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가본 곱창 볶음 맛집은 서울 종로구 동대문역 창신동 동대문역 근처에 있는 곱창 가게인 소문난곱창이에요.
얼마 전이었어요.
"너 곱창 먹어?"
"나? 곱창 좋아하는데?"
친구가 제게 곱창 좋아하냐고 물어봤어요. 당연히 곱창 좋아해요. 그래서 친구가 왜 그걸 물어보나 생각했어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그 누구한테도 곱창 먹으러 가자고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오히려 곱창 먹으러 가지 않겠냐고 물어보면 거절한 경우만 많았구요. 그래서 여자친구한테 제가 곱창 좋아하는 거 아냐고 물어봤어요. 여자친구는 제가 곱창 싫어한다고 알고 있었어요.
나 곱창 많이 좋아하기는 하는데...
곱창 많이 좋아해요. 그렇지만 잘 먹지 않아요. 누가 곱창 먹으러 가지 않겠냐고 물어보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곤 해요. 곱창을 좋아하지만 싫어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요.
곱창은 제대로 잘 하는 집 안 가면 돈만 날린다. 그렇지 않아도 돈 아까운 건 사실이다.
곱창은 유난히 비싸요. 원래는 제일 가치 없는 부위를 싸게 먹는 용도로 먹었던 것이에요. 이것은 동양도 마찬가지고 서양도 마찬가지에요. 서양에서도 곱창 그 자체로 요리를 만들기보다는 소세지 껍질 같은 걸로 많이 이용했어요. 우리나라도 곱창은 원래 아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부위라 인기 있었던 거구요. 일본에서 일본인들이 재일교포를 멸시할 때 사용하는 요소로 재일교포들이 곱창을 먹는 점을 사용한 것도 유명해요.
곱창은 가격 대비 양이 매우 적은 편이에요. 돼지 곱창도 양이 적은 편인데 소 곱창은 말도 못할 정도에요. 제대로 곱창을 먹으려고 하면 돈 꽤 많이 써야 해요. 곱창의 지위가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어요. 지금은 완전 고급 음식 다 되었어요.
그런데 곱창은 잘 못 하는 집에서 먹으면 돈만 왕창 날리기 딱 좋아요. 일단 곱창에서 나는 잡내를 얼마나 잘 잡아내느냐가 중요해요. 이걸 잘 못 잡아내면 일반 고기보다 역해서 먹기 힘들어요. 이걸로 끝이 아니에요. 설령 곱창에 있는 잡내를 잘 잡아내었다 하더라도 양념을 잘못 하면 이거 때문에 또 역한 냄새가 나요. 곱창 냄새를 잡기 위해 들깨 가루 및 깻잎을 많이 사용해요. 이것을 잘못 하면 고기 잡내와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내어서 정말 역한 냄새를 만들어내요. 들깨 가루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기피할 만한 음식이 되구요.
이런 점 때문에 지금까지 곱창 먹으러 가자고 한 적이 없었어요. 곱창은 가성비가 상당히 떨어지는 음식이고, 여기에 잘 하지 못하는 집으로 갔다가는 돈만 날리기 딱이었거든요.
'곱창 괜찮게 하는 집 없나?'
친구와 곱창 먹으러 가지 않았어요. 저 혼자 곱창 볶음 잘 하는 집이 있는지 찾아봤어요.
"여기 가격 괜찮은데?"
창신동 소문난곱창을 찾았어요. 야채 곱창 가격은 8천원, 알곱창 가격도 8천원이었어요. 여기는 KBS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프로그램에 나온 곳이었어요.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프로그램에 나오는 가게들은 대체로 오래된 가게들이에요. 오래된 가게라는 것은 맛이 있든 없든 간에 고정 수요가 꾸준히 있어왔다는 거에요. 제 입에 맞을지 안 맞을지는 모르지만 그 동네에서는 그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서울 종로구 창신동 동대문역 곱창 볶음 맛집인 소문난 곱창으로 갔어요.
소문난곱창은 동대문역 1번 출구에서 나온 후 뒤돌아서 동대문쪽으로 가다보면 나오는 첫 번째 골목길로 쭉 올라가면 있어요. 주소는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신2길 6-2이에요. 지번 주소는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신동 651-77이에요.
안으로 들어갔어요. 할머니께서 콩국수를 드시고 있었어요.
"할머니, 여기 1인분 되나요?"
"돼."
"야채곱창 1인분 주세요."
"한 명이면 1인분 먹어."
"예, 야채곱창 1인분이요."
"이거 먹는 거 다 먹고 해줄께. 놔두면 불어."
"예."
할머니 말씀에 웃으면서 자리에 앉았어요. 맞는 말이었거든요. 저녁 식사 시간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찾아갔어요. 할머니께서는 손님이 없는 시간에 저녁 식사로 콩국수를 드시고 계셨어요. 그런데 제가 가서 야채곱창 1인분 달라고 하자 드시던 것 다 드시고 해주시겠다고 하셨어요.
잠시 후, 할머니께서 콩국수 면발만 다 건져드신 후 제가 주문한 야채 곱창을 볶으러 나가셨어요.
가게 탁자마다 화구가 올라가 있었어요.
액자 왼편에는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촬영 사진 액자가 걸려 있었어요.
여기는 원래 술집이에요. 그래서 곱창 볶음 모두 안주류로 분류되어 있었어요. 그렇지만 혼자 와서 곱창 1인분만 먹고 가도 되는 가게였어요. 이걸 아는 이유는 제가 혼자 가서 1인분만 주문해서 곱창 먹는데 아무렇지 않았거든요.
주의사항이 인쇄되어 있었어요. 볶음밥 먹고 싶은 사람은 야채곱창 주문 후 싹 다 집어먹은 후 볶음밥 주문하지 말고 야채는 남기고 볶음밥 주문하래요.
밑반찬 같은 것은 없었어요. 쌈채소로 깻잎과 상추가 나왔어요.
조금 기다리자 야채 곱창이 나왔어요.
화구에 불을 켜주셨어요. 약불로 켜놓고 먹으라고 하셨어요.
"여기 진짜 맛있잖아!"
정말로 엄청나게 맛있었어요. 돼지 곱창에서 잡내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어요. 잡내가 안 느껴졌기 때문에 질겅질겅 씹을 수 있었어요. 씹을 수록 고소한 맛이 진해졌어요.
살짝 매콤한 듯 하지만 안 매웠어요. 양도 꽤 괜찮았어요. 야채곱창 8천원에 공기밥 추가하면 9천원이고, 야채곱창 먹다가 볶음밥 먹으면 만원이었어요. 혼밥하기에 괜찮은 가격이었어요.
보통 곱창 볶음집 가면 치사하게 야채만 엄청 많이 주는데 여기는 곱창이 많았어요.
"여기 볶음밥 만들어주세요."
볶음밥을 주문했어요.
"할머니, 야채 곱창이랑 알곱창이랑 뭐가 달라요?"
"야채 곱창이 양이 더 많아. 알곱창 2개가 야채곱창 하나 정도야. 잘 먹는 사람은 혼자 2인분도 먹어."
"알곱창도 하나 주세요."
"알곱창?"
"예. 알곱창요."
도저히 알곱창을 추가로 시켜보지 않고 견딜 수가 없었어요. 야채 곱창은 엄청나게 훌륭했어요. 역한 냄새가 단 하나도 없었어요. 씹을 수록 고소해지는 곱창과 당면, 야채, 양념의 조화가 매우 훌륭했어요. 자극적이거나 짜지 않았어요. 공기밥 없이 야채곱창만 계속 건져먹어도 좋은 맛이었어요. 제가 먹다 남긴 이유는 볶음밥 만들어 먹기 위해서였을 뿐이었어요. 볶음밥 먹어볼 생각 없었다면 야채곱창을 깨끗히 다 먹었을 거에요.
할머니께서 어리둥절해하시며 알곱창을 볶으러 나가셨어요.
역시나 화구에 불을 켜 주셨어요.
볶음밥도 맛있었어요.
알곱창이 나왔어요.
알곱창은 야채 곱창에 비해 양이 적다고 하셨지만 알곱창도 양이 괜찮았어요. 8천원이 아깝지 않은 양이었어요. 알곱창은 곱창볶음에 깻잎만 올라가 있었어요. 이것도 맛있었어요. 알곱창은 야채곱창과 달리 반찬 느낌이 더 강했어요.
둘 다 깔끔하게 다 비웠어요. 제대로 곱창 잘 하는 집에서 저렴하게 먹어서 기분이 매우 좋았어요. 원래 계획대로 먹었다면 야채곱창 8천원에 볶음밥 2천원 해서 만원에 한 끼 식사 잘 하고 나왔을 거에요. 맛있어서 알곱창이 많이 궁금해지는 바람에 알곱창까지 주문해서 18000원어치 먹고 나왔지만요. 다음에 가볍게 혼밥할 생각으로 갈 때는 야채곱창 1인분에 공기밥 하나 주문해서 먹고 올 생각이에요.
"할머니, 여기 진짜 맛있네요!"
"당연히 맛있어야지. 내가 몇 년을 했는데."
"몇 년 하셨는데요?"
"42년."
서울 종로구 창신동 소문난곱창은 상당히 오래된 가게였어요.
이 가게는 정말 오랫동안 계속 장사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맛있게 곱창 볶음 잘 하는 집은 거의 못 봤거든요. 처음부터 끝까지 맛있고, 곱창은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잘 느껴졌고, 역한 냄새는 아예 단 하나도 없었어요. 게다가 여기는 혼밥하러 가기도 좋은 곳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