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미분류2019. 7. 1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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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교재를 보다 보면 이건 분명히 있어야할 표현인데 빠진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게 무지 기초적이고 일상생활에서 엄청나게 많이 사용하는 경우임에도 불구하구요.


일단 제목은 '아랍어 소유 표현 '이것은 누구의 책입니까?', '이 책은 누구의 것입니까?''이지만, 이 표현이 빠진 외국어 교재가 상당히 많아요. 문법적으로 심오한 레벨까지 도달해야 배울 수 있는 어려운 표현도 아니고, 일상생활에서 툭하면 사용하는 말인데도요. '이거 누구 꺼?', '이 서류 누구 꺼에요?' 이런 표현은 정말 많이 쓰죠. 누구 것인지 모를 때 하는 말이에요. 우주 삼라만상이 다 하느님 알라 부처님 인민대중 소유물이라고 우긴다면 어쩔 수 없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내 것과 남의 것 구분이 철저해요. 그래서 이 말을 안 쓰고 싶어도 안 쓸 수가 없어요. 일단 누구 것인지 명확히 모르면 물어봐야 하니까요.


때는 제가 우즈베키스탄에 있었을 때였어요. 여느때와 다를 바 없이 어학원에 가서 우즈베크어 수업을 듣고 있었어요. 그날 배우고 공부한 내용은 '이것은 누구의 책입니까?', '이 책은 누구의 것입니까?' 같은 표현이었어요. 이것은 우즈베크어 문법에서 상당히 난이도 낮은 문법에 속하는 문법이었어요. 우즈베크어를 비롯한 튀르크 언어들에는 소유인칭접사가 있어요. 명사 뒤에 소유인칭접사를 붙이면 '누구의 것' 표현이 되요. 소유인칭접사는 대명사이기 때문에 주어가 대명사라면 굳이 주어를 속격으로 쓰지 않고 명사에 소유인칭접사를 붙여서 표현해도 되요. 예를 들어서 '내 책'을 직역하면 mening kitobim 이지만, 굳이 저렇게 할 필요 없이 간단히 kitobim 이라고 해도 된다는 거에요. 여기에서 mening 은 1인칭 단수 대명사 속격이고, kitob 은 '책', im 은 1인칭 단수 소유인칭접사에요.


우즈베크어를 배우러 우즈베키스탄에 가기 전에 아랍어를 공부한 적이 있었어요.


'아랍어로는 뭐라고 하더라?'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지 않았어요. 별별 문법 다 배웠는데 '이것은 누구의 책입니까?', '이 책은 누구의 것입니까?' 라는 표현을 배운 적도, 말한 적도 전혀 떠오르지 않았어요.


'어? 뭐지? 이거 진짜 안 배웠나?'


수업이 끝나고 강의실에서 나오면서부터 계속 생각해봤어요. '이것은 누구의 책입니까?', '이 책은 누구의 것입니까?' 따위 기초 표현을 배운 기억이 아예 없었어요. 이런 건 제가 아랍어 배우고 공부할 때 사용했던 교재들에 아예 없었어요. 못 봤어요. 봤다면 이건 잊어버릴 수가 없는 표현이거든요. 아랍어로 한정하지 않고, 그냥 일상 언어생활에서 어쩌다 한두 번 쓰는 표현이 아니니까요. 일상에서 질리도록 쓰는 표현은 그만큼 쉽게 암기하고 잘 잊어버리지 않아요. '이거 누구 꺼?'라는 말을 지금까지 제가 말하고 들은 횟수로 따지면 당연히 1000번이 넘을 거에요. 이건 어쩌다 쓰는 표현이 아니에요. 어떻게 보면 정말 필수적이고 중요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집으로 돌아왔어요. 제가 아랍어를 배울 때 사용했던 교재는 전부 한국어로 번역된 책이었어요. 원서는 파일로 갖고 있었어요. 원서를 꼼꼼히 다 살펴봤어요. 혹시나 비슷한 예문이라도 있는지 찾아봤어요. 경악스럽게도 없었어요.


나중에 누군가에게 아랍어 알려줄 일이 있을 때를 대비해 모아놓은 아랍어 자료들을 찾아봤어요. 역시나 이런 표현은 보이지 않았어요.


'이거 대체 뭐야?'


한참 이런 저런 자료를 뒤적거리다 두꺼운 문법 서적에서 간신히 찾았어요. 어지간한 교재에 이 표현이 안 나와 있었어요.



먼저 '이것은 누구의 책입니까?' 같은 표현이에요.


이것은 누구의 책입니까?


كتاب من هذا؟

kita:b man ha:dha:?

'누구의 책' 처럼 지시대상은 확실한데 소유관계를 몰라 누구 것이냐고 물어볼 때는 '명사+의문사 man'을 사용해요. 그리고 당연히 도치되요. hadha kitab man? 이 아니라 kitab man hadha? 가 되요.

참고로 우즈베크어에서는 bu kimning kitobi? 라고 해요. 의문사 kim을 소유격으로 쓰고, 지시대상에 3인칭 단수 소유인칭접사 i를 붙여줘요.


두 번째는 '이 책은 누구의 것입니까?' 같은 표현이에요.


이 책은 누구의 것입니까?


لمن هذا الكتاب؟

liman ha:dha: al-kita:b?

'누구의 것'이냐고 물어보고 싶다면 소유를 의미하는 전치사(불변사) li에 의문사 man 을 써서 liman 이라고 해요. 간단히 '이거 누구 꺼?'라고 하고 싶다면 'liman hadha?'라고 하면 되요.

참고로 우즈베크어에서는 bu kitob kimniki? 라고 해요. 접사 niki는 소유를 표시해요. 한국어로 해석할 때 보통 '~의 것'이라고 해석해요. kimniki는 kim(누구)+niki(~의 것) 형태에요.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 여러 외국어의 다양한 학습 교재들을 보다가 상당히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의외로 이 표현이 빠진 외국어 교재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었어요.



사실 '이것은 누구의 책입니까?'와 '이 책은 누구의 것입니까?'의 의미는 같아요. 그래서 예시로 든 두 문장 중 하나만 알고 나머지는 대충 알고 있는 하나로 퉁치는 방법도 있어요. 보통은 이렇게 많이 하구요. 그렇지만 두 문장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어요.


외국어를 공부하고 있다면 '이것은 누구의 책입니까?', '이 책은 누구의 것입니까?' 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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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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