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며 골목이 있으면 골목 안으로 들어가봤어요.
합동마을에서 윗쪽으로 올라갈 수록 점점 절이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연등이 여기저기 보였어요. 할머니 말씀대로 위로 갈 수록 절이 많았어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교회도 있었어요.
경사가 있는 길이라 땅을 파고 평탄화해서 집을 지었어요.
위로 올라갈 수록 달동네보다는 산골 마을 같은 느낌이었어요. 인위적으로 형성된 마을보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마을 같아보였어요.
흰색 칠이 된 담벼락 아래 조성된 화단에는 꽃이 예쁘게 피어 있었어요.
계단을 따라 화분을 진열해 놓았어요.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진짜 조금 쉬든가 해야겠다.'
아무 느낌이 들지 않았어요. 무엇을 사진찍어야할 지 감이 안 왔어요. 그동안 달동네, 판자촌을 몰아서 계속 다녔더니 이제 다 그것이 그것 같았어요. 아까 상계뉴타운 2구역은 그래도 부서지고 버려진 폐가들이 있어서 그거 보고 그것 사진 찍으면 되겠다고 판단할 수 있었어요. 그렇지만 여기는 그냥 달동네였어요. 감이 하나도 안 왔어요. 이곳까지 오기 전에 본 달동네가 한둘이 아니라 더욱 그랬어요. 뭔가 다른 점이 확 와닿아야 사진을 찍을텐데 그런 게 하나도 없었어요. 꽃, 연탄재 같은 것 이미 수없이 많이 봤고 사진도 여러 장 찍었어요. 고추 묘목도 매우 많이 봐서 지금 고추 묘목 성장기 사진 찍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어요.
게다가 피곤했어요. 별 감흥이 안 느껴지다보니 더 피곤해졌어요. 피곤해지니 사진을 찍기 위해 다리 굽히는 것도 힘들어졌어요. 그러니 사진을 뭘 찍어야 할지, 어떻게 찍어야할지 더 안 보이게 되었어요.
몇 시인지 봤어요. 2019년 5월 18일 17시 54분이었어요. 양지마을도 볼 거라면 합동마을은 대충 여기에서 접고 돌아가도 시간이 될 지 안 될 지 애매했어요.
'그래도 왔는데 다 돌아보고 가야지.'
이제 절에 들어가보기도 늦은 시각이었어요. 저녁 6시 넘어가면 절에 들어가보기도 조금 그래요. 이제 달동네를 둘러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오늘 하루 힘들게 운동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버린 것 같았어요. 그래도 이왕 온 것, 다 둘러볼 생각이었어요. 합동마을을 오늘 여기까지 보고 그냥 의욕없다고 집으로 돌아가버리면 나중에 여기 또 와야 했거든요. 너무 자극적인 곳에서 밋밋한 곳으로 이동하니 더욱 감각이 무뎌졌어요.
서울에서 벗어나 산기슭 가면 쉽게 볼 수 있을 것 같은 풍경이 계속 이어졌어요.
담벼락에 편지함이 매달려 있었어요.
밭에서는 밭작물이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었어요.
길을 따라 계속 윗쪽으로 올라갔어요.
절 담장에 연꽃 벽화가 그려져 있었어요.
주변을 둘러보았어요.
계속 걸어올라갔어요. 어쨌든 합동마을을 다 둘러볼 계획이었어요.
제일 윗쪽까지 다 올라왔어요. 이제 아래로 내려가기만 하면 되었어요. 방향을 돌려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순식간에 아래쪽까지 내려왔어요. 머리 속에는 어서 빨리 다 돌아보고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