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미분류

싹싹 더운데 세 번 집을 나갔다 온 이야기

좀좀이 2012. 8. 1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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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까지 라마단 종료 기념 축제일이다. 올해는 대통령이 일요일~월요일이 라마단 종료 축제일이라고 발표했다고 했다.


집에서 굴러다니는데 배가 고팠다. 내일도 쉬는 날인데 무엇을 사야 최대한 손가락 하나 꼼지락거리지 않고 식사를 때울 수 있을 것인가?


그 답은 명쾌했다.


솜사.


솜사를 10개쯤 사서 냉장고에 넣어 놓고 배고플 때마다 전자렌지로 데워먹는 것. 솜사 속에는 고기도 있고 양파도 있다. 과일 조금만 먹어주면 영양가는 대충 다 맞는다. 한 끼에 솜사 2~3개 먹으면 배가 부르지는 않지만 열량이야 되겠지. 솜사 자체가 워낙 기름지고 칼로리 높은 식품이니까.


그래서 시장에 솜사를 사러 갔다.


"고기 솜사 10개요."

"10분 뒤에."


그래서 멍하니 10분 햇볕을 맞으며 솜사를 기다렸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덥고, 어제는 그저께보다 더 더웠으니 아마 오늘은 48도쯤 하겠지.


10분 뒤. 갓 구운 뜨거운 솜사가 나왔다. 그래서 10개를 샀다. 내가 10개를 사니 새로 나온 한 판의 한 줄이 나오자마자 사라졌다.


6000숨을 지불하고 집에 오는 길. 그렇게 멀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가깝지는 않은 거리였지만 이렇게 멀게 느껴지기는 또 처음이었다. 아무리 시장 보고 많이 들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도 이렇게 길게 느껴지지는 않았는데 오늘따라 날도 엄청 뜨겁고 내가 앞으로 가는데 앞으로 가는 것 같지도 않았다.


집에 돌아와 솜사를 4개 먹어치웠다.


"콜라가 없네?"


그냥 주스로 때우지

그냥 탄산 없는 주스로 떄우지

그냥 주...주...주스로 때우지

그냥 주스 대신 콜라로...


그래서 셔츠를 걸치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그깟 탄산이 뭐라고...라는 건 이상, 콜라를 반드시 사와야겠다는 생각은 실제.


콜라를 사왔다. 너무 더웠다. 그래도 지금은 그저께 사온 복숭아를 먹기로 했다. 물로 씻고 복숭아를 한 입 베어물었다.


왜 이렇게 떫어?


인상을 쓰며 복숭아를 바라보니


안녕?


벌레가 나를 보면서 앗살로무 알라이쿰 하네. 이건 유기농이라는 증거.


유기농이고 농약 떡칠이고 일단 벌레가 없어야 먹든 말든 하지. 물론 다른 부분은 먹을 수 있었지만 벌레를 보고 나서 먹으려고 하니 먹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졌다. 다음 복숭아. 이번에는 신중하게 무조건 베어물지 않고 일단 반으로 갈라 보았다.


앗살로무 알라이쿰!


이 벌레 색퀴는 부끄러운지 모습은 안 보이고 '벌레가 살고 있어요'라는 흔적만 씨앗 주변에 잔뜩 남겨 놓았다. 바로 비닐봉지 행.


마지막 한 개 역시. 정말 어떻게 세 개 다 벌레가 먹을 수 있지? 썩었으면 그러려니 하는데 겉은 멀쩡하고 씨앗 주변만 벌레가 먹었다. 차라리 겉에서 기어다니고 있으면 씻고 먹겠는데 속에서 꼬물거리고 있으니 이건 차마 못 먹겠다...역시 비닐봉지행.


복숭아 3개를 비닐봉지에 넣고 일이 끝이 아니었다. 이놈의 벌레가 비닐봉지에서 탈출할 수도 있어. 예전에 아시는 분이 생밤을 주셨는데 벌레가 비닐 봉지를 뚫고 기어나오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 이후 생밤을 선물로 받는 걸 매우 싫어한다. 어차피 벌레 안 먹은 놈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아...짜증나!"


그래도 어쩌겠는가. 나가야지.


우리동네 쓰레기통은 집에서 약 150미터 떨어져 있다. 싹싹 덥지만 어쩌겠는가. 벌레를 보니 온 몸에서 힘이 솟구친다!


그래서 솜사 사러 갔다가 솜사 먹고 콜라 사러 바로 나갔다가 복숭아 버리러 또 나갔다 왔다.


많이 걸은 건 아닌데 날이 너무 더워서 그런가 힘들고 잠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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