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먹어본 젤리는 일본 코로로 그레이프 젤리에요.
편의점에 갔어요. 혹시 새로 나온 과자가 뭐 있는지 살펴보았어요. 보통 잘 살펴보지 않지만 갑자기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새로 나온 과자가 있는지 쭉 살펴보았어요.
편의점 한쪽에 젤리가 진열되어 있었어요. 일본어가 적혀 있는 젤리가 하나 있었어요.
"이거 뭐야? 동남아시아 것인가?"
우리나라에 수입되어 판매중인 동남아시아 과자 및 그 외 먹거리를 보면 일본어가 적혀 있는 경우가 꽤 있어요. 왜 일본어를 적어놓았는지 모르겠어요.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 일본 영향력이 꽤 크기 때문에 마치 우리나라 과자들이 영어로 써놓는 것처럼 일본어로 써놓은 것일 수도 있어요. 아니면 일본에 수출하려고 만든 제품을 우리나라에 같이 수출했을 수도 있구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포장에 일본어가 적혀 있는 과자라고 일본 것이라 생각하면 틀리는 경우가 꽤 있어요. 어쩌면 이런 것을 노리고 일부러 일본어를 적어놨을 수도 있겠죠.
젤리를 집어들었어요. 가타가나로 コロロ 라고 아주 크게 적혀 있었어요.
'동남아시아 것이겠지.'
앞면에 한글로 '40g+8g 증량!'이라는 멘트와 '내용량 : 48g (130kcal)', '포도과즙 19.43% 함유'라고 적혀 있었어요.
일단 눈에 아주 잘 보이게 강조되어 있는 40g+8g 증량! 멘트가 인상적이었어요. 이게 한국어로 틀린 말은 아니에요. 그러나 우리나라 상품 - 특히 먹거리에서는 이런 표현을 잘 안 쓰죠. 당장 딱 떠오르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문화에 맞게 표현하려면 '20% 더!' 같은 식으로 표현할 거에요. 하여간 이건 틀린 한국어는 아니지만 보면 우리나라 마케팅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다보니 묘하게 어색해보이고 외국인이 번역한 것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어요.
그리고 눈길을 확 잡아끈 것은 포도 과즙이 19.43% 함유되어 있다는 점이었어요. 한국 제품 중 이렇게 과일 과즙이 매우 풍성히 들어간 건 거의 못 봤어요. 물론 제가 큰 관심을 갖고 국산 젤리, 사탕 같은 것 성분을 다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요. 어쨌든 과즙이 20%에 육박하게 들어갔다면 과즙이 상당히 많이 들어간 것은 틀림없었어요. 음료수도 과즙 제대로 안 넣어주는 것이 허다한데요.
일단 생긴 것은 일본 것처럼 생겼어요. 일본어 문자인 가타가나, 히라가나가 여기저기 적혀 있었거든요. 그래도 혹시 몰라서 뒷면을 봤어요. 이것이 어느나라 제품인지 찾아봤어요.
"오, 진짜 일본 제품이잖아?"
편의점에서 판매중인 일본 코로로 그레이프 젤리 포도 캔디는 진짜 일본에서 생산해 수입해온 제품이었어요. 봉지에 어째서 한글이 많이 적혀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수출용이라고 봉지에 한글을 집어넣은 것인지, 젤리만 수입한 후 한국에서 포장해서 판매하는지는 저도 잘 몰라요. 그런데 뒷면을 살펴보니 왠지 전자 같았어요. 포장을 어디에서 했다고 공장 이름과 주소가 나와 있지는 않았거든요.
일본 젤리는 대체 얼마나 맛있는지 먹어보자.
아마 평이 상당히 좋으니 수입되어서 편의점에까지 풀렸을 거에요.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너무나 많은 한국인들이 일본 과자, 일본 젤리, 일본 맥주 등 일본 먹거리 열심히 먹고 맛있다고 칭찬하고 열심히 글 쓰고 SNS에 자랑하고 했어요. 이건 대체 얼마나 평이 좋았으면 편의점에까지 풀렸는지 궁금해졌어요.
일본 코로로 그레이프 젤리 포도 캔디는 이렇게 생겼어요.
가타가나 コロロ 가 영어로는 cororo 였어요. 디자인은 커다란 포도 송이 주변으로 빛나는 금색 배경이었어요. 주변부 금빛 때문에 눈에 안 띌 거 같으면서 잘 띄는 디자인이었어요. 봉지 모양 자체도 꽤 특이한 편이었구요.
봉지 뒷면에 한국어로 제품 설명이 인쇄되어 있었어요.
정식 제품명은 '코로로 그레이프'에요. 식품 유형은 캔디류에 속해요. 내용량은 48g이고 열량은 130kcal 이래요.
일본 코로로 그레이프 젤리 포도 캔디 원재료는 다음과 같아요.
포도당과당액당, 설탕, 포도과즙 19.43%, 포도당시럽, 글리세린, 구연산, 젤라검, 콜라겐 (우피), 로커스트콩검, 합성향료 (포도향 0.328%), 사일리움씨드검, 젤라틴 (돼지), 산탄검, 코코넛오일, 분말셀룰로스, 감미료 (아세설팜칼륨), 카복시메틸셀룰로스나트륨, 밀납, 카나우바왁스
알레르기 유발 성분으로는 돼지고기, 쇠고기가 함유되어 있대요.
그리고 일본 코로로 그레이프 젤리 포도 캔디는 식품유형상 캔디류에 속하지만, 원재료를 보면 젤리에 더 가까워요.
봉지를 뜯었어요. 자연스러운 보라색 포도향이 확 올라왔어요.
이거 진짜 포도잖아!
알맹이를 집는 순간 적당히 말랑말랑한 느낌이 느껴졌어요. 포도 껍질을 벗겨낸 포도알 느낌이었어요. 포도 껍질에서 나온 포도알은 과즙 때문에 미끄덩거리지만 이건 그 수분으로 인한 미끄덩거림이 없었어요. 수분으로 인한 미끄러움이 없는 것만 제외하면 그냥 평범한 포도알과 거의 똑같은 질감이었어요.
한 알 입에 집어넣었어요.
이러니 사람들이 다 일본 것만 찾아대지.
수준 차이, 레벨 차이가 확 느껴졌어요. 맛도, 식감도 포도알을 매우 똑같이 재현해놨어요. 단맛과 신맛이 진짜로 포도알 먹을 때 느껴지는 그 단맛과 신맛의 조화에 가까웠어요. 향도 포도향, 맛도 포도향이었어요.
더 경악스러운 것은 디테일이었어요!
일본 코로로 그레이프 젤리 포도 캔디 끝부분에 살짝 단단하게 굳은 부분이 있었어요. 이것은 포도씨 느낌을 그대로 만들어주고 있었어요. 건포도 먹을 때 느껴지는 포도씨 느낌이었어요. 그냥 알맹이만 만들어놨어도 질감, 식감, 맛, 향 모두 실제 포도 알맹이와 매우 비슷하게 잘 만들었다고 칭찬해줄 건데, 이건 작정하고 '따라올 테면 따라와봐!'라고 외치듯 진짜 포도알의 씨앗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부분이 있었어요. 왠지 이 젤리를 그대로 바짝 건조시키면 건포도가 될 것 같았어요.
세밀한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고 포도알을 그대로 묘사해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연구실에서 '이건 나의 포도알이 아니야!'라고 절규하며 머리 쥐어뜯고 우는 중년의 일본인 연구자가 그려지는 맛이었어요.
한국 젤리와는 그냥 비교 자체가 불가였어요. 너무 뛰어났거든요. 레벨 차이가 너무 크게 느껴졌어요.
일본 코로로 그레이프 젤리 포도 캔디는 한국 것들에 비해 워낙 굉장하고 뛰어나서 진지하게 한국 기업들은 이런 것을 못 만드는 건지, 안 만드는 건지 궁금해지게 만드는 젤리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