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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회 칸 국제 영화제 황금종려상 영화 기생충 리뷰 총평 및 제작 의도 추측 - 빈곤, 가난, 몰락에 대한 극사실주의 묘사

좀좀이 2019. 6. 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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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에는 영화 줄거리 및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어요.


참고글

1편 : 영화 기생충 핵심 소재 분석 및 해석 - 선, 냄새, 계획 https://zomzom.tistory.com/3756

2편 : 영화 기생충 인물 및 소재 의미 분석, 해석 https://zomzom.tistory.com/3757


제72회 칸 국제 영화제 황금종려상 영화 기생충 총평 및 제작 의도 추측 - 빈곤, 가난, 몰락에 대한 극사실주의 묘사


스토리 구성 특징 1 - 대칭


영화 기생충에서는 쌍을 이루어 대칭을 이루는 장면들이 많은 편이에요. '기생충이 피 빨아먹고 살듯 가난한 사람이 부유한 사람에게 피를 빨아먹는다'라는 것을 쉽게 추측할 수 있게 하는 제목부터 대칭을 이루기 시작해서 영화에서 이러한 대칭을 이루는 장면이 쉴 새 없이 나와요. 그리고 이 대칭은 봉준호 감독의 이 영화 제작 의도와 결국 이어지게 되요.


또한 인물들도 대칭을 이뤄요. 두 인물이 만드는 닮음쌍을 통해 두 인물의 과거와 미래를 교차로 보여주는 것이죠.


스토리 구성 특징 2 - 끝없는 대비와 비교


기생충 영화 스토리 구성에서 유난히 두드러지는 점은 바로 끝없는 대칭과 비교라는 점이에요.


먼저 주요 인물들을 보면 기택 (송강호)은 박사장 (이선균)과 비교 및 대비되고, 충숙 (장혜진)은 연교 (조여정)와 비교되고, 기우 (최우식)는 다혜 (정지소)와 비교되요. 심지어 기정 (박소담)은 다송 (정현준)과 비교되요.


기생충 영화


아쉬운 점


억지스러운 부분이라면 연교가 아무리 트로피 와이프라지만 너무 멍청하게 그려진다는 점이에요. 기우가 다혜 영어 과외교사로 일하게 되는 이야기, 기정이 다송 미술심리치료교사로 일하게 되는 이야기, 기택이 박사장 운전기사로 일하게 되는 이야기, 충숙이 박사장 집 입주 가사도우미로 일하게 되는 이야기가 전반부에 상당히 빡빡하게 들어가 있어요. 그리고 빡빡하게 들어간 것만큼 작중 시간 또한 매우 짧게 흘러간 것으로 나와요.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란 거에요. 이게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이유는 연교가 말이 좋아 성격이 심플하고 순진한 것이지, 영화상으로 보면 이게 인간인지 단세포 생물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멍청하기 때문이에요.


즉, 연교는 너무 지나치게 어리석은 인물로 나와요. 아무리 가난을 모른다지만 기택 가족이 순식간에 박사장 가족 아래로 들어간다는 스토리 때문에 연교 캐릭터가 너무 희생당했어요.


제72회 칸 국제 영화제 황금종려상 영화


총평


기생충이 매우 훌륭한 영화라 할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은 부자를 악당으로 묘사하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가난한 집과 부유한 집이 대비를 이루는 구도에서는 흔히 가난한 쪽은 선, 부유한 쪽은 악으로 묘사하곤 해요. 가난한 쪽은 인정이 넘치고, 부유한 쪽은 야박하게 묘사되요. 가난한 쪽은 선행을 베풀고, 부유한 쪽은 악행을 베풀어요. 이런 '가난한 사람들은 선, 부유한 사람은 악'이라는 정형화된 틀에 빠져 있지 않아요.


그러다보니 영화는 자연스럽게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하고 몰락할 수 밖에 없는 진짜 이유를, 부유한 사람은 더 부유해지고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적나라하게 보여줘요.


영화에서는 끊임없이 상류층인 박사장 가족의 생활 모습과 하류층인 기택 가족의 생활 모습을 대비시켜서 보여줘요. 그러나 약자는 무조건 선할 거라는 언더독 도그마 선입견에 지독하게 사로잡혀서 보지 않는 한, 이 영화에서 기택 가족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은 거의 안 들어요. 기택 가족은 가난한데 악랄하기까지 하고, 박사장 가족은 부유한데 선량하기까지 해요.


영화상에서 박사장 가족은 기택 가족에 대한 구세주이자 후원자 급이에요. 아주 천사 가족이 따로 없어요. 일만 똑바로 잘하면 보너스도 팍팍 꽂아줘요. 빈부격차 장면에서 심심하면 등장하는 소재가 노동착취인데, 이 영화에서 박사장과 연교는 절대 노동착취를 하지 않아요. 오히려 기택 가족이 제공한 노동력에 대해 기본 가격은 기본 가격대로 쳐주고, 노동 서비스 품질이 자신들이 준 돈보다 더 우수하다면 아낌없이 웃돈을 더 줘요. 사실 이러면 누구나 워크홀릭에 안 빠질 수가 없어요. 완전 꿈의 직장이에요.


오히려 이렇게 선의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는 박사장 가족을 깔보고 흉보며 심지어는 박사장 집이 자기 집인냥 마음대로 들어가 노는 기택 가족이 정말 배은망덕해 보여요.


언더독 도그마에서 벗어나 이 영화를 보는 방법은 별 거 없어요. 그냥 아무 생각없이 보면 되요. 이 영화는 빈곤, 가난 몰락을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묘사하고 있어요. 연교가 순진한 걸 뛰어넘어 멍청하게 구는 거야 과장이죠. 그러나 연교를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의 모습은 모두 아주 사실적이에요.


이 말에 거부감이 크게 든다면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왜 자기 자신은 부유한 동네가 아니라 가난한 동네 갈 때 더 긴장하고, 왜 부자보다 노숙자 같은 가난한 사람을 더 경계하냐구요.


영화를 보는 동안 특별히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어요. 그냥 멍 때리고 따라가기만 하면 되요. 제가 이 글 제목에 부제로 '빈곤, 가난, 몰락에 대한 극사실주의 묘사'라고 한 것이 아니에요. 왜 가난하고, 왜 빈곤하고, 왜 몰락하는가를 정확히 가감없이 그려내고 있어요.


바로 이 점 때문에 황금종려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고 봐요. 빈곤, 가난, 몰락에 대한 극사실주의 묘사는 쉬울 것 같지만 실제 해보면 죽도록 힘들고 잘 안 되는 주제에요. 더욱이 자칭 '깨어있는 시민'이라면 더더욱 이게 안 되요. 가난해본 적이 없다면 더더욱 안 되구요. 게다가 부유층과의 대비까지 다룬다면 '부유층'에 대해서도 충분한 이해가 필요해요.


감독의 제작 의도 추측


감독의 제작 의도 추측


가난, 빈곤, 몰락을 극사실주의적으로 다루기는 정말 어려워요.


가난, 빈곤, 몰락을 극사실주의로 다룬다고 하다가 잘못 되면 '가난한 놈은 그러니까 가난한 거야' 분위기로 흘러가 버려요.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한 것을 합리화시켜버리는 것이죠. 더 나아가 '가난한 놈들은 불쌍해할 필요 없다'는 분위기로 발전해 버려요.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하게 사는 것 그 자체에 비난을 가하게 되요.


그래서 '가난, 빈곤, 몰락'을 극사실주의적으로 잘 다룬 영화는 국제 영화제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받아요. 가장 다루기 까다롭고 잘못 했다가는 돌 맞아 죽기 좋은 영화 나오기 딱 좋은 주제거든요. 영화에서 계속 '선'을 이야기하는데 '가난, 빈곤, 몰락' 주제를 극사실주의적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선을 넘을락 말락하면서 결국에는 안 넘어야 해요. 무슨 말이냐 하면 빈곤이 만들어내는 추악함을 보고 욕하고 저러니까 못 살지 말하는 거 같은데 영화 다 본 후에 생각해보면 그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는 거에요.


이 영화는 가난, 빈곤, 몰락을 극사실주의적으로 매우 잘 다루었어요. 그리고 어느 나라 사람이 보더라도 대중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에요. 한국적인 모습이지만 속 내용은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모습이라는 거에요.


제가 추측해본 감독의 기생충 영화 제작 의도는 다음과 같아요.


기생충 감독 의도


첫 번째, 빈곤층과 부유층 사이에서 발생하는 상호간 몰이해와 소통 단절


영화 속에서 기택 가족과 박사장 가족은 서로 문제 없이 지내는 것 같지만 본질적 소통은 전혀 안 되는 모습을 보여요. 어떻게 보면 부유층인 박사장 가족은 빈곤층인 기택 가족에게 끊임없이 재기하고 성공할 방법을 전달하고 있어요. 맡은 바 충실하고 성실히 임하고, 열심히 노력하며, 함부로 무모한 짓 하지 말라구요. 열심히 일하면 돈을 더 주고, 끊임없이 선을 넘지 말라고 충고해줘요. 실제 기회를 줘요. 기택, 충숙, 기우, 기정이 받는 돈을 합치면 한 달에 최소 600만원은 되고도 남아요. 한 사람당 평균 150만원씩 받는다고 치면 150만x4=600만원이죠. 1년만 죽어라 일하고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면 최소한 반지하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을 거에요. 하지만 이 메세지가 기택 가족들에게는 전혀 안 와닿아요. 아니, 아예 안 들려요.


냄새에 대한 박사장과 기택의 소통 단절은 상당히 상징하는 바가 커요. 박사장은 기택의 냄새가 바뀌기를 원해요. 가난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기택이 개선해야 할 점이 바로 몸에서 나는 냄새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높은 대우를 받고 싶다면 냄새에 신경쓰라는 메세지죠. 하지만 기택은 이건 가난 때문에 나는 악취라 답이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햇볕 잘 들고 통풍 잘 되는 집으로 이사가야 이 망할 냄새가 사라진다구요. 박사장이 보내는 메세지, 기택이 보내는 메세지는 서로에게 도달하지 못해요. 설령 도달했다 하더라도 소통이 되었을 리 없어요. 박사장에게 냄새란 냄새에 불과하지만, 기택에게 냄새란 가난이에요. 이 의미 전달이 서로 하나도 안 되요.


영화 기생충


두 번째, 빈곤이 인성을 만든다


인성이 그 모양이라서 가난한 건지, 가난하기 때문에 인성이 그 모양인 건지는 논란이 있는 매우 민감한 주제에요. 보수 우파 쪽에서는 인성이 그렇기 때문에 가난하다고 보는 경향이 강하고, 진보 좌파에서는 가난이 사람의 인성을 그렇게 파괴한다고 보는 경향이 강해요.


영화에서 기택 가족은 원래부터 가난했다고 보는 것보다 가난해져버렸다고 보는 게 맞아요. 처음부터 밑바닥이 아니라 중간에서부터 아래로 굴러떨어진 거죠. 이렇게 굴러떨어지면서 기택의 성격은 무대책이 상책이라는 하루살이 인생 성격으로 바뀌어버렸어요.


박사장 가족이 몰락한다면 결국 그들도 기택 가족처럼 바뀔 거라는 것을 암시해요. 가난하니까 인성이 그렇게 바뀌고, 인성이 그렇게 바뀌니 더 가난해지는 밑도 끝도 없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버리게 된다는 거에요.


즉, 빈곤과 인성의 답 없고 끝 없는 악순환의 연속은 오직 지금 당장 빈곤층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부유층 바로 옆에도 그 위험이 똑같이 숨어 있다는 거에요. 부유층이 망하는 순간 그들도 빈곤층들의 전유물이라 여겼던 빈곤과 인성의 답 없고 끝 없는 악순환의 연속에 빠져버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에요.


어쩌면 이래서 연교를 그렇게 멍청하게 보이도록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박사장이 죽은 후 연교가 어찌 될 지는 솔직히 뻔하죠. 여기 저기 사기 당하고 엉뚱한 곳에 투자했다가 폭삭 망하고 해서 재산 싸그리 날려먹은 후 하층민으로 굴러떨어지겠죠. 영화 인물 설명에서는 성격이 심플하고 순진한 수준이라고 하지만 영화상에서는 정말 멍청하니까요. 게다가 자신이 그렇다는 점 자체를 아예 몰라요. 이렇게 연교 가족이 망하면 부유했던 때를 겪어본 다혜는 기우처럼 계획이라도 세워보고 노력이라도 해보려 하겠지만, 너무 어릴 때 집이 망한 다송은 딱 기정처럼 변할 수 있어요. 물론 박사장 사후 연교 가족이 몰락해 결국 기택 가족처럼 될 거라는 것은 너무 나간 가설일 수도 있어요.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 제작 의


세 번째, 빈부격차 문제에 국가가 강력히 개입해야 한다.


봉준호 감독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이것 아닐까 싶어요.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기택 가족은 정말 답 없다는 생각 밖에 안 들어요. 이건 불쌍한 게 아니에요. 답이 안 나와요.


인물이 대칭을 이루어 서로의 과거와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고 했어요. 기우는 기택과 닮음쌍이에요. 즉 기우의 미래는 기택이에요. 반드시 성공해 박사장 집을 구입해 아버지를 꺼내주겠다고 다짐하지만 그렇게 될 리 없어요. 오히려 자기 딴에 노력한다고 노력하고 계획 세워 추진한다고 추진할 수록 오히려 더 망해버릴 거에요. 기우의 미래는 암담해요.


영화를 끝까지 보면 민간 차원에서 선의로 어떻게 해보려 해봐야 소통이 안 되기 때문에 답이 안 보인다는 걸 보게 되요. 박사장 가족이 그렇게 호의를 베풀고 경제 원조에 가까운 노동력 구매를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바뀌는 게 없어요. 기우는 좋아지겠지? 충숙은 좋아지겠지? 기택도 좋아지겠지? 이렇게 생각하다가 기정을 보는 순간 답이 없음을 깨닫고 절망하게 되요.


결국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빈부격차 문제에 국가가 강력히 개입해야 한다는 쪽으로 생각이 흘러갈 수 밖에 없어요. 국가가 빈부격차 문제에 강력히 개입해 사람들이 기택 가족 수준까지 가난해지는 걸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에요. 기택 가족 수준까지 가난해지면 이제 가난은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병 문제가 되어버리거든요.


제가 추측한 감독의 영화 제작 의도는 위와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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