이 아무리 덥다고 해도 그냥 빨리 다녀오는 것이 좋을 것 같았어요. 특히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 보상 문제로 계속 일본에 시비를 걸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어요. 여기에 문재인 정부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어떻게든 망치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매우 걸렸구요. 이게 상당히 찜찜했어요. 이것은 일본 무비자 입국과도 관련될 수 있는 문제였거든요. 일본이 작정하고 국제적으로 한국 망신주기에 나선다면 쉽게 그려볼 수 있는 시나리오가 하나 있었어요. 그래서 무비자로 일본을 갈 수 있을 때 후딱 다녀오는 게 매우 좋을 것 같았어요.


"얼마나 다녀올까?"

"열흘 다녀올까?"

"열흘씩이나?"

"도쿄, 교토, 오사카 보고 오자."


이왕 가는 일본, 도쿄, 교토, 오사카를 보고 오고 싶었어요. 친구도 일단 그러자고 했어요. 대충 얼마가 필요할지 계산해봤어요.


아...일본은 교통비와 숙박비가 비싸지!


우리나라가 일본을 얼마나 따라잡았는지 보고 싶어서 가는 일본. 그래서 돈을 조금 넉넉하게 가져갈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어요. 일본은 교통비와 숙박비가 비싼 나라. 캡슐 호텔에서 자고 편의점 도시락만 까먹는다면 싸게 다녀올 수 있을 거에요. 그래도 도쿄, 쿄토, 오사카를 다 보는 것은 경비가 꽤 많이 드는 일이었어요. 경로 자체도 별로 안 좋았어요. 그래서 얌전히 도쿄에만 5박 6일 있다 오기로 했어요.


"나 8월 마지막 주에나 가능해."

"아...그래? 그러면 그때 가자."


친구가 8월 마지막 주에나 갈 수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여행은 8월 26일부터 8월 31일까지 가기로 했어요. 비행기는 JAL 을 타고 가기로 했어요. 김포-하네다 노선이었어요. 여행 일정은 8월 26일부터 8월 31일간 5박6일 일정. 5박6일이면 도쿄를 충분히 다 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오히려 시간이 남아돌아 매우 널널한 여행을 할 수 있어 보였어요. 이걸로 일단 여행 일정은 정했어요.


이제 일본 도쿄 세부 일정과 가서 무엇 할 지를 결정해야 할 차례.


왜 흥분이 전혀 안 되지?


마지막 외국 여행이 2016년 5월부터 6월까지 다녀온 중국 여행이었어요. 이건 3년 넘게 외국 여행을 안 가다가 가는 것이었어요. 분명히 흥분이 많이 되어야 정상이었어용. 무려 3년만에 가는 외국여행이니까요. 그런데 전혀 흥분되지 않았어요. 무덤덤했어요. 아니, 내 자신이 가는 여행인데 관심조차 전혀 생기지 않았어요. 단순히 관심이 안 생기는 수준이 아니라 진짜 가는 건지 안 가는 건지조차 분간 안 되었어요. 10년 후 미래의 일을 상상하는 것보다도 흥분이 더 안 되었어요.


그나마 한 가지 신경쓰이는 것이라면 환전 문제. 이건 당장 돈 나갈 일이고, 앞으로 환율 예측을 잘 해야 했어요.


'엔화 왠지 오를 거 같은데?'


환율에서 손해본다 해도 여행 때문에 환전하는 거라면 밥 한 끼 덜 먹으면 될 일이기는 해요. 그래도 이게 꽤 신경쓰이는 일이었어요. 인터넷 뉴스를 살펴봤어요. 큼직큼직한 것들이 8월 곳곳에 박혀 있었어요. 8월 15일 광복절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8월말 지소미아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 연장 여부 결정 등이 있었어요. 여기에서 한국 정부가 악화된 한일관계를 복원시킬 노력을 할 가능성은 0%였어요. 왜냐하면 이 정도로 흥행하지 못한 반일감정 선동은 단 한 번도 없었거든요. 보나마나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은 최악의 선택만 절묘하게 골라서 할 게 뻔했어요. 그렇게 해서 계속 반일 선동에 새로운 뗄감을 집어넣어야만 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8월 4일. 친구와 만나 환전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친구는 7월에 했으면 매우 저렴하게 환전할 수 있었는데 엔화가 뛰어서 아쉽다고 이야기했어요. 저도 분명히 엔화가 오를 거 같기는 한데 긴가민가해서 친구에게 빨리 환전하자고 말하지 못했어요. 여행 가는 날 전날까지 환율을 계속 두고볼 지, 빨리 할 지 결정해야 했어요.


8월 2일 상황을 복기해봤어요. 8월 2일 금요일에 일본 정부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어요. 코스피는 2000선이 뚫려서 종가가 1998.13이 되었고, 100엔은 1123.49원이 되었어요. 코스피는 전날인 8월 1일 대비 0.95% 하락, 엔화는 마찬가지로 전날인 8월 1일 대비 3.05% 상승이었어요.


"어차피 밥 한 끼 정도 차이일텐데 후딱 하자."

"너 얼마나 할 건데?"

"10만엔."

"10만엔? 5박 6일인데?"

"카드 안 가져가려구."


10만엔이면 적지 않은 돈이었어요. 5박 6일 일정인데 10만엔을 들고 가는 이유는 카드를 가져가지 않을 계획이었기 때문이었어요. 외국에서 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상당히 찜찜한 일이에요. 게다가 일본은 카드를 잘 사용하지 않는 나라라고 알고 있어요. 일본 여행 팁에서 꼭 나오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일본은 현금을 주로 쓰는 사회이며, 동전까지 다 쓰기 때문에 동전 열심히 쓰라는 것이에요.


"10만엔이면 10원만 뛰어도 만원 차이야."

"어? 몇천원 차이 아니었어?"

"100엔당 환율로 나오잖아."


아, 맞다! 엔화는 100엔 단위로 나오지!


잊고 있었어요. 외환에서 엔화는 보통 100엔 단위로 표시해요. 왜 이걸 친구와 여행가기로 한 후 계속 1000엔당 단위로 계산하며 몇 천원 차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어요.


10만엔 환전할 거라면 엔화 환율 표기되는 것에서 10원이 왔다갔다 할 때마다 만원이 왔다갔다 하는 것이었어요. 일본 물가가 한국 물가와 엇비슷하다고 하니까 만원이면 하루 종일 사서 마실 음료수 값은 충분히 되고도 남을 거였어요. 원-엔화 환율에 표기되는 10원 차이가 제게는 밥 한 끼가 왔다갔다하는 것이었어요. 엔화 환율은 기준가로 8월 1일에 1090.28원이었고, 8월 2일에는 1123.49원이었어요. 30원 넘게 뛰었어요. 이것은 불과 하루 차이로 제가 3만원 정도 손해봤다는 것이었어요.


"그냥 하자."

"금요일에 엔화 폭등했는데 그냥 해?"

"왠지 더 오를 거 같아."


정상적인 일반인들의 예측과 달리 의외로 엔화 환율이 별로 안 뛰었어요. 코스피도 별로 안 떨어졌구요. 분명히 뭔가 더 있을 거 같았어요. 그래서 친구와 신한은행 쏠 앱으로 환율 우대 90% 받아서 환전하기로 했어요. 그렇게 8월 4일에 10만엔을 환전했어요.


[일본 여행] 예습의 시간 - 01 기묘한 일본 여행 준비


10만엔 환전하니 112만 4760원이 들었어요.


그리고 다음날. 8월 5일이 되었어요.


100엔 기준 환율 1146.47원!


엔화가 또 폭등해버렸어요. 금요일에 3.05% 뛴 것에 추가로 2.05% 또 뛰었어요.


졸지에 투기왕 좀좀이 등극!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능력은 어마어마했어요. 저를 졸지에 투기왕으로 만들어줬어요. 현찰 팔 때 가격이 100엔당 1126.41원. 엔화 현금 수령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다시 되팔아도 이득보는 상황. 어이없어서 웃음만 나왔어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환전해서 재미를 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아니었어요. 바로 다음날부터 이득을 봤어요. 엔화는 계속 뛰었어요. 8월 13일에는 기준가 1163.27원까지 치솟았어요. 8월 13일에 현찰 팔 때 가격은 최저 1142.92원. 10만엔 환전했으니 바로 팔아치워도 만원 넘게 이득보는 상황.


지금까지 환전하면 하는 족족 손해만 봐왔는데 이번만큼은 이득. 반일 감정 선동하면서 일본 여행 가지 말라고 조장하는데 일본 여행 가기로 결정하고 엔화 환전했더니 돈 벌어버리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 헛웃음이 나왔어요. 어차피 이득봤다고 해도 소용없었어요. 일본 다녀온 후라면 모를까 일본 가기 전에는 이렇게 뛰어봤자 엔화를 다시 팔아치울 수도 없었거든요. 그저 감정적으로 기분만 좋아질 뿐이었어요.


친구는 일본 여행 준비를 차근차근 잘 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저는 전혀 못 하고 있었어요. 관심이 생겨야 여행 준비를 하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관심이 안 생겼어요. 그나마 쥐어짠 관심거리라는 것이 기껏해야 과학관 한 번 가보고 서점 한 번 가보고 문방구점 한 번 가보는 것이었어요. 일본 과학 기술이 얼마나 굉장한지 보기 위해 과학관 가고, 일본의 학문 보급은 얼마나 잘 되고 있는지 보려고 서점 한 번 가고, 일본이 감성 자극하는 것을 또 잘 하니 문방구점 한 번 가보고 싶었어요. 그것 외에는 그냥 머리 속이 텅 비어 있었어요.


도쿄에서 이름을 여러 번 들어본 곳이 몇 곳 있어요. 신주쿠, 긴자, 하라주쿠, 시부야, 롯폰기, 아키하바라 같은 곳요. 뉴스에 종종 나오는 신오쿠보도 있네요. 어차피 5박 6일이니 적당히 하나씩 가보면 될 거 같았어요. 일본은 건물이 좁다 하니 힘도 별로 안 들고 빨리 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잘 하면 하루에 막 두 개 지역, 세 개 지역 가볼 수 있어보였어요. 그래서 지도도 안 들여다봤어요.


대신 다른 쪽으로 일본 여행을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우리나라는 얼마나 일본을 따라잡았을까?


궁금했어요. 언론 보도를 보면 일본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었어요. 뉴스를 보면 그까짓 거 정도는 한 달만 노력하면 역전하고도 남을 수준이었어요. 일본을 무시하는 경향은 삼국시대부터 이어져온 뿌리깊은 한민족의 고정관념. 그러므로 딱히 언론 보도의 문제라고는 할 수 없어요. 만약 틀렸다면 진실을 보도해야 하는 언론이 크게 잘못하고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걸 또 이상하게 언론이 유독 그런다고 볼 것까지는 아니었어요.


일본에 대해 잃어버린 10년에서 잃어버린 20년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잃어버린 30년 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 비해 한국은 그런 소리까지는 아직 안 나오고 있어요. 일본이 장기 디플레이션에 빠져서 발전을 거의 못 하고 있는 동안 우리나라는 그래도 꾸준히 발전해왔어요. 한국 내에서의 분위기는 '한국이 세계 제일!' 수준이에요. 김치는 만병통치약이고 김연아 때문에 세계 피겨 강국이고 싸이와 방탄소년단 때문에 대중가요문화도 선도하는 나라처럼 보여요. 그래서 더욱 궁금해졌어요. 아주 오래전에 삼성 디지털카메라 VULL WB500을 만족스럽게 사용했었고, 삼성 스마트폰인 갤럭시S3를 만족스럽게 사용했으며,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노트5도 매우 만족스럽게 잘 사용하고 있어요. 한국 과자들, 음료들도 만족하며 잘 먹고 있구요. 국산품 찾기 어려워서 그렇지, 국산품 사면 딱히 불만 가질 일이 없었기 때문에 이제는 많이 따라잡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일본을 많이 따라잡았다면 먹거리도 많이 따라잡았겠지?


만만한 게 먹거리였어요. 특히 맥주, 간식이요. 몇 년간 일본 맥주, 간식은 절대 입에 대지 않았어요. 맥주는 원래 술을 안 마시기 때문에 딱 일본 것만 찍어서 안 마신 것은 아니에요. 그러나 간식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문에 정확히 일본 것만 딱 찍어서 안 먹었어요. 몇 년을 일본 간식을 입에 대지도 않다가 올해 2월에야 로이스 초콜렛을 먹어봤어요. 그것도 지인이 일본 갔다와서 선물로 준 거라 버릴 수 없어서 먹은 것이었어요. 로이스 초콜렛은 입에 그렇게 맞지 않았기 때문에 그거 먹고 일본 것 찾아먹어야겠다는 생각은 아예 안 들었어요. 그리고 그랬기 때문에 일본 간식 정도라면 한국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장 먼저 주변에서 추천을 많이 받았던 일본 에비스 맥주를 마셔봤어요.


일본 에비스 프리미엄 몰트 맥주 캔맥주


은은한 황금빛 에비스 맥주 캔. 디자인부터 다른 맥주들과 달리 '나는 고급이야'라고 외치고 있었어요.


이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 같은 맛!


황금빛 에비스 캔맥주를 마시는 순간 머리 속에 멋지고 황홀한 그림이 바로 그려졌어요.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그냥 떠올라버렸어요. 대자연 속에서 풀잎을 뜯어 맛보는 느낌. 모든 맛, 그리고 탄산까지 조화를 이루며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어요. 왜 예전에 일본 다녀온 사람들이 한국에는 에비스 맥주가 없다고 불평했는지, 그리고 일본 가면 에비스 맥주를 꼭 마셔야 한다고 했는지 깨달았어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맥주는 원래 한국 맥주가 쓰레기라고 아주 전세계적으로 악명 높다는 점이었어요. 이건 애초에 패배하는 것이 당연한 종목이었어요. 에비스 맥주가 너무 굉장해서 편의점에서 판매중인 다른 일본 맥주인 아사히 슈퍼 드라이 맥주, 기린 이치방 시보리 맥주, 산토리 프리미엄 몰트 맥주, 삿포로 프리미엄 맥주도 사서 마셔봤어요. 전부 한국 것과 비교하는 것이 민망할 수준으로 매우 우수하기는 했지만 에비스에 비해 상당히 별로였어요.


"우리 에비스 투어 가자!"


친구에게 말했어요. 도쿄에 에비스 맥주 박물관이 있고, 신청하면 한국어 투어도 할 수 있다고 했어요. 한국어 투어의 단점이라면 목요일에만 진행한다는 점이었어요. 한국어 투어는 일본어 투어보다 500엔 더 비쌌어요. 일본어 투어는 500엔, 한국어 투어는 1000엔이었어요. 그래도 일본어도 잘 모르는데 일본어 투어에 낑겨 들어가서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돈 조금 더 내고 한국어로 설명 듣는 것이 훨씬 나았어요. 친구는 원래 맥주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러자고 했어요.


맥주는 애초에 우리나라가 일본한테 상대도 안 되는 종목. 이건 당연히 질 줄 알았어요. 그래서 일본을 이겨볼만한 간식 거리를 떠올려봤어요. 골고루 있었어요. 과자도 있고 젤리도 있고 사탕도 있고 초콜렛도 있었어요. 그래서 우마이봉 멘타이맛, 코로로 그레이프 젤리, 후와링카 장미 사탕, 티롤 콩가루 모찌 초콜렛을 사서 먹어봤어요. 당연히 먹고 나서 패배감이 들었어요. 특히 코로로 그레이프 젤리를 먹었을 때 충격이 심했어요. 정말 포도 알갱이 먹는 것 같았거든요.


이딴 과자 쪼가리 만드는 데에 99.99% 불화수소 만들고 포토레지스트 만드는 기술 필요하냐?


대학교 교양시간 때 경제 발전 과정에 대해 들은 것이 있어요. 빠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초기에 주로 생산재를 생산하는 1부문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요. 1부문은 생산재를 생산하는 중공업이 속해요. 이 시기에는 노동력을 투입시키는 만큼 경제성장을 빠르게 이뤄낼 수 있어요. 이를 외연적 성장 단계라 한대요. 그러다 1부문만 육성시키는 것에 한계가 오면 2부문을 육성시킨대요. 2부문은 소비재를 생산하는 경공업으로, 1부문이 충분히 발전했기 때문에 생산재 생산능력과 기술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되기 때문에 경공업을 육성하는 거래요. 이를 내포적 성장이라고 한대요. 이 방식은 소련 이오시프 스탈린이 소련을 빠르게 발전시킨 방식이고, 박정희 대통령도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한국을 빠르게 발전시켰어요. 박정희 대통령이 소련 스탈린의 소련 공업화 발전 방식을 많이 참고했다는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어떻게든 많이 참고했을 거라 보는 사람이 상당히 많아요.


먹거리 비교는 개인의 주관적 입맛에 따라 평가에서 차이가 나고, 각 나라의 음식 문화 차이도 고려해야 해요. 만만한 것이 음식이지만, 막상 누군가에게 정보로 받아들여도 될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비교하려면 매우 어려운 것이 음식이에요. 문화에 따른 입맛 차이라는 주관성 매우 강한 부분이 상당히 크게 차지해요. 게다가 여기에 조금 더 나아가 족보 따지기 시작한다면 이게 자연발생적으로 볼 수 있는 영역인지 진짜 확실히 타국에서 유입된 것인지 정확히 따져보고 애매한 부분은 입을 놀리지 않는 게 중요하거든요.


다른 것들은 모르겠어요. 하지만 코로로 그레이프 젤리는 분명히 한국 것들과 기술적 차이가 뚜렷하게 존재했어요. 왜 우리나라는 이런 것을 못 만드는지 화가 났어요. 이게 엄청난 첨단기술을 요구하는 건 아니잖아요. 사방팔방에서 한국은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하고 다 잘한다고 하는데 이딴 젤리 따위에서 커다란 격차를 느껴버리다니 굴욕적이고 치욕적이었어요.


젤리가 별 거 아닐 거 같지만 여기에서 큰 격차를 느껴버렸다는 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였어요. 높은 수준의 기술이 사소한 간식 만드는 데까지 활용될 정도라면 아직 경공업 소비재 생산에 투입되지 못하는 훨씬 더 높은 기술도 꽤 존재하고 있다는 거니까요.


한국에 수입되는 일본 제품은 일본에서도 나름 좋은 것일 거에요. 한국 것과 경쟁붙었을 때 우위를 점할 부분이 있어야 수입되는 거니까요. 일본에 가면 한국 것보다 못한 것들도 있기는 할 거에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돈 좀 들더라도 좋은 게 얼마나 좋냐는 점이었어요. 어차피 싸구려야 일본이나 한국이나 똑같은 중국제 저질 제품일거구요.


그나저나 나 일본어 언제 다시 보냐?


일본어


고등학교 1학년때 혼자 일본어 독학하며 본 책 두 권을 꺼냈어요. 일본어 공부는 고등학교 2학년때 교내 외국어 경시대회에서 일본어 은상을 차지한 후 그만두었어요. 그 이후 일본어 공부를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러니 엄청나게 오래 전에 공부한 것 몇 개만 기억하고 있었어요. 책을 다시 봐야 했어요. 일본 여행을 순조롭게 하기 위해서는 일본어를 조금이라도 더 기억해내야 했거든요.


게다가 저와 같이 가는 친구는 일본어를 아예 몰랐어요. 아주 어렸을 적에 일본어를 공부해본 적이 있기는 하대요. 그러나 그간 이 친구와 같이 이야기를 나눠본 걸 떠올려보면 이 친구가 아는 일본어는 그냥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편했어요. 일말의 기대도 해서는 안 되는 레벨이었어요. '코레 쿠다사이'만 똑바로 말해도 고마울 레벨이라 파악했어요.


일본어 영어 발음이 매우 이상한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 농담이 아니라 진짜에요. 일본인들이 영어를 잘 하냐 못 하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크게 갈리는 편이지만, 일본식 영어 발음은 진짜 크게 독특해서 적응되지 않으면 못 알아듣는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어요. 영어의 일본식 발음은 진짜 못 알아들은 적이 꽤 많아요. 만화책을 보든 책을 보든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든 진심으로 못 알아먹겠다고 느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거든요.


그러나 일본 여행 준비 의욕 자체가 없었고, 일본 여행 기간인 6일간 블로그에 올릴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 더 큰 부담이었어요. 게다가 고향 사는 친구가 하필 이 즈음에 딱 맞춰서 올라올 거라 했어요. 블로그에 올릴 글은 하나도 안 써지고 있는데 친구가 놀러와 놀자고 하는 판. 일본어 책을 펼쳐볼 생각이 전혀 안 들었어요. 일본어 책 펼쳐볼 게 아니라 친구가 놀러올 때 및 일본 여행 가 있는 동안 블로그에 올릴 글 써서 쟁여놓는 것이 급선무였어요. 결국 여행 떠나는 날까지 일본어는 단 한 글자도 보지 않았어요.


친구는 열심히 여행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저는 완전히 손 놓아버리다시피 했어요.


어차피 5박 6일간 도쿄에만 있을 거니까.


가면 어떻게 될 거라 생각했어요. 여행 준비는 전혀 안 되어 있었어요. 그래도 환전했고 비행기표 구입했어요.


예습의 시간.


그놈의 10년 후 미래가 현재 일본이라는 소리. 그래, 이번 여행기 제목은 '예습의 시간'이다.


여행기 제목은 정했어요. 지금까지 항상 여행 후반이나 여행기 쓰기 직전에 여행기 제목을 정했지만, 이번에는 달랐어요. 이미 여행 떠나기 한참 전에 제목을 정했어요. 한국의 10년 후 미래가 일본이라고들 하니 제목도 그에 맞춰서 '예습의 시간'이라고 하기로 했어요. 2016년 중국 여행 다녀와 쓴 중국 여행기 제목은 '복습의 시간', 이번에 가는 일본 여행의 여행기는 '예습의 시간'.


그러나 당연히 프롤로그조차 쓰지 않았어요. 제목만 덜렁 정해놓고 방치했어요. 제가 가는 일본 여행인데 이 여행이 제 일이 아니라 남의 일처럼 멀게만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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