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진짜 버려진 동네 아냐?"
서울 노원구 상계3,4동 상계뉴타운 수락산 기슭 달동네에는 여기저기 쓰레기가 굴러다니고 있었어요. 이건 많이 심했어요. 사람들이 떠나가는 동네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었어요.
달동네는 흔히 위생적으로 안 좋은 동네라고 생각해요.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에요. 아무래도 하수 시설이 그리 썩 잘 갖추어져 있지 않고, 산기슭이다보니 날벌레가 많기는 해요. 그렇다고 해서 달동네 사는 사람들의 위생관념이 형편없는 것은 아니에요. 쓰레기를 자기 집 밖에 대충 던지지는 않아요. 쓰레기를 자기 집 밖에 대충 던져놓는다면 당연히 날벌레, 쥐가 엄청나게 꼬일 거고, 그것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해를 입혀요. 게다가 우리나라 국민성이 중국처럼 미개하지도 않구요. 그래서 달동네 가면 날벌레가 많기는 해도 쓰레기가 도처에 쌓여있고 굴러다니지는 않아요. 허름한 것과 더러운 것은 다른 것이에요.
그런데 서울 노원구 상계3,4동 상계뉴타운 수락산 기슭 달동네를 돌아다니며 쉽게 목격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쌓여 있는 쓰레기였어요. 이런 경우는 사람들이 떠나가고 있을 때 보이는 광경이에요. 그것도 동네를 비우고 아예 떠나갈 때요.
게다가 곳곳에 무너진 가옥이 있었어요. 잡풀이 우거지고 말라 비틀어 죽은 풀도 그대로 있었어요.
'여기 뭐야?'
재개발 때문에 주민들이 떠나가고 있는 동네 풍경과 매우 흡사한 모습이었어요.
텃밭에서 일하고 계신 아주머니가 보였어요. 아주머니께 인사를 드렸어요.
아주머니께서는 제게 여기를 왜 돌아다니냐고 물어보셨어요. 그래서 취미가 사진 찍는 것인데 골목길 사진 찍으러 왔다고 대답했어요.
"여기 합동마을 맞나요?"
"합동마을은 여기 아니에요. 저쪽으로 넘어가야 합동마을이에요."
"예? 그러면 여기는 어디에요?"
"여기는 그냥 상계뉴타운 2구역이에요."
아주머니께서는 제가 돌아다니고 있는 동네는 합동마을이 아니라 그냥 상계뉴타운 2지역 중 한 부분이라고 알려주셨어요.
"여기 부서진 집 진짜 많네요?"
"여기 재개발 들어간다고 해서 주민들 이주중이에요."
"예..."
"재개발 한다, 한다 하는데 언제 될 지 모르겠어요. 아마 올해 말까지는 여기 사는 사람들 다 이주할 거에요."
"아...그래서 이렇게 빈 집이 많았군요."
아주머니께서는 이 동네 사는 사람들이 올해 말까지는 다 떠나갈 거라 알려주셨어요.
그런데 여기 합동마을 아니었어?
아주머니께서는 여기가 합동마을이 아니라고 하셨어요. 합동마을은 여기에서 양지마을 쪽으로 걸어가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렇다면 여기는 그냥 상계3,4동 수락산 기슭의 이름없는 달동네였어요. 아마 옛날에는 이름이 있었을 거에요. 그렇지만 동네 이름보다는 그냥 편하게 상계4동이라고 부른지 꽤 되었고, 지금은 상계뉴타운 2구역이라고 부르는 모양이었어요.
'대체 합동마을은 어디야?'
당연히 여기도 합동마을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니라고 했어요. 조금 더 걸어가다보니 아저씨 한 분이 보였어요. 아저씨께 인사를 드리고 여쭈어봤어요.
"여기 합동마을 아닌가요?"
"여기는 아니에요."
"그러면 어디가 합동마을이에요?"
"저기 가다보면 관음선원 나오는데 그 너머부터 합동마을이에요."
아저씨께서는 관음선원을 넘어가야 합동마을이라고 알려주셨어요.
바닥에는 장기말 졸 卒이 떨어져 있었어요.
여기 살던 사람들은 또 어디로 갔을까요?
저도 몰라요. 그냥 좋게 잘 된 일이라면 좋겠어요.
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봤어요.
버려진 집들이 있었어요.
"뭐야? 여기는 또 합동마을 길이네?"
안에는 쓰레기가 가득했어요.
바로 앞집은 입구가 아예 다 허물어져 있었어요.
버려진 데다 입구가 무너져 문이고 뭐고 없었어요. 안쪽으로 들어가봤어요.
바닥에 튀어나온 못이 있나 잘 살피며 안을 돌아다녔어요.
밖으로 다시 나왔어요.
다시 윗쪽으로 올라갔어요. 조금 걸어가자 관음선원이 나왔어요.
이 옆길을 따라 내려가면 합동마을이라고 했어요.
길을 내려가자 가옥이 한 채 나왔어요.
할머니 한 분께서 밭일을 하고 계셨어요.
"할머니, 여기 합동마을 맞나요?"
"응, 맞아요."
"그러면 여기에서부터 아래로 쭉 합동마을이에요?"
"저 아랫길 윗쪽까지 다 합동마을이야. 윗쪽으로는 절이 많아요."
"감사합니다."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다시 돌아다니기 시작했어요.
연탄재가 가지런히 쌓여 있었어요.
아래로 내려왔어요. 일단 합동마을 맨 윗쪽으로 가보기로 했어요.
계속 오르막길이 이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