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음 달동네 가봐야겠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달터마을을 다 둘러봤어요. 이날 목표는 개포동 달터마을을 둘러본 후 노원구에 있는 달동네를 가보는 것이었어요. 노원구는 서울 동북쪽 끝에 있는 구에요. 의정부와 붙어 있는 구이기도 하구요. 노원구를 둘러보고 의정부로 돌아가는 길은 집으로 돌아가는 방향이었기 때문에 집으로 가는 길에 들려보는 거라고 생각해도 되었어요. 노원구에 있는 달동네를 둘러보고 집으로 돌아가면 너무 멀리 돌아다니지 않고 차비도 덜 드는 동선이었어요.
서울 노원구에는 달동네가 몇 곳 있어요. 주로 동쪽 끝부분에 달동네가 남아 있어요. 서울 노원구에 남아 있는 달동네 특징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서울 도심 무허가 판자촌을 철거하며 거주민들을 강제이주시켜 형성된 달동네라는 점이에요. 그래서 자연발생적인 달동네와는 역사적으로 큰 차이가 있어요. 아예 정부가 계획하고 조성한 마을들이니까요.
노원구에 유명한 달동네는 4곳 있어요. 가장 유명한 곳은 중계본동 백사마을이에요. 여기는 교통편이 상당히 불편해요. 오직 지하철로만 가려면 하계역에서 내려서 걸어가야 하는데 1.5km가 넘어요. 그래서 백사마을을 가기 위해서는 지하철 7호선 중계역 또는 하계역에서 내려서 버스를 타고 가야 해요.
그 다음 유명한 달동네로는 당고개역 근처에 있는 합동마을, 양지마을, 희망촌이에요. 당고개역을 중심으로 북서쪽으로 합동마을이 있고, 북북서쪽 상계3,4동 주민센터가 있는 쪽에 양지마을이 있고, 동쪽에 희망촌이 있어요. 합동마을은 상계뉴타운 2구역이고, 양지마을은 상계뉴타운 1구역이고, 희망촌은 상계뉴타운 3구역이에요. 지도를 보면 합동마을, 양지마을, 희망촌이 하나의 거대한 마을 같지만 마을 구분이 있고, 이 마을 구분은 상계뉴타운 1,2,3 구역으로 찾아보는 것이 편해요.
'아직 시간 좀 있으니까 다 둘러볼 수 있겠지?'
달터마을 둘러보는 데에 시간이 예상보다 많이 걸렸어요. 그래도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었어요. 게다가 이건 크게 보면 집 가는 방향이었어요. 집에 빨리 가는 방향은 아니지만 어쨌든 서울 북동부로 올라가는 거니까요. 합동마을, 양지마을, 희망촌 다 둘러보는 데에 길어야 3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았어요.
지하철을 타고 당고개역으로 갔어요. 구룡역에서 당고개역으로 가는 내내 서서 갔어요. 의정부에서 구룡역까지 가는 전철, 구룡역에서 당고개역으로 가는 전철 모두 가는 내내 서서 갔어요. 이렇게 전철 타고 있는 내내 서서 가는 날도 드문데 이날은 이상하게 딱 이랬어요.
2019년 5월 18일 15시 15분. 서울 지하철 4호선 종점인 당고개역에 도착했어요.
"어? 저거 뭐지?"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지하철 역사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 당고개역 바로 앞에 노후주택 밀집구역이 있었어요.
"저기 한 번 돌아봐야겠는데?"
당고개역에 도착하기 전까지 당고개역 근처에 노후주택 밀집구역으로는 달동네인 합동마을, 양지마을, 희망촌만 있는 줄 알았어요. 당고개역 주변이 어떻게 생겼는 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없었어요. 지하철역 주변이 낙후되어봤자 심각하게 낙후된 동네는 아닐 거라 여겼거든요. 그런데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인위적인 달동네 모습이 너무나 뚜렷히 남아 있는 동네 풍경이었어요.
당고개역 2번 출구로 나왔어요.
나오자마자 노후주택 밀집구역으로 들어갔어요.
마을 큰 길이 나왔어요.
골목이 여러 개였기 때문에 골목에 들어갔다가 다시 큰 길로 나오는 식으로 돌아다녔어요.
무당집이 여러 곳 있었어요.
연탄 가게가 있었어요.
대화를 나누고 있던 중년의 아저씨 두 분과 마주쳤어요. 제가 연탄 가게 사진을 찍는 것을 보자 요즘 이런 것 보기 어렵다고 이야기하셨어요. 아저씨께 인사를 드렸어요.
"여기 오래된 동네인가요?"
"여기 오래된 동네야."
"여기 마을 이름이 뭐에요?"
"여기는 그냥 상계4동이라고 불러."
"아, 여기는 합동마을 아니에요?"
"합동마을은 저 윗쪽이구."
아저씨께서 당고개역 앞에 있는 노후주택 밀집구역에 대해 설명해 주셨어요. 당고개역 앞에 있는 노후주택 밀집구역은 예전에는 괜찮은 동네였지만 낙후된 채로 머무르다보니 주변에 비해 상당히 많이 낙후된 곳이 되었다고 하셨어요. 여기는 집 지을 때 돈이 있어서 기와 지붕을 올렸지만, 다른 곳들은 돈이 없어서 지붕이라고 '누삥'만 올려놓고 지어놨었대요.
당고개역 앞 노후주택 밀집구역은 약 50년 정도 된 마을로, 당고개역 근처 다른 곳들과 달리 기와집들이 있는 곳이었대요. 마을 골목길도 과거에는 넓었대요. 그런데 뉴타운하네 뭐하네 하며 방치되다보니 크게 낙후되었고, 길에 추가로 가건물 설치해서 길이 현재와 같이 좁아진 거라고 알려주셨어요.
아저씨께서는 요즘 보기 힘든 동네이니 사진 잘 찍고 가라고 하셨어요. 아저씨께 인사를 드리고 다시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길이 매우 반듯했어요. 큰 골목을 중심으로 거의 수직에 가깝게 작은 골목길이 이어져 있었어요.
사진을 찍으며 가고 있는데 식당 앞에 계신 아주머니께서 저를 부르셨어요.
"이 가게는 안 찍어?"
"예?"
"여기 기자들 와서 사진 잘 찍어가."
가게 사진을 찍고 싶었어요. 그러나 전혀 찍을 상황이 아니었어요. 사진을 한 장 찍어봤더니 하늘은 너무 밝아서 가게가 그냥 시꺼멓게 나왔어요. 게다가 사람들이 많았어요. 도저히 살릴 수 있는 모습으로 사진이 나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지웠어요. 이쪽으로도 사람들이 사진 찍으러 많이 오는 것 같았어요. 보통 달동네에서는 사진 찍고 있으면 상당히 경계하고 사진 찍는 것을 안 좋아하는데 여기는 정반대 분위기라 매우 신기했어요.
큰 골목길 하나를 다 걸었어요. 이제 다음 큰 골목길로 갈 차례였어요.
다시 안쪽으로 들어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